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 드워프 야를.
‘드래곤 가죽’은 나인웰(Ninewell)에 있는 술집이었다. 삐걱거리는 바닥과 벌레가 파먹은 천장 그리고 종종 달음박질을 치는 쥐 떼들이 함께하는 곳. 그러나 저렴한 술값과 적당한 술맛 덕분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리는 곳이기도 했다.
야를 역시 그것에 이끌려 온 이들 중 하나였다.
‘술맛이 괜찮아.’
야를은 하나 남은 눈으로 보글보글 올라오는 맥주 거품을 관찰했다. 톡톡 터지는 거품은 나름 괜찮은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격에 비해서지만. 린드부름(Lindbloom)의 늙은이들이 내 모습을 보면 돼지 오줌이나 마시고 있다고 놀리겠군.’
야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맥주잔을 툭 건드렸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적절했지만, 그래도 유감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 야를에게 술맛은 중요치 않았다. ‘드래곤 가죽’으로 들어온 진짜 목적은 술이 아니었다.
지금 야를이 맛대가리 없는 술로 입이나 축이며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이유는, 그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주정뱅이처럼 입이 가벼운 놈들도 없지.’
고향을 떠난 지 어언 6년이었다. 그동안 닥치는 대로 의뢰를 수행했고, 닥치는 대로 싸워왔다.
린드부름의 드워프는 피와 악명 그리고 돈을 원했다. 그리고 린드부름의 드워프인 야를 역시 피와 악명 그리고 돈을 원했다.
‘적어도 울프릭 형보다야 유명해져야지.’
울프릭은 야를의 방계 친척이었다. 야를보다 나이가 30살가량 많았는데, 그 나이 차이만큼 먼저 린드부름을 뛰쳐나가 ‘악명 쌓기’ 과업을 수행 중이었고 지금은 린드부름의 그 어떤 드워프보다 뛰어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꿀꺽꿀꺽. 야를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맥주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났다.
야를은 맥주를 마시며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사방에서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마다 시끄러운 환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는데, 야를 바로 뒤에서 나는 걸걸한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아니, 광장에 가서 도적 떼 소탕에나 참여하자니까. 그게 나인웰 남작이 주관하는 거라 보상도 빵빵하다고. 의뢰 수행에 걸리는 시간도 짧고 오늘, 내일 내로 끝날 거야.”
야를은 뒤편에서 들려온 대화에 주목했다. 대머리 남자와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열변을 토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거 낌새가 이상해. 그냥 핸크(Hank) 마을의 마법사 촌장이 내건 의뢰나 수행하자고.”
“뭐? 그건 뭔데”
“딸내미가 결혼하는데 다른 마을까지 가야 한다더라고, 그거 호위. 영감탱이가 지참금 때문에 나인웰에서 잠깐 일 좀 본다고 했거든? 이틀 정도 후에 핸크 마을로 함께 가서, 딸내미를 호위해서 이동하면 된대.”
그들의 대화는 의뢰와 전투에 목말라 있던 야를에게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야를은 마시고 있던 맥주잔을 들고, 자신의 애병 ‘이퀄라이저’를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두 남자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의자를 빼서 앉았다.
“뭐, 뭐야. 이 난쟁이 새끼.”
“누구 마음대로 여기에 앉아?”
두 남자가 야를에게 거칠게 항의했지만, 야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툭, 맥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두 남자에게 되물을 뿐이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 다시 듣고 싶은데?”
야를의 애꾸눈이 번쩍였다.
야를이 거대한 자신의 도끼를 툭 테이블에 걸쳐놓았다. 마치 피를 머금은 듯한 거대한 도끼. 그리고 도끼날만큼 날카로운 애꾸눈. 너무나도 특징적인 그 모습을 두 남자는 알고 있었다.
“야, 야를?”
“그 미친 드워프?”
두 남자는 조금 겁먹은 듯한 모습으로 야를에게 말했다. 야를이 나인웰에 도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악명은 야를보다 먼저 도달해 있었다.
“맞아. 내 이름은 야를이고. 이 도끼는 이퀄라이저야. 내 도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지지. 물론 그건 내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야.”
