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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10년대 초, 새롭게 불어닥친 국제주의의 열풍을 타고 막 국제연합(UN)이 새롭게 재개편되던 시기였습니다.

미스캐토닉 대학의 천재적인 학생 '테레사 애쉬크로프트'는 서고의 제한구역에서 우연찮게 한 권의 마도서와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내면의 신비Mysteries Within'라 이름붙은 이 책에는 초차원적 비-유클리드 기하학, 그리고 마법적인 원리를 활용해 저 너머의 차원으로부터 무한한 에너지를 끌어와 활용하는 비법이 적혀 있었지요. 테레사는 이 책을 기반으로 마법과 과학의 원리를 통합한 새로운 학문의 지평을 열었습니다. 바로 '마도공학Arcanotech'의 시작이었습니다. 

불행히도, 이 새로운 학문을 개척하던 도중 테레사와 그 동료들은 장막 뒤의 비밀을 엿본 대가로 하나 둘 미쳐갔습니다. 그러나 그 선구자들의 뜻을 이어받아,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테레사의 이름에서 따와 '애쉬크래프트 재단'이라는 연구단체를 설립하고 세상에 새로운 기술혁명을 불러일으킬 학문을 연구해 나갔습니다.

몇년 후, 재단은 세상에 마도공학을 이용한 진정한 무한동력원, '차원 엔진', 줄여서 'D-엔진'을 선보였습니다. 연이어 이 무해하고 고갈되지 않는 에너지를 사용한 반중력장치,'A-포드' 또한 발명되었지요. 이 두 가지 마도공학 신기술은 세상을 완전히 바꾸어놓았습니다.

D-엔진과 A-포드의 결합은 먼저 운송수단에 혁명을 가져왔습니다. 일반적인 차량이나 비행기 등은 물론, 재사용 가능한 우주선까지 활용되는 곳은 무궁무진했지요. 곧 우주와 심해 등 인간이 활동하기 어려운 곳에서의 작업을 위해 D-엔진과 A-포드를 사용한 인간형 로봇, 메크mech의 개발이 이루어졌습니다. 굳이 메크가 인간의 형태를 띄어야 했던 이유는 D-엔진의 개발 도중 발견된 재미있는 부작용 때문이었습니다. D-엔진 탑재 차량의 시운전자는 마치 차량과 한 몸이 된 것처럼 차의 구석구석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고 보고했고, 곧 이 부작용은 탑승물의 형태가 탑승자와 더 비슷할수록 강해지는 것으로 판명되었지요. 메크에 힘입어, 그 후 몇십년간 인류는 심해를, 그리고 태양계를 개척해 나갔습니다.

그러나 마도공학의 눈부신 발전이 마냥 인류의 황금기만을 연 것은 아니었습니다. 석유수출을 경제의 근간으로 삼고 있던 중동, 그리고 그들의 편에 선 중국 등의 국가는 마도공학을 인정하고 후원하는 신생 국제연합과 첨예하게 대립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냉전의 시작이었지요. 세계에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작업용 다용도 메크를 군용으로 개수한 전쟁병기의 개발 또한 이루어졌습니다. 인간형 이족보행병기, 전투 메크의 탄생이었지요.

국제정세가 숨가쁘게 흘러가는 가운데, 태양계 저편 명왕성의 외계종족 '미고Migou'는 인류가 자신들도 모르고 있던 기술을 개발해 지구 밖으로 나와 감히 자신들과 태양계의 영토를 놓고 다투게 된 작금의 상황을 조금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습니다. 놈들에게 있어 인류는 마땅히 지구에 영원히 못박힌 채 잔인한 주인들의 손가락 아래에 짓눌려 무능력한 가축이나 실험동물로 살아가야 할 미개종족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미고는 지구에 잠입시킨 밀정을 통해 D-엔진과 마도공학기술을 훔치는 데 성공하고, 놈들만의 기술을 연구하고 발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인류에게서 자신들의 존재를 비밀로 지키기 위해, 미고는 우월한 유전공학과 복제 기술을 사용해 그들 대신 지구를 침략하고 정복할 신종족을 창조해 내었습니다. 인류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창조되어, 거짓 기억과 사상을 주입받은 이 전투종족 '나짜디Nazzadi'는 2059년, 애쉬크로프트 재단 본부와 미스캐토닉 대학을 파괴하는 것을 시작으로 인류에게 전쟁을 선포하지요. 제 1차 마도공학 대전의 시작이었습니다.

