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세 조각 난 마리아는 2018년 FREE RPG DAY를 맞아 아틀라스 게임즈에서 제공한 게임북으로, 공짜 알피지의 날에 걸맞게 GM 이 책만 읽고도 플레이어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규칙, 캐릭터, 그리고 세 조각 난 마리아라는 시나리오가 수록되있는게 특징입니다. 따라서 이 리뷰에서는 규칙 파트는 Book 1:Play, 캐릭터 및 시나리오 파트는 캠페인 스타터 킷의 내용 및 구성 방식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면서 이 책이 어떤 대상을 위해, 어떤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쓰였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
"언노운 아미즈의 세계는, 겉보기엔 현실의 일상과 똑같아 보입니다."
MITP는 규칙에 앞서 제일 먼저 언노운 아미즈의 세계부터, 우리의 세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1권의 텍스트를 그대로 옮긴거라 내용 자체는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보다는 1권과 비교했을 때 무엇을 생략했고, 어떻게 순서를 바꿨는지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원래 코어룰북에서는 언노운 아미즈가 어떤 게임인지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게임의 주제, RPG의 정의-플레이어 집단 안에서 조정된 대화의 형식으로 이뤄지는 게임-, 게임의 목표-플레이어들이 목표를 달성하는 것-, 다른 게임들과의 차이점 등을 차례대로 엄밀하고도 인상깊게 전개하지만, MITP는 이 부분을 깔끔히 생략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보다 세계를 먼저 설명하고 있습니다. 본편은 당신의 캐릭터가 뭘 하다가 어떻게 망가지게 될건지부터 설명하고 나서야 이 세계에 뭐가 있는지 언급하는데 말이죠. 게다가 게임 규칙의 일부이기도 한 목표도 그냥 빼버렸습니다. 언노운 아미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이게 어떤 게임인지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니라 언노운 아미즈를 모르는 사람도 즐길 수 있는 게임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인 것 같네요.
캐릭터
"언노운 아미즈의 캐릭터는 게임 스텟상의 수치들로 정의됩니다."
MITP에도 직접 서술되어있듯이 원래 언노운 아미즈는 플레이어들이 다같이 캐릭터를 만드는 것 부터가 세션의 시작입니다.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와 세팅을 제공하는 CSK조차 시작하기 전에 다같이 각자 캐릭터의 관계와 중요한 장소를 만들라고 하죠.
하지만 MITP의 캐릭터 파트를 플레이어들에게 시트를 나눠주는 방법을 안내하는 걸로 시작합니다. "2명의 아바타와 2명의 어뎁트중 고르는데 아바타는 주문 갯수가 적은 대신 공짜로 계속해서 시전할 수 있고 어뎁트는 더 강하고 다양한 주문을 쓰는 대신 차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GM이 아무 것도 모르는 플레이어들에게 제일 먼저 전달해야할 정보를 아주 정확하게 서술하고 있군요.
언노운 아미즈의 핵심인 쇼크 게이지에 대한 서술은 아예 새로 썼습니다. 목표는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본편과 달리 이 캐릭터들은 게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여러 힘든 일을 겪어왔다는 걸로 끝이에요. 다섯가지 쇼크와 열가지 어빌리티 설명은 워낙 간결해서 차라리 본편도 이렇게 쉽게 썼으면 더 좋았을것 같단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뒤에 이어지는 열정, 아이덴티티, 관계 파트는 본문을 그대로 옮긴건데도 되려 길어서 읽기 귀찮다고 느껴질 정도거든요.
규칙,아바타,어뎁트
이것들도 본문을 그대로 발췌했습니다. 어차피 복붙할거면 GM 스크린의 룰 서머리라던가 하다못해 본문의 도표를 쓰는게 훨씬 간결했을거 같단 아쉬움이 있네요.
