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오컬트. 유령 귀신 그런 거 말고 순수한 오컬트에 대한 이야기다. 제목부터 오늘의 뻘글이 아님에

유의하자. 뭔가 전에도 여기서 본 거 같다면 착각일 거야. 아마도 말이지!


알기 쉬운 오컬트

이 오컬트라는 게 요새는 단순한 미신이나 뭐 그런 걸로 통하는데 사실 진짜 오컬트는 무턱대고 그러는 것이 아님.


일단 기묘한 뭔가가 있음 -> 기존 설명이 없거나 마음에 안 듬 -> 나름대로 논리를 세워서 설명하려고 함 ->

사실이 아니어도 말이 되는 거 같으면 일단 오컬트 이론이 갖춰짐. -> 그것을 바탕으로 뭔가 더 도출해 냄 ->

대개 나중에는 그게 틀렸다고 밝혀지거나 진짜로 밝혀져서 과학에 편입되면서 오컬트로서의 위치를 상실함.


이런 거거든? 오컬트 체계와 연동해서 프리폼 마법을 만들어 쓰거나 그럴 기회를 주는 게임들에서는 대부분 이따위

과정을 거쳐가며 마법을 만들어 써먹게 됨. 마게에서 말하는 그 패러다임이 바로 이 거지같은 오컬트 체계를 좀 더

덜 불편하게 부르는 명칭인 거고. 말이 말 같지 않겠지만 룰이 그런 걸 어떡함 ^^ㅋ 그러니까 네가 마법으로 맘껏

파이어볼을 날려도 되는데 그 대신 이게 네 마법으로 왜 파이어볼이 생성되어 날아가는지 간단하게나마 그 논리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이런 게임의 특성임. 물론 말이 말 같지 않아도 일단은 대충 듣기에만 그럴싸하면 된다.

약장수 약파는 거도 사실 그렇잖아?


<간단한 예시>

그런 의미에서 나름 한때는 "과학적"으로 여겨졌던 중근세의 악명 높은 치료법인 사혈(Bloodletting)을 보자.


영국의 정치학자.... 아니지 참. 그리스의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인체의 질병은 신체를 구성하는 혈액 / 점액 / 황담즙 / 흑담즙의 불균형에서 발생한다"


이게 바로 4원소설과 연동되는 4체액설이며 신쨍의 프로미티언 더 크리에이티드의 기원이 되는 설정 중 하나임.

어쨌거나 4원소설에 따르면 누가 아픈 경우 굶기거나 뭔가를 먹이거나해서 체액의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봤음.

근데 혈액이 과다하면 어떻게 하는 게 빠를까? 뽑으면 되겠지? 그래서 막 다치거나 아픈 사람한테서 피를 뽑다가

심하면 죽게 만들기도 하는 현대 관점에서는 기괴하기 그지 없는 치료법인 사혈법이 성행했음. 이게 요즘 눈으로

봤을 때는 딱 오컬트 체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고. 무슨 말인지 알겠지?


모르는 군대

모르는 군대는 아바타 / 어뎁트 학파를 제공하는데, 이거는 쉽게 말해서 오컬트 체계의 '결과물'임. 대신 결과물만

보기좋게 던져주고 세부적인 이론은 그 옆페이지의 복잡한 설명을 읽으며 이 결과물에서 도출해야 하니 좀 불편함.

예를 들어서 농작술(Agrimancy) 같으면 그 뒤에 있는 이론을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을텐데, 음란물과 관계된

외설술(Pornomancy)이나 깔끔한 환경과 관계되는 청결술(Katharomancy)같은 건 안 그럴 걸.


<간단한 예시>

농작술은 인간이 자신 외의 자연을 "통제 / 지배"하는 것을 오컬트 체계의 근간으로 둠. 따라서 농작술사는 자기가

직접 기른 가축을 제물로 바쳐 일종의 마력원인 마이너 차지를 생성하며 야생 동물의 통제에 실패해 물리면 모아둔

차지를 잃고 동물을 잡아먹고 그 동물이 죽기 전 며칠간 겪은 기억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마법을 쓰고 그럴 수 있음.

물론 대놓고 룰북에 인간이 자신 외의 자연을 "통제 / 지배"하는 것을 오컬트의 근간으로 두고 있다고 써 주지는

않고, '우리는 세상에 대고서 "네 이름은 농장이니 이제 너는 나를 섬기며 나는 너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We say to the world, “Your name is farm. You serve me now and I do not fear you)” 뭐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고 그럼. 이 정도면 직접적인 건가?


