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이번에도 친절히 대강의 내용을 읊어주러 왔다. 물론 간략하다는 건 개구라임. 이딴 똥겜에 간략함이란 없어. 진짜 간단한 개요 보고 싶으면 마지막 한 줄만 보셈.
1. '쾌락의 종파' 아니다.
우선 Cult of Ecstasy를 여러 사람이 '쾌락의 종파'라고 번역하는데, 사실 이건 잘못된 번역이다. 아마도 컬트에 대한 오해는 이 병신 같은 번역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긴 말 할 거 없이 모두의 친구 미리암 웹스터 사전에서 'Ecstasy'의 뜻을 알아보자.
Definition of ecstasy
plural ecstasies
1: a state of being beyond reason and self-control
b archaic : swoon
2: a state of overwhelming emotion; especially : rapturous delight
3: trance; especially : a mystic or prophetic trance
보면 알겠지만 '쾌락'이 주된 의미가 아니다. 쾌락을 비롯한 어떤 초월적 감정이나 감각에 의해 빠진 황홀경이나 무아의 '상태'다. 쉽게 얘기하면 신비체험 중 넋 놓고 어떤 초월적인 체험에 빠지는 걸 떠올리면 된다. 그러니까 영화 '300'에 나온 연기 마시고 뿅 가서 신들린 상태가 된 무녀처럼 말이지.
그러면 왜 Cult of Ecstasy를 쾌락의 종파라고 하냐고? 아마 얘들이 극단적인 신체적 쾌락도 방법론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고,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방법론 중 하나지, 얘들 자체가 쾌락으로 대표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2. 왜 무아가 필요한가?
일단 쾌락이 얘들의 핵심이 아니라는 건 얘기했으니 그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이제 Cult of Ecstasy가 왜 무아를 중시하는지 보자.
아마 철학사를 대충이라도 본 적 있다면 브라만교라는 걸 알 거다. 얘들은 우주가 브라흐마라는 궁극적 실재로 구성되었다고 봤고, 우주 만물은 이 브라흐마의 일부라고 봤다. 이를 테면 세포처럼 말이지. 인간도 사실은 전부 브라흐마의 일부인 거야. 물론 인간도 각자의 영혼인 아트만(혹은 개별자라는 걸 강조하는 지바트만)이 있지만, 이것도 실은 큰 궤에서 보면 브라흐마의 세포 같은 거지. 이걸 설명하기 위해 '브라흐마가 바다라면 아트만은 그 안에 녹아있는 소금 알갱이와도 같다'는 비유가 자주 쓰임.
하지만 대부분의 생물체는 초월적인 우주적 힘인 브라흐마를 인지하지 못해. 그래서 여러 조건으로 나(我)와 다른 것(非我)을 나누고, 이 차별화에서 모든 고통이 시작돼. 저 새끼가 왜 나보다 일은 적게 하고 월급은 더 많이 받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브라만교에서 보면 이렇게 나와 자신이 다른 실체라고 보는 것은 미망(迷妄)인데, 이게 흔히 말하는 마야임. 그리고 만물이 실은 브라흐마의 일부로서 모두 연결된 일체라는 것을 깨닫는 것만이, 이 미망에서 비롯된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임. 범아일여(梵我一如)라는 거지.
그러면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했냐면... Cult of Ecstasy는 놀랍게도 이 사상에 근간을 둔 놈들이거든. 지역에 따라, 종파에 따라, 조금씩 이 사상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달라. 불교는 여기서 아트만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는 더 나아간 무아(無我)를 제시하지만, 어쨌든 번뇌에서 벗어나 해탈하라는 얘기는 같음. 그리스와 트라키아의 오르페우스교는 디오니소스 자그레우스로 대표되는, 물질적인 육체로부터 벗어난 초월적인 영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비슷하고. 이렇듯 물질적 세계를 일시적인 환상이나 덧없는 것으로 보는 애들이 모여서 초월성을 추구한 게 Cult of Ecstasy의 시초야.