야를이 위협적으로 도끼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이제부터 나는 너희들이 나누던 대화 내용을 조금 더 들을 예정이야. 설마, 너희끼리 비밀로 속닥일 생각은 아니지?”
“무, 물론 아니지. 아무렴 그럴까. 좋은 건 나누는 게 미덕이지 않나?”
“아무렴, 그렇고말고.”
두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야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툭, 말을 던졌다.
“좋아. 그러면 말해봐. 광장이 어쩌고, 마법사 촌장이 어쩌고 하던 이야기 말이야.”
“그, 그래.”
두 남자가 각자 자신이 떠들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줬다.
이야기는 앞서 남자들이 말하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광장에서는 나인웰 남작의 명령으로 도적을 토벌할 모험가를 모으고 있고, 또 핸크 마을의 마법사 촌장이 이틀 후 의뢰를 수행할 모험가를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둘 다 자격 제한은 없어. 도적 떼 토벌은 지금 당장 의뢰를 받을 수 있고, 촌장 딸내미 호위는 이틀 후에서 의뢰를 받을 수 있어.”
“그렇군.”
야를은 잠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해 봤다.
‘어떤 의뢰를 받는 편이 좋을까…….’
빠르게 수행할 수 있고 위험한 일, 그리고 조금 느리지만 안전한 일.
야를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도적 떼 토벌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혼하러 가는 여자를 호위하는 건 너무 밋밋한 의뢰였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
야를은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도끼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광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저, 미친 드워프 새끼 왜 우리한테 와서 지랄이야.”
“그러게 애꾸눈 새끼가. 야려보는 게 좆 같아서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야를의 귀로 두 남자가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단련으로 민감해진 귀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작지도 않았다.
야를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도끼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뒤를 돌아 두 남자가 있는 테이블에 그것을,
콰앙!
“흐이이이익!”
“뭐야아아아!”
강하게 박아넣었다. 테이블에서 나무 파편이 비산했다.
갑작스러운 야를의 행동에 놀란 두 남자가 비명을 지르고, 주점 안에 정적이 흘렀다.
야를이 깊숙하게 박힌 도끼를 힘을 주어 뽑았다. 그러자 쩌적 소리가 나며 테이블이 둘로 갈라졌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앞에서 하는 거야. 그게 지성인으로서의 예의거든.”
“으어, 아니, 저, 그게…….”
나무로 된 맥주잔이 테이블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퉁당거리는 소리를 내며 수염의 말을 끊었다.
“수업료라 생각하고 내 술값은 너희들이 계산해. 이 테이블 값도.”
도끼를 목에 걸친 야를이 다시 몸을 돌려 주점의 출구로 향했다. 야를이 지나갈 때마다 손님들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비켜줬고 마치 물살이 갈리는 것처럼 쾌적한 길이 만들어졌다.
야를이 문을 열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기름이 칠해져 있지 않아 뻑뻑한 문이 비명을 내질렀고 그 비명이 침묵에 휩싸인 주점 안을 위로했다.
“경비대원님! 저 난쟁이요. 저, 저 애꾸눈 새끼가 우리 가게 기물을 부쉈소!”
야를이 주점 밖으로 나가서 가장 처음 들은 것은 어느샌가 사라졌던 주점 주인의 목소리였다. 주점 주인의 앞편에는 그가 불러온 경비대원 두어 명이 있었고, 그들은 차가운 검병을 매만지며 야를을 향해 소리쳤다.
“드워프, 너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으니 걸음을 멈춰라! 만일 움직인다면, 신고가 사실이라는 판단하에 형을 집행하겠다.”
야를은 자신을 향한 칼끝을 보면서 도끼를 땅에 내리고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리 악명을 원한다지만, 귀족의 수족을 건드릴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가 ‘드래곤 가죽’의 테이블을 부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게다가 다른 손님들을 위협까지 했다고 하더군. 지금 보니 술값까지 안 내려고 한 것 같고. 이 말이 사실인가?”
