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Chummer들아
지난번에는 제6세계 사회의 밑바닥 계층이 어떻게 생활하는지를 살펴봤어. 그리고 섀도우러너가 길거리에서 살면 본인의 생활이 피폐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동료 러너들에게도 민폐를 끼친다는 사실도 적었어.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 바로 일반 계층에 해당하는 생활 방식을 구매하면 돼. 이번 글에서는 일반 계층에 해당되는 생활 방식인 저소득층(Low)과 중산층(Middle)에 대해 살펴볼 거야.
배경 이야기: r/Ozurr, Atti-2.0: Lifestyles of the Rich and Aimless - Aimless Edition
(출처: https://cajsimpson.com/blog/2012/cyberpunk-harvest-moon/)
저소득층(Low) - 비용: 월 2,000¥, 주거 등급: C
"4시 45분입니다."
아파트가 여성을 시뮬레이션한 목소리로 닐의 출근 시간까지 45분 남았음을 알렸다. 하지만 그가 시뮬레이션에 정성들여 입력했던 설정은 언제부턴가 꼬여있었다. 설정대로라면 동유럽계 여성이 상냥하면서도 요염한 슬라브 억양으로 말해야 했겠지만(스베틀라나 2.1 설정을 해금하는 데만 그의 두달치 식비가 들어갔다.), 지금은 21세기 초의 TV 영화에서 등장하던 로봇이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로 깨져버리고 말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 4 7 7 1 2번님. 아침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
닐이 눈을 몇차례 깜빡이고 회사가 침대 대신 제공한 리클라이너 의자의 뒤로 넘어지지 않을만큼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 뒤 이불을 바퀴 달린 드론 위로 떨어뜨렸다. 허리까지 덮혔던 얇은 이불은 온기를 보존한다기보다는 중앙 제어 에어컨이 뿜어대는 한기를 막아주는 용도에 가까웠다. 드론은 아파트의 벽을 뒤덮은 오븐/냉장고/찬장/3D TV 프로젝터 복합 가전제품 유닛을 향해 바퀴를 뽈뽈대며 움직였다. 증강현실(AR)이 가동되면서 우울한 회색 콘크리트 벽 위에 세계 각국의 휴양지 발코니에서 찍은 영상이 덮였다. 그가 살면서 가볼 기회가 없을만한 장소 뿐이었다.
오늘의 아침해는 이탈리아의 나폴리 언덕에서 7시간 전에 촬영되었다. 닐은 나폴리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아파트가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닐은 엉거주춤 일어서고는 반대쪽 벽에 있는 화장실로 향했다. 바닥 위로 세워진 발판 타일에 발을 딛자 샤워가 시작되었다. 물이 잠시 쏟아지고, 뜨거운 열풍이 불었다. 그렇게 회사 규정에 따라 샤워가 완료되었다.