사상 최초의 우주로부터의 침략에 경악한 지구는 곧 반격의 태세를 갖추었습니다. 그간 살벌하게 지속되고 있었던 냉전조차도 이 새로운 위협 앞에서는 완전히 종식되고, 지구는 신 지구정부 (NEG) 아래 하나로 통합되었지요. 몇 년에 걸쳐 치열한 전쟁이 이어지던 가운데, 일련의 나짜디들은 자신들의 기원과 목적에 의구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인류와의 접촉을 통해 동질감을 갖게 된 이들은 인류와 나짜디가 싸울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화평을 맺기로 뜻을 모았지요. 인류와 나짜디는 평화조약으로 전쟁을 끝내고, 더 나아가서는 동맹까지 맺게 되었습니다. 나짜디는 지구로 내려와 인류와 한데 섞여 살게 되었지요. 그리고 이들을 통해 인류는 미고의 존재와 그들의 본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 한번의 침략이 실패로 끝났다고 지구를 포기할 미고가 아니었습니다. 미고는 이번에는 직접, 자신들의 전심전력을 쏟아부어 한창 재건중인 지구를 침공했지요. 제 2차 마도공학 대전이 시작된지 불과 2년만인 2077년, 인류는 1차 대전의 나짜디 군세의 두배에 달하는 미고의 어마어마한 군세 앞에 지구의 3분의 1을 내주고야 말았습니다.

한편 시간을 조금 뒤로 돌린 2052년경, 초거대 국제기업 '크리살리스'는 고대의 마도서 '리예의 숨결Breath of R'lyeh'의 완전판을 발굴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예의 숨결을 연구한 끝에, 크리살리스는 수천년 동안 지구상에서 잊혀졌던 강력한 의식인 '변용의 의례Rite of Transfiguration'을 복원해 내었지요. D-엔진과 A-포드의 개발에 힘입어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한 애쉬크로프트 재단을 질투한 회사의 중역들은, 이 발견을 통해 다시 한번 부와 권력을 쟁취하고자 했습니다.

변용의 의례의 피험자들은 선사시대 인류를 지배한 주인들의 끔찍하고 기괴한 형상을 취할 수 있는 괴물들로 거듭났습니다. 이들은 의례의 핵심이기도 한 '도 공식'에서 따와 '도하노이드Dhohanoid'라고 불리게 되었지요.

크리살리스의 변용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자, 사신 니알랏토텝을 숭배하는 교단 '혼돈의 아이들Children of Chaos'은 이를 옛 것들이 다시 지상을 걸을 때가 마침내 도래했다고 여기고 회사 내부로 침투해 들어갔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크리살리스 전체가 그들의 손아귀로 넘어가게 되었지요. COC는 새로이 얻은 도하노이드들을 세계 각지로 풀어 옛 것들을 다시 한 번 세상에 강림시킬 고대의 비밀과 지식을 긁어모았습니다. 그리고 개중 한 무리가 북극 깊숙한 곳에 숨겨진 유적에서 테이'기 단편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지요. 크리살리스의 연구팀은 바로 단편을 해독하고 연구하는 데 착수했습니다.

단편에 기록된 것은 '잊혀진 자들Forgotten Ones', 즉 옛 것들을 몰아낸 고대신들에게로 연결되는 비밀이었습니다. 이것을 알게 된 14인의 연구진은 COC가 불러올 신세계 질서에 반기를 들고, 자신들이 그간 연구해온 모든 자료를 파기하고 도망쳤지요. 이중 단 셋만이 무사히 살아남아 단편과 함께 몸을 숨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자들을 모아 COC와 사신의 수하들에게 맞설 비밀결사, '엘드리치회Eldritch Society'를 창설했습니다.