경비대원의 말에 야를은 코웃음을 치며 주점 주인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주점 주인이 몸을 움찔했고 경비대원은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술값, 테이블 값은 저 안에 있는 대머리와 수염이 내기로 했거든요. 주점 주인이 그런 약속이 있기 전에 가게를 나가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안쪽에 가서 물어보면 그렇게 말할 겁니다.”
야를이 차분하게 설명했고 경비 대원은 너무도 태연한 야를의 태도에 주점 주인을 돌아봤다.
“그, 그게…….”
주점 주인조차 긴가민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고, 야를이 땅에 내린 도끼를 다시 집으려 했다.
그때, 그들 사이를 한 남자의 목소리가 뚫고 지나갔다.
“경비대원님 저 난쟁이 새끼,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주점의 문을 밀치고 대머리 남자가 삿대질하며 나왔다. 남자의 얼굴은 반짝이는 머리까지 붉어져 있었는데, 야를이 주점 밖으로 나가고 독한 놈으로 한 잔 더 마셨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가…….”
야를이 이를 악물고 쳐다보자 대머리는 순간 움찔했으나 경비대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기세등등하게 다시 소리쳤다.
“애꾸눈 새끼야!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건데! 경비대원님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 저놈 저거 아주 흉악한 놈입니다. 도끼로 저를 겁박했습니다!”
대머리의 말에 경비대원이 야를에게 겨눈 검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반론해 봐.”
야를은 그런 경비대원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부순 테이블 값, 그리고 술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장, 얼마요?”
“그게, 어, 테이블은 7골드, 술값은 1골드. 합이 8골드이요.”
“테이블은 오래 썼던 것이니 4골드로, 술값은 1골드 합이 5골드로 합시다.”
야를이 돈주머니를 뒤져서 주점 주인에게 금화 5골드를 꺼내 던졌다. 그러자 주인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것을 모두 낚아채고는 그중 하나를 이에 물고 씹었다.
“진짜가 맞소.”
“그럼, 일은 해결된 건가?”
경비대원이 차갑게 주점 주인에게 물었고, 주점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경비대원님.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주점에서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주점 주인이 야를을 흘끗 보았다. 야를의 행색은 주점 주인도 잘 알고 있었고, 혹여 그 미친 드워프가 보복을 해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흠……. 공무 중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경비대원은 주점 주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맥주가 고프기도 했다. 업무의 연장선인 공짜 맥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경비대원들과 주점 주인은 문 앞에 서 있던 대머리 남자를 밀치고 주점으로 들어갔다. 대머리는 그에 ‘어이쿠!’ 소리를 내며 벽쪽에 등을 부딪쳤다.
그렇게 잠깐의 소란이 끝나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제각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크, 크흠……. 본의가, 본의가 아니었어.”
대머리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는 야를의 시선에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아 무척이나 난감해졌다.
“너…….”
야를이 대머리 남자에게 거대한 도끼를 겨누며 낮게 경고했다.
“목 조심해.”
“히익!”
남자는 지옥의 밑바닥을 긁는듯한 야를의 살기 어린 말에 비명을 지르며 주점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쾅! 삐걱거리던 문이 부르르 진동했다.
주점의 닫힌 문을 바라보던 야를은 다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악명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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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1인, 플레이어 1인
둘 다 처음이라 야매플입니다. 리플레이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ㅎㅎ
‘드래곤 가죽’은 나인웰(Ninewell)에 있는 술집이었다. 삐걱거리는 바닥과 벌레가 파먹은 천장 그리고 종종 달음박질을 치는 쥐 떼들이 함께하는 곳. 그러나 저렴한 술값과 적당한 술맛 덕분에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리는 곳이기도 했다.
야를 역시 그것에 이끌려 온 이들 중 하나였다.
‘술맛이 괜찮아.’
야를은 하나 남은 눈으로 보글보글 올라오는 맥주 거품을 관찰했다. 톡톡 터지는 거품은 나름 괜찮은 풍미를 지니고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가격에 비해서지만. 린드부름(Lindbloom)의 늙은이들이 내 모습을 보면 돼지 오줌이나 마시고 있다고 놀리겠군.’
