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담은 짧은 글. 즉석에서 생각나는대로 썼더니 조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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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의 문화사업과 소속, 역사연구 및 선전담당 9급 공무원, 워렌 버핏은 하루치 근무를 마친 뒤 퇴근하는 길이었다. 늘 지나다니는 이 슬럼의 뒷골목에 단 하나 뿐인, 컨티뉴얼 플레임 주문이 걸린 가로등이 흐릿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아저씨, 갈 곳이 없는데 오늘 하룻밤만 재워주지 않을래요?"


교외에 있는 수경재배 콩나물 농장 로고가 찍힌 작업복 차림의 여성이 치근대며 달라 붙었다. 얼핏보면 요즘 넘쳐 나는, 21차 최종전쟁에서 일가친척을 잃고 갈 곳이 없어져서 콩나물 농장에서 일하다가 기숙사를 살짝 빠져 나와 '부업'을 하러 거리로 나온 어린 인간 소녀처럼 보인다. 하지만 워렌은 상대가 얼핏 보면 인간 소녀 같지만 사실 년에 접어 든 퇴물 하플링 창녀라는 걸 순식간에 눈치챘다. 온갖 종류의 환상을 창조하고 그 디테일을 순식간에 파악해 내는 노움의 눈을 이식한 그를 일루전 계열 주문으로 속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거리의 유행은 짧으면 한 나절, 길어도 열흘 단위로 바뀐다. 이 거리의 매춘 사업 분야에서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상황 조성 모델은 '아직 앳되고 순진한 기색이 완전히 사라지지 은 소녀가, 고된 노동의 일상에 지친 나머지 순간의 유혹에 흔들려 몸을 내맡긴다'는 것이었다. 그를 위해 사업주들은 푼돈에 기꺼이 자신의 기예를 제공하는 마법쟁이들을 고용해서 매춘부들이 그러한 '소녀' 상에 부합하게끔 일루젼의 가면을 씌우고는 호객을 시킨다.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포인트는, 지나치게 그럴싸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상황 조성 모델 하에 있는 성구매자들의 가장 핵심적인 쾌락 요소는 '아직 앳되고 순진한 소녀를 욕망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살피면 간파할 수 있는 싼 위장에 매달리는 자신에 대한 모멸감'에서 나온다는 게 엔천트먼트 학과 마케팅 매니지먼트 전공교수들의 분석이었다(그 분석을 위해 성구매자의 뇌에 마인드 링크를 했다가 새로운 유형의 페티시즘에 빠진 대학원생들이 수두룩했다) .


모멸감과 자괴감에서 쾌락을 느낀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에 사업주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한 모험적인 사업주가 그를 시도했다가 반 나절만에 200만 길의 수익을 내자 다들 의문은 젖혀두고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유행은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었다. 분명 마법쟁이를 고용할 돈이 없는 영세업자가 다른 종족이 보기에는 적당히 어린 인간처럼 보이는 하플링으로 어떻게든 해보려고 한 결과가 눈 앞의 이 여자일 것이다. 어차피 진짜가 아니고, 자세히 보면 그걸 알 수 있는 가짜라는 점에서는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렌은 그걸 할 기분이 아니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지난 21차 최종전쟁 때문이야.' 워렌 버핏은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며 상대의 어깨를 거칠게 떠밀었다.

"꺼져, 난 생체에는 흥미 없어."
'전황이 불리한 걸 느낀 데몬들은 데빌들과의 전쟁에서 결정적 승기를 잡기 위해 파 렐름으로 가는 게이트를 열었고, 온갖 애버레이션들이 물질계로 쏟아져 들어왔지.'

"X발 골렘박이였어? 재수 없게."


하플링 창녀가 침을 뱉자 워렌은 발길질을 했다. 아랫배를 걷어 차이고 쓰레기통을 쓰러뜨리며 나동그라진 그녀의 옆으로 고양이만한 덩치의 핀디쉬 랫 한 마리가 후다닥 뛰어 달아났다.


'전례가 없던 우주적 공포 앞에서 데몬들과 데빌들은 내키지 않는 연합을 이뤘고, 물질계에 강림했던 카-툴루와 그의 형제들은 돌아갔지만 물질계는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고...'


