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받아 하이판타지로 바꾼다.
흔히 캐릭터가 땅에 발을 붙이고있지않다라는 말이 있음. 하이판타지는 이런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아짐. 이건 굳이 판타지가 아니더라도 큰 규모의 이야기를 하면 발생하는 일임. (로우판타지에서도 벌어지는 일이지만) 예를 들어봄.
규모가 작은 마을에서 네 선택으로 100명이 사는 마을에서 누군가 1명을 구하거나 살렸을 때 그건 네가 직접 아는 인물은 아니어도 사촌형의 친구... 이런식으로 연결점을 만들기 쉬움. 그 사건으로 사촌형은 어떻게 변했고, 네 캐릭터에게도 영향을 끼치지. 엄밀히 말하면 그런거에 캐릭터가 영향을 받기로하는거고.
그런데 100만명이 있는 나라에서 1만명을 구하거나 살릴때 그건 개인적인 연결점을 만들기 힘들어. 사람이 사람이 되지못한채 그저 통계적 수치로 다뤄지게 되는거야. 그 1만명이 아닌 다른 1만명이어도 상관없는거야. 사촌형의 친구와 내 여자친구의 부모 사이에서 누군가 골라야하는 갈등은 캐릭터에게 의미있는 갈등이 되지만, 광산도시 1만명과 어부도시 1만명 중 어느쪽을 살릴지의 갈등은 개인적으로 의미있기 어렵지. 게임적으로 손익을 가를 순 있어도. (물론 잘하는 마스터는 양쪽을 상징하는 인물을 통해 잘 표현한다.)
로우판타지에서도 캐릭터의 갈등을 배제하려는 경우는 있어. 가볍게 핵앤슬래쉬하면서 평일 빡세니 위캔드 바바리안처럼 즐기려는 케이스. 이런게 나쁜건 아닌데, 로우레벨은 이렇게 즐겨도 물리적으로 제한이 커서 어떻게든 엮이기 쉬워. 마스터가 이런 취향이면 떠먹이기도 쉽고. 근데 하이판타지에서는 다루는 규모가 큰 만큼 캐릭터도 추상적인 개념의 대의/신념 등을 통해서 내적갈등을 유발해야함. 이건 플레이어도 마스터도 하기 어렵다는거야.
물론 알피지에서 내적갈등 껴앉고 징징대라는게 아니야. 뭐가되건 행동하고 그 결과를 맞이해야해. 근데 허공에 떠있는 캐릭은 행동에 일관성도 없고, 선택에 책임도 없고, 하다못해 손익에 따라 움직이지도 않아. 전형적이건 개성있건 없어도 상관없는 캐릭터라고할까.
13시대는 표상룰을 통해 오히려 이런경우 표상의 대리인을 통해서 정립해줘. 인간을 초월한 무언가가 되었지만 같이 인간을 초월한 애들끼리 연결점을 가지지.
마우스가드는 캐릭터의 실패는 캐릭터에게 피해를 주는게 아니라 가족/친구 등에게 피해를 주는식으로 현실감각을 일깨우고.
3줄요약
하이판타지는 물리적제약이 낮고, 규모가 크다.
캐릭터와 상호작용하는 대상을 인물이 아니라 수치로 취급될 가능성이 높다.
허공에 붕 뜨지않도록 노력하기가 로우판타지보다 힘들다.
HMMM
개인적인 관련이 있는 사람을 스케일이 커질수록 넣기 힘들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냐? 예컨데 '광산도시' '어부도시'가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내 고향'과 '규모는 크지만 가본 적도 없는 도시' 중에서 어느 쪽을 구할지 선택하게 할 수도 있잖아
당연히 실력이 있으면 그렇게 넣지. 근데 규모가 커지면 그런 감각을 상실하기 쉽다는거.
인류 사회가 근대로 접어들며서 했던 고민과 맞닿아있는 문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