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관, 뭐해?”
지속된 감시업무로 인해 지겨워진것인지 지휘통제실에 앉아 있는 정우재 감독관에게 다가오는 유키. 그녀의 한국어는 유창하다못해 한국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믿을 지경이다. 그것은 감독관의 일본어도 마찬가지지만. 두 사람은 계급에 상관 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하는 동료이자 친구 사이기도 했다. 묘하게 들떠있는 것 같은 그녀의 시선에 감독관이 계산 중인 데이터가 들어온다.
“뭐야, 통상감시망을 보강이라도 하게?”
“아니. 그 반대지.”
정우재의 손이 빠르게 콘솔 위를 달린다. 그는 신디케이트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정도의 기술적 노하우를 지니고 있었다. “21세기의 모든 회사는 단지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기업이 되어야 한다”라는 그의 지론에 걸맞게 그는 기업금융이나 회계 보다는 이런쪽에 훨씬 더 능통했다. 콘솔에 순식간에 통상감시망에 들어오지 않는 영역과 들어오는 영역이 구분된 모습의 지도가 다시 그려진다.
“아무래도 이 도시에 변절자가 있는 모양인데. 감시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가 않을텐데 말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뱀파이어, 그리고 그녀를 돕는 누군가는 확실히 감시망을 피해 숨는 재주Cloaking이 있었다.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이건 계몽된 프로시져에 준하는 일인데말야.”
“아니면 현실교란자일수도 있지?”
“그래.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래서, 감시망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만 체크해서 이동 경로를 예상해보려는거지?”
“잘 아네.”
만약 대상이 통상감시망에 잡히지 않았자면 그 이동 범위를 감시망에서 벗어난 부분에만 한정해볼 수 있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거의 전역이 감시범위에 들어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범위는 놀라울정도로 적다. 아무리 적이 통상감시망을 벗어나는 술책Magic을 쓰더라도,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에서부터 시작해 감시망 외부의 범위를 그려보면Countermagic, 이동하는 경로는 뻔하다.
“잠깐 기다려봐.”
유키가 손등 위의 포트를 연다. 겉으로는 보통의 사람이지만 그녀는 사실상 기계나 다름 없는 이터레이션 X의 현장요원이다. 포트에서 케이블을 뽑아내 콘솔에 연결하는 그녀. 즉시 그녀의 의안에 정우재의 추적 알고리즘이 스크롤 되기 시작한다.
“에이, 진짜. 감독관, 아무리 최신식 콘솔이라고 해도 무차별 대입은 너무하지 않아?”
“글쎄다. 난 수학에는 약해서.”
어깨를 으쓱하는 감독관. 그에게 핀잔을 주듯 유키가 스크린의 이곳 저곳을 짚는다.
“여기랑 여기 놓쳤어. 수정해 줘?”
“Ok.”
즉시 그의 알고리즘이 최적화된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예상 위치를 계산하기 시작하는 알고리즘. 이내 정확한 범위가 도출된다. 그다지 넓지 않은 범위다. 여차하면 하이퍼테크 디바이스로 모조리 뒤져볼수도 있을 정도의 범위다.
“여기랑 여기만 봉쇄하면 되겠네. 나머지는 나오자마자 감시망에 걸려들테니까.”
그가 즉시 전술창을 띄워 휘하병력에게 감시 포인트를 설치하도록 지시한다. 그 뱀파이어가 평생 손바닥만한 땅에 살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걸려들 것이다.
“잘건 아니죠?”
“당연히 아니죠.”
민려가 고개를 젓는다. 그녀는 상처 위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피가 흘러나오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보통의 상처와는 달리 상당히 천천히 회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노린 특수탄이기도 했지만. 그녀에게는 하은의 옷이 맞지 않았기 때문에 배스타월로 몸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방 한구석에 앉아 한쪽 무릎을 감싸안은 자세로 묻는다.
“그런데 집에서 병원이라도 하나요? 이런 붕대를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은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하은이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잘 준비를 마친채 침대에 앉는다.
“아까는 미안했어요.”
“괜찮아요.”
소유욕으로 인해 희석된 연심, 이라고 해야할까. 괴물로 살다보면 인간적인 감정을 점점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연심은 소유욕구, 더 나아가 식욕에 가까운 무언가로 변질되고, 자비심은 서서히 자기정당화를 위한 거짓말로 변한다. 민려는 그 중간의 어딘가에 있었다. 굳이 따지자면, 중간점을 넘은 거겠지.
