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은은 자신의 몸을 감춰주고 있는 쓰레기더미에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이 버려진 채 누군가가 재활용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이, 꼭 닮은 처지 같았다. 물론 상황은 하성은 쪽이 좀 더 비참했다. 그녀가 뒤집어 쓰고 있는 합성 플라스틱 쪼가리들은 언젠가 재활용 될 여지가 있었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서울시 한켠에 마련된 초대형 쓰레기 매립지는 언제나 쓰레기 운반차량과 수거 드론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재활용 기업의 사유지로 등록되어 있는 매립지에 불법거주 하는 것을 들킬 경우엔 무슨 꼴을 당할지 몰랐지만, 허상은은 이 곳이 마음에 들었다. 적어도 슬럼가를 돌아다니는 깡패들에게 린치 당할 일은 없었으니까. 뒷골목에서 윤간당하고 조각나서 팔려나가는 것 보다는 매립지에서 노역형에 쳐해지는 것이 나았다.

그나마 한국의 상류층들이 심각한 수준의 낭비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매립지에는 충분히 쓸 수 있을 물건이 곳곳에 버려져 있었고, 허상은은 시야나 새벽 시간대를 틈타 그것들을 건져내곤 했다. '미화원'들과 마주칠 위험이 가장 적은 시간대는 그 때 뿐이었다.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파내고 녹이고 굳혀서 마련한 은신처에서, 허상은은 그날의 수확을 둘러보았다. 그날따라 건질만한 물건이 적었다. 전원이 들어올지 아닐지도 모르는 모비 하나와 고장난 3D프린터 부품 하나, 그리고 생각보다 멀쩡한 상태의 상점제 싸구려 권총 하나.
그 말은, 목숨을 걸고 매립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었다. 다르게 말하면 굶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지만.

전리품들은 나중에 뜯어보기로 한 하성은은 잡동사니들을 옆으로 밀어놓았다. 곧 해가 뜰 터였다. 은신처는 좁았고, 수거 드론이 지나가는 와중에 안에서 소리를 내면 들킬 우려가 있었다. 지금부터 자 둬서 에너지를 아끼고, 다음 밤에 다시 밖으로 기어나가 쓰레기를 뒤지고 다니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허상은은 그나마 부드러운 재질의 쓰레기들을 끌어모아 만든 침상 위에 드러누웠다. 제대로 먹지 못한 채 한밤중의 쓰레기 산을 뒤지고 다니는 것은 체력을 심각하게 소비하는 일이었다. 오늘의 수확이 없으니, 내일은 더욱 열심히 돌아다녀야 할 터였다.

이부자리의 머리쪽 바로 위 천장에는 낡은 모비 하나가 고정되어 있었다. 배터리가 다 떨어져 가는지 깜빡거리는 화면에서는 그저 그런 뉴스와 신제품 광고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오늘도 자신이 이 지긋지긋한 매립지에서 나갈 수 있게 해줄 소식을 발견하지 못한 허상은은 한숨을 쉬며 모비 화면을 꺼버렸다.

그녀에겐 기적이 필요했다. 그리고, 하루아침만에 의료기업에 쫒기는 몸이 되어 이 쓰레기장에 몸을 숨기고 있는 그녀를 구할 기적이라면 엄청나게 큰 기적일 것이 분명했다.

기적이 찾아는 올지, 그리고 기적이 찾아온다 한들 그 때까지 그녀가 버틸 수 있을지, 모든 것이 불분명했다. 하지만 내일은 또 내일의 밥벌이가 있을 것이고, 기적을 기다리기 위해선 우선 밥벌이에 매진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기에, 허상은은 이내 모비 전원을 꺼버리고 눈을 감아 버렸다.





먼가… 먼가 아닌거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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