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초보자가 어떻게 TRPG의 마굴에 뛰어드는가에 대한 이야기. 뭐 뻘글이니까 다들 아는 시시한 내용으로 가득할 듯. 요약하자면 플레이어로서 플레이를 구하는 구회와 반대로 마스터가 되어서 플레이어를 구하는 구인이 있음.


구회하기

쉽지만 쉬운 것이 아님. 조금은 사례가 다르겠지만 모 유명 MMORPG의 아주 유명한 구인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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냅더적. 물론 TRPG에서는 처음부터 '로그를 할 사람'을 구하기보다는 그냥 같이 할 사람을 먼저 구하고 나중에 팀 내에서 이것저것 세부적인 것들을 정하는 경우가 더 많음. 근데 그러기 때문에 룰북 이해도와인성 등 저렇게 구체적으로 들이댈 수 없는 데이터가 중요해짐. 덕분에 어느 정도 인맥이 생기면 일단은 지인 중심으로 구인을 할 생각을 하게 됨. 일단 소개해 주는 인맥 빨로 저런 데이터가 보증이 좀 되잖아?


물론 뉴비를 구제하기 위해서 또는 지금 팀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플레이를 열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네이버 카페만 해도 며칠에 한 번씩이지만 플레이를 할 기회는 옴. 일단 플레이를 할 기회가 눈에 보이면그럴 때는 일단 내 자리가 있나 알아보는 게 답임. 냅더적과 쌍벽을 이루는 명언인 '돚거'도 원래 이렇게 빨리 자리를 알아보려는 노력의 산물이었음. 룰북이고 뭐고 일단 플레이에 끼고 나면 플레이를 시작하기 전의 여유 시간 사이에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거든. 다만 자리를 잘 구하려면 매의 눈과 빠른 손과 적당한 용기와 운이 필요한데 이 정도는 다들 있을 거라고 믿으니 '일단 사람을 구하던 팀에 합류했다'고 치자. 물론 네가 '이번에 플레이를 못 하면 죽는 병'에 걸린 게 아니면 자리를 구하기 전에 나름대로 따져보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도 있음.


각자의 취향 맞춰보기

짤방을 보면 줄구룹 / 폐허 / 스칼 팟이 있음. 사제 같은 경우 폐허나 스칼 중 하나를 골라 갈 수 있겠지? 와우에서는 자기 템 같은 걸 보고서 어디에 갈지 정하겠지만, TRPG라면 대개 각자의 취향이 기준이 됨. 물론 네 취향과 다른 사람들 취향이 꼭 같다는 보장은 없으니까 이것도 가능하면 조율을 할 필요가 있음. 서로 취향이 안 맞는 사람을 받고 나면 플레이하다가 서로 기분이 묘해질 수도 있거든. 그래서 플레이를 좀 하드코어하게 하려고 하는 팀일수록 사람을 잘 가려받아야 된다고 생각함.


예를 들어 우리 팀은 키퍼 겸 마스터와 플레이어들 모두가 악과 광기로 충만한 놈들이었는데 얼마 전에 새 팀원이 기존 팀원의 소개로 합류함. 문제는 이 사람이 우리 기준에서는 비위가 좀 많이 약해서... 다들 일단은 사리기로 했음.근 데 솔직히 배를 찢겨 장기자랑을 당하면서 신화생물에게 잡혀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NPC 앞에 있으면 걔 내장 조각이 자기 머리 위에 떨어져도 별로 이상하지 않은 거 아니냐....? 뭐 일단 본론으로 돌아가서, 네 취향이 좀 많이 독특하다면 그냥 누가 플레이를 열어 줄 거라는 생각을 포기하고, 그냥 네가 마스터가 되어서 직접 구인을 해 보는 게 훨씬 성공률이 높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도 있음.