“이해가 힘들 것 같아서 다시 얘기해주는건데, 전 당신이 알던 노하은이 아니라 그 백업 같은거에요.”
“...당신들, 그런것도 하나요?”
“흔하죠.”
“그럼 전 어떻게 기억하는 거에요?”
“기억 자체는 그대로에요. 전부는 아니지만.”
민려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어디부터 받아들여야할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기가 알고 있었던 사람이 눈 앞에 그대로 있는데도 죽었다는 것이 너무나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죽였다는거, 정말인가요?”
“네.”
“왜죠?”
“...”
하은이 대답 대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서는 눈을 감는다. 사실 하은 본인도 그 질문에 정확히 대답할 수가 없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자신이 이길 확률은 높지 않았다. 오리지널은 당장은 태스크포스를 피해 달아날 수 있었겠지만 언젠가는 유니언에 의해 죽임당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리지널과 대적했다.
“서로의 생각을 용납할 수 없어서요.”
“거짓말.”
민려가 그녀의 말이 거짓임을 말투만으로도 알아차린다. 하은이 한숨을 쉬며 약간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오리지널의 자리를, 제가 차지하고 싶어서 그랬나보죠.”
하은이 그렇게 대답하고는 돌아눕는다. 민려가 그녀에게 왜 자신을 도와줬는지 물으려하지만 그만두고 만다. 어떻게 해도,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올 것 같지는 않아서다.
“아직도 안나왔다 그거지.”
정우재가 약간 짜증섞인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가 타이머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때를 대비해서 보험을 들어둔게 아니겠는가?
그가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내려다본다. 이제 슬슬 쥐새끼같은 흡혈귀의 몸을 관통한 특수탄이 남긴 나노머신이 소멸할 때가 되었다. 나노머신이 소멸하면서 신체 조직에 다시 한번 큰 상처를 남길 것이고, 그렇게 되면 놈은 아마도 괴물이 되어 날뛰게 될 것이다.
15:02
15:01
15:00
14:59
타이머가 점점 줄어간다. 그가 손목시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카운터가 0을 가리키기를 기다린다.
민려의 시선이 자고 있는 하은에게 고정된다.
그녀는 아름답다.
철저하게 단련된 육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녀의 삶의 방식이 맘에 들었다. 자신과는 다르다. 그녀가 먼 옛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깨어난 자Mage 였던 시절의 그녀를. 그녀의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마법과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홀리다시피했고, 그녀의 노래와 그림은 마치 신화에 나오는 마녀의 것처럼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열광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죽어버린채로 영혼이 썩어가는 뱀파이어들에게서조차 살았을 적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 힘을 너무 남용했다.
목적 없는 도취.
그리고 그 시기의 모든 초자연체들, 정확히는 스스로의 분수를 몰랐던 초자연체들처럼, 사냥당했다. 그리고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서 뱀파이어가 되어 삶을 연장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법은, 말 그대로 죽어버렸다. 지금의 그녀는, 옛적의 껍데기 정도일 것이다. 깨어나지 않았을 때의 예술적 재능은 그대로였지만 뱀파이어가 된 그녀가 만들어 낸 그 어떤 예술작품도 한 때 그녀가 다루던 매혹적인 예술Magic과 비교하면 엉터리일 뿐이었다.
그렇게 길을 잃어버린 그녀. 원래의 그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사냥꾼이 되어, 과거에서 도피하기 위해 몰두해 왔다. 그 말로가 바로 이런 모습인 것이다.
하은은 그때의 그녀와는 정 반대다.
도취가 아닌 목적.
마치 날카롭게 벼려진 무기와 같은 모습. 그 날카로움은 이미 아름다움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었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랬기에 그때 그녀를 도와준 것이겠지. 그녀를 비웃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
민려가 배를 움켜쥔다. 갑작스런 고통.
마치 몸이 안쪽에서부터 불타는 것 같다. 총알이 관통한 상처에서부터 몸을 갈기갈기 찢는 듯한 고통이 느껴진다. 고통에 인간보다 훨씬 강한 뱀파이어도 견딜 수 없는 종류의 고통. 이대로 있으면 몸이 찢겨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좀 더 본능적인 수준의 감정. 단지 감각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몸 속에서 무언가가 자신의 몸을 침식 해 나가고 있었다.
