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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i) 링크



하은은 조용히 고층빌딩 위에서 홍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놀라운 재능입니다.”


퀸란이 평가한다.


“당신 평가 따위는 필요 없어요.”


“이런, 이런. 너무 매몰차시군요.”


의외로, 하은은 기생충이나 다름없는 그의 존재에 빠르게 적응했다. 그가 어디까지 지켜볼 수 있고, 어디까지 알 수 있는 것인지는 모른다. 아마도 전부 읽을 수 있다고 보는게 합당하겠지.


“...”


“보이십니까? 서쪽의 대로변입니다.”


하은의 눈이 그쪽을 향한다. 서울만큼 익숙하지 못하기에, 지금 당장은 그의 도움이 필요하다. 하은이 부자연스러운 도시의 패턴을 파악한다.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는 VA들에게 몇가지를 지시한다. 계획이 있긴 해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간을 맞출수는 없기 때문에 그녀가 조율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그녀의 시선은 계속 도시를 훑고 있었다.


드디어, 하은이 기다리던 신호가 온다.


[발견.]


기다리던 메시지와 함께 홍콩 시내의 한 건물의 위치가 전송된다. AP-5 아말감의 현장 통제부의 위치다. 하은이 즉시 옥상출구로 뛰어간다. 




어떻게 가능한거지?


정우재가 전술 모니터를 쳐다보며 생각에 빠진다. 뱀파이어 한마리가 이 정도로 유니언의 추적을 빠르게 피해다니는 것은 처음본다.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던 뱀파이어는 행정착오로 인한 잘못된 주소, 기막힌 타이밍의 신호 변경, 유니언의 전술 데이터베이스에 제대로 매핑되어 있지 않은 정보 등 갖은 맹점을 이용해 요리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


불리한 환경에 처해있어도 이곳은 도시다. 콘크리트 정글 최상위의 포식자인 유니언이 이런 식으로 목표를 번번히 놓치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 뭐야!”


“무슨 일인데?”


유키의 짜증스러운 목소리에 정우재가 묻는다. 그들은 공실이 된 한 건물의 꼭대기 층 사무실을 빌려 임시 지휘소로 쓰고 있었다. 사방에 정리되지 않은 전술 데이터 터미널의 케이블, 총기가 가득 든 크레이트, 지휘 통제를 보조하는 클론 요원들이 텅 빈 사무실 안에 괴상한 위화감을 감돌게 하고 있었다.


“감시 드론 몇개가 다운됐어. 정비가 제대로-”


그래, 그건가.


“아니. 해킹일거다. 아마도 우리쪽의 백도어를 통해서겠지.”


정우재가 잘라 말한다. 당장 머리에 그들이 쫓고있던 배신자가 떠오른다. 


“진짜?”


“저건 미끼야. 진짜 목적은-”


“콰앙!”


그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갑자기 문이 폭발한다. 문을 지키고 있던 클론 요원이 통째로 찢어져 바닥에 핏자국을 흝어놓는다. 자욱한 먼지를 뚫고 한 여성이 뛰어 들어온다. 그녀가 정확한 사격으로 클론들을 연달아 사살한다. 


“그래, 속았네. 어쩐지.”


정우재 감독관이 인정하며 먼지를 툭툭 털어버린다. 폭발의 충격으로 틀이 뒤틀린 것인지 창문 몇개가 깨진다. 공기의 흐름과 함께 휘몰아치는 먼지가 걷힌다. 그 가운데서 드러나는 여성의 모습. 몇번이나 그들을 피해 탈출했던 배신자다.


“대담한데.”


공정한 평가. 추격 병력을 도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어느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그녀는 실패한 경력이 있다. 정우재와 단독으로 싸워도 이기지 못했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대담함과 무리수의 중간 어딘가에 걸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걱정마! 내가 죽여버릴게!”


