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게맨 요청으로 올림


[전송 시작]


SISD 요원, 백ㅇㅇ.


마지막 보고입니다. 아마도 2시간 내에 NWO 측의 요원들이 들이닥쳐서 저를 체포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 기록은 단방향 통신으로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SPD, 그리고 펜텍스의 영향이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것으로 생각됩니다. 리스크 관리부에 재평가를 요청할 것을 건의드립니다.


펜텍스는 이미 NWO를 비롯한 유니언의 다수 조직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되며, 더욱 큰 문제는 그들이 펜텍스의 정체를 전혀 모른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들은 자회사 및 추적이 힘든 하청 회사들을 사용하고 있기에 당연합니다. 아마도 신디케이트 쪽에서 이정도의 호의를 보여주고 있나, 라고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겠죠.


펜텍스가 현실교란적인 방법을 사용해 신디케이트의 한 부서로 숨어있는 네판디라는 사실이 이제 곧 밝혀질지도 모릅니다. 저희 SISD가 일련의 공작을 통해 그것을 차단하고 있긴 하지만 이것으로 저희의 노력이 불리하다는 사실이 명백해졌습니다.


그러니 이 위기는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NWO를 비롯한 유니언의 다른 부서가 펜텍스와 접점이 생긴이상 저희 측에게도 그런 일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또한 정보의 대가인 NWO들마저 파악하지 못한 일을 해내고 있었다는 변명도 있습니다.


유니언의 미래를 위해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고려해주십시오. 공식적인 요청이 아닌 점은 사과드립니다. 자존심을 가릴때가 아니라고 생ㄱ


[통신 오류]


[문서 종료]




[첨부1]


펜텍스, 또는 SPD는 SISD의 요원들에게 있어서는 동일한 조직으로 취급된다. 그 실체는 이사회부터 최소한 회사의 중견 간부까지 다수의 네판디에 의해 오염된, 최악의 기업이다. 그 영향은 우리가 알고 있는 어떤 네판디 단체보다도 거대하며, 트래디션의 우리에 대한 프로파간다는 최소한 펜텍스에 한해서는 옳은 말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SISD의 요원이 명심해야할 것은 펜텍스의 영향은 신디케이트 전체의 영향에 비해서는 절대적으로 작다는 것이다. 그들이 ■■지역의 환경오염, ■■와 ■■■■■의 내전, ■■■■년의 중금속으로 인한 질병 발생 등은 모두 신디케이트의 사회적 책임CRP 활동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애초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개념 자체가 악덕 기업들에 대한 패러다임 전술의 일환이었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펜텍스의 역사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펜텍스가 암세포와 같다는 것이다. 펜텍스의 이사진은 사실상 네판디 및 그에 준하는 현실 교란자들에 의해 장악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SISD, 그리고 신디케이트의 무력 집단 전체를 따져도 이목을 끌지 않고 펜텍스의 주요 시설을 침투할 능력은 없다. 마찬가지로 물리 현실과 맞닿은 그들의 하청 업체, 생산 시설, 주요 건물 등은 파괴할 수 있으나 물리적인 파괴는 너무 많은 이목을 끌기 때문에 현 시점에 있어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이 아니다.


SISD 요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펜텍스가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펜텍스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은 거대하다는 것이다. 


펜텍스가 신디케이트 하에서 그 존재를 용인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는 안된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그것은 마치 신디케이트가 네판디의 존재를 용인하고 있다는 사실로 포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사실이 알려지면 NWO를 필두로한 일련의 세력이 신디케이트를 압박하여 우리를 통제하려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내전이 발발하게 될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펜텍스는 현재 자신들의 존재가 용인 받는 상태에서 컨센서스를 오염시키는 것에 만족하는 듯 하다. 따라서 언제나 그래왔듯이 더 나은 방법이 개발되기 전에 펜텍스에 대한 대책은 첫째도, 둘째도 격리다. 만약 펜텍스가 그 존재를 공개함으로서 존재가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면 즉시 그 활동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모든 요원은 격리가 최 우선임을 명심하도록 하라.


[문서 끝.]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이 건물에 침입한다고 하면, 그들과 적대하는 자들은 하수도나 비밀통로로 몰래 침입하거나, 아니면 아예 헬기 레펠 등을 통해 창문을 깨고 들어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다수의 경우 유니언은 제일 쉬운 방법으로 침입한다.


바로 정문이다.


“안녕하세요. 무슨 용무로 오셨나요?”


시설의 리셉션의 직원이 묻는다. 에이다가 미리 마련된 -그러니까, 위조된- 신분증을 내민다. 그들 머리 위로 HMS라고 은색으로 새겨진 회사 로고가 보인다. 이시야마가 받은 명함의 주소는 이곳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펜텍스라는 이름은 온데간데 없고 평범한 바이오테크 회사만이 있을 뿐. 심지어 두 회사 간의 관계마저도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MSF-44 아말감의 요원들은 이 회사의 협력회사 직원으로 위장하고 있었다.


