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우런 리턴즈 플레이하고 사펑 뽕에 빠져서 섀도우런 관련 자료들 찾아다니다가
예전에 썼던거 발견해서 올려봄
예전에 썼던거 발견해서 올려봄
친애하는 의장님. 미리 경고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 말씀드립니다만, 제 증언은 다소 '반사회적'일 겁니다. 어쩌면 이 발언을 통해 그동안 위원회가 가지고 있었던 친 기업적 성향이 다소 감소할 수도 있겠습니다. 예? 기업제국 시대에 그런 게 가능 하겠냐 고요? 글쎄요. 세상에 제국의 형태를 구축한 소수의 기업국가만 있는 건 아니죠. 여러분들이 한참 전에 초월했거나 애초에 초월할 필요가 없었기에 이제는 잊고 있는 '중소기업'이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셔야 할겁니다.
모든 문제는 제이콥스 콥스의, 웃지 마십시오. 저 명칭이 웃기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일단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 회사의 신제품 개발 중 발생한 약간의 설계 오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제이콥스 콥스... 그냥 제이콥스라고 하죠. 아무튼 이 작은 기업은 인섬니악 인더스트리의 휘하에 있던 작은 하청기업이었습니다. 그냥 지역사회에 무기나 좀 팔던 군수기업이었죠. 혹시 이중에 화성에서 오신 분 계십니까? 예, 아니, 손을 드실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하여튼 그럼 들어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화성에서는 제이콥스의 제품이 꽤 잘 나가는 편이죠.
제이콥스가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건 그냥 간단한 청소도구였습니다. 그 전쟁상인들이 뭐 하러 청소용품 쪽으로 눈을 돌렸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일평생 무기만 만들줄 알았지 청소기를 만들어 본적 없던 양반들이 기성 청소기 업계에 발을 들이기는 힘들었고, 기반 기술도 없었죠. 제이콥스는 자신들의 제품이 다른 회사의 제품들보다 더욱 뛰어나거나 차별화되기를 원했고, 그 결과로 자신들이 가진 무기 기술을 청소기에 집약시키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바로 문제의 청소기, ETC-HOS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긋지긋하게 들어보셨을 [전자기적 두뇌 파쇄기]의 시초가 된 물건이죠.
제이콥스는 ETC-HOS의 먼지통에 강력한 전기에너지 방출장치를 부착했습니다. 일단 흡입구에 들어온 뒤엔 이 에너지로 인해 모두 가루가 되어버리는 제품이었습니다. 그게 어떤 원리인지는 여쭤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일단 보고서에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만… 여러분에게 이 자리에서 설명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여러분은 경영자지 기술자는 아니니까요. 필요하신 분들은 나중에 위원회 자료실에서 열람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꽤 편리한 제품이었죠.
문제는 이 청소기에도 다른 청소기에 있는 소형 전기장 발생장치가 부착되어 있었다는 겁니다. 예, 흡입구 근처에 정전기 비슷한 걸 발생시켜서 흡착력을 올려주는 장치요. 이게 왜 문제가 되었는가 하니, 이 장치는 먼지통에 든 방출장치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무기기술을 만들던 사람이 일상제품을 만들면 안 되는 이유 중 하나죠. 효율을 위해서 다소 위험한 방법을 택하는 경우가 생기니까요. 이렇게.
그 설계상의 오류는 납품 기일과 관련된 매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잊혀 졌고, ETS-HOS는 그대로 출시되었습니다. 이내 화성 전역에 퍼졌죠. 어쨌든 화성 로컬기업에서 만든 만큼 저렴했고, 튼튼했고, 또 편리하기도 했으니까요.
몇 달 뒤 일이 터졌습니다. 화성에 살던 퇴직 기술자 한명이, 먼지통과 흡입구에 각각 설치된 방출장치의 위치를 바꿔버리는 개조 방법을 정립해서 인터넷에 풀어버린 거죠. 그런 사람들 있지 않습니까? 원래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게 아닌 물건들을 이상하게 개조하고는 그 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해서 돈을 버는 괴짜들. ETC-HOS가 그런 사람에게 걸린 겁니다. 처음에는 아무도 그게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죠. 어쨌든 신제품이 나오면 그걸 일일이 전부 분해하고는 역설계로 얻어낸 청사진을 인터넷에 무료로 올려버리는 사람들이 넘쳐나니까요.
