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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 세 클론 이야기, 다섯.



“몰레티 요원님. 오랜만입니다.”

컨스트럭트의 상황실에 들어선 몰레티를 맞아주는 것은 AI, 노먼 뿐이었다. 최근 에이팍이 설치한 이동식 터미널을 통해 그는 어디서나 집사 형태의 홀로그램으로 나타날 수 있게 되었다. AI인 만큼,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평소처럼 그를 맞아준다.

“노먼, 다른 요원들은 아직 현장인가?”

“그렇습니다. 현재-“

갑자기 노먼의 말이 끊긴다. 푸른 빛이 섞인 홀로그램이 갑자기 말을 멈추자, 마치 상황실 전체가 그의 침묵에 동조하듯 조용해진다. 그가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고 있음을 눈치챈 몰레티가 그를 다시 호출한다.

“노먼?”

“요원님. 그레인저 감독관님이 중상을 입고 적에게 포획되었습니다. 에이다 요원이 구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확률은 낮습니다. 현재부터 그레인저 감독관님의 명령에 따라 최선임자인 몰레티 요원님이 임시 감독관을 맡게 됩니다.”

“뭐?”

몰레티가 반문하지만, 즉시 그 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비니지스 세계에서 단 한치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듯, 지금도 그런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한 그가 노먼에게 지시한다.

“좋다. 우선 현재 상황을 낱낱이 보고할 수 있도록. 그리고 그레인저 감독관이 남긴 지시사항은 없나?”

“있습니다. 현시간부로 그레인저 감독관님의 조건부 허가에 따라 몰레티 요원님에게 에페메라 작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됩니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

하은이 그 형상을 올려다본다. 휴게소에는 아무도 없다. 오직 그녀와 갑자기 나타난 이 형상뿐. NWO의 블랙 수트를 이데아로 승화시키면 이런 모습일까. 그녀가 휴게소의 CCTV에 연결된 데이터링크를 끌어온다. 그 화면에는 자신의 모습만이 있을 뿐이었다.

“당신은?”

연달아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처음에는 자신의 클론, 그리고 지금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나타난 누군가. 하은의 스캐너가 그를 훑는다. 그러나 열감지 센서나 음파 스캐너는 이 존재를 전혀 포착하지 못한다. 숨을 쉬지 않는 듯 미동 없이 서있는 그. 체온도 느껴지지 않고, 심장 박동의 흔적도 없다.

“나는 교관The Man이다.”

갑자기 하은을 강렬한 두통이 습격한다.

“윽…!”

그녀가 의자에서 일어나 휘청인다. SC-2 임플란트가 억압된 기억을 떠올리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두뇌 기능의 프로세서까지 끌어와 작업을 시행하는 바람에 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기능저하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에 대한 기억은 중요하지 않다.”

그 형상이 말을 이어간다. 복수형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그 형상이 또박또박, 명확한 발음으로 말을 이어간다.

“제일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생존…?”

“그렇다.”

그 말을 남기자마자 교관의 형상이 사라진다. 하은의 두통이 잦아든다. 그러나 마치 오늘 하은에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충분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 이번에는 그녀의 공간 왜곡 센서가 이상 현상을 알리기 시작한다.



“철컥.”

수술실로 에이다와 그녀가 조종하는 클론들이 들이닥친다. 그들이 동시에 하은에게 총을 겨눈다. 수술실 내에서 피의 냄새가 진동한다. 에이다의 발 밑에 누군가의 피가 미끌거린다.

“…”

에이다가 클론의 시선으로 수술실을 훑는다. 그레인저는 배에 심각한 자상을 입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이시야마는 태연하게 수술 장갑을 벗고 그의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와 에이다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그레인저의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칼을 든 하은이었다.

에이다가 상황을 파악한다. 정확한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지금 상황은 함정임은 명백했다. 하은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난 것도 그 계략의 일부였을 것이다. 에이다는 망설이지 않는다. 자신의 앞에 있는 원래의 하은은, 이제 그들의 적이다. 클론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긴다.

“…?”