유키가 즐겁게 외치며 달려든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다. 단거리 통신 모드로 운용되고 있기에 해킹의 걱정도 없다. 그녀가 하은에게 뛰어온다. 총마저 필요 없다는 듯이 나이프를 뽑아든다. 휙, 하고 휘두르기만 해도 하은의 몸은 두동강나겠지. 피하는 것도 첫 몇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알고 있다는 듯, 하은이 피하는 대신 입을 연다.


“오버라이드 코드 알파-델타-7-8-1-5.”


그 말이 끝나자 마자 유키가 우뚝 멈춰 선다.


“허가 코드 찰리-찰리-에코-델타. 러브레이스 프로토콜 발동.”


유키가 바닥으로 허망하게 널부러진다.



한때 자신이 당해봤기에 안다. 러브레이스 프로토콜. 강화 요원들에게 심리학적으로 삽입된 비상정지 프로그램. 이 코드를 들으면 바로 기능이 정지되고 누군가 인위적으로 해제하기 전에는 일어날 수 없다. 단지 코드를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각 음의 길이를 정확하게 맞추고 악센트를 어디에 주느냐에 따라 그 ‘용도’가 달라진다.



지금 하은은, 퀸란이 알려준 코드를 그대로 읊고 있을 뿐이다.



정우재 감독관이 유키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제 그 하나 뿐이다. 


“준비를 많이 한 모양인데. 아무래도 보아하니 배신자는 너뿐만인게 아닌 것 같군. 그런 코드를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 고위직인 놈이 협력하고 있겠지.”


물론, 배신자는 대답하지 않는다. 간단한 복면으로 눈 밑을 가리고 있는 그녀가 정우재를 쏘아보듯 응시한다.


“철컥.”


정우재가 홀스터에서 피스톨을 뽑는다. 작전 지휘는 불가능하다. 이 배신자를 여기서 처치하는 수밖에. 그가 VDAS를 겸한 선글라스를 벗어버린다. 지금 그의 VDAS는 유키의 프로세서를 경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산 기능이 제한되어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찰칵.”


배신자 역시 권총을 뽑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권총을 서로에게 겨누는 두 사람.


“탕!”




원망스러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도망치는 것을 멈추지 않는 민려. 조용한 거리에서 그녀가 노트를 넘긴다. 왠지모르게 가로등이 많이 꺼져있는 거리지만, 뱀파이어인 그녀에게는 그다지 상관 없는 일이다.


[이전 위치에서 네 블록을 뛰어가서 왼쪽 코너 안에 숨은채 대기할 것. 노출된 위치여도 무조건 대기.]


민려가 뛰어간다. 왜 날 미끼로 선택했을까. 그녀가 지시대로 한쪽 코너에 숨는다. 음식점 뒤쪽의 골목이다. 골목이긴 하지만 숨을 곳이라고는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노출된 위치다.


“...!”


추격 차량의 것이 분명한 바퀴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태양광을 흉내낸 밝은 조명이 도로를 훑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몇번이나 그들의 추적을 피했지만 그들은 집요하게 계속 쫓아오고 있었다.


도망가야하나.


생존욕구Beast가 그녀를 옥죄어온다. 도망가야한다. 아니, 도망가야해. 도망가야하는데-



몇초남지 않았다. 여기에 있으면 바로 들켜버릴 것이다. 



도망가야해. 도망가야-



민려가 본능을 억누른다. 한국에서 도망쳐올때 하은이 그녀를 도와주었던 일과 구해줄게요, 라는 말이 머릿속을 스친다.



기다려야 해. 참을 수 있어.



그러나 추적차량이 거리를 훑는 것은 멈추지 않는다. 빛이 반대편 골목을 훑는다. 조명이 민려가 있는 코너쪽을 향해오는 순간.


“끼이익-”


민려 바로 앞의 문이 열리며 덩치 큰 남자가 큼지막한 음식물 쓰레기 통을 밀고 나온다. 민려가 그에게 가려진 순간 눈부신 빛이 골목을 비춘다. 남자가 짜증스런 표정을 지으며 차량을 쳐다보지만 마치 경찰차와 도로 촬영용 차량을 반반 섞어놓은 것 같은 AP-5 아말감의 추적 차량들은 그를 무시하며 지나간다. 