[아직도 이상합니다.]


몰레티가 전술망에 메시지를 띄운다. 그의 힘으로도 이 회사의 인사부에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를 비롯한 MSF 아말감의 일원들은 전혀 모르지만, 당연히 펜텍스 및 펜텍스의 자회사와 유니언의 관계를 차단하는 SISD의 공작 때문이다.


[일이 어려워지는건 둘째치고, 겨우 이 정도 규모 회사에 접근이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군요.]


몰레티 정도의 인맥이 아니었으면 협력회사에도 접근이 불가능할 지경이었다. 


[네판디와 연관이 있다는 걸 더 확실하게 확인시켜 주네요. 펜텍스 자체에 대한 조사는?]


[신디케이트 측 정보로는 네판디와 큰 관련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는 와중에 신디케이트의 영향력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긴 하군요.]


[버려진 자식 같은?]


[그렇죠. 아마도 말단 부서가 오염된 것은 아닐까 합니다. 흔히 있는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레인저와 몰레티의 -실제와는 거리와 먼- 대화가 에이다의 보고로 중단된다.


[아직까지는 그냥 평범한 R&D 부서로 보입니다.]


그녀가 스쳐지나가는 창으로 한 실험실을 들여다본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이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로 평범한 바이오테크 회사처럼 보인다. 그녀 뒤를 인부로 위장한 다섯명의 클론 병사, 그리고 하은과 이시야마가 따른다. 두 사람은 전술망에 접속할 수 없기에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시야마는 자신의 형제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반드시 동행시켜줄 것을 주장하여 현장에 있는 것이었으며, 하은의 경우는 그 의도를 확신할 수 없었던 그레인저가 참가시켰다. 하은은 아무 불만 없이 참가했다.


[컨설턴트의 상태는?]


[아무 변화 없습니다.]


사실 에이다와 하은의 평소 모습 자체는 비슷하다. 일반적으로 트래디션 메이지가 생각하는 유니언 요원의 모습. 침묵을 지키고, 기계적인 행동거지를 보여준다.


[에이다, 목적은 정찰이에요.]


[네.]


오래된 연구 단지를 재활용 해서 만든 이곳은 최소한의 건축미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펜텍스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이 무색하게 이곳은 서류상으로도, 겉으로도 그저 평범한 바이오테크 회사였다. 


[영상 전송 시작합니다.]


[노이즈가 좀 있네요.]


[이차원 간섭이 감지됩니다.]


각종 센서의 값을 읽어내던 에이팍이 보고한다. 이차원 간섭Dimensional Science가 바이오테크 회사에서 감지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런 일은 컨센서스가 불안정한 오지나 움브라에서나 일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몰레티, 혹시 이 쪽이 차원 과학 연구와 관련이 있는 시설인가요?]


[전혀 관련 없습니다.]


[건물 구조도 띄워주세요.]


즉시 전술망에 건물의 청사진이 뜬다. 


[진동 스캐너 설치.]


그레인저의 명령과 함께 인기척이 적은 복도에서 클론 한명이 복잡해보이는 장비를 꺼낸다. 그 장비에 연결된 부착판을 한쪽 벽에 대고는 고정시키는 클론.


[진동장 및 전파간섭에 의한 스캐닝 실시.]


에이팍의 보고와 함께 그 장치가 작동을 시작한다. 진동의 반향과 휴대전화 전파 간섭을 이용해 건물의 구조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는 장치다.


진동 스캐너가 건물의 구조도를 스캔한다. 청사진과는 다른 점이 있다. 지하 시설이 있는 것이다. 


[지하 시설이 탐지됩니다. 설계도는 물론, 관할청의 기록에도 없는 시설입니다.]


[입구는?]


[요원들로부터 가깝습니다.]


즉시 에이다의 신경통신망 및 클론들의 VDAS에 위치가 표시된다. 진동 스캐너를 통해 실시간으로 최대한 인적이 없는 곳을 골라 그들이 지하 시설의 입구로 찾아간다. 청소 도구함으로 위장되어 있는 곳. 청소도구들을 밖으로 들어내자 주의깊은 요원이라면 누구라도 눈치챌만한, 숨겨진 손잡이가 있다. 


그 위에는 전자 도어락에 흔히 쓰이는 키패드가 달려 있었다. 클론 중 하나가 스파이 영화에 나올법한 해킹 디바이스를 꺼낸다.




“뭔가 이상하군요.”


퀸란의 목소리가 하은의 머릿속에서 들려온다.


“이렇게 간단할리가 없습니다.”


