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원래 나쁜 놈들로 만들었으니까 그렇지!

원래 테키가 상징하던 것은 현대 문명 / 모더니즘 전체라기 보다는 거기서 드러난 어두운 면임. 그렇기 때문에 트래디션이나

크래프트가 걔들 기반이 되는 사상과 믿음을 중심으로 세력이 나뉜다면 이놈들은 '그런 면들이 어떤 영역에서 도출되는가'가

세력 분류의 기준임.


그러면 그 어두운 면이 뭐냐... 멀리 갈 거 없이 한반도만 봐도 '트레디션이 지배했었던 미-개한 한반도를 테크노크라시들이

[지배하면서] 근대화해 줬습니다'라는 좀 정신나간 논리가 성립될 수 있고, 혹은 'NWO가 기무사를 통해서 테크노크라시에

반대하는 생각을 하는 놈들을 감시했다' 뭐 이런 식의 예도 만들어 낼 수 있겠지. 그러니까 원래 테크노크라시는 근대 / 현대

문명의 어두운 면을 중심으로 하는 '악의 세력'이었다는 거임. 그리고 그런 근현대 문명의 어두운 면의 정점에 있던 게 누구?

20세기 초중반의 추축임. 그 당시에는 나름 과학적으로 보이던 우생학 믿던 나치놈들이 뭐 했나 생각해 봐라. 그런 거 덕에

이새퀴들이 옛날의 설정에서는 2차대전 당시 대개 추축 편을 (더 많이) 들었다고 나왔던 거임.


그리고 이런 '현대 문명의 어두운 면'은 실제로 70~80년대에 이야기되던 거고, 그래서 대두된 게 포스트모더니즘이었음.

포스트모더니즘은 대체로 현대 문명의 근간이 되는 이성에 대해 회의를 갖고 그에 대한 재해석 / 해체를 시도한 사상인데,

트레디션은 전통파라는 이름과는 달리 이걸 상징함. 현실을 해킹하고 그러는 버추얼 어뎁트나 요새는 불가능성 정리 같은

것들을 다루는 선 오브 에테르 같이 현대적인 성향의 세력들이 트레디션에 가입했다는 설정도 걔들이 대표하는 요소들이

대개 다 기존의 이성 중심적인 모더니즘과는 충돌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었던 거. 트레디션을 이루는 다른 고전적 애들

경우를 봐도 당시 포스트모더니즘의 흐름을 타고 서양에서 기독교 이전의 옛 종교와 사상을 추구하는 신이교주의자들이나

동양의 불교에 심취하는 애들이 나타난 현상이 반영된 거거든. 그러니까 마게 제작자들이 히피 새퀴들이라고 까이는 거고.


근데 이게 또 21세기 들어서니까 점점 포스트모더니즘이 개떡같아보임. 모더니즘 쪽에서도 나름 '유지 보수'에 성공했거든.

그러니까 틀이 훨씬 덜 잡혀있는(그게 정상인) 포스트모더니즘보다는 어두운 면을 탁탁 털어버린 모더니즘이 마음에 들더라

이거임. 사실 이 말 저 말 따로 놀고 때로는 온갖 개소리가 나오는 걸 보면 그럴 수 밖에 없고. 나도 테키-트레디션 구도와는

별개로 포스트모더니즘은 별로 안 좋아함. 어쨌거나 이런 식으로 포스트모더니즘이 빌빌대고 모더니즘이 다시 힘을 쓰면서

둘이 공존하는 흐름에 맞춰서 마게를 손보니까 당연히 테키들도 이제는 "솔직히 우리도 예전에 좀 잘못한 듯"하면서 개혁을

시도하며 나쁜 데서 손을 씻는다는 설정이 되고, 승천 전쟁도 이제는 모더니즘에 포스트모더니즘이 도전하는 시대가 아니니

둘이 적당히 치고 받으며 투닥거린다는 점을 좀 더 확실히 설명하고 그러는 거임. 20주년 판에 나왔고 다음 판본에서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르는 반등신 동맹 역시 20세기 후반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립도 결국 서구가 중심이었으니까

그 와중에 또 소외되던 비서구 애들을 들고 온 거라고 보면 됨. 


3줄 요약

원래 테키는 서구의 모더니즘을 '나쁜 점 중심'으로 상징하던 팩션임.

트레디션은 구닥다리인 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을 상징하던 팩션임.

나중에는 얘들이 상징하던 것들이 달라지면서 얘들의 의미도 달라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