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색 조명이 은은하게 비치며 게시판에는 여러 의뢰가 붙어있고 벽 한쪽에는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지팡이 두 개가 교차되어 장식되어 있었다. 


이곳은 마틸리움 중앙 가에 위치한 미치광이의 술집


간판은 술집이라고 적혀있지만, 그 실체는 세계수의 미궁에 도전하는 모험가들이 애용하는 의뢰 소며, 그들은 술보다는 음식을 찾아 가게에 오기 때문에 술집이란 간판에는 어폐가 있었다.


아침과 저녁에는 모험가들로 붐비는 술집이지만 지금은 점심을 약간 넘긴 시간. 보통 모험가들은 이미 미궁으로 떠났을 시간이라 그런지 주점 안에는 세 명밖에 없었다.



"이 음료 맛있네요. 마스터, 더 없습니까?"



호쾌하게 500cc 잔에 담긴 음료를 한 번에 들이키는 짙은 금발의 전사 지오라슈드.



"그렇게 많이 마시면 미궁에서 실수할 수도 있답니다. 적당히 마시는 건 어떠신지요?"



그리고 건너편에 마주 앉은 금발의 조디악 나나리엘.



"세계수의 미궁을 탐험하기 위해서는 든든히 먹고 마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자, 더 더 시켜주세요!"



마지막으로 그걸 바라보며 말하는, 빵 봉투 같은 것을 뒤집어써 머리 전체를 가리고 있는 술집 주인이 있었다.



"뭐, 좀 마신다고 별일 있겠습니까. 그보다 마스터, 그 얼굴에 뒤집어쓴 건 뭡니까?"


"아니 뭐, 얼굴이 보기 흉해서 말이죠. 제대로 허가도 받았습니다? 그럼 한잔 더 가져다드릴까요?"



30분 정도 거리를 돌아다니며 치유의 힘이 담긴 물 메디카를 산 지오라슈드와 나나리엘 일행은 미궁에 출발하기 전 잠시 배를 채울 겸 모험가 길드에서 추천받은 곳 [미치광이의 술집]에서 잠시 배를 


채우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서는 왜 이런 이름인가 싶은 이름이지만 길드장이 말하기를 '언제나 죽음의 위협을 받는 미궁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미쳐있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조금 더 마시고 싶긴 하지만 나나리엘씨의 말도 맞는 것 같으니 이정도로 할까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나리엘씨의 특기는 뭡니까?"



지오라슈드는 배를 채우기 위해 이곳에 들어온 것만이 아니라는 듯 말을 꺼냈다.


혼자서도 자신 있기에 기세로 같이 가기로 했지만, 위험이 도사리는 미궁에 향하는데 등을 맡길 사람의 능력을 전혀 모르고 갈 수는 없으니 당연한 이야기다.



"저는 별의 힘을 이용한 성술을 사용한답니다. 얼음과 전기의 힘을 다룰 수 있지요."



성술(聖術). 그것은 연금술사의 술식(術式), 룬 마스터의 인술(印術), 수학 술사들의 수식(數式)과 비슷한 별의 힘을 빌어 그것으로 적을 분쇄하는 조디악들만의 기술이다. 


조디악들은 보통 화염, 빙결, 뇌전의 세가지 속성의 성술을 사용하며 일부는 세 가지 속성 중 두 가지 속성을 특화해 훈련한다.


나나리엘도 그런 조디악 중 하나였다.



"뭐, 그것 말고도 별의 힘으로 상대의 정보를 알 수 있으며, 태양이나 달의 힘을 빌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일소할 수도 있답니다."



상대의 힘을 꿰뚫어 보는 능력. 술식의 힘, 인술의 힘, 수식의 힘, 본능적인 직감, 수많은 경험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상대의 힘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애널라이즈라고 부른다.


나나리엘은 이 중에서도 별의 힘을 사용해 적을 궤뚫어 보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눈에 보이는 것을 모두 일소한다고요? 굉장하군요! 저는 보다시피 전사입니다. 한 놈만 공격하는 기술에 특화되어있지요."



지오라슈드는 커다란 칼을 보여주며 말했다. 칼집에 들어있는 투박하지만 거대한 도는 손잡이만 봐도 얼마나 오랜 기간 사용했는지 알 수 있었다.



"저는 하나하나 적을 줄여가는 타입이라서요."



그는 발할라의 기술들을 신난듯 설명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적을 공격하거나, 보통 사람이 칼을 한번 휘두를 동안 세 번 칼을 휘두르는 기술. 그리고 무기에 화염을 두르고 일도양단하는 기술까지. 


모두 하나의 적을 확실하게 공격하는 기술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나리엘양은 세계수를 탐험하는 목적이 어떻게 됩니까?"



그렇게 한참 설명하던 와중 그는 문득 생각난 듯 나나리엘에게 물어왔다. 술집 주인도 저도 궁금한데요? 라며 가까이 다가왔다. 에스트리헨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그녀의 얼굴이 잠깐 굳었지만 이윽고 나나리엘은 미소를 지으며 답해왔다.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서랍니다."



나나리엘은 설명했다.


세계가 수해에 뒤덮여 멸망할 것이라는 예언을 보았다. 그러나 고향의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므로 멸망을 막기 위해서 홀로 마틸리움으로 찾아왔다고.



"멸망을 막기 위해서입니까… 그런 예언도 석 달에 한 번꼴로…"


"굉장하군요! 아무도 믿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멸망을 막기 위해 행동하다니!"



그 말을 듣고 술집 주인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지오라슈드의 말에 묻혀버렸다. 그 말을 들은 나나리엘은 처음으로 자신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준 사람을 봐서 그럴까, 작게 미소지었다.



"저는 발할라의 배신자를 찾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는 건 명목이고 사실은 모험을 즐기기 위해 왔습니다."



지오라슈드는 로키라는 녀석을 찾는 임무를 맡았다며 임무도 소홀히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모험 쪽에 더 관심이 있다며 세계수의 미궁에는 대체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거기에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라는 목적까지 추가로 갖춰지다니,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아 더 기대된다며.



"그럼 자기소개는 끝난 것 같으니… 슬슬 출발해 볼까요?"


"그래요. 마침 식사도 다 끝난 참이랍니다."



둘은 그렇게 말하며 값을 치렀다.



"그럼, 살아서 다시 만나길!"



술집 주인의 인사를 뒤로하며 둘은 세계수의 미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