야를은 그런 생각을 하며 맥주잔을 툭 건드렸다.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적절했지만, 그래도 유감인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지금 야를에게 술맛은 중요치 않았다. ‘드래곤 가죽’으로 들어온 진짜 목적은 술이 아니었다.
지금 야를이 맛대가리 없는 술로 입이나 축이며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이유는, 그저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
‘주정뱅이처럼 입이 가벼운 놈들도 없지.’
고향을 떠난 지 어언 6년이었다. 그동안 닥치는 대로 의뢰를 수행했고, 닥치는 대로 싸워왔다.
린드부름의 드워프는 피와 악명 그리고 돈을 원했다. 그리고 린드부름의 드워프인 야를 역시 피와 악명 그리고 돈을 원했다.
‘적어도 울프릭 형보다야 유명해져야지.’
울프릭은 야를의 방계 친척이었다. 야를보다 나이가 30살가량 많았는데, 그 나이 차이만큼 먼저 린드부름을 뛰쳐나가 ‘악명 쌓기’ 과업을 수행 중이었고 지금은 린드부름의 그 어떤 드워프보다 뛰어난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꿀꺽꿀꺽. 야를의 목울대가 움직이며 맥주 넘어가는 소리가 크게 났다.
야를은 맥주를 마시며 주변에 귀를 기울였다. 사방에서 왁자지껄 떠들어 대는 소리가 들렸다. 저마다 시끄러운 환경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는데, 야를 바로 뒤에서 나는 걸걸한 목소리가 제일 컸다.
“아니, 광장에 가서 도적 떼 소탕에나 참여하자니까. 그게 나인웰 남작이 주관하는 거라 보상도 빵빵하다고. 의뢰 수행에 걸리는 시간도 짧고 오늘, 내일 내로 끝날 거야.”
야를은 뒤편에서 들려온 대화에 주목했다. 대머리 남자와 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열변을 토하며 떠들어대고 있었다.
“그거 낌새가 이상해. 그냥 핸크(Hank) 마을의 마법사 촌장이 내건 의뢰나 수행하자고.”
“뭐? 그건 뭔데”
“딸내미가 결혼하는데 다른 마을까지 가야 한다더라고, 그거 호위. 영감탱이가 지참금 때문에 나인웰에서 잠깐 일 좀 본다고 했거든? 이틀 정도 후에 핸크 마을로 함께 가서, 딸내미를 호위해서 이동하면 된대.”
그들의 대화는 의뢰와 전투에 목말라 있던 야를에게 제법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야를은 마시고 있던 맥주잔을 들고, 자신의 애병 ‘이퀄라이저’를 챙긴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뒤에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두 남자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의자를 빼서 앉았다.
“뭐, 뭐야. 이 난쟁이 새끼.”
“누구 마음대로 여기에 앉아?”
두 남자가 야를에게 거칠게 항의했지만, 야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툭, 맥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두 남자에게 되물을 뿐이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 다시 듣고 싶은데?”
야를의 애꾸눈이 번쩍였다.
야를이 거대한 자신의 도끼를 툭 테이블에 걸쳐놓았다. 마치 피를 머금은 듯한 거대한 도끼. 그리고 도끼날만큼 날카로운 애꾸눈. 너무나도 특징적인 그 모습을 두 남자는 알고 있었다.
“야, 야를?”
“그 미친 드워프?”
두 남자는 조금 겁먹은 듯한 모습으로 야를에게 말했다. 야를이 나인웰에 도착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악명은 야를보다 먼저 도달해 있었다.
“맞아. 내 이름은 야를이고. 이 도끼는 이퀄라이저야. 내 도끼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지지. 물론 그건 내 말을 듣지 않는 녀석들에게만 적용되는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야.”
야를이 위협적으로 도끼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렸다.
“이제부터 나는 너희들이 나누던 대화 내용을 조금 더 들을 예정이야. 설마, 너희끼리 비밀로 속닥일 생각은 아니지?”
“무, 물론 아니지. 아무렴 그럴까. 좋은 건 나누는 게 미덕이지 않나?”
“아무렴, 그렇고말고.”
두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고, 야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툭, 말을 던졌다.