그러나 권총의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는다. 권총의 방아쇠 부분부터 시작해 마치 시간이 엄청난 속도로 지나가듯 부품들이 하나하나 녹슬기 시작한다. 동시에 기괴한 광경이 펼쳐진다. 하은이 들고 있는 칼 주위에, 투명한 형상이 나타난다. 아니, ‘형상’이라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그 형상이 차지하고 있어야 할 공간은, 무언가 있는 대신 공간 자체가 일그러져 있었다. 형상이 아닌 형상의 부재가 있다고 하면 정확할까. 마구 구겨진 투명한 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 형상에서 길쭉한 무엇인가가 뻗어 나온다. 그것이 마치 생물의 혀처럼 하은의 칼에 묻은 그레인저의 피를 핥기 시작한다.

“그래, 그래. 착하지.”

하은이 뒤틀린 즐거움을 담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에이다가 신음을 낼 뻔 한다. 그녀는 엔트로피 영역과 밀접한 EDE와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테크노크라트의 길이 아닌, 현실교란자의 길을 택한 것이다.

“하. 옛날에 절 따라다니던 놈보다 훨씬 낫네요.”

그녀가 말하는 예전의 존재The Man에 대해 에이다가 알리는 없었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는 에이다와는 달리 하은은 별로 긴장감 없는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한다.

“세계라는 거대한 퍼즐이 무너지고 있는게 들리지 않나요, 에이다 요원님?”

그녀가 허무주의적인 목소리로 말한다.

“사람들이 너무 많은 방법으로 그 퍼즐을 맞추려고 해본 탓이죠. 전 제가 그 퍼즐의 답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어요. 알고 보니…”

피를 핥고 있던 형상이 사라진다. 이번엔 하은의 뒤에서 붉은 빛을 띈 희미한 인간의 형상이 나타난다. 더 이상 교관The Man과 연결되지 않은 그녀에게, 이제는 인간이 생각하는 무질서, 통제되지 않은 혼돈, 그리고 파괴와 살인의 개념이 의인화된 존재가 함께하고 있었다.

“역시, 퍼즐 그 자체가 잘못된 게 맞더라고요.”

그녀가 시니컬하게 말하며 칼을 들어올린다. 에이다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클론들과 함께 그녀에게 달려든다. 권총은 없지만 나이프가 있다. 녹슬더라도 나이프로 찌를 수 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하은이 코웃음 치며 그녀에게 달려드는 클론에게 뛰어든다.

“뭘 하려는건지 모르겠네요!”

그녀가 비웃으며 칼을 휘두른다. 그것을 막으려 했던 클론의 나이프는 칼날이 부딪히자마자 가루가 되어 바스라진다. 하은의 칼이 클론의 목에 꽂힌다.

“컥!”

그러나 비명은 클론이 아니라 에이다에게서 터져 나온다. 클론 중 하나를 방패로 삼아 하은에게 좌우에서 공격을 가하려 했던 그녀의 계획은 신경 피드백으로 되돌아오는 고통 때문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 뒤에서 장비를 모두 챙긴 이시야마가 손에 들린 빈 시험관을 흔들어 보인다.

“오, 설마 내가 놀고만 있을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연구의 일환으로 새로 만든 건데, 즉효구만.”

그가 공기중에 신경계에 작용하는 생물 병기를 퍼트린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신경 피드백 차단을 무효화시키는 종류임이 분명했다. 에이다의 집중이 흐트러진 틈을 타 하은이 거침없이 다가온다. 하은의 칼이 가볍게 에이다의 가슴을 찌른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에이다. 동시에 그 피드백이 클론 전원에게 전해진 것인지 클론들이 경련하더니 전부 쓰러진다. 에이다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그녀가 비틀거린다. 일반인이었으면 즉사했을 것이 분명한 상처임에도 불구하고 전투용의 클론으로 제작된 그녀의 신체는 아직도 유지되고 있었다. 그녀가 혼미해지는 정신을 다잡고 뒤돌아 복도의 창문으로 달려간다. 뛰어오른 그녀의 몸이 창문을 뚫고 그대로 바깥의 화단으로 떨어진다.

“허.”

이시야마가 혀를 찬다.