메이지 디 어센션

마게는 더 심각함. 여기의 "마법" 규칙은 재료만 주고 위에 설명한 거의 모든 과정을 너한테 떠넘기려 듬. 그러니

너는 네가 주로 다룰 영역들이나 마법의 촉매로 쓸 포시(Foci) 뭐 그런 거를 정한 뒤 그것들을 이어주는 논리를

얼렁뚱땅 만들고 그 논리를 바탕으로 해서 마법을 구현해야 함. 이론상으로는 이렇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일반

상식선으로 흉내낼 법한 테키를 빼면 대개 논리랍시고 따라할만한 것들은 룰북 기준으로 사실상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면 다른 책을 읽으세요" 수준으로 제시됨. 그나마 희망이 Rote라고 불리는 "대다수가 사용하는" 마법임.


<간단한 예시>

신디케이트의 계몽된 과학자 '테붕쿤'이 네판디의 음모로 불타는 건물에 갇힘. 근데 마침 이 건물은 신디케이트의

계열사가 지은 거라서 테붕쿤은 어딘가 숨겨져 있던 "비상 탈출구"를 찾아낸 뒤 작동시켜 탈출해 위기에서 벗어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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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테붕쿤이 사용했던 마법은 신디케이트의 전가의 보도인 "Hidden Feature"임. 사실 신디케이트의 상품들

대부분에는 사실 신디케이트가 맘대로 작동시킬 수 있는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 신디케이트 애들은 유사시 그걸

작동시켜서 상대를 X되게 만들거나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임. 이걸로 이 마법의 포커스는 "신디케이트가 생산한

상품"이 됨. 여기서는 건물이겠지? 그러면 이 건물은 뭘로 이루어졌을까? 뭐긴 뭐야 당연히 물질(Matter)이지.

그러므로 테붕쿤이 비상 탈출구를 작동시키는 것은 물질 스피어를 사용해서 건물의 구조를 주작하는 마법이 되고,

테붕쿤 본인은 이게 특수한 버튼을 누른다거나 그런 방법으로 숨겨진 비상 탈출구를 작동시키는 거라고 믿는 거임.

남들 눈에도 그렇게 보일 테고. 그리고 이건 신디케이트 컨벤션 북에 나오는 Rote니까 군머에서 룰북을 보고 거기

나오는 어뎁트 마법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태클을 걸지 않을 거임.


<별로 안 간단한 예시>

그러면 이제 좀 더 복잡기괴한 예시로 트레디션 소속 메이지인 "트붕쿤"을 똑같이 불타는 건물에 넣어 보자. 당연히

이 건물은 트레디션이 안 지음. 그렇지만 트붕쿤도 메이지니까 벽의 입자 구조를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콘크리트를

과자처럼 만들어 부수고 나가거나 혹은 자신을 데이터화한 뒤 전파를 통해 바깥으로 송신하거나 파이로키네시스를

써서 불를 역이용해 벽을 부수고 나간다거나 그런 식으로 자기 패러다임에 따라 별별 방법을 써서 불타는 건물에서

벗어날 수 있음. 문제는 이런 별별 방법에 사용되는 논리하고 스피어는 로테 같은 예시가 없다면 전부 다 네가 직접

정해서 사용해야 할 거란 거지. 사실 위에 제시된 예시들 정도면 별로 어렵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답은 테크노크라시... 아니 테크노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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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네가 오컬트 쪽에 소양이 있거나 지식과 상상력이 풍부하다면 마게의 마법이 군머 쪽보다 갖고 놀기 훨씬 좋을

수도 있음. 근데 그런 사람은 턀갤에 안 온다는 건 너네도 알고 나도 아니까 패스하면 결국 마게에서 사용하는 마법은

저 위의 원칙에 따라서 만들기에는 복잡하고 짜증나며 귀찮은 것이 됨. 그러므로 너희는 자신이 없으면 너의 논리를

세우려고 고대 중세 공부해야하는 세력들 말고 기술과 연동된 테크노맨서 캐릭터를 하는 게 좋음. 뭔가 괴상해보여도

고전 오컬트 체계 대신 기술을 매개로 살펴보는 쪽이 현대인 기준에서 훨씬 알아먹기가 쉽거든. 그래서 개인적으로

현대 오컬트는 프린지 사이언스로 대체되고 있다고 생각함. 물론 트레디션에도 SoE나 VA 같이 이런 거 하기 충분한

애들이 있고 다른 세력도 과학 기술 도입이 불가능한 건 아니므로 답은 테크노크라시일 리 없다.


3줄 요약

'오컬트 체계'라는 게 사실은 생각보다 좀 많이 복잡한 방식으로 이루어짐.

그런데 그런 거 다루는 룰은 그런 거 따라 썼거나 너더러 따라하라고 시킴.

이해를 못 하겠으면 그냥 과학 분야로 끌어가서 정리하는 쪽이 편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