“으…”
고통, 갈증, 무슨 일이 일어나는거지, 라는 공포. 뱀파이어의 야수성이 폭주하도록 유도하는 악취미의 무기. 민려가 스스로의 몸을 감싼다.
마치 몸 안쪽에서부터 불타는 것 같다. 신음조차 제대로 낼 수가 없다.
아프다.
이 정도의 고통이 있다는 것을 느껴본지는 너무, 너무나도 오래되었다.
아파.
아니, 아픈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목이 마르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하은을 향한다.
아름답다.
정말로, 아름답다.
정말로
아 름
-다
워서- 아 ㄹ-
너무나 아름다워서, 그녀의 생명을 모조리 먹어치워버리고 싶다.
피 한방울 남기지 않고, 만약 영혼이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마저도.
“!!”
민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몸을 일으킨다. 안 돼, 안된다. 그래서는 안 돼. 다른 사람이면 몰라. 그래서는-
왜 그래? 별거 아니잖아. 전부 먹어버리자고.
안돼, 싫어. 안돼. 안된다고.
민려가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옷걸이에 걸려있는 자신의 옷을 잡아 당기다시피 해서 빼낸다. 어떻게 입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가 거리로 뛰쳐나온다. 달빛 하나 없는 캄캄한 밤. 그녀가 미친듯이 거리를 달린다. 허기짐, 갈증, 살의, 고통, 생존에 대한 갈망, 그 모든 것이 섞여 그녀를 폭주로 몰아넣는다. 만약 행인이 있었다면 지금 당장 덮쳤을 것이다.
아파.
아프다고.
불타는 것 같아.
그녀가 스스로의 고통을 되뇐다. 아주 서서히 가라앉고는 있었지만 도저히 제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정도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아직도 거리를 헤매는 그녀. 만약 그녀가 제정신이었다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으리라. 아무리 새벽이라지만 행인이 단 한명도 없는 도로. 심지어 차조차 지나지 않는다. 모든 불이 꺼져있고, 도시는 쥐죽은듯이 조용하다.
그녀를 향해 다가오는 일련의 차량들을 제외하고는.
“...!”
살짝 가라앉은 고통. 간신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앞길을 갑자기 검은색의 차량이 막아선다. 그 차량에서 열명은 족히 되는 듯한 경찰특공대 복장의 요원들이 내린다. 예전의 AP-5 아말감과 달리, 이들은 모두 클론 대원들이다. 그녀가 돌아서지만 역시 뒤쪽도 비슷한 차량에 의해 막힌다. 그들의 무기가 전부 민려를 조준한다.
“참 애먹이네, 모기 새끼가 말이야.”
신디케이트의 주요 인원에게 제공되는, 계몽 과학 그 자체로 가득찬 방탄 차량인 팔라딘Paladin에서 정우재 감독관이 내린다. 그의 뒤를 따르는 유키. 마치 짐승처럼 배를 움켜쥔채 몸을 굽히고 있는 민려를 향해 그들이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자, 두 가지 선택지를 주지. 널 누가 도와줬는지 여기서 순순히 말하고 불타 죽던가, 아니면 끌려가서 고문 당하고 말한 다음에 불타 죽던가. 어느 쪽으로 하-”
마지막 발악일까. 민려가 마치 짐승처럼 튀어나가면서 그를 덮치려한다. 그러나 그를 호위하듯, 유키가 둘 사이에 끼어들어 그의 머리통을 향해 휘둘러지는 팔을 그대로 잡아낸다.
“쓰레기가 꿈틀하는데말야, 그럼 두번째로 하는걸로?”
“그러지 뭐.”
인간의 것을 한참 초월한 완력으로 민려를 던져버리는 유키. 그녀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뱀파이어를 제압하고도 남을 것이지만, 여전히 호위 병력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들 모두가 민려에게 조준을 맞추고 있었다.
“톡, 톡.”
그 중 한명의 어깨를 누군가가 두드린다.
“...?”
돌아보는 클론 요원의 얼굴에 급조된 둔기가 내려쳐진다. 그 누구도 반응하기 전에 그를 내려친 사람이 허리춤에 메어져 있던 섬광탄 두개를 빼내 그들 사이로 던진다.
“펑!”