일어난 그녀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면서 발악하듯 워렌에게 매달렸다. 하지만 여자, 게다가 하플링의 힘이란 뻔하다. 분노보다는 귀찮음과 짜증만을 느끼면서 워렌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20차 최종전쟁까지만 해도 낮은 희뿌옇게나마 밝았고, 밤은 어두웠다. 솔라 교단의 사제들은 1만년 전 어퍼 플레인과 주물질계 간의 연결이 끊기기 전에는 해와 달이란 게 있었다고 설교한다. 시 그 연결을 복구하여 해와 달이 빛나는 낮과 밤을 되찾아야 하며, 그를 위해선 교단의 가르침을 따라야 한다는 게 그들의 교의였다. 하지만 1만년이나 뜨지 않은 해와 달 따위, 워렌에게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대신 지금의 하늘은 가끔씩 불타오르는 날개를 지닌 데빌과 데몬들 간의 국지전이 벌어질 때를 제외하면 항상 요사스런 청회색과 보라색으로 물들어 불길하게 일렁거리며, 종종 녹색 낙뢰가 번뜩인다. 저 하늘이야말로 이 세상이 무언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는 증거였다.


"X발... X발.... 마르크스... 그 개새끼한테 중개료 뜯기는 것도 억울한데.... 오늘 팔자.... 진짜 ㅈ같네... 씨..."


허약하기 짝이 없는 주먹으로 워렌을 때리던 하플링 매춘부는 결국 통곡하기 시작했다. 워렌은 문득 위화감을 느끼고 자신도 모르게 질문했다.


"이런 세상이 싫어?"
"당연하지 새끼야!"

'그렇게 망가진 세상에서도 인간은 살아남아 적응했고, 하플링과 노움, 드워프들도 힘겹게나마 어떻게든 적응했지.... 스스로를 망가뜨림으로써. 그렇게 해야만 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오직 엘프들만이 적응을 거부하고, 스스로 멸망의 길을 선택했지... 모멸감과 자괴감을 쾌락으로 느낀다는 건, 스스로가 적응했다는 증거인 거고...'


텅빈 눈을 한 여남은 구의 시체들이 비척거리며 둘의 곁을 지나쳤다. 옷차림으로 봐서 이 슬럼가의 한 거리를 빼앗기 위해 라이벌 갱 조직과 싸우다 죽은 패거리일 것이다. 마침 어떤 운 좋은 마법쟁이가 공방 같은 곳에 단순 노동력으로 팔아치울 생각으로 애니메이트 데드 주문이라도 쓴 모양이다. 알고 지내는 드워프 고리대금업자와 얼마 전 한 잔 할 때 그는 푸념조로 투덜거렸다. 100년 쯤 전- 자신이 어렸을 때만 해도 언데드는 공포와 증오의 대상이었다고. 하지만 워렌에게 있어 좀비나 스켈레톤 같은 하급 언데드는 시청 환경담당 사업과 소속 마법쟁이에 의해 청소를 비롯한 단순노동을 담당하는 배경 비슷한 것에 불과했다.


"뱀파이어 같은, 지성을 가진 고급 언데드도 이제는 데빌과 데몬들 등쌀에 밀려서 거의 사라져 버리거나 마족들 용역이나 하는 신세고..."
"너, 취했어 아니면 돌았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하플링 매춘부는 여전히 훌쩍거리면서도 멍하니 중얼대는 워렌을 곁눈질하며 물러났다.


"좀... 돌았나봐, 아까 때려서 미안."


워렌은 지갑에서 은화 한 닢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순간 그녀의 눈이 빛나더니 번개 같이 손을 뻗어 낚아채고는 다시 빼앗길까봐 두려운 듯 몇 발짝 물러났다. 그녀는 은화를 깨물어 보더니 시 한 번 워렌을 위아래로 흝어 보았다.


"그래도 넌 곱게 돈 놈인가 보네."


워렌은 기운 없이 웃었다.


"...언데드 같은... 이제는 별 볼일 없더라도 한 때는 평범하고 정상적인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것들이, 지금의 이 망가진 세상보다는 나은 거 같지 않아?"


거나하게 취한 홉고블린과 놀 경비대원들이 거칠게 웃으면서 둘의 사이를 가로질러 지나쳐갔다. 그들이 지나간 뒤, 하플링 매춘부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새카만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워렌은 그 빗줄기를 맞으며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았다. 녹색 뇌광이 멀리서 번뜩이더니, 천둥소리가 아득히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