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dion님이 2004년 쯤에 썼던 글의 일부인데, 우연히 발견해서 여기에 공유해봄


원문 링크 : https://blog.naver.com/zerdion/60004414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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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RPG인의 구성을 정리해보자.

 여기서 D&D라는 문구를 '던월'이나 'COC'로 치환하면 작금의 주류 RPG계에 흔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도 깊게 관련이 있는 것 같아서 뭔가 소름이 끼치는듯. 

이전 "한국 RPG계 간략사"에서 이미 밝힌바 있듯, 한국의 RPG인은 이미 심각한 계층화가 이루어진 상태이다. 그들은 아래와 같은 분포를 보이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고극단(High-End) 계층으로서 "예전부터 RPG를 해왔으며, 지금 매우 다양한 RPG를 하고 있고, 게임을 찾아서 할 의지가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로, 비교적 자유로이 영어를 읽을 수 있으며 폐쇄적인 그룹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RPG계의 흥망과 무관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자기들 외에 다른 모든 사람이 RPG를 하지 않는대도, 자신들이 재미있는 한 계속 RPG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 대다수는 이미 예전과 같은 확산시키고자 하는 열정을 갖고 있지 않다. 아마 현재 전체 RPG인구의 1% 전후를 차지할 것으로 사료된다.

 

그 바로 아래 계층으로 "도입기 초반에 RPG를 시작했고, 현재 다양한 RPG를 해봤으며, 확산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이들 역시 고극단 계층에 매우 가까운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서울이 아니라면 대도시권에 대부분 위치한다. 이들 역시 비교적 자유로이 영어를 사용할 수 있으나, 고극단 계층과의 게임에 있어서 어떤 한계를 느끼며, 자신이 배웠던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현재 대부분 대학교 고학년이거나 취직을 이룬 상태이며, 생활의 어려움과 현실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고극단 계층으로 전입하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역시 전체 RPG 인구의 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사료된다.

 

세번째 계층으로 "도입기 중후반에 RPG를 시작했고, 더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기회가 없어서 실망중인 계층"이 존재한다. 이들은 이미 상당히 많은 컴퓨터 및 컨슈머 RPG를 해본 경험이 있고, 판타지 소설도 많이 읽어본 편이다. RPG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이미 한글판 D&D 정도는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발전하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찾아보고는 있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안되는 경우가 많다. 지방 중소도시 및 중고등학교에 특히 많이 분포되어 있는 계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나이가 들면서 서울등 게임을 접하기 쉬운 환경으로 이동하여 상반 계층으로 올라가는 경우와, 그렇지 못해서 저극단 계층으로 내려가는 등의 변화를 일으킨다.

 

그 아래 계층으로 저극단(Low End) 계층이 존재한다. 이 저극단 계층의 근본적인 특징은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D&D, 혹은 그와 유사한 OR)에 안주하며, 그 이상 다른 것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그것마저도 지겨워한다. 어슷비슷한 내용과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저급한 환타지 소설을 쓰려는 경우까지도 존재한다. 대부분 이 저극단 계층은 자기 만족에 빠져서 계속 게임을 하는 쪽과, 질려서 그만두는 쪽으로 갈린다.

 

이렇게 4개 계층으로 나뉘어진 한국 RPG인의 구성은 일부의 이동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양극단화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제2, 혹은 제3 계층의 플레이어가 새로운 게임을 접하게 될 경우 익숙해지지 못하고 곧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는 부분에서 그 문제는 증명되는 것이다. 이는 고극단 계층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역사가 결국 그 대에서 끊겨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원활한 상하의 이동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저극단 계층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이 오게 될 것이며, 그러한 변화는 결과적으로 한국의 RPG계를 고사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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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을 때는 그냥 별 생각 없이 읽었던 글이었는데, 다시 읽어보니까 작금의 주류 RPG계에 흔히 나타나고 있는 현상과도 깊게 관련이 있는 것 같음.

특히 아래의 D&D라는 문구를 '던월'이나 'COC'로 치환하면 정확히 지금 RPG판에 일어나고 있는 현상인듯.


'이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D&D, 혹은 그와 유사한 OR)에 안주하며, 그 이상 다른 것을 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거나 그것마저도 지겨워한다. 어슷비슷한 내용과 시나리오를 반복하며, 저급한 환타지 소설을 쓰려는 경우까지도 존재한다. 대부분 이 저극단 계층은 자기 만족에 빠져서 계속 게임을 하는 쪽과, 질려서 그만두는 쪽으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