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거야.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정말 큰 실수가 아니라면 최소한 한두번의 기회는 더 주어지고,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자신의 잘못을 타산지석 삼아서 더 나은 사람이 되는거지. 더 이상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TR판에서 죽창맞은 사람들의 그러한 '잘못 대처법'은 참 기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부터 항상 느껴왔던 것이지.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들의 소위 '죽창 맞을 짓'은 정말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거야. 이들은 그저 자신을 받아들인 집단 안에서 정말 행복하게 플레이를 했을 뿐이고, 또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여러 이유로 그간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실현하려 애썼던 것 뿐이지. 안타깝게도 그 일들이 타인을 얼마나 피곤하게 만드는지 자각하지 못했던 것이고 말야. 그렇게 타인의 인내심을 한계까지 긁어내린 후에 터져나온 후폭풍을 맞게되는게 어찌보면 당연할 정도로.


그렇게 터져나온 후폭풍을 감당할 정도로 이들이 강인한가? 단연코 아니지. 이들은 그저 당황하고, 어떻게 대처할 줄 몰라 허우적거릴 뿐이지. 이 사람이 왜 내게 화를 내지? 어제까지 그렇게 같이 웃고 떠들던 내 '지인'이 왜 이렇게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거지?


이들이 이러한 후폭풍 앞에서 하는 일은 꽤나 천편일률적이지. 일단 자신에게 화난 이 앞에 엎드려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 -도게자- 뿐이야.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고, 무엇이 상대방을 화나게 만들었는지는 부차적인 것이고, 일단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과 분노를 회피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것이기 때문이야. 그런 무서운 감정의 덩어리 앞에서, TR하는 우리같은 소심한 사람들이 어떻게 맞서?


물론 이러한 대처가 나쁜 방법은 아니지. 분노에 휩싸여 날뛰는 상대방에게 이성적으로 문제를 설명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고, 그 분노를 가라앉혀 이성적인 대화를 할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일 때도 많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그 이후의 대처법이야. 일단 상대방의 분노를 가라앉히는데 성공한다면, 그것으로 모든 문제가 끝난 것으로 착각하는거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모르겠고, 자신이 잘못을 했다는 자각 자체가 없을 때도 부지기수이니, 일단 눈앞의 문제가 해결되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거야.


뭐 조금 더 성실한 사람은 장문의 사과문을 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간 봐온 사과문들은 자신이 어떤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이 누구에게 어떻게 피해를 주었으며, 그 피해를 수습하기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는 글은 아니었어. 보통 '일단' 잘못했고, '어쨌든' 상대방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것에 대해 '자존심을 내려놓고' 사과하겠다는 기이한 글들 뿐이었지. 이런 글들이 문제를 해결해주냐고? 아니 절대 아니지. 이런 글들은 그저 앞에 언급했던 '도게자'의 텍스트 버전일 뿐이고, 읽는 이의 분노를 잠시 누그러뜨리는 것에 주 목적을 둔 글일 뿐인데.


어쨌든 이런 일이 반복되면 한두명씩 떠나가지. 그렇게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나면 그제서야 조금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보겠지만, 그때는 안타깝지만 너무 늦었을 때지.


혹시라도 볼지 모르는 옛 죽창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정말 무엇을 잘못했는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자신이 정말로 어떤 잘못을 했고, 그 잘못을 어떻게 낱낱히 밝혔고,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 사후 처리를 해줬나에 대해서 말야.


이건 정말 누군가를 비방하기 위해서 쓰는 글이 아냐. 그냥, 우리같은 TR인들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좀 더 직접적으로 맞서는 것이 더 나은 사람이 되지 않겠냐하는 뜻에서 쓰는 똥글일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