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Chummer들아
지난번 글에서는 밑바닥 바로 위에 위치한 저소득층과 밑바닥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한 중산층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살펴봤어. 환경 오염 그 자체가 정령이 되어서 빈민가를 휩쓸고 사기업화된 경찰은 그런 광경을 방치하는 막장과 비교하면 중산층 생활은 많이 편할 거라고 느꼈을 거야.
하지만 플레이어 섀도우러너의 입장에서는 중산층도 결국 지나가는 단계라고 할 수 있어. 빌드에 따라서 중산층으로 영구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50만 뉴엔을 처음부터 가지고서 시작할 수 있고, 혹은 슈퍼 스타가 되어서 주 40시간만에 월 5만 뉴엔을 쓸어담는 빌드도 손쉽게 만들 수 있거든. (SR5 Core Rule Book, p. 65, 94. Run Faster, p. 145, 146, 154)
이쯤 되면 규칙서에도 적혀있는 질문을 할 때가 온 거야.
플레이어 캐릭터는 왜 섀도우러너인가? (SR5 Core Rule Book, p. 103)
명성을 찍은 캐릭터를 만들면 직업만 가져도 돈을 쓸어담을 수 있다. 왜 굳이 런을 뛰어야 하는가? (Run Faster, p. 154)
즉, PC의 과거 배경과 목표를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
물론 섀도우런은 어디까지나 게임이니까 플레이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야. PC의 입장에서도 심심하니까, 일상은 지겨우니까, 재밌으니까 런을 뛴다는 대답은 충분히 나올 수 있어. 오늘만 사는 플레이(핑크 모호크)를 하는 것도 섀도우런의 재미 중 하나거든.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생각하면 장기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캐릭터도 얼마든지 플레이할 수 있어. 자신의 과거 배경(=가난, 혹은 상류 사회)에서 벗어나는 것, 과거에 잃었던 친구/가족의 복수 처럼 과거와 연관된 목표일 수 있고, 혹은 과거와 상관 없이 돈과 영향력을 얻는 것, 그리고 그 돈과 영향력을 얻을 때까지 생존하는 스릴일 수도 있어.
상류층과 호화 생활은 이 돈과 영향력을 보유한 사람이 누리는 생활 방식임과 동시에, 그런 돈과 영향력이라는 목표를 알아보기 쉽게 월간 비용으로 표시해주는 지표이기도 해. 상류층은 월 1만 뉴엔, 호화 생활은 10만 뉴엔을 요구하니까 각각 백만 뉴엔, 천만 뉴엔을 모으면 상류층이나 호화 계층으로 은퇴할 수 있다는 거야. 하류층 문서에서도 말했지만 승리 조건의 역할을 하는 거지. 그럼 제6세계에서 이런 상류층 생활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출처: Brandon Liao, Tales of the Cyber King, https://www.artstation.com/artwork/OyB88)
상류층(High) - 월 비용: 10,000(¥), 주거 등급: A, AA
"나는 21세기 디지털 보이..."
미첼은 오전 5시 하고도 1.5초가 지났을 때 눈을 떴다. 침실의 불이 켜지는 동시에 알람에서 단테의 지옥(Dante's Inferno) 클럽에서 촬영중인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왔다. 그의 두뇌에 장착된 네오넷제 반 윙클표 수면 제어기관(NeoNET brand Van Winkle Sleep Regulator)은 정확히 10,800초만에 매일 필요한 숙면을 취하게 해주는 고성능 바이오웨어(인공 장기)이지만, 오늘 따라 평소보다 반응 시간이 지나칠 정도로 늦어버렸다. 하지만 현재 방송중인 노래는 70년 전 쌍공년도 노래의 커버의 리믹스의 리어레인지를 샘플링한 경쟁사의 노래가 아니라 그의 부서가 저작권을 보유한 밴드의 원곡이자 그가 좋아하는 장르였기에, 사소한 실수 정도는 관대하게 넘어가주기로 하였다.
미첼이 킹사이즈 침대로부터 내려와 붉은 카펫에 발을 딛자 드론들이 붕붕대며 활동을 시작했다. 커버 시트는 자동으로 다림질하듯 빳빳하게 펴졌고, 이불은 자동 제어 시스템의 로봇 팔에 의해 접혀져 빨래 담당 직원이 손수 빨래할 빌딩 지하로 배달되었다. 바닥은 압력 감지 센서를 통해 미첼의 발이 접지한 위치를 감지하고 그의 체온에 맞춰 접지한 지점을 덥혔다. 편광 유리창(교육을 못 받은 하층민은 아마 창문이라 했을 것이다.)이 그의 시선에 맞춰서 투명해지면서 그가 위치한 80층 한참 아래에 깔린 스모그와 그 위로 구름이 약간 낀 화창한 하늘을 드러냈다.
"엄마의 가상ㅎ-- 전화가 왔습니다, 웨스트마치 전무님."