그렇기에 이놈들한테 현실은 극복해야 할 환상일 뿐이야. 하지만 아무리 머리로 환상이라고 생각한들 극복할 수 있겠어? 만질 수 있고, 맛 볼 수 있고, 냄새 맡을 수 있는데 말이야. 그러니까 얘들은 자신을 속이는 감각을 이기기 위해 이상한 짓을 한다. 명상을 하든, 요기처럼 고행을 하든, 비의에 따라 술이나 약을 먹고 헤롱거리든, 하여튼 뭐든 간에 자신을 스스로 극단까지 밀어붙임. 감각이 교란되게 말이야.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육신의 감각은 약해지고 영혼은 환상으로부터 잠깐은 자유로워지거든? 그 상태에서야 비로소 미망의 구속에서 벗어나 의식이 확장되고, 순수한 사유로 진정한 자신과 우주를 깨닫는 거지. 더러운 테크노크라시 압제자들은 스트레스를 너무 받다보니 엔도르핀이 과다분출되서 희열을 느끼는 거라고 설명하겠지만, 진정한 Cult라면 그 따위로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얘들한테 무아가 필요한 이유는 '물리적 감각에서 비롯되는 미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야. 위에서 얘기한 건 다 잊어도 이것만 알고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Cult 마법사를 만들 수 있어. 그럼 다음으로는 얘들이 마법을 어떻게 쓰는지 보도록 하자.
3. Cult의 Spheres.
와, 이제 드디어 역겨운 '얕은 철학 갖다 붙이기'를 벗어나 드디어 마법사다운 뭔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부분은 상대적으로 쉬움. 위의 이야기를 이해했다면 말이지...
트래디션 북에 나온 얘기를 빌리자면, Cult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Break the Barriers'야. 아까 얘들은 현실의 많은 것이 헛된 미망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지? 그리고 그 미망이 우주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 즉 범아일여를 방해한다고 보고 말이야. 얘들은 바로 그 미망을 크게 다섯 가지로 봄. 바로 Correspondence, Forces, Matters, Mind, 그리고 Time]이지.
Cult가 볼 때 우주는 브라흐마 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 하지만 인간은 우주가 공간(Correspondence), 힘(Forces), 물질(Matters)에 의해 나뉘어 있고, 그에 따라 만물이 분리되어 있다고 믿지. 그에 따라서 나와 타인이 다른 개별자라고, 즉 만물의 자아(Mind)가 분리되어 있다고 봐. 거기서 모든 고통이 비롯되는 거지. 그러니 Correspondence, Forces, Matters, Mind라는 환상을 깨버리면, 만물이 초월적 우주인 브라흐마 속에서 자유롭게 일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고, 여기서부터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고 봄.
뭐... 히피 새끼들 같나? 사실이야. 어쨌든 정말로 얘들은 그런 식으로 마법을 쓴다. 참고로 Entropy, Life, Prime], Spirit은 깨부숴야 할 환상으로 안 봄. 그 대신 연결된 만물이 상호작용하고 순환하는 방식(Entropy), 브라흐마에 퍼진 원초적 에너지(Life와 Prime]), 영적 본질(Spirit) 따위로 봄. 브라흐마에 대한 직관이나 이해 정도로 보면 됨. 솔직히 말하면 이 중 Spirit을 비롯한 몇 가지는 위에 언급한 실제 철학과 안 맞는 부분이 있는데, 화이트 울프에 뭘 바라겠냐. 비전공자가 망상 섞어서 쓴 설정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 말자.
어쨌든... 여기에 하나 얘기 안 한 게 있다. Time]이지. Time]에 대한 Cult의 태도는 이중적이야. 깨부숴야 할 환상이기도 한 동시에, 다른 환상들을 깨부술 수단이기도 하거든.
사실 시간이라는 건 부정하기 가장 힘든 미망이야. 시간이 있기에 인과가 있을 수 있고, 인과에서 많은 한계가 생기잖아? 그래서 Cult는 '시간은 일방향으로 흐른다'는 생각 자체를 극복하고 싶어해. 그리고 이 시간의 흐름이 일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믿음을 부수면, 이를 바탕으로 다른 미망들도 훨씬 부수기 쉬워진다고 보고. 시간이 일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지 않는다면, 사물의 변화도 우리가 지금까지 믿어온 것과 다르게 진행될 거고, 그러면 이를 바탕으로 공간, 힘, 물질, 정신도 다르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뭐 이런 얘기지. 아 말해놓고 보니까 병신 같다. 어쨌든 Cult의 믿음은 이래.
