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어느 컨테이너 더미 사이 새벽 3시라 갈매기도 없이 파도소리만 잔잔하게 울리는 인천 앞바다.
그곳에서 다수의 험악한 남성이 10명 남짓한 사람들을 매질하는중이었다.
'아그야, 스탠드 아직이냐? 얼굴 함 보기 왜이리 힘드냐?'
명품 셔츠에 큼지막한 시계를 찬 50대 남성이 희끗희끗한 새치가 드문드문 나있는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하자 배터리로 돌아가는 무선 스텐드 2개가 그 남자 좌우로
배치되었고 이내 잔뜩 움츠러든 사람들을 비추었다.
'저.... 저희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 정말 몰ㄹ...'
얼굴에 잔뜩 멍이 든 남자가 두목으로 보이는 50대 남성에게 기어가면서 말하는것을 두목 옆에 뒷짐지고 있던
젊고 마른 남자가 구둣발로 면상을 짓밟으며 걷어차버렸고, 이내 기어가던 남자는 주변의 험악한 사람들에게
쇠파이프로 두들겨 맞아서 희미한 신음소리를 내며 어느 한 구석으로 질질 끌려갔다.
'거 김실장 살살좀 차~. 구두 망가지겠어. 우리 얼굴마담은 다 좋은데 성격이 문제야, 안그래?'
두목이 실실 웃으면서 말하자 얼굴마담 김실장은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시정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래, 김실장은 청장님한테 가서 쥐새끼 몇마리 잡았는데, 쥐약때문에 온건 아니고 나중에 원인은 따로 말씀드린다고
전해. 어. 술자리 한잔 하자고, 오케이?'
김실장은 명령을 받고 다시 허리를 숙이며 인사 하고는 어깨들이 구성하고있는 인간 장벽을 너머 사라졌다.
'그래~ 자네들 보아 하니. 참 안타깝게 되었어.. 내가 좀 민감한 사업을 하고있어서말이야...
거 자네들이 좀 민감한 물건을 건드리는바람에 이쪽도 좀 민감해졌어... 거 어렸을때 선생님이말이야,
어? 남의물건 손대지 말라고 안했어?'
두목은 천천히 다가와서 쪼그려 앉으며 물었고 뒤돌아보지도 않고 뒤로 손짓하자 뒤에서 부하들이 시가를 건네주었다.
두목은 시가에 천천히 불을 붙이며 조심스럽게 몇모금 빨아 뻐끔거리더니 불이 잘 붙었는지 한숨 깊게 빨았다
'후우.... 자네들이 찾는 물건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내가.... 그렇게 나쁜사람은 아니고 내 말대로만 해주면 서로 좋겠네. 뭔말인지 알지?'
두목이 느긋하게 시가를 피며 말하자 그 사람들중 몇은 앞다투어 서로 대답하겠다고 나갔다.
'하나. 내가 묻는말에 솔직히 대답할...'
두목이 운을 때자마자 한사람이 튀어나가며 대답했다.
'저희는 중국에서 들어온 골동품 하나를 찾고있습니다. 의뢰주는 모르지만 브로커는 압니다. 강태환이.. 강태환이가.. 커억!'
기어가다시피 하며 말을 하던 사람은 두목의 뒤에 있던 어깨가 내리찍어버린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며 기절했다.
'둘. 내 말을 끊지 말것. 내가 굉장히 싫어하는것들중 하나가 내 말을 끊는거야. 알았어?'
두목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고, 모여든 사람들은 말없이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다.
'그 강.... 강.... 어 그래 강태환이 나왔었지, 여기서 강태환이 아는사람 거수.'
두목의 말에 몇명이 손을 들었고 두목은 그중 가장 나이가 있어보이는 40대 남자를 지목했다.
'거기 아저씨 좀 나와 보자. 나와서 이야기 보따리 한번 풀어봐. 재밌으면 열외시켜드릴게.'
40대 남자는 반항을 거의 하지 않아 몇대 안맞아서 그나마 멀쩡해보였고, 두목의 앞에서 입을 열었다.
'저는 명동에서 골동품점을 8년째 하고있는 이학선 입니다. 물건을 하나 가져오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어, 학선이. 나보다 어려보이니까 말 놓을게, 거 명동이면 황규 밑에있나? 그구역은 그친구가 잡고있는데.'
두목은 아는사람이 생각났는지 밝게 웃으면서 물었고 이학선은 조심스럽게 답했다.
'조그마 하게 하는지라 어르신들과는 연이 없습니다. 그저 가끔 감정의뢰를 받아 출장나가곤 합니다.'
'어 그래, 뭐, 어떤 물건을 찾아오라 하는데?'
'저도 자세히 들어본 바는 없습니다만, 고대 중국에서 제사를 지내던 제기 쪽을 중심으로 보라고 언질은 들었습니다.'
학선이 미주알 고주알 내뱉는 사이 어떤 사내가 와서 두목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하여간 요즘 젊은애들은 이래서 안된다니까.... 거 최실장 보내서 기강 한번 사악 잡아봐,'
두목은 못마땅하다는듯이 잔뜩 미간을 찌푸리곤 일어났다. 이학선은 상황 파악을 못해서 벌벌 떨었고,
억류되어있던 사람중 몇명은 처음 그들을 둘러싼 사람보다 사람이 몇명 빠져있는걸 눈치 채었다. 그때였다.
희희희희.....희희희.....
이빨 사이로 바람이 빠지며 실없이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거 뭔소리야? 설마 농땡이 치고 있는 애들이 허락 없이 약빤거야? 씨발 진짜 내가 손 안대니까 기강이 개판났구만.'
두목은 노발대발 하면서 김상무니 최실장이니 강팀장이니 온갖 사람들을 싹다 집합하라고 성질을 내고선
스탠드를 틀어 소리가 들려오는 컨테이너 사이로 빛을 비췄다
그곳에는 처음 대답하려다가 두목의 말을 끊고 온몸이 성한데가 없는 그 사내가 이상한 향로를 머리 위로 들고
다리가 부러져서 기우뚱 기우뚱 하는 걸음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희희희희... 희희희희....'
양팔이 귀에 붙을정도로 높게 치켜든 향로에선 아지랑이 같이 무엇인가가 솟아올랐고, 현장에는 피비린내가 감돌았다
'야, 저거 하나 똑바로 처리 못하냐? 하... 이새끼들....'
두목은 못마땅한듯 옆의 어깨가 들고있는 쇠파이프를 뺏어들고는 성큼성큼 걸어가 그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향로를 들고있는 그의 이빨만 몇개 빠져나왔을뿐 그는 쓰러지지 않았고, 혈향은 더 진해졌다.
'피희시시시시시.... 피희시시시시시....'
입이 뭉개져서 바람흘러가는 소리를 내며 웃는 그는 드디어 말 다운 말을 하였다.
'재는 재로, 물은 물로. 피희시시시시시...'
두목은 쇠파이프에 맞고도 무너지지 않는 그를 보자 흠칫 하며 뒤로 물러섯고, 이내 처음 인원수와 비교해 반절이
이 자라에 없는것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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