하은이 그의 말에 의문을 제기한다. 물론, 마음 속으로 혼자 말하는 식으로 묻는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만약에 당신이라면 이런 보안요소를 어떻게 설계하겠습니까?”




“잠깐만요.”


퀸란의 물음에 반응한듯 하은이 에이다를 제지한다.


“뭐죠?”


“다시 한번만 키패드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은의 말에 에이다가 허리춤에서 볼펜 두께의 장치를 꺼내 작동시킨다. 푸른 불빛이 뻗어나와 키패드를 비춘다. 동시에 키패드 위에 지문자국이 드러난다. 숫자 5에만 지문이 새겨져 있었다.


[키패드로 위장한 지문인식 장치였습니다.]


해킹으로 강행할 수도 있지만 이런 속임수가 숨겨져 있다면 간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진, 일단 벗어나겠습니다.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다행입니다.”


하은이 멈칫하는 에이다에 아랑곳 하지 않고 태연하게 말한다.


“열쇠를 가져왔으니까요.”


“무슨 말입니까?”


에이다가 묻는다. 하은은 대답대신 이시야마를 가리킨다.


“그렇겠군.”


그가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키패드로 다가온다. 그가 키패드에 손가락을 뻗는다.


“잠깐. 너무 위험-”


삑, 하는 소리와 함께 허무하게 열리는 문. 그말은 곧 이 시설 안에 그와 동일한 지문을 가진 자가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하지만, 네판디인 그의 형제겠지. 그 안쪽에서 조명이 켜진다. 더 오래된 시설이다. 깨끗하긴 했지만 유지보수가 안된 듯한 느낌을 풍긴다.


“가죠.”


하은이 먼저 들어간다. 


[들어가겠습니다.]


[경계상태로 이동해요.]


클론들이 에이다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한다. 즉시라도 무기를 꺼내들고 대응할 수 있는 자세다. 하은은 그에 비하면 훨씬 부주의한 상태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는 그레인저와 몰레티.


[이상합니다.]


몰레티가 의심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다만, 나쁜 쪽인지 좋은 쪽인지 알 수가 없네요.]


바디캠에 더욱 노이즈가 심해지기 시작한다. 유니언의 디바이스라면 이 정도 지하시설에서의 노이즈는 캔슬해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이즈가 심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가 간섭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차원간섭은?]


[아까와 비슷합니다. 마치 방어막 같은 구조라, 밖에서 들어오는건 막아도 안에서 나오는건 상관이 없습니다.]


에이팍이 즉시 보고한다. 옆길걷기로 침투하는 늑대인간을 막기 위한 펜텍스의 술수지만 그들로서는 알 수가 없는 일이다. 그나마 보이드 엔지니어 출신이기에 차원과학에 능한 에이팍이 없으면 그러한 현상마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시설은 사실상 비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레인저가 무엇인가 이상함을 느낀다. 폐쇄된 시설들의 실험기구는 아무리봐도 생물학 실험실이나 제약 회사의 랩에서 볼 수 있을 기구들과는 거리가 멀다. 상업적 R&D에 치중한 신디케이트의 연구실도 아니고, 이터레이션 X나 보이드 엔지니어는 더더욱 아니다. 




“보이십니까?”


퀸란의 목소리가 속삭인다. 하은이 그의 목소리에 따라 멈춰선다.


“이곳에는… 인과가 가득합니다.”


수수께끼 같은 그의 말. 


“이곳에서 일어날 사건은 그 자체로 완결됩니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서 발견될 것은…”




그의 목소리가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듯 하다. 하은이 그의 인도를 따라 벽에 붙어있는 표지판으로 다가간다. 그녀가 말없이 [3 연구동]이라고 되어있는 표지판을 잡고서는 그 겉면을 뜯어버린다. 그녀의 바디캠에 인쇄된지 오래되었을 글자들이 잡힌다.


[제가 잘못 보고 있는건 아니겠죠?]


Q DIVISION: Q-44


NWO의 자체 연구 부서, Q Division의 표지. 다시 말해, 이 시설은 예전에 NWO의 관리하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아마도 시설 재활용이겠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NWO가 신디케이트 하의 영세 기업에게 시설을 넘겨준다는 것이 이상하다. 그것도 이렇게 기자재를 내버려둔채로라니.


[노먼. 지금 당장 이 시설의 이전 관리자를 조회해줘. 언제 폐쇄 됐는지도.]


[조회 완료되었습니다. 이 시설은 Q Division의 통신개발 부서였습니다. 지금은 관리자의 명령으로 폐쇄된 뒤 해당 회사에게 저가로 넘겨져 재활용 중입니다.]


[관리자는?]


[류 국장님입니다.]


잠시 통신망에 침묵이 흐른다.


[우연이겠죠.]