“아가씨. 여기서 뭐하는거요?”


민려를 눈치챈 남자가 광둥어로 물어오지만 민려는 그를 무시하고 골목에서 뛰쳐나간다. 벌써 이런 일이 몇번이나 있었다. 잡히기 전에 갑자기 신호등 신호가 바뀌어 추적을 피하거나, 잘못된 주소로 등록된 사무실로 들어가서 건너편 건물이 수색당하는 것을 보거나, 아까처럼 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 들어 맞는 경우가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아니, 그냥 들어 맞을리가. 분명 이 시간에 저 남자가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민려가 다시 한번 수첩을 넘긴다. 이번에는 꽤나 긴 지시사항이 쓰여져 있었다.


“...”


역시, 감시망에 노출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경로다. 다시 말해 확실하게 미끼로 쓰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도 도망가야 한다. 살기… 위해서. 


아니, 그뿐일까.




밀린다.


“탕!”


그 생각과 함께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총알이 아슬아슬하게 하은을 빗나간다. 픽,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은의 권총이 불을 뿜지만 트리거를 당기기도전에 방탄 소재의 소매가 착탄 위치를 확실하게 방어한다. 


“읍…”


충격을 버텨내고도 달려오는 그. 빠르다. 류국장 같이 압도적인 것을 넘어 불가해한 실력은 아지만 확실히 하은보다 뛰어나다. 하은이 아크로바틱한 움직임으로 그에게서 멀어지며 테이블 위로 뛰어오른다. 그의 손이 닿지 않는 위치. 그러나 그는 하은을 쫓아가는 대신 테이블을 내려친다.


“합!”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주먹이 허술하게 만들어진 임시 테이블을 때려부순다. 아프지도 않나, 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하은. 바람소리와 함께 그의 킥이 하은의 목 근처를 스친다. 한번만 맞아도 크게 불리해질 싸움. 간신히 피해낸다.


“어딜!”


하은처럼 침묵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언어적인 요소도 싸움에 이용하는 그지만, 이내 하은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이내 그만둔다.


“...”


그가 물러선다.



배신자의 실력이 늘었다.



단기간에 늘 수 있는 실력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녀가 뒤로 물러난다.



뭔가 이상하다. 실력을 떠나… 어디선가 본것 같다.



잡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정우재. 그가 배신자를 노려본다. 되도록이면 죽이지 않고 생포해야 한다. 분명 내부 협력자가 더 있을 것이다. 그의 시야에 걸친, 쓰러져있는 유키의 모습. 우연인지 쓰러진 그녀의 시선은 두 사람을 향하고 있었다.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볼 수는 있는 걸까. 



성과를 내야한다. 그리고 지금은 절호의 기회다.




“뭐가 그렇게 급해보여요?”




왜일까. 파트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속으로 스스로를 욕하며 타이밍을 잰다. 그러나 그럴 것도 없이 배신자가 뛰어온다. 그녀가 복면을 벗어던진다.



“...!?”



정우재는 NWO 출신 요원들과는 다르다. 이런 얄팍한 속임수는 하은 자신이나, 에이다, 아니면 류 국장 같은 요원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우재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의 동기는 철저히 인간적이다. 마찬가지로 그의 약점도 그의 인간성에 있다. 효용 함수보다는 완벽주의에, 명령보다는 인간적 동기에, 회사보다는 가족에.



그리고 배신자의 복면 안에서 드러난 것은, 자신과 계속해서 몸을 섞어왔던, 그리고 스트레스가 쌓일때마다 살짝이나마 위로를 받아왔던 그 여자였다.


“당신이-”


그리고 그 때문에, 그의 동작이 한 템포 늦어져버리고 만다.




“바로 지금입니다.”