“좋아. 그러면 말해봐. 광장이 어쩌고, 마법사 촌장이 어쩌고 하던 이야기 말이야.”
“그, 그래.”
두 남자가 각자 자신이 떠들던 이야기를 정리해서 들려줬다.
이야기는 앞서 남자들이 말하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광장에서는 나인웰 남작의 명령으로 도적을 토벌할 모험가를 모으고 있고, 또 핸크 마을의 마법사 촌장이 이틀 후 의뢰를 수행할 모험가를 모집하고 있다고 했다.
“둘 다 자격 제한은 없어. 도적 떼 토벌은 지금 당장 의뢰를 받을 수 있고, 촌장 딸내미 호위는 이틀 후에서 의뢰를 받을 수 있어.”
“그렇군.”
야를은 잠시 테이블을 두드리며 생각해 봤다.
‘어떤 의뢰를 받는 편이 좋을까…….’
빠르게 수행할 수 있고 위험한 일, 그리고 조금 느리지만 안전한 일.
야를은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도적 떼 토벌이야말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혼하러 가는 여자를 호위하는 건 너무 밋밋한 의뢰였다.
“좋은 이야기를 들었어.”
야를은 생각을 정리하자마자 도끼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바로 광장으로 갈 생각이었다.
“저, 미친 드워프 새끼 왜 우리한테 와서 지랄이야.”
“그러게 애꾸눈 새끼가. 야려보는 게 좆 같아서 참느라 죽는 줄 알았네.”
야를의 귀로 두 남자가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 큰 목소리는 아니었으나 단련으로 민감해진 귀를 피할 수 있을 만큼 작지도 않았다.
야를은 천천히 발걸음을 멈추고 도끼를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뒤를 돌아 두 남자가 있는 테이블에 그것을,
콰앙!
“흐이이이익!”
“뭐야아아아!”
강하게 박아넣었다. 테이블에서 나무 파편이 비산했다.
갑작스러운 야를의 행동에 놀란 두 남자가 비명을 지르고, 주점 안에 정적이 흘렀다.
야를이 깊숙하게 박힌 도끼를 힘을 주어 뽑았다. 그러자 쩌적 소리가 나며 테이블이 둘로 갈라졌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앞에서 하는 거야. 그게 지성인으로서의 예의거든.”
“으어, 아니, 저, 그게…….”
나무로 된 맥주잔이 테이블에서 미끄러져 떨어졌고 퉁당거리는 소리를 내며 수염의 말을 끊었다.
“수업료라 생각하고 내 술값은 너희들이 계산해. 이 테이블 값도.”
도끼를 목에 걸친 야를이 다시 몸을 돌려 주점의 출구로 향했다. 야를이 지나갈 때마다 손님들은 흠칫 놀라며 자리를 비켜줬고 마치 물살이 갈리는 것처럼 쾌적한 길이 만들어졌다.
야를이 문을 열고 주점 밖으로 나갔다. ‘끼이익.’ 기름이 칠해져 있지 않아 뻑뻑한 문이 비명을 내질렀고 그 비명이 침묵에 휩싸인 주점 안을 위로했다.
“경비대원님! 저 난쟁이요. 저, 저 애꾸눈 새끼가 우리 가게 기물을 부쉈소!”
야를이 주점 밖으로 나가서 가장 처음 들은 것은 어느샌가 사라졌던 주점 주인의 목소리였다. 주점 주인의 앞편에는 그가 불러온 경비대원 두어 명이 있었고, 그들은 차가운 검병을 매만지며 야를을 향해 소리쳤다.
“드워프, 너에 대한 신고가 들어왔으니 걸음을 멈춰라! 만일 움직인다면, 신고가 사실이라는 판단하에 형을 집행하겠다.”
야를은 자신을 향한 칼끝을 보면서 도끼를 땅에 내리고 손을 들어 올렸다. 아무리 악명을 원한다지만, 귀족의 수족을 건드릴 만큼 멍청하지는 않았다.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네가 ‘드래곤 가죽’의 테이블을 부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게다가 다른 손님들을 위협까지 했다고 하더군. 지금 보니 술값까지 안 내려고 한 것 같고. 이 말이 사실인가?”