그러나 에이다의 메시지에서는 꺼림칙함이 느껴진다. 네판디로 변해버린 오리지널의 하은, 레콘키스타 작전의 부자연스러운 셧다운, 이번에는 네판디와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시설까지.


[노먼, 예전에 움브라에서 입수한 복호화 장치가 망실된 곳이 여기는 아니겠지?]


[조회 완료되었습니다. 이 시설이 맞습니다.]


“물러나죠.”


에이다가 말한다. 통신망을 읽을 수 없는 하은과 이시야마의 동의까지 구하기 위해서다.


“진, 지금 저희가 파고들어서는 안되는 영역에 파고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상부에서 네판디를 유인하기 위해 판 함정일 수도 있고-”


“쾅!”


갑자기 불이 꺼져 있던, 반대편의 방에서 큰 소리가 난다. 클론들이 모두 그곳을 향해 무기를 겨눈다. 동시에 그 방의 불이 켜진다. 작은 창문으로 흉측하게 뒤틀린 인간의 얼굴이 보인다. 모두가 바로 알아챈다. 이시야마의 생체병기다.


[진. 함정입니다.]


동시에 다른 방에서 생체병기들이 튀어나온다. 


“퉁!”


무거운 샷건의 소리와 함께 괴물 하나가 나자 빠진다. 고체 플라즈마 쉘이 뿜어내는 고열의 화학물질이 달려드는 생체병기의 반신을 녹여버린다. 다른 건 몰라도 생체병기에 대한 대비는 확실히 해왔던 것이다.


“키야악!”


또 다른 괴물들이 달려든다. 그러나 클론들이 즉시 위장된 장비 컨테이너에서 무장을 꺼내들어 사격을 시작한다. 그들에게 손도 댈 수 없지만, 계속해서 몰려온다. 그들이 가는 곳 마다 실험실의 문이 열리며 괴물들이 튀어나온다.


화악, 하는 소리와 함께 복도를 불태우는 화염. 그러나 그 화염을 뚫고 괴물 하나가 달려들어 클론의 팔을 물어 뜯는다. 거칠게 뜯겨나가는 클론의 팔. 그러나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팔을 물고있는 괴물의 눈에 대고 철갑폭발탄을 박아넣는다.


“펑!”


괴물의 머리가 터지며 뇌수를 사방에 흩뿌린다.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광경에도 그 누구도 꿈쩍하지 않는다. 이시야마마저 그렇다. 본직은 의사라고 해도, 그의 형제가 뿌린 파괴적인 병기들을 넘치게 보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본인이 무엇인가 할 수는 없기에, 그는 클론들의 진로를 방해하지 않도록 나이에 걸맞지 않은 기민함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유인 당하고 있군요.]


에이다가 즉시 상황을 파악한다. 말 그대로였다. 그들은 좁은 통로에서 접근을 막기 위해 물러나며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면 위치를 옮기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그들의 위치는 적에 의해 강제된다.


[이시야마가 이 정도의-]


“이렇게 할 수 있습니까?”


그러나 에이다의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하은이 이시야마에게 묻는다.


“이 괴물들을 만드는건 될 지 몰라도, 이런 전술적인 움직임은 제 능력 밖입니다.”


즉, 이런 움직임은 네판디 이시야마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실시간으로, 또는 사전에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어느새 강당으로 밀려난다. 그들이 강당으로 진입하자마자 괴물들이 통로만을 봉쇄한다. 달려드는 것은 멈추었지만 그렇다고 내보내주지도 않는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두운 불이 켜진다. 그 가운데에는-


“캬아악!”


강당 한가운데에 놓인 것은 철창이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이 그 안에는 스물 정도 되는 뱀파이어들이 갇혀 있었다. 즉시 철창이 열리며 뱀파이어들이 뛰어나온다. 즉시 클론들이 사격을 시작한다. 화염방사기가 불을 뿜고 광분한 뱀파이어들이 그들을 향해 달려온다. 


“화악!”


불이 붙어 사지가 불타면서도 그들에게 달려드는 뱀파이어들. 마치 자살공격을 하는 병사들 같다. 그 와중에 한놈이 화망을 돌파해 이시야마에게 뛰어든다. 다른 클론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하은이 먼저 그 뱀파이어를 막아선다.


“탕!”


소음속에서도 그녀가 쏜 총탄의 소리가 유난하게 선명하다. 무릎 관절이 꿰뚫려 휘청거리는 뱀파이어의 목을 그녀의 손에 들린 나이프가 가른다. 깔끔하게 잘려나가는 뱀파이어의 목. 그녀의 훈련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깔끔하다. 마치 어딜 잘라야할지 아는 듯한 모습.


[진, 봤습니까?]


[네. 아무래도 이제 유니언의 방법론에서는 멀어졌다고 보는게 좋겠죠.]


“펑!”