“아깝구만.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저쪽은 원본을 찾기가 힘들기도 하고. 그럼 가세.”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얼굴에 만족감, 그리고 기대가 떠올라있었다.



-파앗.

무엇인가 구겨지고 파열하는 소리와 함께, 교관The Man과의 갑작스러운 만남을 겪은 클론 쪽의 하은 앞에 새까만 균열이 생겨난다. 그 안에서 누군가가 걸어 나온다.

“…역시 여기 있었군요.”

공간을 가르고 나온 사람은 탈리아의 조력자, 꿈의 여행가이자 예언가인 데미안이다. 그는 다크 서클이 잔뜩 낀 눈으로 졸린 듯이 중얼거린다.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의 컨스트럭트나 도시가 아닌, 아무도 없는 벌판 한복판의 휴게소. 패러독스의 영향이 적은 이곳이라면 꿈을 통해 이동하는 그의 마법을 사용하기에도 무리가 없었다.

“당신은 누구죠?”

데미안이 잠시 그녀의 질문에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어딘가 인간이라기엔 경직되어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인다. 유니언의… 축복을 받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그가 대답한다.

“절 기억 못하시게 되었군요. 이상한데요. 저희를 유인하려던 게 아니었나요?”

“유인?”

하은이 묻는다.

데미안이 하은을 이렇게 쉽게 찾아낸 것은, 순전히 이시야마의 나노 바이러스가 아공간에 뿌리고 있는 흔적 때문이다. 꿈의 영역 -테크노크라시의 표현을 빌리면, 수면중의 무의식적 사고 패턴이 정사영 되는 아공간- 에 남겨진 흔적을 찾는 것은 데미안에게는 매우 손쉬운 일이다.

물론, 두 사람 다 그것이 오리지널의 하은이 부린 수작Spirit Sphere임을 알리가 없었다.

“당신이 남긴 흔적은… 아무리 봐도 악몽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그의 말과 함께 검은 틈에서 그림자가 뻗어 나온다. 공간왜곡을 감지하는 센서가 전부 붉게 번쩍인다. 하은이 앉아있는 벤치를 중심으로 바닥이 까매지며 점점 가라 앉는다. 하은이 움직이려 해보지만 검은 수렁에 빠진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하은이 그 바닥을 내려다본다.

이 휴게소를 중심으로 하는 정제되지 않은 이미지. 순서는 있지만 인과는 없는 이야기. 나른함. 그 이야기와 이미지를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은 이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어딘가의 화랑으로 이어지는, 이 휴게소를 지나가는 수백, 수천의 사람 중 누군가 꾸었던…


꿈?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그녀의 몸이 완전히 잠긴다. 희미하게 남은 꿈의 흔적. 현실에서 휴게소와 화랑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데미안에게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세계의 반영인 꿈에서 이어진 두 장소는, 최소한 그에게 있어서는 바로 옆에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

다리부터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반대였다. 마치 검은 그림자에 빠졌다가 튕겨 나오듯 머리부터 거꾸로 떨어진다. 하은이 공중에서 반 바퀴 돌아 착지한다. 그러나 데미안은 이제는 거꾸로 된 그림자에서 뻗어 나오는 검은 갈래에 아직도 감싸인 상태였다. 그의 옆으로 하은이 앉아있던 벤치, 근처의 콘크리트 바닥 같은 것이 산산조각 나며 떨어진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데미안이 졸린 듯이 중얼거린다. 그가 검은 그림자 안으로 사라진다.

“이번에는 정말로 도망갈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아.”

하은의 앞에 두 사람이 서있었다. 어딘가 종교적인 심볼을 연상케하는 상징들이 몸 전체에 빼곡히 그려진 여성, 탈리아. 다른 한 명은 체구가 매우 작은 남자다. 하은이 그를 알아본다. 예전에 하은과 몰레티를 궁지로 몰아넣었던 암살자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먼저 인사하지. 프라빈 고다라고 하네.”

그가 입은 짧은 티셔츠 밑으로 단련된 몸이 드러난다. 그의 목에는 정교하게 새겨진 종교적 무늬가 선명한 호부가 걸려있었다. 그가 양손에 쥔 단검에서 정화와 재생의 상징이 새겨진 무늬가 빛난다. 그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주문, 아니, 기도에 가까운 무언가를 읊는다.

