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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안녕 Chummer들아


왜 10년 전에 다 쉰 떡밥인 성향 얘기가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물어볼게.


사이버펑크 장르는 D&D 기반이 아니라서 전통적인 질서 <-> 혼돈, 선 <-> 악 축을 따르는 성향을 사용하지 않아. 절대악은 메가콥이라는 형태로 존재하지만 절대선이 없으니 선/악 축이 존재하지 않고, 질서는 개인 차원에서라면 몰라도 사회적으로는 사회 그 자체를 지배하는 메가콥의 억압으로 변질되어있기 때문에 펑크 장르에서는 배척해야 할 구세대의 가치로 취급되고 있어.


섀도우런이나 사이버펑크 2020 등에서는 D&D에서와는 달리 캐릭터 시트에 대놓고 질서 선, 혼돈 악과 같은 성격을 기재하지도 않아. 캐릭터의 성격에 직접 관여하는 사이버웨어 한계치(인간성, 에센스)는 있지만, 이 능력치 하나 때문에 성격이 변하는 건 이상하다는 게 플레이어들의 여론이었기 때문에 후기 판본으로 갈수록 직접적인 성격은 롤플레이를 통해 드러내도록 권장되고 있어. 그래서 섀도우런은 규칙은 수치로 나타내는 부분은 매우 상세하지만 성격이나 동기와 같은 비정형적인 부분은 서술식 롤플레이 규칙보다 더욱 추상적으로 다루는 편이야.


하지만 단순히 추상적으로만 나타내면 한 캐릭터룰 본인이 아닌 다른 플레이어나 GM의 입장에서 손쉽게 판단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어. 능력치와 장비가 완전히 동일한 캐릭터라도 어떻게 플레이하느냐에 따라서 메가콥의 첩자가 될 수 있고, 아니면 극단적인 로빈 후드형 도적이 될 수도 있는 거거든. 그래서 공식 포럼, tg와 레딧 등의 커뮤니티에서 질서/혼돈, 선/악을 대신할 성향 축을 새로 정의하게 돼. 그리고 이 성향은 플레이가 진행되는 각 테이블, 혹은 각 캠페인마다 모든 플레이어가 동의하고 따르도록 되어있어. (이전 그룹에 새로 들어와서 망치고 나가는 라그나가 아니면 말이야.)


이 섀도우런만의 고유한 성향 축은 바로 핑크 모호크(Pink Mohawk)와 블랙 트렌치코트(Black Trenchcoat)라고 불러. 이 둘의 차이점은 행동에 따른 결과가 캠페인에 영구적으로 남느냐, 아니면 재미를 위해 결과가 무시되느냐야. 영화로 비유하자면 전자는 람보 2편, 후자는 람보 1편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어. 원래 이 성향 축은 플레이어들끼리 사용되던 비공식 규칙과 비슷했는데, 최근에는 규칙서에서도 캐릭터 빌딩을 위해 공인되었어.(Run Faster p.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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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https://www.deviantart.com/maciejkuciara/art/Showtime-528191102)


핑크 모호크(Pink Mohawk)는 행동이나 런의 결론으로 인한 결과와 캠페인 세계의 변화를 무시하는 성향이야. 말하자면 행동에 따르는 댓가가 없어지는 거지. 댓가가 없어지니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도 없어지고, 요란하게 터뜨리는 플레이도 용인되거나 권장되는 거야. 캐릭터의 외양도 흔히 사이버펑크 하면 생각나는 마젠타와 형광색 머리에 문신과 피어싱이 가득하고 쌍카타나와 쌍권총을 휘두르는 모습이 돼. 굳이 사이버펑크까지 가지 않더라도 여러 액션 영화에서 예제를 찾을 수 있어. 일반인이 떠올리는 존 람보의 모습은 람보 2편에서 M60 기관총을 무식하게 난사하는 모습이야.(로드 오브 워에서 독재자 아들이 그랬던 것 처럼.) 람보 2를 보면서 기관총에 맞아죽은 나쁜 놈이 남겨둔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핑크 모호크의 관점에서는 요즘 말로 찐이 되는 거지. 해당 성향을 플레이하는 경우에는 런을 뛰는 행위, 혹은 스타일리쉬한 묘사 그 자체에서 오는 희열을 추구한다고 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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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https://www.deviantart.com/sanchiko/art/Die-198199032)


블랙 트렌치코트(Black Trenchcoat)는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른 결과가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캠페인에 남아서 영향을 주는 성향이야. 즉, 모든 언행에 댓가가 따르는 성향이지. 기본적인 외양이나 배경 묘사는 느와르 탐정물에 가까워지고, 규칙의 적용 정도는 현실에 더 가까워지고, 플레이어의 행동은 기성 사회의 기준에서 엄연히 범죄라는 사실이 계속 부각돼. 암살을 하다가 남긴 피부 조직이나 혈흔 때문에 안전가옥에까지 경찰이 따라와서 털린다거나, 플레이어가 건물을 불태웠을 때 어느 자선 사업이 망하고 나비 효과를 일으키거나, 자신이 물건을 털어서 망한 회사원이 존슨이 되서 러너 팀에게 복수를 꾀하거나 등등등. 람보 1편에서 람보는 자신을 숲에까지 추격하는 경찰을 죽일 수 있었음에도 되도록이면 부상만 입힌 채로 되돌려보내는데, 경찰을 죽이는 행위의 댓가와 살려줬을 때 얻을 수 있는 심리적인 이점을 모두 반영하고 있는 거야. 해당 성향을 플레이하는 경우에는 치밀한 계획을 짜고 실현하는데서 희열을 느끼고 동시에 자신이 언제 붙잡힐지 모른다는 스릴을 즐기는 쪽에 가깝지.


섀도우런의 캐릭터 생성 과정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만드는 과정에서 GM과 대화를 하면서 성향 축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조율하는 것이 권장되고 있어. 무조건 어느 한 쪽을 따르는 것도 오래전의 얘기고, 요즘은 많은 플레이어들이 범죄 영화는 물론이고 GTA, 페이데이, 히트맨, 워치독스를 비롯해서 성향 축 위에서 다양한 위치에 자리잡은 게임을 많이 접해왔기 때문에 핑크 모호크/블랙 트렌치코트를 적절히 섞어서 분위기를 잡고는 해.


물론 핑크 모호크/블랙 트렌치코트 여부에 상관 없이 암묵적으로 따르도록 되어있는 몇가지 권장 사항은 있어.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말거나, 존슨씨에게 함부로 거짓말하지 않거나, 동료 러너들을 함부로 배신하지 않는 것 등등. 하지만 이런 권장 사항은 어느 성향이든지간에 상관 없이 따르면 진행이 편한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여기에서 다룰 필요는 없을 거 같아. 아마 내년쯤 다른 글에서 다룰 거야.


슬슬 휴가가 시작되니까 질문에 답변할 시간도 늘어날 거 같다. 궁금한 게 있으면 댓글로 적어주고. 그럼 다음에 볼 때까지 사요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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