경비대원의 말에 야를은 코웃음을 치며 주점 주인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주점 주인이 몸을 움찔했고 경비대원은 칼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래도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술값, 테이블 값은 저 안에 있는 대머리와 수염이 내기로 했거든요. 주점 주인이 그런 약속이 있기 전에 가게를 나가 오해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안쪽에 가서 물어보면 그렇게 말할 겁니다.”
야를이 차분하게 설명했고 경비 대원은 너무도 태연한 야를의 태도에 주점 주인을 돌아봤다.
“그, 그게…….”
주점 주인조차 긴가민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고, 야를이 땅에 내린 도끼를 다시 집으려 했다.
그때, 그들 사이를 한 남자의 목소리가 뚫고 지나갔다.
“경비대원님 저 난쟁이 새끼, 거짓말하고 있습니다!”
삐걱거리는 주점의 문을 밀치고 대머리 남자가 삿대질하며 나왔다. 남자의 얼굴은 반짝이는 머리까지 붉어져 있었는데, 야를이 주점 밖으로 나가고 독한 놈으로 한 잔 더 마셨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가…….”
야를이 이를 악물고 쳐다보자 대머리는 순간 움찔했으나 경비대원을 한 번 쳐다보고는 이내 기세등등하게 다시 소리쳤다.
“애꾸눈 새끼야! 그렇게 노려보면 어쩔 건데! 경비대원님 부디 처벌해 주십시오! 저놈 저거 아주 흉악한 놈입니다. 도끼로 저를 겁박했습니다!”
대머리의 말에 경비대원이 야를에게 겨눈 검에 더욱 힘을 주며 말했다.
“반론해 봐.”
야를은 그런 경비대원의 태도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제가 부순 테이블 값, 그리고 술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주인장, 얼마요?”
“그게, 어, 테이블은 7골드, 술값은 1골드. 합이 8골드이요.”
“테이블은 오래 썼던 것이니 4골드로, 술값은 1골드 합이 5골드로 합시다.”
야를이 돈주머니를 뒤져서 주점 주인에게 금화 5골드를 꺼내 던졌다. 그러자 주인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그것을 모두 낚아채고는 그중 하나를 이에 물고 씹었다.
“진짜가 맞소.”
“그럼, 일은 해결된 건가?”
경비대원이 차갑게 주점 주인에게 물었고, 주점 주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모두 해결되었습니다. 경비대원님. 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저희 주점에서 한 잔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주점 주인이 야를을 흘끗 보았다. 야를의 행색은 주점 주인도 잘 알고 있었고, 혹여 그 미친 드워프가 보복을 해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흠……. 공무 중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경비대원은 주점 주인의 시선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맥주가 고프기도 했다. 업무의 연장선인 공짜 맥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경비대원들과 주점 주인은 문 앞에 서 있던 대머리 남자를 밀치고 주점으로 들어갔다. 대머리는 그에 ‘어이쿠!’ 소리를 내며 벽쪽에 등을 부딪쳤다.
그렇게 잠깐의 소란이 끝나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제각기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크, 크흠……. 본의가, 본의가 아니었어.”
대머리 남자가 자신을 노려보는 야를의 시선에 당황한 듯 헛기침을 했다. 상황이 생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아 무척이나 난감해졌다.
“너…….”
야를이 대머리 남자에게 거대한 도끼를 겨누며 낮게 경고했다.
“목 조심해.”
“히익!”
남자는 지옥의 밑바닥을 긁는듯한 야를의 살기 어린 말에 비명을 지르며 주점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쾅! 삐걱거리던 문이 부르르 진동했다.
주점의 닫힌 문을 바라보던 야를은 다시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악명이 부족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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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1인, 플레이어 1인
둘 다 처음이라 야매플입니다. 리플레이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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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씨발 트위터설정딸을 쳐가져왔냐
재밌게 잘 봤읍니다.
재밌기만 하구만.. 위에 욕부터 하는 찐따는 그냥 무시하세요.
유동형님 화가 많이나셧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