에이다가 쏘아낸 총탄이 마지막 뱀파이어의 허리께를 날려버린다. 한때는 뱀파이어였던 잿더미와 반 정도 부서진 시체들만이 널려있었다.


[흔적을 보아하니 최근에 뱀파이어가 된 자들부터 오래된 놈들까지 다양하군요.]


[다시 한번 저번처럼 분석을-]


“아는 얼굴들을 보니 반갑구만.”


강당의 연단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안 그래도 모르는 사람들과 일하니 답답했거든. 원래 뱀파이어는 내 전공이 아니기도 하고.”


연단 위에 선 그의 모습은 마치 연단 위에서 강의하는 교수 같았다. 네판디라는 것을 잊고 보면 그는 대단한 계몽과학자다. 심지어 뱀파이어는 살아 있는 것도 아닌데 뱀파이어들을 단체로 폭주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물론 원래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긴 했네. 다만 충분한 샘플을 확보할 수 없어서 연구가 지지부진했거든. 이 회사가 없었으면 꿈도 꾸지 못했을거야. 이렇게 많은 뱀파이어들을 어디서 모아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하고자 하면 NWO나 신디케이트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의견의 차이라는것이 참 아까운거지.”


그의 말과 함께 그저 길을 막고만 있던 생체병기들이 서서히 다가와 그들을 둘러싼다. 


[에이다. 지금 본대를 투입할게요.]


[버텨보겠습니다.]


“뱀파이어로 뭘 하려는거지?”


에이다가 묻는다. 일분 일초라도 좋으니 시간을 끌고자 하는 것이다. 유니언의 현장 전문가에게라면 통하지 않겠지만 이시야마는 어디까지나 그 본질이 학자다. 알면서도 속아넘어가 줄 타입인 것이다.


“아, 에이다 요원이었나? 이름이 틀렸다면 용서하시게.”


그가 기쁜듯이 말을 이어간다. 


“내가 만드는 병기들은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 소수를 생산하기는 쉽지만 대량 생산은 절대 쉽지 않고, 수송하기도 어렵지. 다시 말해서 산업적인 규모로 피해를 입힐 수가 없다는 거야.”


그가 끄덕인다.


“하지만 뱀파이어들은 다르지. 도시에 침투해있으며 치안이 부실한 곳에 숨어드는 능력이 탁월하다네. 물론 수가 많지는 않겠지. 하지만 유니언이 일거에 소탕 할 수 있을 정도록 적지는 않다네.”


에이다가 그를 향해 돌격소총을 겨눈다. 단단히 견착 된 소총의 스코프에 그의 머리가 들어온다.


“하지만 전세계의 모든 뱀파이어가 폭주하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게.”




“과연, 저희의 부재 동안 네판디 역시 발전했군요.”


그 상황을 평가하는 퀸란.


“그 동안 지구의 변절자들은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느라 거대한 암덩어리가 커지는걸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한심하기 그지없죠.”




에이다가 이시야마의 말에 반박하듯 말한다.


“지금 당장 하지 않는 걸 보니 연구가 미완성인가 보군.”


“...에이다 요원, 자네는 사람의 아픈 곳을 찌르는 재주가 있구만. 물리적이지 않아도 말일세.”




퀸란이 또 다시 속삭이며 결론내린다.


“당연합니다. 정황 증거로 보면 명확하죠.”


퀸란이 말한다. 하은이 소리없이 묻는다. 무엇이 명확한가, 하고.


“유추해보십시오, 요원. 이것마저도 훈련이고 교육입니다.”




하은이 에이다 앞에 나서서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연구는 완성된지 오래겠죠. 없는건 재료가 아닌가요?”


이시야마가 그녀를 내려다본다. 한때 그의 꿈, 계몽된 의식을 지닌 네판디를 인위적으로 생산할 기술의 기반이 될 소재를. 이제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있지만, 타락해버린 그녀의 오리지널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자네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소재가 없다네.”




“맞습니다. 저들의 연구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최소한…”


그가 피할 수 없는 결론을 내린다. 하은 역시 그와 동일한 결론을 내린다.


“그렇습니다. 저들의 기술은 같은 피를 공유하는 뱀파이어만을 폭주시킬 수 있겠죠. 정황 증거가 그러합니다. 그렇다면-”




그리고 퀸란의 속삭임을, 하은이 이어 말한다.


“-첫번째 뱀파이어, 아니, 그것의 피를 찾아내기 전까지는 안될겁니다. 모든 뱀파이어가 공유하는 피라면 그것뿐일테니.”