장편 / 단편

장편 캠페인과 단편 플레이 중 어느 쪽이 좋을까도 생각해 봐야 함.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장편 캠페인은 상시플 그런 거 아니야. 단편 플레이, 그것도 OR이면 편한 대신 너 말고도 하려드는 사람들이 많을 거고, 단편을 여러 번 하는 것과 장편을 길게 가져가는 것은 분명히 차이가 있음. 반대로 장기 캠페인을 돌리는 팀은 일정이나 그런 게 단편에 비해 훨씬 불-편한 대신 경쟁자가 더 적을 수 있고, 일단 캠페인을 마치고 나면 자연스럽게 네가 처음에 없어서 고생한 '인맥'과 '경험'이 형성됨.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편한 걸(혹은 지금 자리가 있는 걸) 골라서 들어가려고 노력하면 됨.


공부하세요

팀에 합류했으면 일단 이 팀에서 쓸 룰북과 세팅에 대해서 알아봐야 함. 네가 그냥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팀 있다길래 낼름 들어갔거나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쌩뉴비가 아니라면 아마 네가 읽어봤거나 아는 룰을 쓰는 팀을 골라서 들어갔겠지만, 일단은 저 둘 중 하나라고 전제하겠음. 단기간에 룰북을 읽으려면 일단 캐릭터 만들기 / 전투 규칙 중심으로 보는 게 정신 건강에 편하고, 가급적 생각을 덜 해도 괜찮은 직업을 고르거나 혹은 충분히 경험자의 조언을 들으면서 룰북을 읽는 게 좋음. 위에서 예를 든 모 게임의 경우도 공대장이 사람 모으는 도중에는 "처음 오신 분들은 일단 공략이라도 읽고 계세요" 같은 말을 하잖아? 다 그런 거임.


구인하기

이쪽은 반대로 네가 "초행팟"을 짜는 뭐 그런 쪽임. 네가 좋아하는 룰로 사람을 모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인데, 대신에 너도 초보자기 때문에 '같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배우면서 진행할 사람'을 모으거나, 혹은 같이 플레이할 사정은 안 되지만 너한테 이것저것 조언해 줄 수 있는 다른 마스터 또는 너보다 훨씬 짬먹었는데 마스터는 하기 싫어하는 고인물 플레이어 등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을 충분히 듣고 준비해서 진행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임. 여기서도 모르는 군대나 뭐 그런 룰 구인하고 그런 사례가 있었지.


더 공부하세요

마스터는 거의 대부분 플레이어 이상으로 룰을 공부해서 이해하고 있어야 하는 게 전제됨. 그러므로 네가 읽을 책의 양도 더 늘어나게 되어 있음. D&D만 해도 던전 마스터 가이드와 플레이어 핸드북이 아예 따로 있잖아? 일단 마스터를 하려는 데 발목을 잡는 주요한 장벽 중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함. 다른 하나는 직접 마스터를 할 용기겠지. 다만 이게 용기보다 나은 점은 위에서 말했듯이 조언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배우면 쉽게 낫는다는 것임.


사람을 가려받기

너도 초보이기 때문에 같이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그리고 취향도 별 차이가 안 나는 사람들을 가려서 받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거임. 사실 짬을 먹어도 후자는 사람을 가리는 기준으로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함. 시행착오는 위에서 말한 '공부'를 충분히 했다면 일어나지 않게 막아 볼 수 있거든. 예전에 여기에서 블랙리스트인지 뭔지로 불탔던 것 같은데 그와 별개로 일단 마스터 입장에서 사람은 가려받아야 편함. 혹은 아예 호불호가 갈릴 특정한 문제에 대해서 확실하게 못을 박고 시작하거나. 근데 그래도 꼬우면 나가라고 하는 것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일이긴 하니 그냥 처음부터 가려받는 게 좋다고 생각함.


나만 플레이 못해

마스터는 플레이어가 아님. 이게 구인의 가장 큰 단점임. 그렇다고 내가 플레이어와 같은 선에서 캐릭터를 굴린다면 이것도 좀 웃기거든. 그 뭐야... 트위터에서는 KPC라고 하던가? 이런 캐릭터를 어떻게 포장하든 결국 이 캐릭터는 NPC니 플레이어들의 재미를 위해서 희생되고 망가지고 그런 역할이라는 건 안 바뀌고, 내가 좀 고전적인 성향이라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TRPG를 통해서 '미지의 무엇인가'를 경험하는 플레이는 마스터의 위치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그런 위치에 있다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