COC의 대항할 방법을 강구하던 엘드리치회는, 테이'기 단편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변용의 의례를 개조한 '신성한 합일의 의례Rite of Sacred Union'을 도출해 내었습니다. 이 의례의 피험자들은 차원 너머의 강력한 존재와 공생관계를 맺고, 그 육신과 힘을 빌어 쓸 수 있게 되었지요. 단편에서 따와 '테이거Tager'라는 이름이 붙은 이들은 도하노이드와 COC에 맞서는 가장 강력하고 완벽한 전사들로 거듭났습니다. 테이거에 힘입어, 엘드리치회는 크리살리스, 아니 인류 사회의 뒷편 깊숙히 뿌리를 내린 COC와의 '그림자 전쟁Shadow War'에 돌입했지요.

한편, COC는 망각과 타락과 부패의 힘을 이 세상에 풀어놓을 계획을 마침내 성공시켰습니다. 고대 문서에 '렝Leng' 이라고 기록된 티벳 근처의 한 고원에서, 죽은 신 하스터의 화신이 지구에 강림한 것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형언할 수 없는 자의 성도Disciples of the Unnamable'들이 중앙아시아로 모여들었습니다. 하스터의 추종자들 중 '약탈의 폭풍Rapine Storm'이라 불리는 무리는 지구에서 인류의 자취를 모두 지워버리는 것으로 옛 것들의 도래를 예비하고자 했고, '죽음의 그림자Death Shadows'라 불리는 일파는 사회 내부로 숨어들어가 인류를 옛 것들의 종에 걸맞는 타락한 모습으로 퇴락시키고자 했지요.

COC의 계획은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심해 깊은 곳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것이 확실한 옛 것 크툴루를 찾기 위해, 이들은 다곤의 아이들과 접촉해 크툴루의 자손, 딥 원, 혼종, 사교도 등으로 이루어진 옛 '다곤 밀교Esoteric Order of Dagon'를 재건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상선들이 사라지고 바닷가 마을에서 수상쩍은 실종사건이 잦아지는 것으로 시작한 EOD의 활동은, NEG의 해저기지를 습격해서 파괴하는 것으로 그 화려한 막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류는 세 방면의 적과 맞서게 되었습니다. 북극 지방을 중심으로 밀고 내려오는 미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휩쓸고 중국과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넘보는 약탈의 폭풍, 그리고 바다와 해안선을 점거한 EOD까지요. 더 이상 인류의 적이 미고 하나뿐만이 아니게 된 이 시점부터, 제 2차 마도공학대전은 끝나고 새로운 '영겁 전쟁Aeon War'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류는 불리한 판도를 뒤집기 위한 신병기를 개발해 냅니다. 인간, 그리고 그 외 철저히 비밀에 감싸여 있는 각종 생물의 DNA로부터 복제, 제작된 생체결전병기, '앙겔Engel'이라 불리는 메크였지요. 새롭게 '태어난' 앙겔들은 의식의 동기화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회로를 머릿속에 박아넣은 파일럿과 싱크로를 이루어 전쟁의 최전선으로 내보내졌습니다. 하지만 이 강력한 병기들조차도 밀려만 가던 전세를 어느 정도 회복시켜주기만 했을 뿐, 인류가 승리하기까지는 아직 요원할 따름이었지요.

그리고 2085년 현재, 별들이 제자리를 찾는 '기이한 영겁'이 드리운 가운데, 아직까지도 인류는 생존을 걸고 끝이 보이지 않는 영겁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크툴루 vs. 애니메이션 컨셉의 RPG를 표방했지만 결국 폭망한 게임 크툴루테크의 대략적인 배경 설정입니다. 본 게임에 대한 더 자세한 리뷰는 네이버 포스트 '테이블스코프'에서 곧 읽어보실 수 있을 겁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