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에 13시대 얘기가 자주 나오니까 반갑네. 난 13시대로 티알을 시작한 사람임. 원래 이런 글 쓰고 있을 상황이 아니긴 한데 잠도 안오고 해서 한번 써봄.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난 티알을 13시대로 시작했음. 판타지룰로 티알을 하고 싶었고, 한글화가 됐을 것까지 고려하다 보니까 그 당시로는 13시대 정도밖에 선택지가 없더라.(뭐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 일거라 생각함.) 그래서 마침 13시대의 빈 팀원을 구인하던 우리팀 구인글을 보고 합류했고,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함.


난 팀에 합류해서 6~10레벨까지 소서러로 우리 파티와 함께 모험을 했음(13시대는 10렙이 만렙임). 10렙을 찍은 이후에도 서사 거리가 남아서 각자 본캐를 봉인하고 서브캐를 파서 5레벨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행을 저지르면서까지 13시대를 정말 재밌게 했음. 이후 멤버들이 휴식기에 들어가서 13시대는 잠시 쉬고 있는 중이지만 어쨌든 정말 즐거웠음.


13시대를 잠시 접어둔 후에는 디앤디도 처음으로 접했기에 13시대를 하면서 느낀 점과 디앤디 5판과의 차이점을 중심으로 써보도록 할 거임. 나도 티알 시작한지 얼마 안된 뉴비니까 너무 각잡고 까려고 달려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음.


아 그리고 저희 팀원분들 이 정도 말하면 다 저인거 특정할 수 있으실텐데 음슴체 썼다고 너무 뭐라하지 말아주세요;;


1. 13시대는 맵을 사용한다.


'엥? 격자맵 안쓰는데 뭔 개소리야?'싶은 갤럼들도 있을거임. 하지만 그건 '격자맵'을 안쓰는거지 거리감각을 위한 '맵'은 엄연히 사용한다. 한마디로 대충 텅 빈 화이트보드에 미니어쳐들 올려놓고 이리 저리 움직이며 '저 장거리까지 빠질게요' 하거나, 조무래기들이랑 보스까지 한꺼번에 위치를 잘 조절해서 접전에 붙던가 맵은 엄연히 사용한다. 격자맵처럼 딱딱 각을 안세울 뿐임. 근데 이게 장점이기도 하고 단점이기도 한게, 댄디 5판을 하면서 느낀건데 댄디 5판에서는 풀캐스터들이 포지셔닝과 거리를 잘 하면 죽기 어렵더라고. 13시대도 포지셔닝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댄디에 비하면 훨씬 간단하다보니 강력한 공격을 꽂은 직후의 캐스터들은 거의 백발 백중 눕는다 보면 됨. 난잡한 거 같지만 소드월드의 이동-난전 개념에 비하면 백배 낫다 생각함.


2. 13시대의 조무래기 체력은 통합으로 관리한다.


이게 플레이어로 처음 할 때는 내가 치지 않은 놈도 날아가서 어색하기 정말 그지없는데, 디앤디를 해보니까 이 룰이 정말 고맙기 그지없는 룰이더라. 덕분에 근접 전사캐 같은 직업들도 조무래기들 한번에 수마리씩 날려버리면서 간지나게 싸우는게 가능함.


3. 13시대는 AC 하나로 퉁치는 댄디 5판과 다르게 정방, 신방, 장갑이 다 따로 있고 움직이는 숫자 값이 크다.


이건 취향이 갈릴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개인적으로 5판에서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함. 13시대는 댄디 4판의 정신적 계승작이라고 누누히 우리 마스터께서 말씀하셨는데 그 덕택에 신방 정방 장갑이 다 따로 있음. 그리고 최대 HP가 크고, 그러다보니 한번에 날아가는 공격의 다이스 숫자 값이 댄디보다 훨 큼. 그니까 뭔가 뽕맛이 있더라. 내가 주문 데미지를 두배로 꽂아넣는 소서러여서 더 그런 건지는 몰라도.


