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수해에 도전하는 모험가의 앞을

황금빛 해바라기가 맞이한다.


금빛으로 물든 해바라기밭은

짐승도 다시 한번 돌아볼 만큼 아름다울지어다.


그러나 충고하건대


황금빛 아름다움에 넋놓고 있다가는

황금빛 암살자에게 목숨을 잃으리라


제1계층 ~ 황금의 수해

B1F : 모험가의 희망이 가득 찬 황금의 발걸음



나나리엘과 지오라슈드가 세계수의 미궁 초입을 이루는 숲에 들어와 10분 정도 걷자 갑자기 숲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곳은 세계수의 미궁 제1계층 황금의 수해.


초입에 늘어서 있던 나무들이 적어지고, 이윽고 일행은 크고 작은 해바라기들이 맑은 시내와 어우러져 있는 탁 트인 공간에 도착했다.


수해에 들어온 뒤로 얼마 걷지 않은 듯했지만, 마틸리움과는 다른 청정한 공기가 그들의 심신을 달래고 있었다.



"아름다운 곳이네요…."


"동감입니다. 이런 천국 같은 곳에 수많은 괴물이 살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군요."



세계수의 미궁에 처음 도전하는 모험가들은 으레 압도적으로 아름다운 이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조용히 다가온 적들에게 치명상을 입곤 했다.


다행히 그들은 이곳이 위험이 도사리는 수해라는 것을 잊지 않고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감탄하면서도 주위를 경계했다.


그렇게 그들이 주위를 경계하며 몇 걸음 나아가자 넓은 광장이 나타났다.



"이곳은 탁 트여 있군요. 마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 같아요."


"확실히 그런 것 같네요. 저쪽을 보세요."



나나리엘은 광장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오라슈드가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보이는 건 하나의 무덤. 


묘비도 없고, 특징 없는 봉분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무덤이었다.



"그렇…네요. 보아하니 몇 년 정도 전에 만들어진 것 같은데… 누구의 무덤일까요."



그들은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라 결론짓고 앞으로 나아갔다.







광장을 지나 어느 정도 걸어가니 세 갈래 길을 지키고 있는 경비병이 있었다.


중 갑옷을 입고 오른손에 마틸리움의 상징인 푸른 장미가 그려진 방패를 든 그는 지오라슈드와 나나리엘 일행을 보고는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새로운 모험가여. 저는 모험가 길드 소속 마틸리움 가드 남궁 스미스라고 합니다."


스미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파우치에서 양피지들을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연락은 받았습니다. 길드의 첫 번째 시련을 받고 계신 거죠? 이 양피지에 지도를 그려주시면 됩니다."


지오라슈드가 인사하며 받아든 양피지에는 미궁에서 걸어온 길이 기록되어 있었다.


"입구 부분은 이미 그려져 있으니 이보다 남쪽을 제외한 부분을 그려주시면 됩니다."


"남쪽엔 무엇이 있나요?"


나나리엘의 물음에 스미스는 몸으로 슬쩍 남쪽을 막으며 말했다.


"남쪽에는 지하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습니다. 하지만 길드의 첫 시련을 통과하지 못한 자에게는 허가되지 않지요. 그럼, 행운을 빕니다."



더 물어볼 게 없어진 그들은 경비병에게 인사하고 북쪽으로 향했다.





"오, 보물인가!"


10분 정도 북쪽을 향해 나아갔을까, 지오라슈드는 오른쪽으로 꺾인 길에 금속으로 된 상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자는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수많은 흠집이 나 있었고, 밑부분은 이끼가 자라날 지경이었다. 그가 신난듯 다가가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금빛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과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이건 뭐지…?"


"넥타르네요. 작은 꽃을 가공해서 만든 기절한 사람을 깨우는 약이랍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뭐가 말이죠?"


"수해 입구에서 멀리 온 것도 아닌데 상자에 내용물이 남아있는 게 말이에요."


확실히 그랬다. 모험자 길드에서 확인한 바로는 지하 6층까지는 조사가 어느 정도 된 상태라고 했는데 미궁 근처에 보란 듯이 놓여있는 상자 안에 물건이 들어있다니.  


지오라슈드는 조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방금 만났던 경비병분이 넣어두신 것 아닐까요? 모험자의 기쁨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 넣어놨다고 생각합니다. 그보다 이 종이는…."



지오라슈드가 넥타르와 함께 들어있던 종이를 살펴보니 누군가의 일기장에서 뜯어낸 것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332년 괴력의 달 19일'로 시작하는 걸 보니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의 날짜. 넥타르는 그렇다 치고 남의 일기는 왜 들어있단 말인가?



"아무래도 모르는 것 천지네요. 일단 1층 탐사를 모두 마치고 생각해보는 게 좋겠어요. 마을 외곽에 큰 도서관도 있었으니 그곳에서 자료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답니다."



"그렇군요. 정보가 많이 부족하니 생각해봐도 소용없겠군요."



그들은 계속해서 세계수의 미궁 지하 1층을 탐사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