저소득층(Low) 생활 방식은 현실의 저소득층처럼 주급/월급을 받아서 먹고 사는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상을 나타내. 주소를 적을 수 있는 안정적인 주거지가 있고, 하루 세끼 따뜻한 대두식사를 할 수 있고, 수도와 전기가 지정된 배급 시간 동안 제대로 공급되니까 샤워와 몸단장을 할 수 있고, 월마트 등지에서 싸구려긴 하지만 멀쩡한 옷도 살 수 있고, 치안이 (갱단의 보호와 경찰의 순찰 덕분에) 유지되니까 물건을 보관해도 도둑맞을 위험이 적고, 그 외에도 유료 매트릭스(인터넷) 사용권, 버스 이용권처럼 일상 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 사회적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서비스 비용과 식비는 플레이어가 지불하는 2000뉴엔 안에 전부 포함된 것으로 간주돼. (SR5 Core Rule Book, p.369) 그리고 현실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장이 끝나면 노동자들끼리 모여서 펍이나 바로 가는 장면도 자주 볼 수 있어. (Run Faster, p. 222)
이 정도 생활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비용은 2만 4천 뉴엔이야. 1뉴엔을 2018년 기준으로 1달러, 한화 천원이라 간주하면 1년에 연소득 2천 4백만원 내외이고, 한국의 2018년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1주일에 66시간 일했을 때 해당되는 금액이지. 위 이야기의 닐과 같은 일반인이면 정말 70시간 이상을 일해야만 벌 수 있는 금액이야. 플레이어 섀도우러너는 D&D 기준으로 약 10레벨에 해당되는 엘리트니까 약 20시간 근무만 해도 월 2000 뉴엔을 벌 수 있어. (Day Job 퀄리티. Run Faster, p. 154)
주거지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직장을 구할 수 있지만 주거지가 없거나 쫓겨나면 신원을 보증할 수 없으니까 다음 직장을 잡지 못해 금방 노숙자가
되어버리잖아? 섀도우런에서도 마찬가지야. 직장을 잡으려면 적법한 SIN(국가 SIN, 레이팅 4 이상 가짜 SIN)이 있어야
하고, 이 SIN에는 현재 주거지를 포함해서 등록된 사람의 모든 정보가 담겨있으니까 당연히 안정적인 주소지도 있다는 사실이 전제돼.(SR5 Core Rule Book, p.362-363) 그래서 직장을 구하려면 주거지가 있어야 하고, 주거지를 유지하려면 직장에 붙들려있어야 한다는 순환논법적 제약이 현실과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어.
이 제약을 본격적인 예속 관계로 만들기 위해 AAA급 메가콥은 말단 직원들에게 월급으로 공용 화폐인 뉴엔 대신 스크립(Scrip)이라는 자체 발행 화폐를 지불해. 스크립은 뉴엔과는 다르게 메가콥의 영토 밖에서는 쓸 수 없는 쿠폰과도 같아. 그래서 뉴엔으로 환전할 때 큰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지. (SR5 Core Rule Book, p. 15) 이는 19세기 산업 혁명 당시 영국 회사에서 파운드 실링 대신 회사 내부 상점에서만 쓸 수 있는 전표(Truck)를 급여로 주고 물건 값을 올려서 폭리를 취한 것과 동일한 원리야. (Truck Wages, Wikipedia 링크) AAA급 메가콥은 그 자체로 하나의 국가이기 때문에 이런 행위가 합법이 되는 거지. (SR5 Core Rule Book, p. 21)
메가콥의 농간과 복지의 부재 때문에 대다수의 일반인에게 저소득층 생활 방식은 벗어나기 힘든 일상이야. 다행히도 섀도우러너는 목숨을 거는 댓가로 일반인보다 돈을 많이 받으니까 계속 저소득층 생활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 러너에게 저소득층 생활은 돈이 적은 캐릭터로 시작할 때, 값비싼 장비나 사이버웨어를 구매하기 위해 잠시 저축할 필요가 있을 때, 혹은 경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안전 가옥 용도 등으로 사용되는 생활 방식이야. 그래서 러너들의 장기적인 목표는 장비 값을 마련한 뒤 저소득층 생활을 벗어나는 것이지.
(출처: https://www.artstation.com/artwork/b3xeG)
중산층(Middle) - 비용: 월 5,000 ¥, 주거 등급: B
열살짜리 여자아이 트루디는 학교 정문을 나서면서 벨뷰의 아름다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굳이 집에까지 걸을 필요는 없었지만, 오늘처럼 즐거웠던 날에는 숙제를 하기 전에 잠시 운동이라도 하면서 돌아다니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는 노란색 학교 버스나 학부모가 아이들을 데리러 오기 위해 타고 온, 그리드가이드(GridGuide)에 통제되는 자가용 몇대를 제외하면 한산했다. 앨리슨은 트루디에게 자기 집에 와서 그룹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지난번 레포트가 자신이 쓴 것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던 것을 기억한 트루디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덤불을 손질하는 냄새나는 정원사와 매끈한 잔디밭을 지나쳐 집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AR 울타리 안으로 들어간 트루디는 문 앞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빵집에서 온 상자를 보고 더욱 기뻐했다. 르 쁘띠 스위트가 배달까지 하는지는 몰랐지만, 누가 보냈는지 몰라도 트루디를 배려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트루디는 상자를 집어들고 자신의 이마에 붙은 반짝거리는 트로드(두뇌 전극) 패치에서 집의 문을 여는 암호를 전송했다. 좀 더 자라면 그 자리에 데이터잭(Datajack)이 설치되겠지, 하고 트루디는 생각했다.