하은이 일어서서 자신이 어디에 와있는지 살핀다.

그녀는 거대한 화실에 와있었다. 화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크고, 미술관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무질서하다. 위치 센서가 그녀가 지하에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바닥에서부터 벽을 따라 나선으로 돌아 올라가는 통로가 있었다. 층을 나누는 대신, 이 곳은 통로가 바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 형상을 보아하니 이곳은 보통의 건축기술과 함께 현실교란적인 수단을 통해 구조적인 강도를 보강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통로 곳곳에는 그림들이 잔뜩 걸려있었다. 미완성의 그림이 놓여있는 이젤도 상당히 많았고, 통로에 널부러져 있는 그림도 있었다. 통로의 난간에 줄로 매달아 놓은 그림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그림들에는 단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완벽한, 무결한 그림을 찾기 위한 노력의 산물. 현실을 완벽하게 모사한 그림 위에 몇 번이나 덧칠하고 다시 그린 끝에 그 정도가 지나치게 된 그림들. 하은의 인공 안구가 그림들의 디테일을 잡아낸다. 덧칠한 부분은 대다수가 무언가를 지우기 위함이었다.

통신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하은이 즉시 비상용 비컨을 작동시킨다. 운이 좋으면 MSF 아말감의 일원들이 그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은이 일어나 전투용 시스템을 부팅시킨다. 그녀의 의안에 적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프로그램이 간결한 다이어그램을 그리기 시작한다. 성능이 저하된 서보모터에 예비 에너지 루트가 연결된다. 그녀가 혹시나 모를 상황을 위해 가져온 권총을 꺼내 든다. 그러나 디바이스 수준은 아닌, 그저 성능 좋은 권총일 뿐. 그녀가 권총을 겨누고는 말한다.

“저를 노리는 이유는?”

“또 다른 예언이 있었지. 이번에는 해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확연하게.”

탈리아가 손가락으로 옆의 그림을 가리킨다. 하은의 인공 안구가 그림을 확대한다.

어딘가의 건물. 아마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시설.

수십, 수백의 사람이 바닥에 널부러진 채 죽어 있었다. 그 중 몇몇은 악마적인 힘에 의해 시체임에도 불구하고 움직이고 있었다. 공간 그 자체가 무너지고 뒤틀리고 있는 모습. 그 가운데서 초자연적인 힘을 휘두르며 서있는 것은…

“…!”

바로 하은의 모습이었다.

하은이 그 옆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옆에는 데미안의 최초의 예언이 그려져 있었다. 지금의 하은으로서는 SC-2 임플란트의 기억 억압 때문에 그 자세한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현실교란자들이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는 것 정도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데미안의 예언은… 장단점이 명확하지.”

탈리아가 손가락에서 물감을 털어낸다. 붉은 물감이 떨어져 허공에서 방울진다.

“꿈이기에 알아보기 어려운 게 단점이지만, 그건 내가 그리면 되니까. 하지만 장점이 너무 명확하기에 우리는 데미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 장점이란 건?”

하은이 조준을 흐트러트리지 않은 채 묻는다. 평소의 그녀라면 그런 질문을 하는 대신 먼저 선수를 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 현실교란자의 본거지에서, 성능이 저하된 의체를 가지고 싸운다는 것은 입에 칼날을 물고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녀에게는 지원이 올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했다. 탈리아가 그녀의 의도를 눈치챈 듯 했지만, 개의치 않고 대답한다.

“막을 수 있는 예언이라는 거지.”

“그래서, 저 일을 막기 위해 절 죽이는겁니까?”

“그래.”

하은은 반응하지 않는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프라빈이 단검을 들어올린다.

“빨리 끝내지.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해.”

탈리아가 끄덕인다.



“위잉-“

그레인저의 집무실에 들어서는 몰레티.

그가 고개를 젓는다. 상황은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그레인저 감독관은 납치, 에이다 요원은 중상, 도로시는 행방불명이라.”