잠깐이지만 강당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자신의 한계를 지적당한 연구자의 차가운 분노가 강당을 짓누르는 것 같다. 자신의 주인이 가진 한계를 알듯 생체병기들마저도 조용해진다. 하은의 말을 조금이라도 현실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아마 하은, 퀸란, 그리고 이시야마 뿐일 것이다. ‘첫번째 뱀파이어’ 같은 단어는 현대의 뱀파이어들마저도 의심하는 존재인데, MSF 아말감의 일원들에게 받아들여지기에는 너무나 공상적이었던 것이다.


어딘가 무겁지만, 어색한 부조화가 이시야마의 쾌활함에 의해 깨진다.


“뭐, 어쩔 수 없지 않겠나! 어쨌든 자네들은 내 생체 병-”


그가 천천히 말을 멈춘다. 그의 시선이 그들 사이를 향한다. 그의 형제를 향해. 지금까지 클론 뒤에 가려져 있었던 그가 드디어 앞으로 나선 것이다.


광기들린 그의 손가락도 천천히 내려간다.


“...형제여.”


누가 먼저인지 모르게, 나즈막히 울려퍼지는 질문과 대답.


“오랜만이군.”


동시에 어둠 속에서 생체병기들이 나타난다. 그 사이에서 다시 광기가 차오르는 듯한 목소리가 묻는다.


“역시, 유니언이 여기까지 쫓아오지는 못할거라고 생각했지. 자기 몸 속을 뒤지는 의사는 희귀하니까. 그런데, 호위라기엔 너무 수가 적은것 아닌가?”


하은, 에이다, 그리고 클론 다섯. 반면에 생체병기들은 그 수가 얼마나 될지 모를 지경이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네, 형제여. 내가 쫓아다녔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이네. 거리가 좁혀지고 있었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네만, 이 정도로 빨리 만날 줄은 몰랐군.”


이제 그의 목소리는 광기가 압축된, 극도로 절제된 목소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재미있는 일이군. 그렇지 않나? 우리는 신체적인 조건, 계몽 과학, 생각하는 방식, 그 모든게 비슷해. 자네가 날 쫓아다녔으니 생각해보면 물리적 위치까지 비슷하겠군. 비슷하지 않다면 종이의 앞뒷면 정도는 되겠지.”


하은의 시선이 서서히 위에서 아래로 향한다. 마치 그녀의 이야기를 삼자의 입장에서 보는 것 같다. 조금 다르긴 하지만, 결국 본질적인 면은 똑같다. 그 방향은 다를지라도, 결국 세계를 인식하는 방법은 똑같은 자들이 서로의 존재를 용납하지 못하는 것이다. 타임 패러독스에 시달리는 시간 여행자들도 이 정도는 아니겠지. 같기에 서로 가까워진다. 비슷하기에 용납하지 못한다.


“맞다네. 하지만 이제 달라지는 것이 있지.”


“생사 말이로군.”


두 사람의 생각은, 거의 완전히 같다. 서로의 생각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이 광경에 휩쓸리지 마십시오.”


퀸란이 조용히 조언한다. 


“당신의 생사를 걸 필요조차 없습니다. 서로 방향만이 반대이며, 모든 것이 동일한 두 힘의 충돌입니다. 결과는 뻔하죠.”




“죽여라.”


차가운 명령.


동시에 총탄이 강당 위의 이시야마를 향해 쏘아진다. 그러나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마치 개구리 같은 움직임으로 뛰어오르는 생체 병기가 그 총탄을 대신 맞는다. 그것을 시작으로 모든 생체 병기들이 달려든다. 이제는 위장의 필요가 없어진 클론들이 등에 맨 배낭 안에 숨겨진 컴뱃 아머를 전개한다. 불꽃이 튀고 총탄이 허공을 가른다. 그러나 너무 많다. 제일 먼저 화망을 돌파한 괴물이 이시야마를 덮친다. 그 광경을 재밌다는 듯이 바라보는 그의 형제.


“컥!”


그가 튕겨나가, 조명이 닿지 않는 그림자 속으로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에이다가 달려가지만, 그 전에 생체병기에게 막힌다. 보통 인간이라면 저 정도 날아갈 충격을 받으면 장기 파열로 인한 쇼크로 즉사할 것이다. 에이다가 옆에 있는 하은에게 나즈막히 말한다.


“혹시 공간을 찢는 방법이라도 익히고 있으면 더 적절할데가 없겠군요.”


“알고는 있습니다만.”


하은이 물러난다. 에이다와 하은이 셋 밖에 남지 않은 중무장 클론들 뒤에서 사격을 개시한다. 하은에게는 패러독스를 감수할 의향이 전혀 없어보인다. 퀸란의 조언에 따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시켜주듯, 쿵, 하는 소리가 어둠속에서 울린다.


“...?”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걸어나온다.


무엇인가 씹는 소리.


“...오, 형제여.”


연단 위에서 네판디에 어울리지 않는, 허무함이 가득한 목소리가 탄식한다.