그리고 아바타나 어뎁트는 초장에서 이게 뭔 개념인지 소개하는 부분이랑 실제로 어떤 어뎁트, 아바타가 나오는지 설명하는 부분이랑 약간 핀트가 안맞는게 처음 읽을 때부터 아쉬웠는데 MITP는 그 설명을 더더욱 줄여놔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규칙 부분에 할애할 지면을 차라리 마스크,심볼,심볼릭 텐션 등을 설명하는데 썼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카발
캠페인 스타터 킷에서는 PC들의 카발이 무엇인지를 비중있게 다룹니다. 카발의 목표와는 별개로 이 카발이 언제 어떤 사람들이 무슨 목적으로 모인건지 설정이 항상 존재했죠. 젊은 실용주의자들에서는 아예 PC들이 훨씬 더 큰 카발 소속이고 카발의 이념에 대한 해석 차이로 내부에서 파벌싸움을 하는게 내용일 정도니까요. MITP의 카발은 그보다는 평범한 단편 RPG의 PC들에 가깝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나 접점은 미미하며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그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캐릭터마다 롤플레잉 팁이 제시 된단 것입니다. 캠페인 스타터 킷의 레디 메이드 캐릭터들은 마치 시트와 설정으로부터 스스로 너만의 캐릭터를 구성하라는 듯이 캐릭터 해석을 플레이어들에게 맡기고 있는 반면 MITP는 전무후무한 롤플레잉 팁을 통해 얘가 평소에 어떤 성격인지, 어떤 상황에선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알려줍니다. 캠페인 스타터 킷도 진작 이래야 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세 조각 난 마리아
GM을 위해 시나리오 줄거리부터 던져주는게 무척 친절합니다. 다 읽고 나서야 이게 무슨 시나리오인지 감잡는 것보다 이러는 편이 훨씬 쉽죠. 배경 파트도 핵심만 잘 짚어서 뭐가 뭔지, 왜 해야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에 캠페인 스타터 킷과는 달리 읽고나서도 얘네가 추구하는 목표가 뭔지, 왜 이렇게 하는게 그 목표를 달성시켜 주는지 헤매지 않아도 되서 참 좋았습니다.
1.마리아는 어디에?
네명의 캐릭터들이 NPC한테 전화받아서 모인데서 시작합니다. 전화로 설명해줘야 할 핵심들을 짚어놨는데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어디에 있는지, 왜 중요한지, 왜 찾아봐야 하는지를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놨습니다. 가라는데로 가면 PC들은 곧장 이게 얼마나 진지한/심각한 내용인지, 이번 캠페인의 목표가 무엇인지, 이 사건의 배경이 어떻게 되는지를 묘사를 통해 직관적으로 전달받습니다. 기나긴 지문과 대화 없이 레벨 디자인과 연출만으로 스토리와 분위기를 전달하는 훌륭한 PC게임들이 연상될 정도로 잘 꾸며놨습니다. 그러고도 혹시나 플레이어들이 목표를 잘 전달받지 못했거나 취향상 안끌릴 경우를 대비해 전혀 다른 내용의 무대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해두기까지 했죠.
2.성 메티스 병원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세 조각난 마리아 시나리오의 핵심파트로, 제목에 나오듯이 세 조각난 마리아 셋을 모으는(?) 내용입니다. 마리아들은 저마다 테마와 그에 따른 기믹이 준비되있는데, 단순히 준비된 인카운터를 세번 치르면 되는 레일로드 시나리오가 아니라 실제 건물처럼 다양하고 상이한 분위기의 공간들이 모여있는 무대를 돌아다녀야 하고, 병실들이 저마다 분위기와 상황이 아주 개성넘치게 다른데도 벽과 복도로 분리된 세 무대가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행동이 하나의 무대 전체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평가 하고 싶네요.
단편 시나리오인데도 목표인 마리아를 다 모으면 그냥 클리어! 해버리는게 아니라 그간 플레이어들이 마리아와 어떻게 교감했는지,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에 따라 천차만별의 결과가 준비되어있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그냥 목표물인 NPC가 아니라 진짜 인물을 상대하는 느낌이 들 것 같아요.
3.걔 오늘 휴문데요
병원가서 마리아를 모으는게 내키지 않다면 먼저 해결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어차피 다 거친뒤 똑같은 결말로 가게 되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순서와 거기서 어떤 선택을 했는지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도록 만들어놨어요. 게다가 비록 분량은 짧지만 이쪽도 클라이막스라 해도 될 만큼 완급 조절이 잘 되어있습니다.
4.끝이 (대부분) 좋으면 다 좋다
마리아를 하나도 안 죽고 무사히 구했는지, 레니가 죽었는지, 데몬이 도망쳤는지 등등에 따라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NPC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정리해둔 후일담입니다. 그냥 굿엔딩이에요 배드엔딩이에요 하는게 아니라 거기서 PC들이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중요하고 본격적인 중단편 캠페인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스토리 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총평
룰 부분은 본편보다 낫다. 시나리오는 CSK보다 잘만들었다.
제목보고 느낀대로 역시 합체인간물이었나보군.
ㄴ공포/분노/숭고로 쪼개짐
혹시 관심 있으신 분은 아직 이베이에 물량 남아있으니 서두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