클론 쪽의 하은이 현실교란자에 의해 아공간으로 끌려들어가는 모습이 휴게소의 CCTV와 그녀가 이용한 차량의 감시 카메라에 잡힌 상태였다. 자신이 알고 있던 요원이 클론이라는 것 자체도 놀라웠지만, 지금은 놀라고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레인저의 집무실에 들어선 몰레티가 노먼에게 지시한다.

“좋아요, 그레인저. 제발 이 상황을 타파할 만한 슈퍼무기의 위치라도 저장해 놓았길 바랍니다. 노먼, 내용을 재생해.”

“알겠습니다.”

그레인저의 집무실에 몇 번이나 재생되었던 예언의 내용이 또 다시 떠오른다. 벽에 고대의 문자가 새겨진 공간, 잔, 그것에 담긴 무언가를 마시는 하은.

“…이게 뭐지?”

몰레티가 ‘예언’의 내용을 담은 홀로그램을 보며 한숨 섞인 질문을 던진다. 물론 대답해야 할 그레인저는 현재 하은에게 잡혀간 상태다. 그녀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을만한 인물인 에이다는 가슴을 찔리는 중상을 입고 현재 인공적인 혼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리고 클론 쪽의 하은, 그러니까 도로시는 현실교란자에게 납치당해 행방불명이다. MSF 아말감에 남은 계몽 요원이라고는 자신과 에이팍 소위, 그리고 외부 인사인 소피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레인저가 남겨 놓은 연구 자료를 읽어 내려가는 몰레티. 그녀가 어디서 이 기억을 입수했는 지와 고대의 문자가 뱀파이어의 것임을 제외하면 별로 도움되는 것은 없었다. 그가 생각을 정리하려 노력한다. 물론 그가 현장에서 현실 교란자들과 싸운 적이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른 괴물과 맞닥뜨린 적도 있다. 도시의 늑대인간과 사업을 두고 협상을 한 적도 있고, 연쇄 살인마이자 갱단의 보스였던 뱀파이어를 죽인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오컬트적인 상황의 중심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

“…”

그가 노먼을 통해 다시 한번 상황을 점검한다. MSF-44 아말감의 인적 자원은 무력화 되었고, 그레인저를 납치한 하은과 W-4 시리즈에 공작을 시도하던 이시야마는 어디로 갔는지 추적 중이다.

“노먼, 도로시 요원이 클론임은 확실하겠지?”

“네. 에이팍 소위의 검사에 따르면 확실합니다.”

그레인저의 집무실에 몰레티의 발걸음 소리만이 울린다. 그가 머릿속에서 모든 정보를 조합한다. 사실, 비즈니스와 다르지 않다.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가능한한 빠른 시간내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그것을 분석한다. 그리고 분석에 따라 결정이 내려지만, 그 결정에 최선을 다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우 정보가 정확한지도 모르고, 그것을 확인할 시간도 없으며, 정보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도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러나 몇 십년 동안 기업계에서 굴러온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 혼란스럽고 애매한 상황에서도 무엇인가 감이 잡히는 듯 했다.

“허. 이 나이가 되서 스토리텔링형 마케팅이나 하고 있어야 하다니.”

그가 그레인저의 연구, 나노 바이러스에 대한 검사 결과, 오리지널 하은의 현실교란 방식, 클론 쪽의 하은을 습격한 데미안이라는 현실 교란자의 프로필.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을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기 위해, 그의 정신이 빠르게 하나 하나의 조각을 조합하고 이어Procedure 나간다.

“몰레티 요원님.”

“뭐지?”

“도로시 요원의 비상 비컨의 위치가 감지되었습니다. 스트라이크 팀을 준비할까요?”

몰레티가 잠깐 망설인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젓는다.

“아니. 그레인저 감독관의 생각이 맞다면, 우리가 이번에 막는다고 해서 현실교란자들의 추적이 멈추진 않을거다.”

그건 사실이었다. 하은은 AP-5 아말감에 들어가기도 전에 탈리아에게 습격 당했으며, 이시야마의 소굴에서도 그녀에게 죽을 뻔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부터 비행기까지 쫓아온 암살자에게 위기를 맞은 적도 있다. 그가 결정을 내린다.

“나 혼자 가겠다.”