요약하면, Cult의 Sphere에 대한 믿음은 '범아일여에 대한 깨달음을 막는, 부숴야 할 다섯 미망의 장벽'과, '브라흐마(아니면 초월적 우주에 해당하는 뭔가)를 깨닫기 위해 직관해야 할 네 가지'라고 할 수 있음.
4. Cult 마법의 작동.
얘들이 아홉 Spheres를 대충 어떻게 이해하는지는 알겠다. 이러한 Sphere의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무아지경에 빠진 상태에서 소위 '의식의 확장'을 해야 한다. 그러면 마법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보자고.
Cult의 믿음에 따르면 원래 우주는 브라흐마 속에 일체로 연결되어 있고, 지금 우리가 인식하는 아와 비아가 나뉜 세계는 허상이야. 그리고 Spheres에 대한 지식으로 다섯 미망을 부수고 우주적 본질을 직관하면, 우주의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고 믿어. 마치 인도 전설에서 존나 오래 수행한 고행자는 먼 곳에서 일어난 일도 눈 앞에서 보는 것처럼 안다거나, 하늘을 난다거나, 죽어야 할 상황에서도 끄떡도 안 하는 것처럼 말이야.
하지만 이러한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우선 미망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무아지경에 들어가야 함. 사상이 이렇다 보니 Cult는 Foci 선정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담배를 존나 빨면서 묵상을 하든, 파이 소수점 계산을 쉬지 않고 한계까지 하든, 아주 작고 섬세한 기계태엽 장치 제작에 몰두하든, 아니면 미칠 때까지 춤을 추든, 마약을 맞든, 섹스를 하든 말이야. 그 방법은 캐릭터가 어디에 잘 몰두해서 무아의 황홀경에 빠질 수 있는지에 따라 다르지.
황홀경에 빠지면 그 다음 마법 쓰는 건 상대적으로 쉬워. 원래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돼 있고, 모든 것이 가능해. 현실에서 많은 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체계화된 미망으로, 우주적 진실보다 훨씬 사실 같은 거짓으로 스스로에게 제약을 걸고 있기 때문이지.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단지 그걸 '깨닫게 해줄 행동과 생각'만 하면 돼.
예가 뭐가 있냐고? 한 비실비실한 Cult가 맨몸으로 곰 가죽 뒤집어 쓰고 이상한 말린 버섯 먹은 다음 황홀경에 빠진 상태에서 물리적 자신을 부정하고, Forces 2, Life 3, Spirit 2를 써서 버서커가 될 수도 있어. 용이 내가 된... 아니지... '곰이 내가 된다' 같은 거지. 진짜로 이런 짓 하는 전투광 Cult 분파도 있음. 뭐, 미친 듯 싸울 때도 무아지경이 될 수 있으니.
혹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나온 셜록 홈즈 영화 봤어? 그거 보면 셜록 홈즈가 권투할 때 순간적으로 존나 빠르게 자신만의 세계에 잠겨서 상대 선수가 어떻게 행동할지 다 예측한 다음에, 거기에 카운터 되는 행동을 해서 아주 빠르고 간단하게 이기잖아? Cult 마법으로도 똑같은 걸 할 수 있어. 일단 무아지경에만 빠지면 상대의 움직임, 느낌, 생각 같은 것을 모두 나 자신처럼 느낄 수 있으니 말이야. Life 1, Mind 2, Time] 2만 있어도 충분하지. Life 2와 Time] 3을 섞으면 상대 행동에 맞춰 미리 준비한 듯 빠르고 연속된 동작으로 카운터 치기 같은 것도 될 테고,
그 외에도 내가 느끼는 걸 상대도 느끼게 하기, 상대 생각 알아내기 같이 '일체감'에 기반한 정신계 마법이나, 원하는 우연 일으키기 같은 '사소한 현실 조작'도 아주 흔하게 함.
