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들 뜨듯한 밥먹고 무슨 뻘소리를 한 거냐.... 그런 뜻에서 나도 뻘글이나 써 보자.
일단 세계 RPG '시장'을 주름잡는 건 D&D 계열, 그러니까 D20 계열 성공작들이고 그 외의 룰들은 뭐가 됐든 간에
솔직히 말해서 그냥 쩌리 수준에 불과함. 룰의 퀄리티가 어쨌든 '실적'으론 대부분 패파 1판 / D&D 5판은 물론이고
심지어 死탄이나 요새는 아무도 돌아갈 생각을 안 할 거 같은 쩜오에도 못 비빌거라고 보면 됨. 그러니 실적같은 걸로
갓룰과 똥룰을 따지는 게 그렇게 의미가 없어. 비슷한 수준의 새퀴들끼리 경쟁할 때 어쨌든 내가 미는 룰이 잘났다고
들이대는 그런 상황 아니면 말이야. 그리고 이 글 보고 떠오른 것 중 하나가 올해 에니상. 폭탄세일 등 실적을 내는데
환장하던 걸로 알려진 룰인 츠바이핸더가 '최고의 게임' 상을 받았는데, 이거하고 그 외의 몇 가지 문제 덕분에 뒷말이
조금 나왔고 결국 에니상 주최측이 '에니상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뭐 그랬음.
그러니까 당연히 갓룰 / 똥룰까지는 아니어도 룰끼리 줄세우고 싶을 때는 일단 판매 실적보다는 룰의 장점과 단점을
따지고 자기 기준을 제시해야 하는 거임. 예를 들어 크툴루쪽 룰들. 그러니까 크툴루의 부름(Call of Cthulhu) 구판
크툴루의 부름 7판 / 크툴루의 자취(Trail of Cthulhu) / 델타 그린(Delta Green)을 비교하면서 설명해 보겠음.
아, 사실 이렇게 말하지만 나도 귀찮아서 저렇게 세세하게는 잘 안하니 그 부분은 이해 바람.
크툴루의 부름 구판
장점 : 예전에 나온 고전 시나리오들 / 혹은 왜국산 동인 시나리오 등은 다 이거 기반이니 별 수고 없이 돌릴 수 있음.
단점 : 기관총 연사 규칙이 쓰레기임 / 저항표라고 특정한 표를 보고 판정하는 상황이 있음 / 7판보다 비직관적임 등
근데 솔직히 한국 환경상 '장점'은 일단 해외에 손을 뻗을 깜냥이 안 되면 의미가 없음. 이러니 구판은 매리트가 없지.
크툴루의 부름 7판
장점 : 국내 유일한 한글 판본이 존재함 / 위에 적은 마음에 안 들거나 그냥 구렸던 단점 다수를 수정하거나 하려고 함.
단점 : 탐사자 핸드북이 직업 카탈로그 빼고는 날로 쳐먹는 구성인 듯. / 차량 추적은 좀 많이 아쉽지 않나 생각이 듬 등
일단 위의 구판의 장점이 쓰레기가 되었듯... 반대로 7판은 한글판의 존재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를 먹고 들어감.
거기다 구판에서 좀 지적된 부분들을 손보려고 노오력을 한 결과가 보이기 때문에 국내에선 일단 이거를 우선적으로
추천할 수 밖에 없음. 갓룰 / 똥룰로 구분까진 안해도 6판보다는 이게 좋음.
크툴루의 자취
장점 : BRP보다 추리 수사물에 훨씬 특화된 검슈 시스템 / 국내에 발매된 두려움 그 자체나 심지어 CoC와도 호환됨.
단점 : 검슈라서 대체로 전투가 졸라 구림 / 한글화 안 됐음 / 검슈 시스템 룰이 고만고만해 다른 룰과 차이가 적음 등
크툴루의 자취는 나온 이후 쭉 CoC의 경쟁자 중 하나였음. 일단 추리 조사는 편하고 호러물이니 뭐 제대로 전투할 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진행하면 구린 전투도 딱히 엄청 큰 문제는 아니거든. 문제는 검슈는 검슈라서 그 이후에 케네스
하이트가 낸 밤검사....가 이미 나온 국내에서의 시점에서는 "밤검사에 크툴루를 싸서 드셔보세요"로 보일지도 모름.
이건 델타 그린의 몰락인가? 그리고 CoC 호환이 되긴 하는데 시나리오별로 호환용 데이터들을 정리해야 하고 그럼.
델타 그린
장점 : 7판과는 다른 방식으로 현대적으로 개수한 BRP를 사용함 / 현대물에 어울리는 세팅과 요소들을 제공함.
단점 : 냉혹하게 PC와 NPC 모두를 갈아넣으려 듬. / 한글화 안 됐음 등
냉혹하게 갈아넣는 게 어디가 단점이냐고? 이 룰은 플레이 예제부터 PC가 선빵맞고 죽는 장면을 묘사하고 범인인지
아닐지 모르겠는 용의자들을 니들이 알아서 죽일지 말지 정하라는 시나리오를 내고 뭐 그런다. 당연히 진상은 못 밝힌
상태로 죽일지 말지 정해야 하고 죽이고도 안 밝혀짐. 근데 그런 냉혹함과 캐릭터가 갈려나가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만
넘기면 꽤 재미있음.
이렇게 장단점을 거론하면 각자 뭐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서 줄 세우기가 쉽겠지? 적어도 실적만 갖고 따지는 것보다
이게 훨씬 효과적일 것임. 이렇게 줄세우는 게 주관적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장단점 등을 꺼내서 내가 줄을 세울 때 썼던
기준이 제시되면 타인 입장에서 얘가 왜 그렇게 줄을 세웠는 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 혹은 토론을 해 볼 수 있는
건덕지가 생김. 무턱대고 "5판은 잘 팔리니 갓룰이다" 하는 것보다 "5판은 4판 등에서 나온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을
새로 생각해 내거나 다른 룰에서 좋은 걸 끌어오는 식으로 극복하려 했고, 그 성과가 괜찮게 나온 룰이다" 이런 식으로
쓰는 게 더 논리적으로 보이잖음? 누메네라가 안 팔린다는 것도 사이퍼 시스템에 대한 호불호나 너무 약을 많이 빤 게
아닐까 싶은 세계관 등 어필이 안 되는 요인... 그러니까 단점을 제시하면서 파고 들어볼 여지가 있겠지.
3줄 요약
실적만 보고 룰의 퀄리티를 평가하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게 현실임.
그러므로 룰의 장단점을 비교하며 퀄리티를 평가하는 게 원래는 맞음.
근데 귀찮아서 다들 안 그러고 그냥 "XX는 갓룰이야!"를 외치는 거지.
악퉁 크툴루도 해조
ㄴ 새비지는 죽었어 더는 없어!!
악퉁 크툴루는 새비지 월드 말고 CoC 6판 / 페이트 코어를 지원하고 곧 CoC 7판도 지원할 예정임. 다만 기본적인 룰이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시스템을 활용하는 일종의 세팅북이니까 당연히 안 한 거지. 2d20판 나오면 생각해 보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