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D 상용 어드벤쳐 모듈의 밸런스가 좆구리다는 평을 받는 일이 많은데, 솔직히 까고 말하면 틀린 말은 아냐
옛날 상용 어드벤쳐는 아마 너거들이 생각하는 플레이 방법하고 좀 다르기 때문일 것임
칭구들이 생각하는 좋은 D&D 던전의 밸런스는 어떤 것일까?
1) 레벨이 똑같은 (플레이어들이 다 같이 노는 건데 레벨 차이가 나면 안되지???)
2) 전사 마법사 도적 성직자 4인의 표준적인 구성의 파티가 들어가서 (핵심 역할 클래스 중에 하나라도 빠지면 게임이 안 풀리지 않음???)
3) 각자가 활약할 장면이 다들 주어지는 인카운터 구성 (소외되는 플레이어 나오면 존나 기분나쁘니까 안 되잔어???)
4) 어떤 인카운터든 해결 방법이 PC의 리소스 안에 포함돼 있어야 하며 (PC들 능력으로 해결 불가능한 노답 인카운터는 내보내면 안 되는 거 아냐???)
5) 얘네들 한 명도 안 죽을 정도의 난이도로 (함부로 죽이면 안 되지??? 원래 DM이 주사위 속여가면서 적당히 봐 주면서 하는 거 아님???)
6) 즐겁게 주사위 굴리면서 던전 한 바퀴 다 돌면 (던전 도중 후퇴가 무엇? 맵에 빈 공간 없게 다 한 번 가 돌아주는게 예의 아냐???)
7) 괴물 때려잡고 보물 얻어서 던전을 나와서 1렙 업 (모듈 하나 안에서 여러차례 레벨 업 할 정도는 솔직히 너무 길지 않나???)
하는 그런 거겠지?
ㅎㅎㅎㅎㅎㅎㅎ 여기서부터 틀딱 댄저씨하고 요즘 칭구들하고 관념이 갈림
댄저씨 틀딱들이 꼽은 추억의 베스트 D&D 모듈! 이런 거 보면
"4~10 레벨의 캐릭터 6~10명(???)이 필요" 이러는 경우가 많음 ㅎㅎㅎㅎ 특히 토너먼트용 계열 시나리오가 그렇지
아니 한 파티에 인원 5명을 넘어가면 플레이 관리도 빡세지는데 10명? 이거 머임? 이럴텐데
젠콘 같은 데서 공개 토너먼트 플레이를 하는 경우 참가자가 수십명에서 백 단위까지 나오거든
우선 정해진 공용 시나리오를 진행자 DM들에게 배포해
그럼 토너먼트 참가한 플레이어들은 프레젠 캐릭터나 즉석에서 잽싸게 굴려서 만든 캐릭터를 챙겨드는데
플레이어 희망자는 많고 DM은 적잖아? 그러니까 DM 한 명한테 플레이어를 10명 가까이 붙여버리는 것임. 팀 짜는 것도 컨벤션에서 처음 만난 모르는 사람하고 짬
다만 옛날 D&D는 존나 자비없음. 주문 한 방에 즉사하고 트랩 하나 잘못 건드려서 즉사하는 일 많음
공개 토너먼트 플레이니까 안 봐준다. 너그 PC가 죽으면 걔는 거기서 탈락. DM은 자비없이 캐릭터 죽여야 함
그렇다보니 함정 하나마다 캐릭터 하나를 희생양으로 바치면서 피의 전진을 함. 캐릭터 하나는 슈퍼마리오에서 라이프 하나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죽어가면서 함정 정보를 얻어 전진하는 난이도를 전제로 짜놨기에, 플레이어 숫자가 적은 경우에도, 일부러 프레젠 캐릭터를 플레이어 1인 당 2~3개씩 쥐어주기도 함
공용 시나리오에는 정해진 목적이나 클리어 목표가 있거든? 그걸 제일 먼저 클리어 한 팀이 토너먼트 승리
클리어 시간으로 겨루거나, 클리어 과정에서 몇가지 채점 요소로 점수를 매기거나, 생존자 숫자가 많은 사람을 꼽거나 토너먼트 승리 방법은 다양할 수 있는데
하여튼 여러 팀이 경쟁한다. 그래서 '토너먼트'야
이딴게 밸런스가 맞아???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밸런스 꽝이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시나리오 존나 구리다고 생각함
머 밸런스나 서사성 같은 데서 구린 게 많은 경우도 사실이고
시나리오에 보면 "(X레벨의) 숙련된 캐릭터에게 권장하는 모듈입니다" 라고 권장 레벨을 적어놓는데
가끔 "숙련된 플레이어에게 권장하는 모듈입니다"가 적힌 경우가 있는데, 요런 거 주의해야 한다 ㅎㅎㅎㅎ
