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갤러리에 역사 얘기는 가급적 안 하는 게 원칙이긴 한데. 마침 이집트 여성 지위 얘기가 나왔길래 옛날에 본 조금 이상한 상속사례를 얘기해봄.
이 사건은 이집트 중부의 히에라콘폴리스 근처에서 발견된 가족법률문서로 확인된 거고, 내용은 기원전 1100년대 평민 남편이 아내를 딸로 입양했던 사건이야. 엘리트 계층이 아닌 마굿간지기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지. 소위 the Adoption Papyrus라고 불리는데, 관심 있으면 나중에 기드너 논문 몇 개 찾아보셈.
한 마굿간지기가 있어. 그는 아내가 있고 둘 사이에 자식은 없었어. 남편이 여성 노예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 셋 있지만, 이들은 모친의 신분을 세습해서 상속권을 지닌 자식으로 인정 안 됐고. 따라서 부부 사이에는 가계를 이을 정식 자손이 없는 상태였음.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갑자기 몇몇 공증인을 내세워 아내를 딸로 입양한 거야. 기록된 내용에 따르면 그 이유는 명백히 상속권 때문이었음. 남편이 입양한 딸(아내)에게 모든 걸 계승했고, 딸(아내) 외에는 다른 자식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했거든.
그 이유는 안타깝게도 해당 서류에서 상속 절차에 대한 부분이 누락됐기 때문에 추측의 영역으로 남아있음. 다만 학자들은 후계가 없는 상태에서의 부부관계는 불안정했고, 남편 사후 친척들이 남편 재산의 상당부분을 상속할 가능성을 추측하더군. 실제로 해당 문서에서도 친척들의 항의가 간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하고.
이 시기 과부와 미혼 여성은 독립적으로 가계를 구성할 수 없었어. 그래서 남편이 없거나 사망했을 시에는 남성 친인척이 가장으로 있는 가계로 편입되어야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남편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제한됐던 모양이야. 오늘날에도 배우자 신분으로는 직계비·존속이 있을 경우 100% 상속을 받을 수 없잖아? 당시에는 조금 더 제한사항이 있었던 듯.
어쨌든 그렇게 남편은 아내를 자기 딸로 삼아서 법률상 직계비손으로 만들어 완전한 상속권을 부여하는 동시에 친척들의 상속권을 차단했음. 그런데 17년인가 18년인가 후에 문제가 생겨. 남편이 죽었거든. 아까 말했다시피 여성 혼자서는 가계를 구성할 수 없었고, 따라서 죽은 남편의 미망인이자 딸인 아내는 친인척 가계로 편입되어야 할 상황이었지. 그렇게 되도 아내는 독립적으로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아마 다른 가계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압박이나 침해를 받을 가능성을 원치 않았던 모양이야.
그래서 아내는 남편이 정식으로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노예가 낳은 딸을 우선 자유인으로 해방시켜. 그리고 노예 딸(이제는 자유인이 된)과 혼인하게 된 남자를 자기 아들로 입양하고, 상속권을 부여했음. 이렇게 해서 아내는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남편의 가계를 존속시킬 수 있게 됐지. 양자가 법적으로 가장이 됐으니까 말이야. 이러한 방식으로 아내는 법적으로 가장이 될 수는 없었지만, 비공식적으로는 가장이나 다름 없는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됐음.
물론 이러한 방식의 '아내 입양을 통한 상속권 부여'가 당시에 빈번하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하지만 이 사례 외에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하고, 실제로 가능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지.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상속권이 어마어마한 소수 엘리트 계층이 아니라, 일반 계층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다는 거고. 이런 걸 보면 고대 이집트에서 일반 계층의 여성이 어느 정도의 법적 권리를 지니고 있었고,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 가늠할 수 있겠지.
RPG 이야기: 세타이트 클랜의 3세대는 이집트 출신이다.
현실에서 입양한 딸이랑 결혼한 사례가 떠올라서 흠칫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네. 호적관련 시스템이 얼마나 잘 돌아갔길래......
뭐 나도 고대 이집트사 전공은 아니라 자세히는 모르겠음. 12세기 비잔티움 상속제도 찾다가 얼핏 재밌어 보이는 제목 있길래 본 거라서.
저 시절이 아마 신왕국 끝 무렵이니까 호적 관련 시스템이 잘 돌아갔어도 이상할 건 없지.
흠... 흥미로운 이야기로군요...
이런게 되는 시스템이 그 당시에도 있던게 신기하긴 하네. 역시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은 오래된 전통! 인 거라제
그 당시라고 말하는데 저거 이집트 문명이 처음 등장하고 약 20세기 뒤의 이야기....
이집트 당신은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