언제 주사한 것인지, 유니언의 요원들이 쓰는 대용량의 인젝터가 발치를 구른다. 싸움이 시작되자 마자 주사한 것이겠지.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온 것은 실시간으로 근육이 부풀어오르고, 골격이 피부를 찢을듯 튀어나오며, 한쪽 손에 찢어발긴 생체 병기를 거대해진 턱으로 씹고 있는 그의 형제였다. 신체는 노쇠한 노인의 몸에서 2미터는 훌쩍 뛰어넘는 거한으로 변해 있었고 팔은 방패처럼 팽창한 골격이 피흘리는 살을 찢고 튀어나와 마치 갑각 같은 것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다리는 보통 성인 남성의 허리 정도는 되는 두께로 커져 있었으며 가슴께는 몸을 단단히 보호하는 두꺼운 갈비뼈가 드러나보이는 듯 했다. 벌레와 인간을 반반 섞어놓은 듯한 그로테스크한 모습. 새로이 자라난 부위의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서인지 생체 병기를 아예 씹어먹어 버린다. 통계학적 불가항력이 확실한, 말 그대로 현실 위배적인 계몽과학이다.


그 광경 앞에서 싸움이 잠시 멈춘다. 아니, 이시야마가 인위적으로 멈춘 것이겠지. 네판디가 된 자신을 멈추기 위해서 스스로의 도덕과 기준을 모두 버려버린 자신의 형제를 보기 위해서일까.


“정말 그렇게까지 해서, 나를 멈추어야하겠나.”


연단 위에서 담담하게 묻는 이시야마. 거대한 괴물이 된 그의 형제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눈빛이 대답을 대신하는 듯 했다. 살의나 적의를 넘어 자신의 의지로 현실을 꺾어버리겠다는,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이 바라는 현실마저도 짓눌러버리겠다는 눈빛. 오직 계몽된 자Mage만이 보일 수 있는 의지다.


“그래, 그것도 좋지!””


네판디만이 울부짖을 수 있을 법한 광기찬 웃음을 뿌리는 그를 호위하듯, 괴물들이 그의 주위로 다가온다. 그 중 하나가 이시야마를 한쪽 어깨에 앉힌다. 그와 동시에 그의 형제가 달려든다. 거대해진 괴수의 모습이 된 그가 생체병기들을 찢어발기며 그에게 달려든다. 개중에는 그보다 큰 괴물도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의 손이 괴물들의 턱을 부여잡고 머리를 위아래로 찢어버리고, 작은 것들은 몸통을 쥐어짜 부숴버린다.


다른 일행이 할 수 있는 것은 지원사격 뿐. 그의 사각에서 달려드는 놈들을 저격 하는 것이다. 대체 어디서인지 더 많은 괴물들이 나타나 그에게 달려든다. 


“크악!”


괴수가 된 그의 낮은 신음소리. 그의 허벅지에 달려드는 괴물이 발톱으로 피부를 찢고 근육을 망가트린다. 그러나 그 상처가 거의 즉시 회복된다. 그가 엄청난 근육량에서 뿜어져나오는 힘으로 그의 다리를 부여잡은 생체 병기의 머리를 박살낸다. 그러나 또 다른, 이번에는 네발 동물 같은 놈이 그의 팔에 달라붙는다.


“쐐액!”


소형 레일건의 탄환이 그것을 꿰뚫는다. 하은의 정확한 저격.


“!”


위험을 느낀 것인지 네판디를 태운 생체 병기가 뛰어올라 조명 기구에 매달린다. 그러나 그의 형제도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모를 힘으로 뛰어올라 그의 형제가 탄, 한때는 인간이었던 것을 부여잡고 바닥으로 내려친다. 그러나 이시야마를 허공에서 또 다른 생체병기가 잡아 안전하게 착지한다. 동시에 다른 괴물들을 타고 오른, 거대한 입을 지닌 괴물이 그의 두꺼운 팔에 이빨을 박아 넣는다.


“크악!”


“정말 믿을수가 없네, 형제여! 그래서, 자네의 비밀은 말해주었나?”


네판디의 비웃음 아닌 비웃음. 탄식 아닌 탄식.


그를 태운 괴물이 달아나지만 느리다. 다시 한번 괴물이 바닥에 내려쳐지고 이시야마가 바닥을 구른다. 그의 앞을 다른 괴물들이 막아선다. 그의 형제는 괴물들의 벽을 뚫고 돌진한다. 그것들이 붙잡은 그의 팔이 뜯겨나간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팔을 뻗어 그의 형제, 수많은 생명을 장난감처럼 다뤄온 네판디를 잡는다.




그리고 너무나 허무하게, 그의 손아귀에서 그 몸이 우그러진다.




“자폭한다!”