섬광탄이 터지는 소리. 거대한 섬광과 폭음이 모두의 눈과 귀를 가려버린다. 그 사이로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작은 체구의 여성이 달려나간다. 그녀는 총을 빼앗거나 하는 대신 문이 열려있는 팔라딘으로 달려간다. 순식간에 그 안으로 뛰어든 그녀가 팔라딘을 운전해 정우재 감독관을 쳐버릴 기세로 달려온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 섬광탄의 충격에서 빨리 회복한 유키가 그 사이에 끼어들어 그를 채어간다. 마치 그럴것임을 알고 있었던 듯, 팔라딘이 급히 방향을 꺾어 민려의 옆에 멈춰 선다. 보조석의 문이 열린다. 민려가 간신히 상황을 이해했는지 그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팔라딘이 순식간에 거리를 질주한다.
“멋대로 도망가면 어떻게 해요?”
“미… 미안해요… 그러려던게...”
제정신이 아닌 민려.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당연히 하은이다. 그녀가 급조한 복면을 벗어버린다. 하은이 대번에 그녀의 상태를 알아차린다. 다시 배의 상처가 벌어져있고, 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있는 상태. 아마도 지효성의 나노머신이겠지.
어느새 유니언의 차량들이 팔라딘을 뒤쫓기 시작했다. 좁은 골목을 달리는데는 이쪽이 유리하지만, 수로는 저쪽이 훨씬 더 많다. 지금 뒤에서 쫓아오는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곧 사방에서 추적해오는 차량들이 나타나겠지.
“하… 하은 아가씨…”
민려가 헐떡대며 하은의 이름을 부른다.
“하은 아가씨라고 부르지 말랬죠?”
하은이 자동으로 채워져있던 자신의 벨트를 해제 하며 말한다. 그녀가 한손으로 팔라딘의 제어 시스템을 리프로그래밍하기 시작한다. 신디케이트가 사용하는 차량이기에 간단하게 자동운전 루트 및 그 이후의 루틴까지 손쉽게 오버라이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은이 그것을 다루는 것은 팔라딘의 펌웨어가 예전에 AP-5 아말감에서 운용했던 차량의 것과 유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뭐… 하려는거에요?”
민려가 묻기도 전에 하은이 좌석을 뒤로 최대한 밀고 마치 뛰어나갈 것 같은 준비를 한다. 팔라딘이 가속하며 좁은 골목으로 질주한다. 하은이 자리에서 벗어나 그녀의 품에 안기다시피 한다. 팔라딘은 자동 운전으로 여전히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 민려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하은이 그녀에게 지시한다.
“힘 세죠? 차가 코너를 돌면 제가 문을 열테니까 절 안고 뛰어내려요.”
“네?”
그러나 다시 물을 시간도 없이 자동운전으로 달리는 팔라딘이 급커브를 꺾는다. 하은이 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민려가 그녀를 안고 뛰어내린다. 간발의 차이로 열린 차문이 길가의 가로등에 걸리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닫힌다. 뛰어내린 그들이 코너 바로 옆에 있었던 어두운 건물의 틈 사이로 내팽겨쳐지다시피한다.
“콰직!”
마침내 추적 차량중 하나가 팔라딘을 옆에서부터 몰아붙여 멈추는데 성공한다. 벽과 추적 차량 사이에 낀 팔라딘은 그 가격이 무색하게도 공중에 뜬 채로 무의미하게 바퀴를 회전시키고 있었다. 그 뒤로 차례차례 다른 차량들이 도착한다.
“좋아. 어떤 쓰레기인지 볼까?”
유키가 거침없이 차량에서 뛰어내린다. 솔직히 말하면 거머리 한마리를 잡아죽이는데 이 정도로 애먹을줄은 몰랐다. 그녀가 팔라딘으로 다가간다. 최신식은 아니지만, 견실하고 안정성 있는 파츠들로 제작된 그녀의 의수가 팔라딘의 문손잡이를 뒤틀어 당긴다.
“뭐야?”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맞이해주는 것은 텅빈 팔라딘과 돌아가고 있는 자폭 카운터 뿐.
“콰앙!”
폭발이 일어나며 그녀와 팔라딘을 벽으로 밀어붙인 추적차량을 덮친다. 차량이 밀려나며 그 안에 타고 있던 클론 병력이 아무렇게나 내팽겨쳐진다. 부서진 파편들이 여기저기 튀고,조용하던 밤거리가 순식간에 스릴러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광경으로 변해버린다.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정우재 감독관이 엉망진창인 광경을 바라보며 매우 불편해하는 표정으로 다가온다. 그의 주위에서 클론들이 전혀 당황하지 않은 얼굴로 상황을 수습하기 시작한다. 불타는 차량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그가 이를 갈며 소리친다.