노래가 꺼지면서 스위트 룸의 알림이 들렸다. 필터링 목록에서 제외되어 방으로 직접 전화를 걸 수 있는 몇 안되는 사람임이 분명했다. 그의 비서 겸 부서장이 다급함을 참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하이디 켄싱턴-위플이었다. 광고 부서 출신으로 불량 제품을 최고급 명품으로 둔갑시켜 팔 수 있는 비상한 능력을 눈여겨본 미첼은 (지나치게 예민한 성미를 감수하고) 6개월 23일 전에 그녀를 부서장으로 진급시키고 자신의 프로젝트 중 하나를 내려보낸 바 있었다.
"잘 잤나, 하이디?" 그가 샤워기의 물 온도가 조절되는 동안 응답했다. 거실에서는 커피 향기가 이미 모락모락 풍기기 시작했다. 스위트 룸이 그의 혈류량 상승을 감지하고 원하는 블렌딩에 맞춰서 뽑아낸 것이었다. 하층민이라면 아마 커피 포트에 믹스 커피를 넣고 타이머를 맞췄으리라.
"안녕히 주무셨나요, 전무님." 하이디가 답변했다. "오늘 스케쥴을 전송하겠습니다. 그리고 화물 운송 부서에서 사용할 자동 인식 시스템에 대한 보고입니다. R&D 부서에서 가혹 테스트를 위해 1주일이 더 필요하다고 하던데요."
"일주일?!" 미첼이 소리쳤다. "이미 한달 전에 끝마쳐야 했을 테스트 아닌가? 부서 서열에서 세번째로 높은 놈을 자르고 네번째에서 아홉번째까지는 경비에게 먹일 설사바 부서로 전출시켜."
전화로 전해지는 싸늘한 침묵은 뜨거운 샤워물과 상쾌한 대조를 이루었다.
"전무님," 하이디가 대답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설사'바가 아니라 육체 노동자를 위한 고영양 칼로리 보충제-"
"알 게 뭐야." 미첼이 샤워물을 몸으로 돌리면서 말했다. 스위트 룸의 최첨단 통신 시스템이 물 소리를 자동으로 필터링하여 목소리를 또렷하게 전달하였기에 샤워를 하면서도 업무를 정상적으로 볼 수 있었다. 하이디가 심혈을 기울인 역작을 변호하는 말을 자르고 말을 이어나갔다.
"설사처럼 생겼고 설사 맛이 나니까 설사바라고 하잖아. 달리 먹을 게 없으니까 먹을 뿐이지. 바나나 키위 패션 프루트?" 자동화 관리 시스템이 진열장에서 오늘 찰 손목 시계를 골라달라는 요청을 화면에 띄웠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나저나 불평도 안 하고 먹는 경비들은 대체 어디서 데려온 거야?"
"다른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입니다." 하이디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의 모욕에도 불구하고 당황한 기색 없이 여전히 또렷했다. 미첼은 이를 놓치지 않고 기억해두었다. "유전공학 부서에서 일반적인 메타인간의 집중력 한계를 넘어서 12시간 이상 단일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개조한 실험 대상입니다."
미첼이 코웃음을 쳤다. 오늘 찰 손목 시계는 백금이었다. 그렇다면 회색 대신 짙은 색을 입어서 시계와 양복 사이의 대조를 이루는 것이 좋을 것이었다. 오늘 마침 검은 색이 잘 어울리겠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실험 대상을 화물 부서에 배치했다고?" 그가 물었다. "트럭 점검을 시킨다 그 말인가?" 양복 셔츠는 눈부신 백색에 요즘 이사회에서 유행하는 은장식이 되어있었다. 각성한 실크웜이필요한 영양분을 텔레파시로 까탈스럽게 요구하며 정성스럽게 짠 최고급 실크는 마치 햇볓 그 자체를 입은 것 처럼 가볍고 따스했다.
"상쾌한 하루야." 그가 혼잣말을 했다. "그러니까 자동화 점검 시스템이 실험 대상을 대체하기 전까지 일주일이 필요하다는 뜻인가?"
"예, 전무님."
"이번 분기가 끝나기... 일주일 전 맞고?" 미첼이 넥타이를 매며 걸어가는 사이 부엌 카운터에서 커피잔이 스르륵 미끄러졌다. 그가 원하는 온도에 맞춰 완벽하게 끓여진 커피에서 가을과 잘 어울리는 육두구 향이 났다.
"예, 전무님." 하이디가 새벽 4시까지 일한 뒤에도 그의 압박 시험을 통과했으니, 그에 대한 보상으로 밤 8시에 있을 회의에 대리로 보내는 대신 일찍 퇴근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어디 보자..." 미첼이 생각에 잠긴 사이 인간 집사가 아침 식사 쟁반을 대령해왔다. 뚜껑을 열자 (신선한) 사워 도우 토스트, (진짜 계란으로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 (진짜) 베이컨이 향을 모락모락 내며 드러났다. 이를 본 미첼이 영감을 떠올렸다.
"그렇다면 다른 운영 부서와 성과를 겨뤄보라고 하지." 그가 식탁에 앉으면서 말했다. 집사는 양복에 기름이 튀지 말라는 뜻에서 무릎과 목에 냅킨을 걸었다. "그리고 소위 이 '승부'에서 이기는 날에는 점심을 사주겠다고 하는 거야."