퀸란의 말과 함께 하은의 머릿속에서 눌러담아 놓았던 지식의 홍수가 쏟아진다. 세이프하우스에서 머리에 하이퍼크램으로 억지로 우겨넣은 휘발성의 지식Quintessence이 그녀의 두뇌를 꽉 채운다.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에서 가르치는 모든 종류의 무술의 패턴이 조합되어 지금 정우재가 취하고 있는 자세를 파헤친다. 그의 약점, 그의 예상된 움직임, 공격 경로, 방어 수단, 그 모든것이. 그의 동작이 어떤 훈련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것인지, 그 기반이 된 무술은 어느 것인지, 통계적으로 판명된 약점은 무엇인지, 파훼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은의 몸으로 실현할 것인지까지.


그 모든 것이 적의 형태를 취한 퍼즐을 풀어헤친다.


그의 사격을 향해 달려든다. 그러나 한 템포가 늦어진 탓에 그가 이미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사격을 할 것은 예상하고 있다. 


“탕, 탕!”


두 발. 그 중 하나가 하은의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하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자신보다 작고 힘이 약한 상대이기 때문에 트리거를 당기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접근 하는 적에게는 더 이상 권총이 유효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트리거를 당긴다. 견제의 목적. 배운대로, 버릇대로, 그리고 시나리오대로다.


그것을 알고 있는 하은. 역시 그대로 달려들며 그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노린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방탄 기능을 지닌 그의 수트 소맷자락에 튕겨나간다. 마찬가지로 노리는 바다. 안쪽으로 꺾였기 때문에 각도와 힘이 제한된다. 권총에 맞은 충격에서 바로 회복할 수 없는 것 역시 하은에게 유리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나 배신자가 자신의 파트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꼴 밖에 되지 않았다. 이미 살짝 느려진 그의 동작이, 희미한, 아주 희미한 망설임으로 인해 반 템포 더 느려진다.


반대쪽에서 날아오는 그의 주먹. 당연하다. 유리한 쪽을 쓰는게 좋으니까.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예상할 수 있다. 카이론 AI의 구버젼이 도출해 훈련생들에게 가르친 자세 그대로다. 하은이 허리를 뒤로 숙이며 변칙적인 자세로 그의 팔 아래로 슬라이딩한다. 그러나 완전히 빗겨내지는 못해, 권총이 그녀의 손에서 튕겨나간다.


그의 뒤를 잡은 하은. 그러나 총기가 없다. 총기나 단검이 있다 하더라도 방탄소재의 수트를 뚫을수는 없다.


“!”


그녀의 손에 현실교란적인 힘이 깃든다. 교관The Man의 힘을 빌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보다 훨씬 날것의 힘을 관장하는 거대한 존재. 소멸해야할 모든 것의 운명을 앞당기려하는 그 존재의 힘을 빌린다. 혹시 저번처럼 섭리를 어긴 댓가를 치루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여기까지 와서 패러독스에 먹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


하은이 그 존재가 자신을 주시하는 것을 느낀다.



그 존재는, 기뻐하고 있었다.



희미한 붉은색 기운을 띈 안개 같은 것이 하은의 손을 순식간에 감싼다. 하은이 손을 내려친다. 그녀의 손 끝에서는 현실 그 자체의 규칙이 뒤틀리고 있었다. 멀어야 할 것이 가까워지고, 가까워야 할 것이 멀어진다. 묶여있어야 할 분자의 규칙이 망가지며 공기 중의 기체가 소멸해 진공이 만들어진다. 소멸 그 자체의 힘을 휘두르는 하은.


끝이다.


정우재 감독관은, 이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릴 것이다.



“콰직!”



그러나 살점이 터지는 소리대신, 기계가 망가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은의 손 끝에 걸린 것은 정우재가 아니라, 유키였다.


“우드득-”


금속관절이 찢어지는 소리.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든 그녀의 의체를 파고든 하은의 손 끝에서 그녀의 기계 육체가 뒤틀려간다. 주동력계가 터져나가고, 신경신호를 전달하는 나노너브 네트워크가 모조리 불타버린다. 팔과 다리의 관절이 박살나고 그녀의 핵심 시스템을 지켜야할 내부장갑이 모조리 찢어진다.


