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김동인의 소설 <K박사의 연구>로부터 약 10년 뒤를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그 떠들썩 했던 시식회가 있은 후, C는 박사께서 한동안 노신다 했으나 오래 지나지 않아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동안 K박사께서는 자신의 전공인 이학에서 눈을 돌려 옛 한문이 잔뜩 적힌 고서들을 뒤지는가 싶더니, 


별안간 "이거닷!" 하고 외마디 소리를 지르고는 중국으로 여행을 할 채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조수로서 박사를 수행하러 나선 C군으로부터 들은 것은 이게 전부였다. 


그 뒤에 소화6년에 만철 폭파사건과 만주사변, 12년에 노구교 사건과 중일전쟁이 일어났을 때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를 포함한 C와 K박사의 지인들은 두 사람이 전화에 휩쓸려 객사는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K박사를 다시보게 된 것은 여행을 나선지 10년이나 지난 소화 13년의 여름이었다.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는 이가 없었고, 여기에는 두가지 연유가 있었다. 


하나는 그를 기억하는 이가 드물었던 까닭이다.


그가 떠나있는 동안 가세가 기울어 자택은 저당잡히고 부인과 자제들은 친정댁으로 갔기에, 


박사의 이학 동지들을 제외하면 C와 막역한 사이였던 나 말고는 그를 기억하는 이가 없었다. 


다른 하나는 너무도 달라져버린 그의 용모 때문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충격에 사로잡힐 만큼, K박사의 변해버린 몰골이 처참했던 것이다.


주름으로 가득해진 얼굴은 눈에띄게 수척해졌고, 머리에는 백발이 성성했으며, 


무슨 연유에서인지 왼 팔과 오른 다리를 잃어 의수와 의족을 착용하고 있었다.


나 또한 박사의 동지로부터 소개를 받지 않았다면 알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C는 어찌되었습니까?"


종로의 어느 찻집에서 K박사를 만나 그렇게 물었더니 박사는 바짝 마른 입술을 한동안 오물거리더니,


"두고 올 수밖에 없었네. 아마 잘 있겠지."


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그 기막힌 만남이 있은 이후로 나는 K박사에 대한 관심을 끊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관심을 끊고싶어도 신문지면에 그의 이름이 심심치 않게 거론되는 까닭에 그의 소식을 듣지 않을 수 없었다.


멜서스……. 그 이름을 듣고나니 10년 전 C와 함께 수다를 떨던 추억들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


보아하니 K박사 께서는 그 서양학자 멜서스가 예측한 식량위기로부터 인류를 구하기위해 ○○병(餠)(여기서 ○○은 K박사의 이름)에 이은 ○○육(肉)을 개발하신 모양이다.


○○육은 개나 소, 돼지, 닭 따위를 키워서 도살해 얻는 고기가 아니라,


실험관에서 배양액을 먹여 길러낼 수 있는 고깃덩어리라고 한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신문에는 나와 같이 이학지식이 모자란 사람들을 위한 해설이 첨부되어있다. 


물질에 그 근간인 원자가 있듯이 생물에도 그 근간인 세포가 있는데,


세포에는 일종의 설계도 같은 것이 있어서 그 세포가 근육이 될 지 혈관이 될 지 내장이 될 지 정해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근육이 될 설계도만 골라 자궁과 같은 환경의 실험관 안에 넣고 배양액을 주입해 길러내면 고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허무맹랑한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지만 박사께서는 기어코 시식회를 열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시식회는 모월 모일 수원고등농림학교 농생물학과 건물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육을 입에 댈 생각도 없고 그곳 근처에 가볼 생각도 없지만 몇가지 의문들 때문에 호기심이 일 수 밖에 없었다.


K박사는 무엇때문에 중국행을 택한 것일까?


중국에서의 여행과 ○○육의 발명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


그리고 C는 대체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걸까?






K박사의 시식회에 대한 각 세력들의 입장.


일본군

"K박사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적지에서의 약탈에 의존하던 병참문제를 해결해줄 지 모른다. 그의 업적은 우리 육군/해군의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 


조선총독부 (경무국)

"K박사의 중국에서의 행적이 불분명하다. 중국 국민당/공산당과 내통하고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육의 시식회에 맞춰 국민당 산하의 정보조직(남의사/CC단)의 공작원들이 비밀리에 입국했다는 첩보가 있다. 이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반드시 분쇄해야 한다."


국민당 (남의사) / 대한민국임시정부 (한인애국단)

"K박사의 연구가 성공한다면 전황이 불리해질 가능성이 높다. 박사의 연구성과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사실일 경우 가능한 한 파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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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내용의 COC 만주 1930 시나리오를 짜봤는데 모자란 부분이 뭐가 있을지 생각중...


그리고 김동인 선생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