이런 모듈은 캐릭터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숙련해야 돼. 난이도가 살인적인 모듈이라는 뜻이거든
플레이어가 메타게이밍 지식을 동원해서라도 눈치 있게 행동해야 PC가 살 수 있다는 뜻이다
던전들 돌파하려면 캐릭터 죽여가면서 플레이어가 정보를 얻어야 하고, 새 캐릭터로 재도전하면서 거기를 해결해가야 한다는 뜻이고
RPG에서는 메타게이밍이 죄악으로 여겨지는데, 가이각스가 직접 쓴 모듈 중에는 메타게이밍을 눈치껏 사용하거나 권장하는 류가 좀 있어
그런데 이게 재미 없냐? 드라마가 없냐? 면 있어
수십명이 함께 겪은 공용 어드벤쳐에서 다들 같은 난관을 겪으면서
주사위 하나에 죽고 살고, 공통 체험을 하거든
그리고 소문이 나
"야 저쪽 팀에서 아케인 락 주문으로 문 잠가서 이 인카운터 회피 성공했대!"
"레비테이트 주문으로 몬스터를 허공에 띄워서 제압했대!"
"몬스터 집단을 함정으로 유도해서 해치웠다는데?"
난이도가 높고 클리어 못하는 일이 다반사일지라도, 실패를 반복하면서 꼴아박으면서 플레이어 경험이 올라가는 것 자체를 드라마로 여기는 풍조가 있었음
콤퓨타 겜에도 그런 거 있잖아. 옛날 레트로 겜은 난이도가 존나 자비없어서 플레이어 실력이 높아지는 걸 요구하는데
지금은 남들이 다 클리어해준 공략본 봐 가면서, 난이도마저도 그냥 타이밍 맞춰서 버튼만 누질르면 되는 그런 말랑말랑한 겜이 주류가 되는
이정도 갬성 차이라고 보면 됨
저런 토너먼트 취향의 살인 모듈을 상용 모듈로 수정해서 판매하는 걸 해 보면
밸런스는 당연히 안 맞지. 이걸 플레이하라고 낸 건가 싶을 정도가 많음. 일부러 살인 시나리오로 안 만들어도, 각각의 전투 난이도가 개판인 경우는 흔해빠지고
인카운터 난이도는, 캐릭터 레벨에 맞게 수정하는 법이 모듈에 적혀 잇는 경우도 있는데,
없는 경우, 여기서 DM 역량이 빛을 발해야 하는 거지. 자기 팀 수준에 맞게 인카운터를 적당히 수정해서 플레이 해야 하는 것
물론 틀딱 취향대로 캐릭터 팍팍 죽여가면서 플레이어를 강하게 키우는 DM도 있을 수 있고
"데몬 조우에서 PC들이 패배하면, 여캐는 죽기 전에 강간당함" 이런 거 적어놓은 존나 하드코어한 올드스쿨 모듈로 단련된 댄저씨들의 감성은 요즘 플레이어랑은 확실히 다름
하지만 살인적이기만 하면 다 좋다고 평가받은 건 아니고, 지금도 틀딱 댄저씨들이 좋게 평가하는 모듈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고
툼 오브 호러는 살인적인 함정과 인카운터의 연속이지만 그게 살인적 던전크롤링의 하나의 정형을 보여주었고
킵 온 더 보더랜드처럼 모험가들의 도움이 필요한 변경 지역, 다양한 이종족 몬스터 부족들이 우글거리는 혼돈의 동굴, 뭐가 나올지 모르는 야외 탐사... 이것이 D&D 스럽다! 는 표준 정형을 보여주는 그런 모듈도 고평가 받고
레이븐로프트는 탐사로서의 스토리성과 뱀파이어를 배후로 둔 고딕 호러성을 잘 섞었고, 익스페디션 투 배리어 피크는 판타지 캐릭터들이 SF 우주선 내부를 탐사하는 펄프픽션 판타지의 정형을 잘 캐치했고
어게인스트 더 자이언트처럼, 그냥 생각 없는 전투 인카운터 같은데 파고들다보면 실은 몬스터들을 조종한 보스가 그리는 전체 그림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만든다거나
모듈의 전체 구도와 구성을 되짚어 보면 야 이거 생각보다 괜찮네 그런 것들이었지
그래서. D&D 모듈 밸런스가 안 맞다? 더럽다? 씹인정
근데 그게 올드스쿨 D&D 하는 법이었고, 요즘 나오는 현대화된 상용 모듈도 난이도 면에서는 밸런스 똥망인 경우가 많은데
이건 DM과 플레이어 역량으로 해결 가능한 범위임
원래 전투 난이도는 DM이 알아서 적당히 조절해서 맞춰갈 수 있는 것이야. 밸런스나 난이도가 빡센 거 가지고 뭐라 하고 싶진 않네.