4. 역할군의 명확화


13시대도 댄디보다는 짜는 맛이 덜하지만 각 클래스마다 탈 수 있는 빌드라는게 존재함. 각 직업군마다 어느정도 한계가 있긴 하지만 예를 들면 전사라면 공격에 빌드를 몰빵할 수도 있고(물론 그래도 캐스터의 딜링보다는 약한 면이 있고, 캐스터보다는 튼튼함) 탱킹에 빌드를 몰빵할 수도 있음. 탱킹에 집중적으로 찍을 경우 가로막기 숙달로 아군 캐스터에게 붙어서 공격하는 적을 대신 맞아주거나 중전사로 적의 공격을 절반으로 맞는다거나 극단적으로 AC를 올려서 마스터의 다이스가 19, 20이 나오지 않는 이상 명중 자체를 불허하는 빌드를 찍을 수도 있음.(그런데 우리 팀 마스터는 이렇게 되니까 아예 체크 실패할 시 강제로 데스페널티를 쌓아버리는 적을 들고 나왔음.) 내가 13시대에서 전사가 이렇게 탱킹하는 거 보고 감동받아서 5판에서 똑같이 파이터로 탱킹 관련 피트만 찍었다가 피봤음. 어쨌든 13시대는 댄디 5판에 비해 좀더 직업군간 역할이 명확하다는 느낌이 들었음.


5. 고조 주사위


13시대는 전투 라운드가 돌아갈 때마다 플레이어의 명중 다이스에 보너스가 붙는 고조 주사위라는 시스템이 존재함. 덕분에 라운드가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공격이 명중하기 쉬워지고 게임이 덜 루즈해짐. 일단 기본적으로 이 보너스는 플레이어만 붙는 거긴 한데 가끔가다가 우리 마스터는 고조 몇 이상 올라갈 시 적 보스한테도 특수 능력이 붙는다던가, 고조 주사위를 명중에 붙이면 적 보스가 특수능력을 발동한다던가 여러 능력을 들고 나왔음;;


6. 좀 더 여유로운 서사


이건 나도 정확하게 모르는 분야긴 한데, 댄디 5판보다 13시대를 할 때 서사 면에서 좀 더 여유로운 느낌이 들었음. 뭐라고 해야 하지...... 13시대에서는 어떻게든 말만 되면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댄디에서는 그 분야의 룰에 딱딱 맞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한 느낌? 이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건데 난 댄디의 서사 관련쪽 부분은 좀 더 빡빡하다고 느꼈음.


6. 표상룰


턀갤에서 까이고 까이는 표상룰의 차례가 돌아왔다. 근데 이상하게, 난 이 표상룰을 싫어한 적이 없었던 거 같음. 오히려 서사에 너무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존재로 군림하신 덕택에 팀원들의 영원한 까임의 대상이 되었던 모 표상의 사례가 존재할 정도임. 표상관계는 일단 (적어도 우리팀에서는) 그 세계의 표상이 PC를 어떻게 보냐는 개념이었음. 내 PC 같은 경우에는 캠페인 막바지에 엘프여왕이 긍정 +3으로, 드워프왕이 긍정 +2로 보고 있는 존재였음. 우리 팀 같은 경우는 세션 플레이 전에 표상 주사위를 굴려서 그 세션에 해당 표상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 정했음. 내 PC 같은 경우는 엘프 여왕이 +3이고 드워프왕이 +2니까 엘프여왕에 3개, 드워프 왕에 2개를 굴렸음. 그리고 예를 들어서 운이 겁나 잘 터져서 엘프여왕에 6 두개 드워프 왕에 5 하나가 떴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 팀은 6같은 경우에 적절한 매직템이나 좋은 포션으로, 5 같은 경우에는 포션이나 정말 세션에 꼭 필요할 경우 페널티(세션 도중에 페널티가 생길 수도 있고, 정하기 귀찮으면 원기를 까버리기도 했음)를 받고 매직템을 주기도 했음. 아니면 6 같은 경우에는 킵 해뒀다가 꼭 필요한 상황(예를 들어 보스전에서 이번 한방을 맞으면 파티 전멸인데 6을 써서 표상의 도움으로 hp1만 남고 공격을 버틴다던가)에 사용하고는 했음. 이 외에도 마스터의 판단으로 세션 도중에 굴려본다던가, 여러가지 경우로 사용했었음. 표상의 존재를 너무 까다롭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함. 우리 캠페인 같은 경우에는 막바지에 준표상들을 옹립하기도 하고, 준표상 한놈이 표상이 되기 위해 표상들 푹찍거리면서 돌아다니며 세계를 엎어버리기도 했음.


생각나는 건 대충 이정도. 더 이상은 뇌가 굳어서 생각이 안난다. 여하간 13시대 재밌으니 츄라이 츄라이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