"하지만 전무님," 하이디가 평소에 볼 수 없는 그의 관대함에 걱정을 표하며 말했다. "안 그래도 회식 예산이 모자랄탄데요?"
"무슨 상관이야?" 미첼이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베이컨을 썰며 말했다. "어차피 1주일 뒤에 시스템이 가동되면 다 자르면 되지."
호화 생활(Luxury) - 월 비용: 100,000(¥), 주거 등급: AAA
플리는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고블린 메탈 밴드인 크루시블(KRUSIBYL)의 리드 싱어이자, 1미터의 키로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작은 거인이었다. 그의 음악은 전 세계 수백만명의 팬들에게 닿았고 노래 가사는 차별받는 오크와 트롤에게 사이다와도 같았다. 존재감은 곧 인맥이 되었고, 목소리는 황금을 낳았으며, 조그마한 몸은 키가 2배 이상 큰 메타인간 여성 팬을 이불과 베개로 삼았다.
하지만 플리 니커트위스터(본명은 베르트람 샤를마뉴 모건이었지만, 메탈 가수에게는 지나치게 게이같은 이름이었다.)는 오늘만큼은 자신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인맥, 부와 영향력으로부터 찾지 못했다. 어째서 그의 사이버 코(Olfactory Sensors)로부터 한정판 유전자 조작 리프위즈거 41-S 견종이 자신의 얼굴을 햝고 있다는 신호가 전송되고 있는가. 분명 그의 기억으로는 리프위즈거 41-S를 입양한 적이 없었는데도 말이다.
플리는 코를 햝으려는 개를 뿌리치고 납처럼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열었다. 캘리포니아 자유국의 해는 어제만해도 무대였던 장소의 폐허에서 타는 모닥불 연기에 반쯤 가려져있었다. 쏴아 하는 파도 소리에 자신이 해변가에 있었음이 기억났다. 값비싼 앰프, 스피커 세트, 그리고 커스텀 시그니처 기타는 모두 산산조각난 채 모래에 파묻혀있었다. 저 멀리 모래 언덕에서 또다른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해변까지 타고 온 투어 버스였을 것이다.
진에 둥둥 떠있던 플리는 핫 터브의 모서리에 감긴 오리칼쿰 사슬에 손이 닿았다. 터브 아래로 늘어진 사슬의 끝부분은 백사장의 고운 모래더미 안에 묻혀있었다.건너편에서 모래와 뒤섞이고 있는 소중한 노바코크 더미가 생각났다.
플리는 튜브에서 굴러나오다가 핫 터브의 모서리 밖으로 넘어가 모래 위로 엎어졌다. 그 소리에 모래더미가 흔들리더니 나체 여성이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랐지만 볼륨감이 있는 오크가 숙취와 플리에 대한 걱정으로 얼굴을 찌푸리며 위에서부터 그를 내려다봤다. 오리칼쿰 사슬은 그녀의 목에 달린 초커에 달려있었다. 나가 가죽에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초커는 고룡 슈워르츠코프(Schwartzkopf)가 주최한 파티에 크루시블이 공연해준 댓가로 하수인들을 시켜 정성들여 만든 공예품이었다. 슈워르츠코프는 덩클잔의 기일을 기리고 싶었을 뿐이라 영 재미없는 파티이기는 했지만.
"거기 있었네!" 그가 기쁜 목소리로 인사했다. "서퍼 다크블러드 본레이븐, 깜짝 놀랄뻔했잖니!"
서퍼가 플리를 구름처럼 폭신한 가슴에 끌어안았다. 싸구려 양산형과는 다른 커스텀 유방 임플란트를 장착해준 보람이 있었다. 에이전트가 알려준 본명은 샬린 허버트였지만, 그런 재미 없는 이름을 왜 써야 하겠는가?
"주인님보다 먼저 잠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녀가 훈련받은대로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용서해주시겠어요?"
"이번에는." 플리가 관대하게 대답했다. 컴링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제 때 주인을 편안하게 해주었으므로 초커에 내장된 전기 충격기까지 작동시킬 필요는 없어보였다.
"나머지 자식들은 어디- 잠깐,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어. 왜 리프위즈거 41-S가 계속 산책 시켜달라고 조르는 거지?"
아마도 핫 터브에 가득 든 진은 몸값이었던 모양이다.
너무 재밌당 흑흑 - dc App
넘나 재밌는것 앞으로도 이런 정보글 많이 올려주오
그래서 중류층에 걔가 먹던건 결국 설사바가 맞는거네
저 중류층에 대해 좀 궁금하다. 그니까 그냥 말단 노동직이 아니라...뭔가 더 있는거임?
리플레이에 있다 매우 관심 - dc App
125.187//설사바를 먹던 건 저소득층(Low) 말단 노동자임. 중류층/중산층(Middle)부터는 본격적인 화이트 칼라 회사원이야. 저소득층과 중산층(Middle) 사이에도 상당히 큰 간극이 있지만 그래도 이 두 계층은 똑같이 주 80시간씩 혹사당하는 일반인 계층이니까 지난번 글에서 묶어서 적어봤어.
추추추추추
어썸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