중산층(Middle) 생활 방식은 저소득층 생활로부터 탈출하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나타내. 현실에서는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서 잘 나가는 교외에 생활하는 사람들, 혹은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데 성공한 사람에 해당되지.
노숙자와 저소득층 사이의 수입 차이는 월 2,000 뉴엔이지만 저소득층과 중산층 사이의 격차는 월 3,000 뉴엔으로 더욱 크거든. 격차가 큰 만큼 중산층에 오른 사람은 저소득층 미만은 꿈도 꾸지 못할 여러가지 특권을 누려. 가장 중요한 DocWagon의 건강보험 및 의료보험, 정기적인 병가와 휴가, 자가용을 담을 수 있는 차고,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경찰, 뜨거운 물이 가득 찬 목욕탕, 드라이클리닝되고 빳빳하게 다려진 비즈니스 양복, 끊어지지 않는 전기와 가스, 초고속 매트릭스망 구독권, 고속철도 이용권, 놀이공원 자유이용권, 개인 서고, 수영장 혹은 헬스장(택일) 등등. 이 정도 계층에 오른 사람은 대두음식 외에도 종종 대두보다 5배 이상 비싼 (Run Faster, p.253) 자연적인 재료로 만든 음식을 요리하거나, 외식을 하거나 시켜먹을 여유가 생겨. B등급 이상부터는 경찰이 정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학군이 슬슬 좋아지기 시작하는 동네라서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키우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기도 해.(SR5 Core Rule Book, p.368. Run Faster, p.218 ~ 224)
혼자서 월급 5천 뉴엔, 연봉 6만 뉴엔을 번다고 하면 2018년 기준으로도 연봉 6천만원에 해당되니까 현실을 기준으로 따져봐도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성공한 계층이라고 할 수 있어. 미국과 유럽은 부부가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6만불 이상으로 수입이 늘어나서 아이를 사립 학교로 보내는 등의 여유도 부릴 수 있지. 대기업 비정규직 SIN(Corporate Limited SIN)을 가진 사람, 일명 봉급노예(Wageslave)/사라리만(Sarariman)이 중간관리직까지 올라가서 야근수당을 포함해서 벌 수 있는 연봉 한계가 이 정도일 거라고 추측되고 있어. (SR5 Core Rule Book, p.84-85) 능력 있는 러너들도 일반적인 직장을 가진다면 월 40시간 풀타임을 뛰어야 벌 수 있는 금액이야. (Run Faster, p. 154) 남들은 야근을 해야 버는 돈을 정규 근무 시간 안에 버는 셈이니까 여전히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야겠지만, 이 정도로 시간을 투입하면 병가와 휴가가 다 떨어졌을 때 2일 이상 이루어지는 런을 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지고, 훈련에 써야 할 낮 시간을 일에 써버리니까 캐릭터의 성장도 느려져.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PC가 풀타임까지 뛰는 경우는 극히 드무니까 이론상의 논의일 뿐이야.