그 뒤로 ETC-HOS를 가지고 노는 영상이 꽤 인기를 끌었습니다. 지난 세기에 애들이 가지고 놀던 간이형 테슬라 코일을 떠올려 보세요. 다 큰 어른들이, ETC-HOS를 개조해서 여기저기에 전기충격을 쏴 대고, 결국엔 누가 누가 더 출력을 높여서 강력한 전기에너지를 질질 흘리고 다니는지를 경쟁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제이콥스는 그 시점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판매량이 증가했고, 판매량은 항상 중요한 법이니까요. 아, 물론 제이콥스도 ‘왜 판매량이 증가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뿐이었죠.
ETC-HOS로 인한 최초의 사망자는 화성에 사는 제레미 베이커였습니다. 기행을 저지르는 것으로 유명했던 이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는, 어느 날 자신이 ETC-HOS의 대인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대에 성공했다며 큰 소리를 쳤죠. 그리고 ETC-HOS의 전류를 조절한 뒤, 자신에게 쏴서 기절하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서 그걸 증명하려 했습니다.
제레미 베이커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면, 그는 뉴 에덴에서 태어나 태어나자마자 화성으로 이민을 온 사람이었고, 선천적으로 신체 일부가 기계인 상태로 태어나는 뉴 에덴식 돌연변이를 타고 났었다는 거였습니다. ‘시스템 본’이라고 부르던가요 그걸? 아무튼, 제레미 베이커의 몸은 그 기계부위를 제거하며 전기충격에 꽤 취약한 신경계를 가지게 되었고, 그걸 모르고 있던 불쌍한 스트리머는 자신의 몸에 대고 전기충격을 가하는 순간 심장마비로 죽고 말았죠.
그게 방송을 탔단 말입니다. 화성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삼만 오천명이 보고 있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사람이 그 제품으로 자살을 했다고요.
예. 불행한 사고였습니다. 그리고 한 정신이상자의 치기어린 행동이기도 했죠. 미디어는 그렇게 그 사건에 대해 잊어버렸습니다. 그 뒤에는 한때 제이콥스에 하청을 맡기던 대기업의 입김이 들어가 있었죠.
하지만 삼만 오천 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닙니다. 예, 오롯이 지구 대기 내부만 따져서 인구가 백 오십억을 넘어가는데도 그렇습니다. 그 소식은 확대되고, 재생산되고, 재현되며, 사방으로 퍼져나갔죠. 그렇게 퍼져나간 정보 중엔, ETC-HOS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불행한 사고’는 이후로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큰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고, 죽은 경우도 있었죠. 사인은 대부분 심장마비, 혹은 신체에 이식한 사이버네틱스 애드온의 오작동이었습니다. 팔이나 다리에 이식한 애드온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는 그나마 나았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자기 신경계에 뉴로링크 하나 이식하지 않은 사람은 없고, 뉴로링크의 오작동이 유발되는 경우는 대부분 즉사를 면치 못했죠. 신경계가 타들어갔단 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건 ‘사고’였습니다. 그리고 제이콥스가 이에 대해 인식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입니다. 그리고 제이콥스는 이를 돈벌이를 통해 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죠.
제이콥스는 ETC-HOS의 출력을 증가시킨 ETC-HOS II를 출시했습니다. 이유요? 여러분이 더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사람들이 청소기를 무기로 쓰기 시작했으니까요. 그래서 제이콥스는 ETC-HOS의 출력을 더 높이고, 안전장치를 더 쉽게 해제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출력장치의 설계를 다소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사용자 확장성’이라 둘러대며 출시했죠. 그리고 제가 제이콥스에 입사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였습니다. 저런 물건을 팔아먹자면 일단 미디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필요했으니까요.
ETC-HOS II는 말 그대로 ‘억’소리나게 팔렸습니다. 화성을 넘어 서서, 우주 곳곳 인류가 사는곳이라면 어디든 퍼져나갔다는 말입니다. 다양한 디자인의 모델들이 속속 출시되었고, 보다 많은 물량을 보다 혁신적인 광고와 함께 보다 낙후된 지역으로 판매할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ETC-HOS II는 역사에 기록될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이건 청소기였습니다. 이 물건은 경찰의 검문에도 걸리지 않았고, 무기 소지 허가도 필요 없었습니다. 실수로 미등록 제품을 구매했다가 경찰에게 추적당할 일도 없었고, 심지어 평범한 총들과는 다르게 꽤 예쁘게 생기기도 했죠. ‘가전제품’이었으니까요. 재질이 좀 약하긴 했지만, 가격을 감안하면 감수할만한 수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제이콥스에게는 이 부분이 중요했습니다만, 일단 이걸 무기로 쓰려면 사용자가 안전장치를 굳이 뜯어내서 개조해야 했기에 기업의 책임도 없었죠.
그리고 나서요? 추가 개량형인 ETC-STC를 발매했죠. 전자기적 저장매체를 파괴하기 위한 추가 도구가 포함되었다는 설명으로 포장된, 사이버네틱스 애드온 무력화 장비가 포함된 상태로요.
