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플레이에 썼던 설정 일부를 가져와서 보여준다.


공식 룰북에도 있는 캐릭터 질문 조항에 답하는 식으로 작성한 거고, 사실 좀 부족한 편이야.


설정의 목적은 당연히 자캐딸 같은 게 아니다. 쓸데없는 설정은 안 해. 이쑤시개 안 들어갈 정도로 엄밀한 것도 아냐.


"다른 참가자들이 설정을 읽은 후 내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한 거다.



@당신은 누구이고 몇 살입니까?


 내 이름은 폴 나이트입니다. 생전에 나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군인 노조를 만들었던 반전 운동가였습니다. 1945년에 태어났고, 죽었을 때 나이는 30살이었지요. 나는 항상 실제 나이보다 너댓 살은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은 어떻게 지냈습니까?


 내 어린 시절은 평범했습니다. 세 살 위인 형 테드와 사이가 좋았고, 격투기와 역사 그리고 SF 소설에 흥미가 있었어요. 아버지 윌리엄은 감리교 목사였고 어머니 제니퍼는 사립 학교 교사였는데 필라델피아의 체스트넛 힐 아카데미에서 평생 동안 (말썽쟁이 아들 둘을 포함해서) 남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온갖 장난질에 친구들을 끌고 다니면서 성적에 거의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학교 생활이 참 즐거웠죠. 다행스럽게도, 사회학 교수가 내 에세이에 흥미를 보인 덕분에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입학 허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1964년 통킹만에서 북베트남이 미군의 선박을 공격한 사건을 빌미로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뛰어든 것을 기억하나요? 바로 내가 입학하던 해에 일어난 일입니다. 당시 캠퍼스의 반전 분위기는 뜨거웠어요. 연일 토론회와 집회, 시위가 벌어지고 수많은 청년들은 자기 영장을 불태우곤 했습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반대하는 사람들, 부자들이 일으킨 전쟁에 참여하길 거부하는 노동자와 학생들의 열기가 하나로 합쳐지던 시절이었지요. 나는 그곳에서 평생의 친구가 된 피터와 캐롤을 만나고, 난생 처음으로 마약을 해 보고, 남녀 양쪽과 연애를 하고, 격투기를 배우고, 민주학생연합(Students for Democratic Society)에 가입하고, 그러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어요. 사회가 가는 길을 조금이라도 덜 미친 방향으로 바꾸는 것 말입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아버지 말에 따르면 나는 한심한 유머 감각을 가진 선동꾼입니다.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죠. 난 원한다면 언제나 주변 사람들이 날 따라오게 만들 수 있었어요. 심지어 오클라호마의 훈련소에 자원 입대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병사들에게 베트남 전쟁의 실체에 대해 말해 주고 군대가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짓을 훈련이랍시고 시킬지도 얘기해 줬어요. 내 말은 곧 현실로 드러났고 병사들은 모두 내 관점을 공유하게 되었습니다. 매일 밤 불을 끈 뒤 난 병사들과 전쟁에 대한 조롱을 주고받았어요. 때때로 사회주의에 대한 책들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윗사람들이 날 군사 재판소에 세웠지만, 나와 함께 훈련을 받은 병사들 그리고 인권 단체가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나중에 내가 미국 군인 노조(American Servicemen’s Union)를 결성할 때도 이들은 날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지요. 소식지를 발행하고 조합원을 모집했는데 무서울 정도로 수가 빠르게 늘어나더군요. 참고로 그 잡지에서 제일 인기있는 코너는 사병들이 선정한 부대 내 가장 악질적인 장교나 하사관을 소개하는 "이달의 돼지(Pig of the Month)"였습니다.

 당신도 알 겁니다. 결국 군인 노조를 합법화할 수는 없었어요. 1973년 파리 평화 협정으로 베트남 전쟁이 끝나자 우리의 활동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KKK가 당시 노조 대표였던 날 노리기 시작했어요. 흑인과 이교도, 그리고 성 소수자들을 조직적으로 옹호했다는 게 그들이 댄 이유였지요. 내가 그런 일을 한 게 사실이긴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들을 조롱했기 때문일 겁니다. 협박 편지와 공개적인 장소에서의 시비가 이어졌으나 난 굴복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욱 비웃었습니다ㅡ그리고 지금은 그 행동을 후회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그들이 날 죽였거든요.


@초자연적인 존재와의 첫 접촉은 어떠했습니까?


 대학 2학년 때, 캠퍼스 근처의 술집이었어요. 마시러 온 건 아니고, 기습 시위가 끝나고 흩어져서 귀가하다가 경찰들이 쫓아오길래 피해서 들어온 거였습니다. 그런데 자리가 없었죠. 두리번거리는데 어떤 남자가 날 손짓해 불렀습니다. 그는 일부러 날 구석 자리에 밀어넣고 자기 몸으로 가려 주기까지 했어요. 경찰들이 허탕치고 돌아간 뒤에 내가 그에게 한 잔 샀고, 그는 자신을 크리스토프라고 소개했고, 우린 시위와 경찰, 베트남 전쟁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나는 그와 기분 좋게 헤어지면서 좋은 사람을 한 명 만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그때는 그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나는 그 후로도 크리스토프와 가끔 만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가 날 찾았던 것 같군요. 어쨌거나 난 그와 이야기하는 게 좋았어요.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평소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시야가 확장되는 기분이었죠. 인간의 본성이나 전쟁, 사회에 대해 아주 깊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꼈고, 앞으로도 그 이야기를 계속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그 우정은 진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는 진짜 친구라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짓을 내게 했습니다.

 그는 죽은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