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턀갤이 한적하길래 쉬다가 오랫만에 악의를 좀 담아서 쓰는 뻘-글. 몇 가지 주제를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음.

사실 최근 딴 데서 이쁜말 고운말만 하다가 좀 질린 것도 있다.


규칙과 룰링에 대한 생각
'규칙 자체는 도구일 뿐 마스터의 룰링, 팀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게 딱히 틀린 건 아님. OSR 같은 거도 있잖아?

문제는 너네가 갖고 노는 룰이 '그럴 만한 룰이 맞냐'와 너희(최소한 너희 마스터가)가 그럴 역량이 되냐는 거지.

생각해 보자. 3판의 스타일이 맘에 안 들어서 OSR을 시작한 놈들이 왜 굳이 독자적인 룰을 만들어보려 했을까?

그냥 3판 갖고 하던 대로 해도 됐을텐데? 그야 규칙을 멋대로 손 보며 진행하는 게 그렇게 만만하지 않기 때문임.

그러면 CoC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여기서 수호자에게는 크게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사실 좀 빡빡하게 진행하는 경우 선택지는 하나뿐이겠지만,

'규칙 자체는 도구일 뿐 마스터의 룰링, 팀의 합의가 중요하다'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 선택지를 둘 추가함.

사실 말은 좀 까탈스럽게 하지만 나도 졸라 빡빡하게만 하는 타입은 아니라서...


1. 설득으로 굴리라고 요구한다.

네 캐릭터가 자신이 말하는 것을 믿든 말든 설득(Persuade)으로 판정하냐 말재주(Fast Talk)로 판정하냐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음. 그러므로 "룰북을 혹시 덜 읽고 오셨습니까"라고 물어본 뒤 설득으로 하라고 못을 박으면 됨.

가장 원론적인 선택지... 그러니까 "모범 정답"임.


2. 말재주로 굴려도 되는데 '모종의 대가가 따른다'고 선언한다.

말재주는 원래 일시적으로 사람을 속여넘기는 뭐 그런 얄팍한 수이기 때문에 금방 들통남. 따라서 말재주를 통해

일시적으로 목표를 달성해도 이어서 뭔가를 해 볼 기회가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거나 그렇게 못을 박아 놓고

'그래도 말재주로 해 볼 거냐'고 나름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거지.


3. 원래는 설득으로 해야 하는 게 맞는데 '특별히 이번만 봐 준다'고 선언한다.

1과 비슷하지만 '이번에만 봐주고' 다음에는 짤없다고 끊어서 다음에 이런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게 막는 게

핵심 포인트임. 장점은 역시 네가 한 번 정도는 봐 줄 줄 아는 좀 더 관대한 사람으로 보이는 효과를 낳는다는 거.

물론 만만해 보일 지도 모르니 다음에 또 이러면 저번에 말했던 대로 칼같이 컷하는 것을 잊지 말도록 하자.


이 정도는 말이 되지? 그러면 불행히도 이런 - 누군가 룰을 곡해하거나 무시하는 - 상황이 자주 나온다고 치자.

그러는 원인은 플레이어들의 룰 숙지의 미숙일 수도 있고 이득을 보기 위한 억지일 수도 있고 다양함. 어쨌거나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그럴 때마다 매번 마스터가 룰링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면 굳이 룰 텍스트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짐. 그 대신 마스터가 선언하는 결과나 체크해 둬야 할 내용 등이 훨씬 늘어나면서 마스터가 할 일이

늘어나는 거지. "저번에는 된다면서요!" "어 그랬던가요...?" 뭐 이렇게 말이야. 그리고 마스터 입장에선 할 일이

늘어나면 당연히 그만큼 불-편해진다. 귀찮아진다고 해야 하나? 이러면 당연히 플레이가 늘어지기도 쉬워짐.


반대로 룰 텍스트를 따라 원칙주의대로 해결하면 불만이 좀 있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룰은 룰이니까 넘어가게 됨.

그렇기 때문에 마스터가 이거저거 돈두르마스 늘리듯 룰과 팀원들을 다룰 깜냥이 안 되면 얌전히 텍스트를 따라

플레이 하는 게 모두의 정신 건강에 이로움. 전에 내가 AWE에 대해서 설명할 때도 이것저것 고쳐 써먹는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대충 하고 넘겼던 이유가 어차피 이 부분을 보고 활용할 수 있을 정도라면 앞에 설명했던 강령이니

원칙이니 하는 기본적인 개념들은 다 꿰고 온 사람일 것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어서였음.


역극

아니 뭐 자기들이 자기들끼리 논다고 누가 그러냐? 문제는 이런 이야기가 밖으로 새어나오고, 밖에서도 그렇게

하려 드는 사람이 나오고 뭐 그러는 게 문제지. 예를 들어 저기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뉴스에 안 나오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쓸 거잖아? 근데 그런 일이 뉴스 기사로 나오거나 이라크에서 온 IS 조직원이 한국에서 아무나

공격하면 아주 난리가 날 게 뻔한 것과 같은 이치임. 이게 이슬람 혐오라고 생각되면 이라크 / IS 조직원을 저기

동유럽 / 네오나치 스킨헤드로 바꿔도 됨. 뭐 하여간 "자기들끼리 어떻게 해도 상관은 없겠지만 외부에 문제를

일으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는 그런 거임. 아래에도 진짜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런 사례가 하나 나오긴 했잖아?

굳이 어떻게 논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거야 뭐 기분은 별로 안 좋더라도 내가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아니니까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기거나 뒤에서 조롱하거나 혹은 왜 굳이 그런 식으로 하는지 의문을 갖는 그런 거지.


3줄 요약

룰은 도구고 룰링과 합의로 넘길 수 있긴 한데, 이거도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님.

그러니까 대놓고 그러라는 룰이 아니면 그냥 텍스트를 따라가는 게 중간은 감.

역극하는 애들은 굳이 '그쪽 논리'를 외부에 표출하니까 거부감이 들게 되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