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아니오다. 던전 크롤링이라고 하면 어두컴컴한 던전 내부에서 어딘가에 도사릴지 모르는 함정을 해체하거나,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상대로 접전을 벌이는 것이 생각날 것이다. 폐쇄된 공간. 그리고 위험이 가득한 던전이라는 공간인만큼 플레이어들은 신중할 수 밖에 없어지고, 던전을 돌파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세션의 목표 또한 던전을 돌파하는 것으로 확정된다. 그렇다면 이런 던전 크롤링의 어디에 스토리가 있는 것일까?
1. 던전으로 가기 전.
던전은 어두컴컴한 동굴이 될 수도, 미치광이 마법사의 연구실일 수도, 이교도들의 신전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던전에 가기 전 던전에 갈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플레이어 모두가 살육에 굶주리거나 던전 내에 잠들어 있는 보물의 눈이 멀지않는 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던전에 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홉고블린의 소굴에 드워프가 납치 당한 것을 일행이 알게 되고 이를 구하러 가기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를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스토리는 나온다.
2. 던전의 컨셉.
마스터가 플레이어들을 증오하다 못해 죽여버리고 싶은 악독하기 그지없는 마스터가 아니라면 최소한 위에서 말했던 던전의 컨셉과 맞게 던전을 만들고, 몬스터를 배치할 것이다. 마스터가 분명 홉고블린의 소굴이라고 했는데 갑자기 PPAP를 추면서 홉고블린과 관계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드로우가 나온다면? 그것은 왠만한 이유가 없는 한 던전의 컨셉 자체가 흐려지고, 플레이어들의 빌드를 시험하게 되는 주사위 굴리는 게임이 될 확률이 높다.
3. 던전에서의 떡밥.
위에서 말한 PPAP 드로우가 그럴싸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드로우는 사실 홉고블린들과 긴밀하게 모종의 협약관계를 맺고 있고, 이번에도 이때문에 홉고블린의 소굴에 들렸다는 식이다. 이런 떡밥은 던전 크롤링 세션을 던전 돌파를 했으니 끝. 이라고 할 수 있는 던전 크롤링 세션에서 드로우가 홉고블린들과 협약관계가 있다고? 도대체 뭔 관계일까? 다음에는 드로우들과 맞서싸우기 위해 언더다크로 가는 것일까? 하는 식으로 향후 전개를 기대하게 하는 식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던전 크롤링은 폐쇄된 공간과 위험천만한 공간이라는 특징상 RP를 할 거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주사위만 줄창 굴리기에 스토리가 없거나 스토리의 진전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위에서 보다시피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부족할 뿐이지.
당위성 챙기고 다음 세션 몹 미리 출연시키는 것도 서사라고 보는 거야....? 그것도 안 하려고?
아니... 그냥 던전 크롤링이 줄창 던전만 깨는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었음.
세계수의미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