러너의 입장에서 중산층 생활 방식을 유지하면 몸도 마음도 편해진다고 GM이 잘봐줄 거야. 의뢰인을 만날 때도 중산층 생활에 익숙해진 사람은 사회적으로 의뢰인 바로 아래뻘 계급이기 때문에 대화도 잘 되고 무시를 당하지 않는 장점이 있어. 페이스의 입장에서는 협상(Negotiation), 에티켓(Etiquette)과 같은 사회성 스킬(Social Skill) 굴림에서 당하는 부정적인 모디파이어가 많이 줄어든다는 뜻이라서 수치상으로도 큰 도움이 돼. (SR5 Core Rule Book, p. 140, Run Faster p. 217) 사치의 노예(Creature of Comfort)라는 부정적인 퀄리티는 비싼 생활 방식이 가져다주는 편리함에 의존하는 정신 상태를 나타내는데, 이 퀄리티를 가질 수 있는 최소 한도도 중산층 이상이야. (Run Faster, p.153)
하지만 중산층 생활 방식을 유지할 때는 돈 외에도 두가지 고려해야 할 게 있어. 첫번째는 중산층은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군중심리야. 아까 말했듯이 대부분은 회사에서 경제적인 수준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과 계속 부대끼면서 맞벌이를 하는 것이 일상인 사라리만(ordinary wage-earners)이야. (SR5 Core Rule Book, p. 368) 그런 생활을 하지 않으면서도 중산층 생활을 누리는 사람들, 즉 정규 근무 시간에 일처럼 보이지 않는 행동을 하거나, 비즈니스 캐주얼 대신 펑크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할 가능성이 생기는 거지. 두번째는 경찰이야. 경찰이 순찰을 자주 돈다는 것은 동네가 그만큼 안전하다는 뜻이지만, 러너는 대부분 범죄자니까 경찰이 자주 순찰하는 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그러니까 중산층 생활 방식을 구매했다면 순찰하는 경찰에게 SIN을 검색당해야 할 정도로 수상한 행동은 자제하고, GM에게 어느 정도 자기 관리를 하고 있다는 묘사를 조금 해주면 좋을 거야. (Atti 2.0 - The Shrinking Middle Class - Still Richer Than 90% Of The Sprawl)
깜빡할 뻔 했다. 이야기의 정원사 아저씨가 단순한 강도인지, 의뢰를 받고 트루디를 납치하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와 아빠가 다른 메가콥으로 떠나면서 트루디를 데려오라고 한 것인지는 상상에 맡길게. 다행히도 중산층 이상이면 세번째일 가능성이 의외로 높아. 섀도우런의 세계에서도 아이를 고의로 죽이는 건 진짜 인간말종뿐이거든.
다음 편에서는 러너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 상류층, 더 정확히는 상류층(High)과 호화 생활(Luxury) 대해 다뤄볼거야. 그렴 다음에 볼 때 까지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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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추. 추석인데 수고하넹
추-천
추석추 역시 사펑은 재밌어. 근데 트루디 어디 끌려갈 거 같다 암만 봐도... 그리고 중산층이 호화층같단 점에서 얼마나 디스토피아같은 지도 알 수 있다.
미들라이프가 저정도였구나, 저 정도면 지금 중산층 보다도 잘 사는거 같은데
미들 라이프는 사실 미국에서 평범한 커뮤니티 칼리지나 하급 주립대를 나오고 직장을 잡은 일반 직장인 부부를 모델로 하고 있어. 수영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항을 특권이라고 말해야 하는 것 자체가 로우 라이프 미만이 얼마나 막장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거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끊어지지 않는 물과 전기가 저소득층의 입장에서 특권으로 느껴지는 것도 현실 반영이야.
이 두 아저씨는 동네에서 존경받는 경찰관이었다. 트루디의 부모님도 방과후 순찰 비용을 동네 사람들과 갹출하여 낸 덕분에 치안 요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건강보험 요금이 크게 줄어든 것을 보고 마음에 들어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저금할 수 있었고, 순찰 기간동안 아이를 맡길 수 있으니 더 오랫동안 야근을 하면서도 안심할 수 있었다.
이 문장 너무 맘에 든다
멀리갈것도 없이 현실도...
r/ozurr이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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