“알겠습니다. 수송기를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그걸로는 늦어. 더 빠른건 없나?”

노먼이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어딘가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목표지점까지 15분 정도 걸리는 저궤도 셔틀이 있습니다만.”

저궤도 셔틀이란 말 그대로 탄도 미사일과 비슷한 궤도를 타고 날아가는 셔틀로서, 미국 대륙을 20분만에 횡단할 수 있는 테크노크라시가 운용하는 최첨단 운송수단 중 하나다. 그런 건 왜 가지고 있는거냐, 라는 질문을 할 법 했지만 몰레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나간다. 지금은 그런 걸 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

그레인저가 일어난다. 복부에서 아직도 데인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찢겨 나간 근육이 비명 지르며 그레인저의 정신을 강제로 깨운다. 천만다행인지, 아니면 일부러 죽이지 않은 것인지, 그녀의 상처는 내장기관까지는 이르지 못한 모양이었다.

“깼네요?”

옆에서 하은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레인저가 흐릿한 시야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의자에 앉아 그레인저를 감시하듯 쳐다보고 있었다.

“무슨… 짓…”

그레인저가 간신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살펴본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이시야마가 자신에게 뭔가 하진 않은 듯했다. 아직 그녀가 가치 있는 인질이라는 의미다.

“여긴 어디죠?”

“알아서 뭐하시게요?”

그레인저가 자신의 손 발을 살핀다. 그녀의 사지가 침대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방의 모습을 보아 그들은 아마도 호텔에 있는 듯 했다.

“호텔?”

“맞아요. 칭찬이라도 해드려야겠네.”

하은이 조롱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한다.

“뭐, 당신은 미끼로 쓰고 나면 이시야마가 괴물로 개조할 테니까 그때까지 편하게 계시라고 침대에 눕혀드렸어요.”

“목적이 뭐죠?”

“뭐긴요. 내 클론을 죽이는거지. 물론 거기서 끝나는건 아니지만.”

하은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녀가 지루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당신이 이시야마와 협력하는건 그것 때문인가요?”

“아무렴요. 얼마나 훌륭한 분인데.”

그녀의 시니컬한 목소리가 적막이 내려앉은 공간에서 울려 퍼진다. 하은이 그레인저의 옆에 다가와 속삭인다.

“그런데, 솔직히 맘에 안 들어요. 이제 이용가치가 떨어졌으니까 죽여버릴까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은이 미소 지으며 물러선다. 소름 끼치는 감각이 그레인저의 목덜미를 타고 올라온다. 연기 따위는 던져버린 그녀의 성격은 시니컬 하다는 표현으로는 한참이나 부족했다.

“어쨌든, 날 따라다니던 멍청이 마법사들이 클론을 죽여주길 바래야겠네요.”

“이시야마가 원하는건?”

그레인저가 질문을 던진다. 하은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레인저 감독관님. 아까부터 계속 자기 궁금한 것만 얘기 하시는데…”

하은이 다가와 그녀 위에 올라탄다. 그녀의 뱀 같은 시선이 그레인저의 상처를 훑는다. 그리고는 뭔가 맘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녀의 손이 그레인저의 목덜미로 다가간다. 그녀가 싱긋 웃더니 그레인저의 목을 조른다.

“컥!”

“원래 모범생들이 그렇죠. 저도, 당신도 한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었을 테니까. 규칙에 따르고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목을 더욱 세게 조른다. 그레인저의 고통을 즐기듯,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그레인저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기 시작할 때쯤에야 그녀가 목을 놓아준다. 부상으로 인한 고통과 질식으로 인한 고통이 겹쳐 그레인저의 얼굴은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헉.. 헉..”

하은이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위에 거의 눕다시피 몸을 낮춘다. 그녀가 거의 유혹적이라고 할만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우리 모범생들은 실제로는 전혀 다른 사람 말을 안 듣죠, 그렇지? 틀린 적이 없으니까.”

그녀가 서서히 일어나며 그레인저의 상처에 손을 가져간다. 꾹, 하고 누르자 그레인저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온다.

“아…아악!”

마치 노래라도 되는 듯, 하은이 만면에 미소를 띄운다.

