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디션북: 유타나토스 권두소설
칼리 유가 5102년, 4월 7일: 킬러의 나들이
내일은 노스 쇼어North Shore로 사냥을
나선다. 트루스Truce 선배는 마음가짐이 흐뜨러진다며 내가 살인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을 반기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도 선배가 그
커다란 갈색 눈으로 내 머릿속을 읽으려 하고 있지 않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죄책감 같은 건 없음다. 이번 사냥감은 연쇄강간마 아님까, 네?" 내가 숫돌에 나이프를 갈면서 말했다
"그는 우리 목표Target다, 이블린Evelyn. 어린아이들을 강간하지. 비디오로 찍어 팔기도 하고. 바로 그걸로 꼬리를 잡은 거다만. 여하튼, 잠깐 나가서 걷도록 하자. 저 숲을 좀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다."
"선배가 그렇게 자연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음다?"
"자연? 그냥 저 안이면 조용해서일 뿐이다.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장소라서지.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서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안 보이지 말임다."
" 바로 그거다."
내가 감내할 수 있는 장소라서지. 나는 제일 처음으로 받았던 가르침을 떠올렸다. 살인의 오탁이 마음속을 좀먹어오기 시작하면, 세상의 악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조용한 곳으로 찾아가야 한다던 말을.
"제일
중요한 건," 버스요금을 내기 위해 긁은 복권의 당첨금을 받으면서 선배가 말했다. "뭐라도 좋으니 오탁을 뿌리칠 수 있을 방법을
찾는 거다. 그게 원나잇 섹스든, 행글라이딩이든, 얼굴이 시퍼렇게 질릴 때까지 만트라를 중얼거리는 것이든 아무 상관없어. 그런
사소한 일에서 오는 반향repercussion은 얼마든지 고칠 수 있으니까." 선배는 생각에 잠긴 채 눈쌀을 찌푸렸다. "하지만
아트만Atman에 독이 스며들면, 조르Jhor에 사로잡히면.... 그때는 결코 되돌릴 수 없어."
그래서 감내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죽음의 오탁이 쫒아올 수 없는 장소로 가야 한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쓰레기더미를 헤치며 한시간 가량을 걸었다. 나는 빈 맥주병과 깨진 유리병을 길가로 차냈다. 다쓴 주삿바늘이 음산한 비명을 지르며
발밑에서 으스러졌다. 이삼일 전 사람을 죽인 물건이었다. 트루스가 곰이 남긴 흔적을 가르켰고, 나는 .44 매그넘을 장전했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사는 곰은 먹을 것을 가진 인간을 쫒기 마련이었다. 반쯤 먹다남긴 샌드위치나 초코바 껍데기를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곰에게 통째로 간식거리로 먹히기 십상이었다.
썩어가는 타이어 더미를 뒤로하고 능선을 건너자, 바람에 물결치듯 흔들리는 에메랄드빛 풀밭이 눈앞에 펼쳐졌다. 수풀의 파도 사이로 단단히 뿌리박고 선 늙은 삼나무 두 그루를 보며, 나는 기지旣知와 미지未知를,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두 개의 거대한 기둥을 떠올렸다.
나무등걸에 기대앉으며 자세를 고치는 트루스의 위로 한 줄기 햇빛이 내리쬐었다. 신의 숨결을 호흡하는 그의 주위를 황금 빛줄기가 둘러싸고 빛나고 있었다.
다음
순간, 뿌리가 새까맣게 물들어버린 나무 전체가 요동치더니, 선배를 에워싼 녹색 물결이 삽시간에 검게
시들었다. 트루스가 눈을 열었고, 나는 통감했다. 선배는 내게 오염을 뿌리칠 장소를 찾으라는 개소리를 박아넣으려 했지만, 이제
파멸을 피할 장소는 여기, 칼리Kali의 땅 위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칼리 유가 5102년, 4월 8일: 몸통에 두방, 머리에 한방
찰칵, 찰칵. 카락.
"그래, 그렇게 하는 거다. 이제 총알을 집어넣어."
"선배, 저는 총은 잘 못 쏨다."
"그래서 이런 수면자Sleeper를 상대로 실력을 키우라는 거다." 우리는 서둘러 문가로 다가갔다. 내 한 손에는 나이프가, 다른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그놈은 아담한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서늘하면서도 축축한 바람이 나무 사이로 불어와 달빛에 엷게 반짝이는 솔잎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저 멀리서 바다가 나직하게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조용히 셋을 세고는 문을 걷어찼다. 거실로 달려가자 TV 앞에서 코를 골며 곯아떨어진 남자를 찾을 수 있었다. 트루스가 권총
손잡이로 남자의 뺨을 내리찍었다. 사냥감이 (실례, 우리 목표가) 느닷없는 고통에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일어나,
씨발새꺄!" 내가 이런 말을 내뱉고 있다는 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방금 내가 그 개자식의 무릎에 부츠 뒤축을 내리꽂았다는
것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놈은 소파에서 굴러떨어져 바닥에 무릎을 박은 채 몸을 웅크린 채, 피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더듬더듬 말을 내뱉었다. "누... 누구십니까, 제발, 돈이라면 부엌에 있어요. 부엌에 가보시면 갈색 상자가 있을
겁니다. 다 가져가요. 제발 목숨만은...."
