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Data Trails p.108)
파트 1/3: 배경 지식 (Fluff) (현재 글)
1. 서문
1.1. 매트릭스는 무엇인가?
1.2. 데커는 누구인가?
1.3. 데커는 왜 플레이하는가? (플레이어 입장)
1.4. 데커는 무엇을 하는가?
1.5. 데커는 왜 기용하는가? (GM, 다른 플레이어 입장)
1.6. 배경 지식 결론
파트 2/3: 플레이 규칙 (Crunch)
파트 3/3: 각종 플레이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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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문
매트릭스가 무엇인지, 데커와 데킹이 무엇인지 따져보기 전에, 먼저 섀도우런이란 게임은 TRPG로서 무슨 분위기를 추구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어.
(출처: SR1 Core Rulebook, 1989)
섀도우런 1판의 모토는 Where Man meets Magic meets Machine, 즉 육체와 마법과 기술이 공존하는 세상이야. 현대 이전의 판타지는 육체와 마법이 공존했고, 일반적인 사이버펑크 장르에서는 육체와 기술이 공존한다면, 섀도우런은 육체와 기술가 공존하는 깁슨식 사이버펑크의 세계에 마법에서 마법이 추가되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어. 이런 큰 틀은 육체를 사용하는 스트리트 사무라이(Street Samurai),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Magician), 그리고 기술을 다루는 데커(Decker)를 같이 그리는 표지 일러스트를 통해 드러내고 있어. 사무라이/메이지/데커의 가장 기본적인 조합은 5판의 표지 일러스트에서도 똑같이 찾아볼 수 있지.
(출처: SR5 Core Rule Book, 2013)
이런 세계관을 정령 관련 글에서 적어본 세계관 축으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이 보일 거야.
[ 매트릭스 VR | 매트릭스 AR | 물질 세계 | 영적 세계 | 메타차원 ]
<-------- 기술(Machine) ---------|------- 마법(Magic) -------->
이전에 쓴 글에서는 주로 육체(물리 세계)와 마법(영적 세계)에 관한 내용을 다뤄봤어.
지금부터는 "나중에 데커를 설명할 때"라고 말하고 미뤄뒀던 내용을 적어볼 거야.
1.1. 매트릭스는 무엇인가?
매트릭스는 섀도우런의 세계 전체를 아우르는 정보 네트워크이자 사이버스페이스야. 일부러 문명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가는 극소수를 제외한 모든 인류는 매트릭스와 어떤 형태로든 상호작용하면서 살아가고 있어.(SR5 CRB p.214) 가장 간단하게 비유를 들자면,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사용하는 인터넷이 확장된 개념이라고 생각하면 돼.
설정상 매트릭스를 통한 무선 연결의 전송 및 반응 속도는 유선 연결 속도보다도 빨라졌어. 그리고 무선 연결로 매트릭스에 접속한 기기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사용하는 것처럼 처리 속도도 빨라지고 더 풍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어. 그래서 사물 인터넷의 개념이 적극 채용되었고,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대부분의 물건은 매트릭스와 무선으로 접속하면 추가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 이런 무선 연결을 통한 이점을 게임 내에서는 무선 개방 보너스(Wireless Bonus)라고 해.(CRB p.421) 매트릭스를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들은 유선 연결이 무선 연결보다 느린 것을 헷갈려하는데, 이런 현상은 최신형 매트릭스가 기술적으로 워낙 우월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매트릭스를 5G망으로, 기존 유선 연결을 USB 1.0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더 빠를 거야. 유선 연결보다 빠른 무선 연결은 이후 매트릭스 내용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전제조건이니까 기억해두면 좋을 거야.
(출처: 쟈니 니모닉(코드명 J), 1995)
인간이 매트릭스와 상호작용하는 방법은 유저 모드(User Mode)라고 부르는데, 크게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과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나뉘어.(CRB p.53-54, 229~230) 증강현실(AR)은 물리적인 공간이나 사물 위에 매트릭스가 제공하는 정보를 덧씌우는 홀로그램을 통해 구현되어있어. AR은 AR 장갑(AR Gloves)같은 기기를 통해 물리적으로 조작하거나, 아니면 두뇌와 연결된 회로를 통해 생각만으로 조작할 수 있어.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대부분의 일반인은 AR로 매트릭스를 사용해.