요즘 세상에 사이버네틱스 애드온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당장 이 회장에 뉴로링크 하나 이식하지 않은 분은 아무도 없죠. 신경 강화장치는요? 망막 HUD는요? 청각 강화장치는? 암네시아 강화 미각장치도 있죠. 다행히 의수나 의족을 다신 분들은 안보이지만, 심박유지기 같은걸 이식하신 분들도 많을겁니다.
사이버네틱스 애드온이 이식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위험한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어쨌든 강한 전기충격이니까요.
다소 불법적인 일들을 즐겨 하는 이들은 이 제품을 도매가로 떼어갔습니다. 우범지역에서 영업하는 상인들은 손에 닿는 곳에 이 제품을 항상 놓아두었고, 심지어 포보스나 아라크네 같은 변방 식민지의 거주민들은 아예 휴대형으로 개조해서 들고다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제 이 제품 특유의 천이 찢어지는 것 같은 파열음은 청소소리가 아니라 사람 죽는 소리로 인식되었단 말입니다.
제이콥스의 경영진은, 붉은 대지를 밟으며 파란 하늘과 같은 미래를 약속받은 사람들은 이 제품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지만, 변방 식민지의 도시들은 이미 콘크리트 정글이 된지 오래였습니다. 무기를 손에 넣기 쉬워지자 더 많은 범법자들이 등장했죠. 그리고 더 높으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예컨대 나비테크의 중진 분들이 인섬니악 인더스트리의 신형 가스 살포 무기가 지닌 비인도성을 성토하는 사이, 제이콥스의 청소기는 변방의 뒷골목에서 수천명을 죽이고 있었죠.
3D 프린터를 통해 추가적인 개조부품들이 나돌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에는 제이콥스가 있었죠. 제이콥스는 익명을 통해 ETC-STC의 개조부품 설계도를 팔았고,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개머리판, 추가적인 손잡이, 경량화 키트, 보조 배터리 슬롯 등을 손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청소용품들을 담아두었다가 사출하는 기능이 붙은 ETC-STC II가 출시되었죠.
ETC-STC II는 ETC-STC의 교전범위를 획기적으로 증가시킨 제품이었습니다. ‘교전범위’. 예. 제이콥스는 이 시점에서 ETC 시리즈를 완전히 무기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여튼, ETC-STC II는 ETC-STC와 같은 방식으로 다양한 확장부품들을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획기적인 부품은, 바로 코일건 개조 키트였죠.
단순한 청소기가, 근거리에선 전자기 샷건으로, 그리고 원거리에선 가우스 코일건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값싼 살인도구가 된 겁니다.
제이콥스가 ETC 시리즈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다시 방산 업계로 돌리려고 마음먹었을 때, 마침내 기업위원회의 개입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예, 미디어 및 법률 고문이었던 저는, 처음부터 제이콥스의 자회사로 시작되었던 가전제품 개발 및 판매부서와 완전히 손을 뗀 뒤에 그 기업 비슷한 것을 미디어 앞에 던져놓으라고 조언했죠. 그게, 여러분들이 박살내다 못해 다시는 업계에서 재기할 수 없게 망가트린 ‘아브잔 가전’의 실체입니다.
문제 될 것은 없었죠. 이미 이득은 볼 대로 봤고, ETC시리즈에서 시작된 ‘간소화된 전자기전 장비’는 저 사이렌의 기계병사들한테도 충분히 먹힌다는걸 증명하며 군부에까지 퍼졌으니까요. 아브잔 가전의 구성원 중 제이콥스에도 발을 걸치고 있던 이들은 이미 내부 데이터를 조작해서 애초에 제이콥스에만 몸담았던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그 명단 역시 자료로 제출되어 있으니 확인해 주시길 바랍니다.
제 증언은 여기서 끝입니다. 몇몇 분들이 저를 죽일 듯이 노려보는 걸로 봐선 제가 앞으로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군요. 어쩌면 제가 그 확산에 관여한 물건에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저는 월급쟁이고, 제가 할 일을 했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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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 아이디어추
재밌네
사람 죽이는 청소기...
이거 인피 체인 라이플 개발비화랑 너무 비슷한데.
심지어 그냥 가전도구가 아니라 청소도구란 것+관련자(체라에서는 개발자 본인)의 인터뷰 형식이라는 것도.
https://blog.naver.com/PostView.nhn?blogId=rooki12k&logNo=221145061463&referrerCode=0&searchKeyword=%EC%B2%B4%EC%9D%B8
이게 훨씬 잘썼다. 추천해줘서 고마웡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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