"짐 훌Jim Houle, 너는 상습적인 아동 성폭행범이다. 너는 개과改過도, 천선遷善도 불가능한 자다." 트루스가 냉엄하게 선고했다. 내가 다시 한 번 훌을 걷어차자 그의 입에서 선배의 차분한 목소리와는 정반대로 째질 듯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다른
전통회Traditions에선 우리가 얼음처럼 차가운 프로 살인자라고, 우리가 무감정하게 폭력을 휘둘러 사적인 사형판결을
집행한다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우리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우리 중 하나가 되려면 좋은 죽음Good Death을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믿고 있어야만 한다. 죽음을 집행하는 데 있어 객관적이 되어야 한다고? 사기치지 말라고 해라. 우리가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것 같나? 사람은 능숙하면서도 열정적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부인하는 건 조르가 파고들어올 틈을 넓혀줄 뿐이다. 최소한 내 생각에는.
"아, 아냐! 저, 저는 아닙니다. 제가 안 그랬다고요! 제발...." 무릎꿇고 앉아서 손을 모아 비비는 그놈의 모습이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진짜로 기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우리는 널 죽일 거다, 짐. 죽음이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 죽음 또한 고통스러울 거다. 이 고통을 기억하도록 해라. 너는 다시 한번 태어날 테니까."
나는 나이프를 들이대며 그놈을 일으킨 다음, 밧줄을 꺼내 니스칠된 소나무 기둥에 단단히 옭아맸다.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네가 왜 죽었는지를 기억해라. 우리가 네게 새 삶을 - 새 기회를 주겠다."
젠장할. 지하실 계단을 밟으며 뛰어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트루스에게 훌을 맡기고, 나는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몸을 날렸다.
잠시
후 문이 열렸다. 탁한 푸른색 목욕가운을 입은 여자가 몸을 내밀었다. "여보? 3번 애가 계속 몸을 긁어대요." 바로 옆에 몸을
숨긴 나를 눈치채지 못한 채 여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대답없는 남편을 찾았다. 나는 여자의 갈색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다.
"씨발 뭡니까 이게? 저새끼가 결혼했었다고요?" 여자를 단단히 붙잡고 거실로 끌고 오면서 내가 말했다. 나는 여자를 바닥으로 내던지고는, 그 위에 올라앉아 테이프로 손목을 묶었다.
"그런것 같다."
"선배는 어떻게 이 중요한 걸 알아보는 걸 빼먹은 검까? 아, 씨발,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그 여자부터 뒤집어 봐."
당연하게도
짐 훌은 목청이 터져라 고래고래 비명을 질러댔다. 목표가 기절한 상태에서는 좋은 죽음Good Death를 적절히 내릴 수
없었기에, 나는 그놈에게 총구를 들이댄 채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가져다 대는 걸로 위협을 그쳤다. 그 사이 트루스는 여자의 영혼을
샅샅이 흝으며 아직 그 안에 한 조각의 양심이라도 남아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선배는 그 커다란 갈색 눈으로 여자의 눈을
마주보고는 산스크리트Sanskrit를 읊조렸다. 그때에서야 훌이 마침내 입을 닥쳤다. 고요한 한순간이 지나가고, 선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가망이 있어. 죽는 게 두려워서 그자를 도왔을 뿐이다. 게다가, 아직 지하실에 아이 셋이 붙잡혀 있군." 선배는
날카로운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자의 촬영장에 말이야."
선배는 목에 감고 있던 붉은 루말rumal 천을 풀고
여자의 목에 갖다대었다. 여자는 바로 의식을 잃었다. "나는 아이들을 구하러 가겠다. 아이들의 고통을 달래려면 내
비술siddhi이 필요할 테니까. 네가 훌을 끝내라." 말을 마치고 그는 곧바로 지하실로 향했다. 아래로 내려가기 전 선배가 살짝
스치고 지나간 자주달개비 이파리가 선배의 발소리가 멈출 때 즈음에는 벌써 갈색으로 시들어 있었다.
나는 다시 짐 훌을 돌아보았다.