그래도 여기까지는 대충 Coincidental Magick 선에서 설명이 되는 것들이었지. 근데 Vulgar로 넘어가면 얘들 아주 무서워진다. 아주 대놓고 현실을 조작하는 새끼들이니까. 적을 살아있는 꽃보라로 만들어서 흩어버리거나, 엑스터시 삼킨 상태에서 보는 것 같은 환상이 부분적으로 현실에서 일어나게 한다거나, 벼라별 병신 같은 짓을 하겠지. 애초에 현실이 허상이라고 믿는 놈들인데 뭔들 못 하겠어?
사명대사 전설이 Cult가 작정하고 마법 썼을 때랑 비슷하지 않을까 싶음. 전설 내용은 임진왜란 끝날 때 사명대사가 일본에 가서 철병을 요구했다는 거임. 도쿠가와는 빡돌아서 눈 쌓인 산의 추운 방 안에 사명대사를 가두고 사흘을 굶긴 뒤 사람을 보내 상태를 보게 했는데, 사명대사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사흘 동안 명상을 했고 그가 앉은 자리만 봄날 마냥 따뜻하고 볕이 들었다는 거야. 근성과 자기세뇌로 현실을 비틀어버린 Cult의 전형..이라고 볼 수 있겠지.
여하튼 대충 이런 내용임. Foci 고르기는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여차하면 마법 쓰다가 중독자나 폐인이 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캐릭터에 따라서는 즉발적으로 마법 쓰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이 약점이겠다.
5. 어떤 마법사들이 있나?
위에서는 아주 길게 얘들의 사상적 토대에 대해 얘기했지만, 사실 '물리적인 감각에서 비롯된 미망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뭐든 상관 없다. 몽상가, 작업 시작하면 자기만의 세계에 깊게 빠지는 화가나 소설가, 철학자, BDSM 장인, 뭐든 말이지. 아마 Cult 만큼 온갖 인간이 소속된 조직도 드물걸. 기본적인 사상만 공유하면 나머지 스타일의 문제는 자유로움.
물론 아키타입은 통속적인 도덕관과 고정관념에 얽메이지 않는 자유로운 스피륏을 가진, 클럽에서 춤 추고 약 빨고 섹스하는 포스트모더니스트+히피+파티광+롹커.
p.s. 이걸로 메이지를 멀리하고 뱀파이어나 웨어울프를 해야 할 이유를 조금 더 확실히 알았을 거라고 생각함.
완전 뱀파이어랑 댇댕이 제끼고 메이지 해야할 이유같음; 메이지 채고;
잘 읽었음. 근데 예시는 쪼까 그렇긴하네. 그래서 범아일여를 이루면 '왜 저 새끼는 부모 잘 만난 금수저라 일 안하고 놀고 먹고 사는 거지'라는 차별화에서 비롯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가.
뭐 여튼... 그래서 내가 컬트랑 아카식이 피안의 진실의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면서도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이는 지점이 바로 그에 대한 태도라 보는데, 아카식은 그것을 알아낸 뒤 무엇을 할 것이냐에 포커스를 맞추는 반면 컬트는 그것을 알아내고 난 뒤 무엇을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별반 고민이 없어 보였거든. 그 다음엔 그냥 각자 자유롭게 내 좆대로 하련다~ 라는 느낌. 그런 점에선 오더 오브 헤르메스랑 좀 비슷한 것 같기도.
막줄추
컬트북 예시 캐릭터에는 게임 디자이너도 있었죠...
112//돈오의 경지에 이르고도 뭘 의식적으로 행한다는게 가능한 일인가? 이미 세상이 내 몸인 마당에 그 일부들에 메스를 댄다는게 가능할까? 대학 초년시절까지는 대승 불교가 소승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개념이지 않나 했는데 요새는 또 감상이 다르대. 이미 세상의 실재 없음을 확인해놓고 다시 사물들에 집중한다는건 아귀가 안맞는 느낌이더라고
대승은 그걸 중생에게 깨닫게 하려 드니 남들이 알아먹을 때까지 반복학습 시키는 거로 생각하면 쉽지 않나.
되게 재밌땅
경고:당신은 이마게빠들에게 또다시 마게뽕을 주입했습니다.
고마워요 마게웨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