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녹룡은 각자 자신만의 흉계를 꾸미고 있습니다. 녹색 그 자체가 되길 원하는 이는 많지만 이를 입 밖으로 내진 않습니다. 녹색 그 자체가 등장하기 위해선, 다른 녹룡들의 계략을 모조리 돌파해야 할 것입니다.

흑룡들은 누군가 자신의 위에 서는 것을 용납치 않습니다. 모두가 흑색 그 자체가 되길 원하지만, 그 힘이 적색 그 자체 정도가 아니고선 그 누구도 흑색 그 자체가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흑룡들 중 그렇게 힘이 강하게 될 뻔 했던 이들은 모조리 보다 약한 흑룡들이 연합해 죽이거나 몰락시켰습니다.

청룡들은 서로간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며, 그 관계는 혼인이나 선물 등의 방법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발언권이 강한 청룡이 있을 수는 있어도, 누구에게도 얽메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룡은 없습니다.



백룡들은 백색 그 자체라는 칭호를 두고 세 파로 갈라져 다투고 있습니다. 각각의 파는 묘지기 용, 눈보라 용, 달 용입니다. 이들은 서로간에 물리적 전투 외에도 정치적 공작을 부리고 있습니다. 백룡의 본성이 생각이 부족하고 행동이 먼저 앞서는, 본능적이고 야성적인 것은 어디 가지 않지만요.


묘지기 용의 세력권은 문명 세상 서쪽 끝 묫자리 주변 무명 용사의 언덕을 중심으로 합니다. 그들은 이름이 세겨져 있지 않은 묘비 위에 앉거나, 무덤 속에 들어가 이름 없는 용사와 함께 잠을 청하죠. 그들은 용사들의 시체를 먹지 않습니다. 시체를 먹는 동물과 도굴꾼이 주된 식사거리입니다. 간혹, 묫자리에 가고자 하는 모험가들을 도굴꾼으로 '착각'해 공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죠.

그 외에도, 해안 쪽의 묘지에서 산송장으로 되살아 일어나는 시체를 처리하거나 새로 묻혀지는 이름 없는 모험가의 장례를 치루기도 합니다. 산송장은 질색이고, 주검 신관의 지배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눈보라 용은 눈으로 덮인 여러 하늘섬에 삽니다. 이들은 같은, 또는 다른 섬의 서리 거인들과 대립하거나 협력합니다. 이 두 얼음 괴물들은 힘을 합쳐 화염 거인들이 지배하는 하늘섬을 정복해 자신들에게 알맞는 형상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하늘섬에서 그들은 지상을 관찰하며 노립니다.

눈보라 용들에게 그것은 나중을 위한 초석입니다. 서리 거인들에게 지상을 그저 빙산선에 타고 약탈할 대상일 뿐이지만, 용들은 (되도록 자신들 중에서) 백색 그 자체가 나타나면 겨울을 불러와 영원히 지배할 곳으로 여깁니다. 봄의 영역이 통채로 증발했으니 자신들을 막을 것은 없다고 믿고 있죠.


달 용들은 세상 곳곳에 퍼져 삽니다. 달을 볼 수 있다면 어디든 상관 없습니다. 밤암캐의 광기에 영향을 받은 이들은 그녀로부터 달빛을 훔쳐간 미치광이, 달빛 갈퀴를 증오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백색 그 자체가 등장하는 순간, 달빛을 되찾고 밤의 첫째 자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물론, 백룡은 가장 약한 색채용입니다. 잿불아가리는 이들이 백색 그 자체의 자리를 두고 싸운다는 것을 알고 아주 오랜만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미친듯이 웃고난 그는 자신의 간식거리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했고, 그들은 백룡들 사이를 미친듯이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붉은 혜성이었던 적색 그 자체는 숨결을 잃고 잿불아가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가장 강한 용입니다. 또한, 그저 끔찍한 재앙과 같은 불을 뿜는 괴물이었던 그는 숨결을 잃은 덕에 대화를 하게 되었고, 그렇게 표상이 되었습니다. 어떤 용도 그와 같은 세력을 갖추진 못했습니다. 힘과 세력, 그 어느 쪽에서도 그는 적색 그 자체임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