“아, 예뻐라. 뭐… 어쨌든.”

그녀가 천천히 내려온다. 그레인저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가 방을 훑지만, 혼자의 힘으로 탈출은 죽음을 자초할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몰레티가 자신이 남긴 메시지들을 해석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쉬익-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프라빈의 단검이 하은의 목덜미를 스친다. 하은은 그와 싸워본 경험이 있다. 그는 작은 체구와 초인적인 민첩함을 이용하여 상대를 갉아먹는다. 탈리아는 그와 다르다. 세상을 속이려 하지 않는 저속하기 그지없는 마법을 동원해 발 디딜 곳을 없애고 공간 사이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며 물질 그 자체를 지워버린다. 물론 평범한 장소에서라면 탈리아는 오래 활동하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이곳은 탈리아가 특별히 준비한 현실교란적 공간Sanctum이라는 것이다.

“!”

하은이 반사적으로 몸을 돌린다. 그녀의 뒤에 있었던 그림에 그려진 사람이 마치 살아있는 듯 그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던 것이다. 전투 분석 시스템이 제대로 그 정보를 처리하기도 전에 프라빈이 엄청난 속도로 그녀의 뒤로 돌아와 신장 부분을 찌른다.

[예비 배터리 손상.]

처음으로 입는 데미지다. 워낙 방어적으로 행동한 덕분일까. 대화로 시간을 끈 것까지 포함해서 놀라울 정도로 오랜 시간을 끌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프라빈의 스타일, 다시 말해 탐색전을 벌이고 순식간에 상대를 몰아치는 방식 때문이기도 했다. 그 메시지가 뜨자 마자 하은이 권총을 겨눈다. 탈리아를 향해 정확하게 총알이 토해진다.

“타앙!”

탈리아의 미간을 관통하는 총알. 그러나 탈리아의 형상이 액체 물감처럼 무너져 내린다. 그와 동시에 하은의 뒤에 있는 그림에서 그녀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걸어 나온다. 평면이 공간이 되고, 물감은 생명으로 화한다. 하은이 그녀를 다시 조준하며 빠르게 물러선다. 최대한 이젤과 초상화가 없는 곳으로 향하려 하지만 그런 곳이 애초에 있을리가 없었다.

“끝이야.”

탈리아가 그녀를 향해 뛰어온다. 그녀가 공중으로 물감을 흩뿌리며 선언하듯 말한다.

“모든 것은-“

동시에, 물감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다.

“-거짓의 그림.”

날씬한 인간형의 모습이 나타난다. 물감 인형들이 하은과 맞먹는 속도로 그녀를 덮쳐온다. 그들을 피하려 하면 초상화와 완성되지 않은 그림들이 튀어나와 하은을 잡으려 한다.  바닥에 널부러진 그림들은 그녀의 발목을 잡아채기 위해 그림에 그려진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보내고 있었다. 사람의 손, 무기, 단순한 돌, 나무 뿌리, 심지어 모사한 하이퍼테크 디바이스 모양의 껍데기까지 튀어나와 그녀의 움직임을 방해하고 있었다.

“탕!”

한발이 물감 인형의 미간을 가른다. 인형이 무너지며 동시에 반으로 나뉘어져 물감이 되어 하은의 다리에 뿌려진다. 그것은 마치 그물 같은 모습이 되어 하은의 한쪽 다리를 옭아맨다.

“파직!”

동시에 프라빈의 단검이 하은의 어깨를 벤다. 평범한 단검이라면 맨 바깥의 인조 피부만 잘라버렸겠지만 엔트로피의 힘이 담긴 그의 단검은 그녀의 어깨에 깊숙한 상처를 남긴다. 데미지를 알리는 메시지가 하은의 HUD에 스쳐지 나간다.

하은이 불리함을 깨닫고 뛰어오른다. 몇 미터나 뛰어오른 그녀가 나선형 통로의 난간에 착지한다. 그녀가 탈출하려는 듯 통로를 따라 뛰어올라간다. 그 모습을 본 탈리아가 손가락 사이에서 -대체 언제부터 들고 있었는지 모를- 물감통을 꺼내 던진다.