밸런스 조절에 실패해서 파티 전멸이 났다? 유감이네. 그것도 경험이니 다시 재도전해 ㅎㅎ
살인 난이도 자체가 드라마와 추억 요소가 된다 이런 건 틀딱 감성이라고 쳐도
한두번 죽어 가는 거 가지고 "야 시발 밸런스 개좆망 ㅆㅂ" 하고 모듈 전체를 평가하는 건 댄디적으로는 너무 섣부른 평가야
원래 댄디는 죽고 캐릭터 새로 만들거나, 부활해서 재도전이 근간에 깔린 겜이야
Raise Dead가 5렙 주문 밖에 안 돼. 죽음이 끝이 아니라,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사건이고, 그걸 회복하는 수단도 얼마든지 있어
캐릭터 목숨은 소모와 회복 가능한 리소스라는 걸 자각해야 댄디의 구성이 본격적으로 이해 가능해짐
trpg는 시행착오가 불가능한 장르인만큼 그딴 접근방식으로는 좋은 평 듣기 힘듬 저새끼들은 시간이 남아도는지 몰라도
아 이거 동감 고전 모듈은 어디한번 깨보셈 ㅋㅋㅋㅋ 이런느낌
디엔디는 부활도 있으니 한두명 죽는거 좀 과감하게 처리해야 전투가 좀 더 재밌어지긴 함
근데 요즘 나오는 모듈들 평가를 보자면 전투가 너무 쉬운 것과 너무 어려운 것을 비교했을 때 너무 어려운 것이 압도적으로 평이 안 좋음. 외국에서도 이미 그런 틀-딱 댄저씨들은 다 죽었다. 아니면 자기들 굴에서 힘을 원하는가 젊은이..하고 있거나
시행착오가 불가능한 장르라는건 또 뭔소리야. 여튼 옛날에 던전 깰 때 모든 캐릭터의 필수 장비 목록에 10ft 장대가 꼭 들어가는 기이한 풍습이 있었던게 기억나네. 요즘도 그런거 하는진 모르겠지만
세이브로드 안 된다는 말인듯
d&d만 해도 부활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닌데. 세이브 로드야 마을에서 죽은 애들 부활시키고 재정비하고 다시 헤딩하는게 세이브 로드지 뭐야. 물론 그 사이에 서사가 끼겠지만
요즘엔 확실히 내재적 서사 중심 룰이 강세긴 하지만, 가끔 그렇게 pc 갈아넣으면서 던전만 파는 것도 생각나긴 해. 재밌거든
으으 틀딱 냄세
컴겜 없을 때나 저런거 죽자고 클리어하자고 들었지 요즘 저런거 하자고 하면 레이드 돌러 가죠 ;;;
요즘은 그 레이드도 말랑해져서 ㅎ 반대급부로 수요가 생긴듯
현대인의 시간은 소중함.
그 시절에도 걍 로그라이크 하면 했지 저런 변태 게임 기뻐하는 놈들은 극소수였을걸. 그 극소수가 지금까지 옛날 겜 빠는 거지
그보다 툼 오브 호러도 원래 먼치킨 플레이어들 대가리 깰려고 일부러 극악하게 만든 모듈 아니었나.
근데 저런 올드스쿨 모듈도 5판에서 재발매 하는 거 보면 댄디 갬성은 쏴라 있네 주장하고 싶은데 Tales from the Yawning Portal 도 어게인스트 더 자이언츠, 툼 오브 호러, 히든 시린 오브 타모아친, 화이트 플룸 마운틴 이런 예전 인기 모듈의 5판 개정판 모아놓은 거니 ㅎㅎㅎ
우리나라에선 야닝포털은 보통거르지않냐? 미국에선 묘하게 평가가 나쁘지않은거 같다만..
흥미는 있는데 돌리기는 귀찮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