"너는 공空으로 돌아갈 거다. 너는 새로운 삶을, 새로운 기회를 받는 거다. 이번 삶에서의 악을 다음으로까지 가져가지 마라. 이번 죽음을 다음 삶에서의 마음에 새겨놓아라. 오늘의 죽음을 네 불멸의 영혼에 있어 교훈으로 삼아라."
"저, 정말 죄송합니다, 제발 한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뼈, 뼛속 깊히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가 말했다.
"반성 안 하잖아."
탕, 탕.
탕.
칼리 유가 5102년, 4월 9일: 단란한 우리 가족
버톤Burton
가족을 소개합니다! 저기 뒷좌석에 앉아있는 게 꼬마 레오, 테레즈, 그리고 죠니고, 그 앞이 트루스와 이블린 부부죠, 그리고
저기 계신 분이 재닌 이모시네요. 낚시 때문에 너무 피곤하신가 봐요! 그래도 추억에 남을 멋진 여행을 나온 가족같지 않나요?
젠장,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지어낼 수 있었던 변명이라곤 이것밖에 없었다고는 해도 이건 믿는 놈이 바보일 수준이다. 아이들이 닮은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는데다가, 내가 이 아이들 엄마려면 아마 열다섯살때부터 애를 낳고 있었어야 했을 테니까. 누가
물어보기라도 하면 애들 처지가 너무 가슴이 아파서 입양했다고 하는 수밖에 없겠다. 어떤 의미로는 그게 사실이기도 하니까.
진짜
버톤 가족은 평소에 자연보호 같은 걸 생각하지도 않고 살았다는 죄책감을 이런데 와서 고래나 구경하면서 덜려던 여피족이지 않을까
싶다. 트루스가 다른 "가족구성원"을 준비시키는 동안 내가 이 지프를 뽀렸다. 경찰이 신고를 받고 차를 추적하려면 한참 걸리게끔
차에 주술Jinx을 걸어놓긴 했지만, 언제 어디서 주의깊은 수면자Sleeper가 환술을 꿰뚫어봐서 일을 잡치게 될 지 모르므로
충분히 조심해야만 했다.
다행히도 모텔 데스크에 앉아 반쯤 졸고 있던 알바생은 이쪽을 한번 쳐다보지도 않고 방을 내주었다.
우리는 열쇠를 받고 복도를 따라 걸어가 작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노란 방에는 침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침대
하나에 앉혔고, 트루스가 재닌 훌Janine Houle을 다른 침대로 옮겼다.
꼬마 레오는 여덟 살이다. 내가 손목에 붕대를 새로 감아주는 동안, 방 안을 두리번거리던 레오가 재닌을 보더니 숨을 가쁘게 내쉬며 담요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선배? 주문invocations의 효력이 약해지고 있음다. 다시 한번 걸어야겠어요."
트루스가 핸드폰을 탁 닫았다. "밴쿠버 쪽 성가대Choristers에서는 아무도 연락을 안 받는군."
"메세지라도 남겨 두시지 그러셨음까?" 이제 테레즈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깊은 감정이 눈물과 함께 흘러나왔다.
"뭐라고
하라고? '안녕하십니까, 저희가 지금 정신조작과 운수조작을 써가면서 아동성추행범과 피해아동들을 안전한 곳까지 아주 행진을
시키면서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시민회관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브. 내
염병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란 말이다."
"진정하세요! 그렇게 잡아먹을 듯이 말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슴까." 더 말을 이으려 했지만 이제 죠니까지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이들 전부가 몸을 웅크리고 울고 있었다.
나는 무안해져서 눈을 내리깔았다. "아, 젠장.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시간만 낭비되는 것 같슴다."
"괜찮아." 트루스가 호주머니에서 정사각형 모양으로 짜인 천을 꺼냈다. 선배가 마나스Manas를 다룰 때 사용하는 얀트라Yantra였다. "나가서 복권이라도 몇 개 긁어. 그걸로 새옷하고 먹을 것 좀 사와다오."
재닌이 몸을 둥글게 말고 아이들로부터 몸을 돌렸다. 트루스는 그걸 좌시하고 있지 않았다. 선배가 팔을 뻗어 재닌의 턱을 붙잡고는 그녀의 머리를 아이들이 울고 있는 쪽으로 거칠게 비틀었다.
방문을 나서는 내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이 우는 것을 똑똑히 보아라. 저 아이들이 이렇게 된 것에는 네 책임도 있다는 걸 기억해라. 네가 지금 아이들과 함께 고통받지 않으면, 너는 결코 치유되지 못한다."
목소리를 뒤로 하고 걸어가면서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수레바퀴 그 자체처럼, 유타나토이Euthanatoi 또한 쉽게 용서하지 않는다.
업과業果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복권.... 시벌탱 존나 부럽네...
소설추
이거 왜 안올라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