“!”


유키가 관성에 더해진 파괴적인 힘에 의해 두 사람 사이에서 튕겨나가버린다.


오늘 있었던 일 중 처음으로 하은이 예상하지 못한 일. 그녀의 머릿속에 왜, 라는 질문이 스친다. 분명 이 코드는 의체인 요원을 꽤나 긴 시간 동안 강제 정지시킬텐데. 어떻게 해야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정우재의 킥이 그녀의 목덜미를 강타한다. 강력한 충격이 그녀의 의식을 흔들어 놓는다. 그녀가 몸을 추스리기도전에 총소리가 울린다.


그 때문에, 하은의 정신은 퀸란이 살짝 바꿔친 코드를 알려주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놓쳐버린다.


“...”


금속의 맛이 전신을 훑고 지나간다. 살상보다는 제압을 위한 저위력탄. 그러나 관통상인것은 변함없다. 그녀의 몸이 힘없이 쓰러진다. 


“유키!”


그런 하은을 내버려두고 정우재가 유키에게 달려간다. 그녀의 옆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그가 유키를 살핀다. 몸통 앞쪽 전체가 말 그대로 뜯겨나갔다. 프리미움 내골격이 없었다면 아예 몸 한가운데가 소멸되었을지도 모른다. 전원을 공급해야할 부분은 연기를 피워올리며 작동을 정지하고 있었고, 신경신호를 전달해야할 파츠들은 새까맣게 불탄채 그 빛을 잃은 상태였다. 간헐적인 전기 신호로 인해 다리 쪽은 마치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감독...관.”


감독관이라는 단어 사이에 섞여 나오는 기계음의 노이즈. 


“복원 모드에 들어가. 지금 바로-”


유키가 그나마 멀쩡한 팔을 들어 정우재의 어깨에 얹는다.


“...잘 됐네. 배신자도 잡았고, 거기에 줄줄이 딸려나올테니 이 정도라면 복합형 의체로 교체할 수 있을거다. 일어나면-”


“감독-”


관, 이라는 말은 영화에서나 들을법한 조잡한 기계음이 된다. 그녀의 보이스 모듈마저 거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인 모양이었다. 반은 잡음인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된다.


“이제 나 대신 내가 만들어놓은 AI한테 도움받으면 돼. 방금도 나 없으니까 죽을뻔 했잖아?”


“뭔 헛소리야. 빨리 복원 모드에나-”


“아까 왜 망설였어?”


“...”


정우재 감독관은 대답하지 않는다.


누가 봐도 명백한 실책이다.


육체 관계를 맺고 있는 파트너가 배신자임을 모를 수는 있다. 애초에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그 배신자가 그녀임을 알았을 때 망설인 것은 유니언의 요원으로서는 실책이다. 아주 잠깐이었더라도.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을 보인 끝에 당할뻔 했다. 


기계몸이라도 여자의 감이라는 것은 남는 것일까. 유키가 담담하게 반응한다.


“저 여자가 그 여자구나? 신기하다.”


“신기한 소리 하고 있네. 빨리 전환해. 더 위험해지기 전에.”


“...”


유키가 잠시 침묵을 지킨다.


“전환이 안되네.”


“뭐?”


“망설이는거 보고 조금 상처받을뻔 했다? 나한테는 그런거 하나도 안해주잖아.”


“그런 소리하지 말고-”


그러나 유키는 시간이 없다는 듯이 그의 말을 끊어버린다.


“이상한 여자한테 감독관 빼앗긴 줄 알았네. 안녕, 감독관.”


합성된 음성임이 분명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눈에서 말 그대로 빛이 사라진다. 유지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의체가 기능을 정지한 것이다. 정우재가 무슨 일이 일어나버린 것인지 알아차린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


유키의 옆에 무릎을 꿇은채, 그가 고개를 떨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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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


통합.


규격화.


테크노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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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도로 가다간 ㄹㅇ 완결 못낼거 같아서 속도 낼게여 흐긓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