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적인 사람들을 위한 만찬. A가 첫 운을 띄웠을때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돈과 시간은 썩어넘쳤고 서로는 너무 심심했으니까.

그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만찬을 즐겼다. 처음에는 그저 비싸고 희귀한 요리들이었지만, 이윽고 홀아비가 더 고약한 포르노그라피에 탐닉하듯이 그 수준이 올라갔다. 그리고 오늘 나온 요리는 잘 튀겨진 손가락이었다.

인육은 꽤나 빨리 입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그들은 그저 성미 고약한 부자들이지 범죄자들이 아니었고, 사람을 죽여가며 이 만찬을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었다. 그때 B가 운을 뗐다. 각자의 비용을 부담하여 서로 돌아가며 클론을 만들어내자고. 한끼 식사를 위한 천문학적인 비용이라는 것은 이 고약한 성미의 부자들에게 딱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그저 허벅지 같은 부위정도였다. 하지만 각자가 서로의 고고한 취향을 뽐내면서 그 부위는 점점 늘어났고 그 비용도 늘어났다. 어느새 자신 전체가 메뉴에 올라오고, 만찬은 그야말로 발끝부터 머리까지 모두 즐기는 코스요리가 되었다.

오늘의 호스트인 C는 자신의 손가락 튀김을 먹으며 기묘한 흥분상태에 도달했다. 지금까지 친우들의 살을 먹어왔지만, 자신의 살을 먹어본적은 없었다. 진한 향수와 향 냄새 속에서 반쯤 취한체로 한 손을 다 먹어치운 그는 순간 구역질을 느꼈다. 다음 요리는 메인 디시인데 이런 속으로는 먹기 곤란했다. 동료들의 가벼운 야유를 들으며, 그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옮겨 화장실로 향했다.

한껏 속을 게워낸 그는 세수를 하고 눈을 비볐다. 거울을 보며 습관처럼 얼굴 곳곳을 주물럭거리던 그의 눈에 무언가 들어왔다. 줄무늬. 순간 술이 깨고 정신이 확 돌아왔다. 그는 숨을 멈추고 천천히 자신의 눈밑살을 당겼다. 분명 가느다란 실핏줄이 있어야할 곳에 바코드가 있었다. 그는 일단 화장실 문을 잠궜다.

화장실 욕조 속에 무너지듯 앉아있는 그의 귀에 호탕하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있건 없건 만찬은 계속되고 있었다. 흔들리는 정신은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오고 머릿속에는 만상이 교차했다. 실수로 원본이 요리된건가? 순간 욕지기가 올라왔다. 한참을 속을 억누르던 그의 머리속에 한가지가 떠올랐다. 클론에 인권따위는 없다.

그가 만약 클론인게 들통나면 모든게 끝이었다. 그는 처분되고(아마 먹히겠지) 그의 자산(원본의 자산?)은 그의 친우들이 처분해버릴것이다. 숨겨야한다. 어차피 남의 눈을 들쑤셔 볼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요리가 원본인 것을 숨기면 된다. 다음 메인디시의 눈. 그걸 먹어치우면 되겠지. 그는 비틀거리는 몸을 추스린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회장으로 향했다.

그는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 사이를 지나 테이블 한 가운데에 앉았다. 늑대의 탈을 쓴 양은 누구보다도 대담해야했다. 친구였던 늑대들이 사실을 알게된다면 그들은 그를 갈기갈기 찢어 먹어버릴 것이었다. 식품적으로던 경제적으로던 말이다. 그는 태연하게 식사를 이어나갔고 이윽고 메인디시가 그의 앞에 놓여졌다.

얼이빠진 표정을 한 상태로 두개골이 열린 머리가 접시에 담겨져 있었다. 오른쪽 눈, 그는 지체없이 스푼을 뻗어 눈 밑에 수셔박았다. 불쾌한 소리와 함께 눈알이 살짝 굴러가고 그의 눈에는 또다른 바코드가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언제 부터 바뀐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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