“유키, 꾸물 대지 말고 나와!”
그 말에 대답하듯, 박살난 팔라딘의 문짝을 던져버리며 유키가 화염속에서 걸어나온다. 불타버린 인공피부 사이로 보이는 금속 골격이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반쯤 불탄 그녀의 얼굴이 짜증난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안면의 인공근육마저 상당히 손상되었기에 그 표정은 기괴하기 그지없다.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없었다고?”
“어. 자동 운행이었던 것 같은데. 이래서야 블랙박스 복구 따위는 무리겠네.”
유키의 의견을 들은 그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감정의 가감없이 욕설을 내뱉는다.
“어떤 좆같은 새끼인지 꼭 보고 싶은데.”
완벽하게 진행되고 있던 작전이 웬 방해꾼 때문에 이 지경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성은 차갑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다. 팔라딘의 자동 운행 및 자폭 프로그램을 다루는 것 자체는 전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 할 만큼은 쉽지 않다. 따라서, 그 거머리를 돕고 있던 자는 누구든지간에 한때 유니언에 속해 있었던 자라는 것이다.
“거기에 배신자 쓰레기 새끼라니, 허참.”
그가 혀를 찬다. 대체 어떤 놈인지 몰라도, 꼭 자기 손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가 이를 갈며 아수라장 한복판을 가로지른다.
“됐어요. 여기서부터는 혼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민려의 말에 차를 멈추는 하은. 한번 추적을 따돌리자 그 다음은 간단했다. 이전에 늑대인간들과 관련된 일을 겪고나서 그녀는 중고차를 구입해두었던 것이다. 선팅까지 진하게 한 상태라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면 도로의 감시 카메라 등으로는 분간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한 항구 근처다.
“여기에 마련해둔 은신처도 몇개 있고… 괜찮을거에요. 적당히 숨어가면 되겠죠.”
그녀가 힘없이 말하며 문을 열고 내린다. 따라 내리는 하은. 그녀는 하은이 했던 것처럼 밀항하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피부는 무척이나 창백했다.
“알아서 할게요 이제. 고마워요.”
“별로 안 괜찮아보이는데요.”
“아니에요. 이제 알아서… 해야…”
그렇게 말하는 민려. 그러나 그녀의 상태는 아무리 봐도 정상이 아니다. 아무리 하은의 피를 마셨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택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나노머신에 의해 찢겨진 몸을 회복하느라 더욱 무리하고 있겠지.
“...”
달빛 하나 없는 밤. 항구쪽에서만 비춰오는 희미한 불빛. 하은이 차 문에 기댄채로 살짝 고개를 기울여 머리를 한쪽으로 넘긴다. 그 밑으로 드러나는 살결. 그녀가 살짝 도발적인 어조로 말한다.
“제 오리지널은 이렇게 하던가요?”
“그건… 네.”
민려가 그녀에게 다가온다. 그녀가 하은의 목을 향해 몸을 숙이려는데, 하은이 가볍게 두 손가락으로 그녀의 쇄골 사이를 짚으며 그녀를 제지 한다.
“착각하지 마요.”
하은이 조용히 말한다.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여자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싶은거니까.”
종잡을 수 없을 그 말에, 민려가 끄덕인다.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숙인다. 하은의 목을 한번 핥는 그녀. 날카로움이 하은의 피부를 찢는다.
“아…”
따뜻한 생혈이 상처에서 흘러나온다.
인적 없는 항구 외곽에, 그녀의 한숨 같은 신음만이 들리고 있었다.
===
민려의 캐릭터 이미지 모티브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쑤웨밍 (리빙빙 역) 입니다.
하은이 커미션 맡겼습니다.
다음 커미션 맡길 등장 인물은 누구로 하는 것이 좋을까요? (웨더스 소령은 이미 하고 있는 분이 있어서 제외)
===
개추개추, 민려에 한표
봊빔 언제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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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미는 나올 일 없음? 걍 궁금해져서 - dc App
개추야!
그 일본인 네판디 커미션 어떰?
당신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여자의 자리를 내가 차지하고 싶은거니까. - dc Ap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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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쏘피아의 만들어진 미를 보고시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