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나게 크고 존나게 사람 많고 존나게 더러운 도시. 하지만 그 중에서 너새끼 하나 정도 있나 없나 똑같지! 이게 바로 '자연스러운' 거지롱 



자연에 대한 공포

보통 자연에 대한 공포라고 하면 아마존 밀림이나 타클라마칸 사막 한 복판 같은데 고립되어서, 인간의 이성이나 그를 통해 만들어낸 물질문명과는 대립적인 이미지를 가진 괴물과 싸우게 된다... 뭐 그런 플롯이 호러 영화 같은 데서는 자주 제시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물질문명 역시도 일종의 ‘자연’이거든. 개미가 만든 개미탑이나 비버가 만든 댐을 보고 ‘저건 부자연스러운 것이다’하는 사람은 없잖아. 다만 자신이 속한 종족이 만들어낸 이 ‘자연’이 역설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저항할 수도 없는 그 무언가를 낳았으며, 자신은 그 무언가 앞에서 무기력하다... 는 공포심을 강조하는 것도 괜찮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에 대한 공포

헬조선을 살아가는 국민으로서 가장 흥미진진. ‘국가’에 대한 공포가 잘 살려면.... 국가가 강한 권력과 정보력을 갖고 있고, 그에 비해 국민 개개인(즉 PC들)은 국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해야 국가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감이 별로 없어야 함. 국가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기는 쉬운데 그에 저항하거나 주변에 알릴 방법이 없고(알리려고 했다간 어제까지만 해도 친하게 지내던 이웃이 급정색하면서 “나라를 위한 일인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한다거나) 한 발 더 나아가 저항하려고 해도 한 없이 거대하고 무감각한 관료주의의 바다 한 가운데에서 누구를 상대로 싸워야할지 알 수 없다는 무력감이 국가에 대한 공포의 포인트라고 본다. 내가 아무리 끔찍한 꼴을 겪어도 공무원 입장에서는 서류 한 장에 불과하구나... 하는 그런 감각. 즉, 플레이에서 국가에 대한 공포를 잘 살리려면 현대 또는 근미래 배경이 좋음. 사이버펑크도 끼얹으면 그럴싸하다. 중세는 농부 A입장에서 중앙 정부를 상대할 방법이 없지만 그 대신 중앙 정부에서도 국민들 하나하나에 대해 일일이 알지도 못하고 관리도 못하거든. 하지만 사이버펑크 미래도시 가까운 미래의 헬조선... 같은 경우는 모든 국민이 태어나면서부터 주민등록번호나 기타 등등으로 관리되고 언제든지 추적 및 감시가 가능한 반면 국가가 국민한테 해 주는 건 별로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