공중을 날며 터져나오는 물감. 그것이 하은이 있는 통로를 덮친다. 통로를 녹여버릴 것 같은 그 기세와 달리, 하은이 밟고 있는 통로에 아주 사실적인 그림이 제 멋대로 그려지기 시작한다. 하은이 바닥을 내려다본다. 통로 바로 밑의 공간이, 마치 유리를 통해 본 듯 아주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것은 현실이 된다. 하은이 발을 딛고 있던 바닥은 없어지고, 그녀가 순식간에 추락한다.

“쾅!”

그녀가 이젤 몇 개를 부수며 간신히 착지한다. 그 빈틈을 노리고 프라빈이 낮게 들어오며 그녀의 옆구리와 허벅지 쪽을 벤다. 서보모터가 고장을 일으키자, 그쪽 다리가 무너지며 하은이 무릎을 꿇는다.

“끝내지.”

프라빈이 조용히 이야기하며 다가온다. 그가 하은의 목에 검을 들이댄다.

끝이구나, 라는 생각이 하은의 머리를 스친다.

자신의 존재 방식에 처음으로 의문을 가진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탈출 수단은 없다. 전투 로직 계산 프로그램의 생존률은 사실상 0%다. 천천히 단검이 움직인다.

“잠깐!”

화랑을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세 사람이 통로의 제일 꼭대기를 올려다본다. 그곳에는 고급 양복을 입은 남성이 서있었다. 그러나 그의 머리는 조금 -마하 12의 속도로 저궤도를 날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전혀 그렇지 않지만- 헝클어져 있었고, 양복도 평소의 그와는 달리 조금 옷매무새를 고쳐야 할 듯했다. 그러나 방금까지만 해도 그가 여압복 속에 갇혀 폐와 위에 주입된 Anti-G 용액을 토해내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저궤도를 날고, 그 이후에는 재돌입용의 캡슐을 타고 상공에서 엄청난 속도로 떨어진 후 팔자에도 없는 낙하산을 타고 야간 강하로 착지하고, 여압복을 벗고 Anti-G 용액을 토해낸 뒤 이곳으로 달려온 것을 생각해보면, 꽤나 멀쩡한 편이었다. 그가 침착하게 말한다.

“안녕하십니까, 탈리아 씨. 신디케이트 소속의 데이빗 몰레-“

그렇게 말하는 순간 탈리아의 손짓과 함께 통로 전체가 마치 그림처럼 -말 그대로- 휘어져 내린다. 뱀 같은 형상으로, 몰레티가 서있는 부분이 벽에서 떨어지며 탈리아가 있는 곳까지 휘어지는 통로. 몰레티는 순식간에 그들 앞에 서게 되었다. 그가 위에서 올라오는 Anti-G 용액을 필사적으로 다시 내려 보내며 통로에서 벗어나자 그것이 그대로 솟구쳐올라 원래대로 돌아간다.

그가 ‘좋은 엘리베이터다’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낼 뻔 한다. 그러나 그것은 트래디션 메이지를 모욕하는 언행이 될지도 모르기에 그 말을 삼킨다.

“감사합니다. 제 이름은 데이빗 몰레티입니다.”

그 순간 초상화에서 두 명의 유타나토스가 걸어 나온다. 평면의 모습이었던 그들이 순식간에 현실의 물체로 화하는 것은 기괴한 광경이었다. 탈리아의 의도는 명백했다. 다른 곳이라면 모를까, 이곳이라면 유니언의 대규모 공격을 버틸만한 인원을 순식간에 불러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유니언이 하은을 구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포스를 이곳에 투입한다면, 그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엄청난 교환비를 강요당할 것이다. 차라리 하은 한명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메시지.

“알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에 단지 이야기를 하러 왔을 뿐입니다. 저는-”

탈리아가 끄덕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경계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하은의 목에 검을 대고 있는 프라빈도 언제라도 하은의 목을 잘라버릴 준비가 되어있다는 표정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몰레티가 천천히 이야기를 꺼낸다.

“-진 그레인저를 대신해, 여러분들에게 예언을 해석해드리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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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저궤도로 날아라! 몰레티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