동시에 주인을 잃은 것을 직감한 생체 병기들이 일제히 부풀어 오른다. 에이다와 하은을 보호하듯 클론들이 그들을 감싼다.


“콰앙!”


거대한 폭발. 매캐하고 역겨운 냄새. 연단이 박살나 무너지고 조명기구가 검게 그슬리며 산산조각 난다. 지하실이 흔들리고 통신이 끊긴다. 자욱한 먼지가 통풍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하실을 감싼다.


“...”


침묵.


먼지가 가라 앉는다.


중무장 클론의 시체를 밀어내는 에이다. 그 밑에서 하은도 일어선다. 그들은 어느새 착용한 마스크로 호흡기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들의 주위에는 폭발하며 날아간 괴물들의 살점과 뼈들이 기분 나쁘게 널려 있었다.


박살난 연단의 잔해 안에서 거대한 형체가 일어난다. 그는 마치 그의 형제를 보호하듯이 감싸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몸은 이미 완전히 망가져있었다.


“...정말 어리석군, 형제여. 날 쥐어짜 죽음까지 몰아가 놓고도 이렇게까지 보호하는 이유를 알 수가 없구만.”


네판디가 하는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감상적인 질문.


“나도 알 수가 없네, 형제여. 언제나 그렇듯이 자네가 모르는 것은 나도 모른다네.”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 그 품에서, 하체가 완전히 박살난 이시야마의 몸이 바닥으로 내려진다.


“멈출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군.”


“...나도 이렇게 갑자기 끝이 찾아온게 신기하구만.”


두 사람 간에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에이다와 하은이 두 사람에게 다가온다.


“제 시간 에 멈출…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비웃듯, 사그러들어가는 생명을 짜내는듯한 목소리의 대답이 돌아온다.


“아니, 너무 늦었네, 형제여. 이미 그들이 내가 개발한 기술을 모두 가져갔지.”


“상관...없네. 나는 자네를 멈추었으니.”


그가 대답대신 힘없이 손을 내밀어 그를 패배시킨, 그의 형제의 손을 잡는다. 이미 그는 거의 노쇠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와 있었다.


“...모든 것을 무너트리려고 했네.”


“알고 있다네, 형제여.”


잔뜩 부풀어오른 근육이 완전히 줄어든다. 통계학적 불가항력의 영향일까. 그의 얼굴은 이제 확실히 그의 형제보다 늙어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구분할 수 없었는데.


“하지만 이렇게 누워서 생각해보니, 그것마저도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었구만.”


“...”


대답은 없다.


“대답해 줄 수는 없겠나?”


침묵이 흐른다.


“대체… 대체 왜 인가… 대체…왜 그런 일을… 형제...여.”


그 말과 함께, 숨이 끊긴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는 에이다. 그런 그녀의 신경 통신망에서 노이즈 낀 메시지가 날아온다.


[에이다.]


[네.]


[통신기에 연결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가슴께에 달린 작은 외부 스피커가 켜진다.


“이시야마, 당신의 신병을 확보하겠습니다.”


“나는 의무를 다했소만.”


“에이다. 필요시 제압을 허가할게요.”


동시에 이시야마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다. 그러나 명령에 따름에도 불구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그녀.


“진? 이유는?”


“그가 해준 이야기에서, 누가 그 약물들을 처음 사용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죠.”


“...”


이시야마가 조용히 그들을 올려다본다.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그레인저의 사형선고와도 같은 메시지.


“그걸 사용한건 당신이었어요. 네판디 쪽이 아니라.”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한다.


“맞소. 이 모든 일은 그때의 내 부주의함 때문이지. 결국 그때 수십을 살리기 위해, 몇십년동안 수백이 넘는 사람이 죽었소.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 나의 형제가 네판디가 된 것은 그가 타락했기 때문이 아니오. 그의 분신이자 그 자신인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버렸기 때문이지.”


말 한마디마다 그는 더욱 수척해보인다.


“그리고 그때의 연구는 너무 위험한것으로 판정되어 모두 폐기되었지. 결국…”


그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결국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군.”


그의 형제와 똑같은 말.


그는 그의 과오를 청산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한쪽은 죽고, 한쪽은 살아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결국 실패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실패의 구렁텅이로 굴러 떨어 졌기에 생사 같은 것은 별로 상관이 없을 정도로. 승천Empowerment이나 그 반대Descension의 발치에도 가보지 못한채로. 


“...형제여.”


그가 나지막히, 그의 유언을 대신하듯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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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시대는 NHE 크로니클의 베타 버젼(?)의 제목이었습니다.


분열의 시대 편이 대충 5~10편 정도. 그 이후 심판의 날 시나리오가 5~10편 정도 해서 완결이 날 것 같습니다. 연재 주기는 지금처럼 격주가 되겠네요. 금년 여름 or 가을 쯤에 완결을 목표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