가상현실(VR)은 오감을 구현하는 가상현실을 인터페이스로 삼아서 매트릭스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매트릭스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감각 신호(심센스, Simsense)로 변환해서 두뇌에 전송하고, 이 감각 신호를 다룸으로써 두뇌의 처리 능력을 통해 본능적이고 빠르게 매트릭스를 조작할 수 있어. VR을 사용할 때 사용자는 깁슨식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묘사되는 것 처럼 사이버스페이스라는 허공을 떠다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게 돼. 이 때 심센스와 외부 세계의 감각 신호가 뒤섞이거나, 심센스에 반응하다가 몸이 잘못 움직여서 다치는 사태를 막기 위해, VR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물리적인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이 차단돼. 영화 매트릭스에서 매트릭스에 접속한 인간들처럼 말이야. 허공을 떠다니는 느낌과 몸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많은 사용자들은 AR로만 매트릭스를 사용하지만, 매트릭스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정보 처리를 더 빠르게 하기 위해 VR 모드를 주로 사용할거야.
규칙상에서 AR모드와 VR모드의 차이점은 실제 규칙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할게.
(유명 데커인 /데브/걸(/dev/grrl). 출처: Data Trails p.63)
(AR을 이용한 전투 데킹. 출처: Data Trails, p.34)
1.5. 데커는 왜 기용하는가? (GM, 다른 플레이어 입장)
많은 섀도우런 플레이어들은 데킹 규칙이 너무 어렵다, 데커는 전투에서 쓸모가 없다, 시간만 잡아먹는다면서 매트릭스와 데커 규칙을 무시하고는 해. 물론 데커 없이도 런을 설계하고 캠페인을 진행해나갈 수는 있어. 하지만 계속 매트릭스 규칙을 무시하면 사이버펑크가 아니라 어반 판타지풍 D&D를 하는 것과 별로 다를바가 없지. NPC 데커를 고용하면 매트릭스에서 무방비가 되는 건 막을 수 있지만, NPC는 대개 스폿라이트를 차지하지 않으니까 NPC 데커로부터는 게임의 흐름에 중요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져. 돈 이외에 런을 뛰는 이유를 알기 힘들어진다는 뜻이야. 섀도우런의 모토인 육체와 마법과 기술의 공존을 경험하려면, 그리고 런을 뛰는 진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숙련된 데커가 있는 게 좋아.
매트릭스 캐릭터가 없는 파티는 GM이 매트릭스 보안을 허술하게 짜주기를 바라거나, 매트릭스 보안 체계를 항상 두려워하면서 런을 뛰어야 해. 반대로 매트릭스 규칙을 아는 캐릭터가 하나라도 있으면 해당 플레이어가 매트릭스 쪽을 책임질 것이라고 가정하면서 상대적으로 심리가 안정되는 것을 볼 수 있어. 매트릭스에 대한 두려움이 해소되는 거지.
GM의 입장에서 게임의 플롯과 관련된 주요 정보는 데커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 편해. 일단 데커는 대량의 지식 스킬을 갖추고 있으니까 지식 스킬의 결과 묘사를 통해서 런의 분위기를 쉽게 전달해줄 수 있어. 그리고 매트릭스 검색의 결과를 통해서 런에 대한 정보를 더 제공해주거나, 정보를 찾기 힘들다는 묘사를 통해 런의 난이도를 대략적으로 짐작할 힌트를 줄 수도 있어. 비교적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대상이라면 어느정도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고, 대량의 성공을 기록했는데도 정보가 모자라다면 매트릭스에서 정보를 지울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대방이라는 암시를 주는 식이야.
런을 진행할 수 있는 선택지도 넓어지니까 런이 막히거나 삼천포로 빠지는 상황도 방지할 수 있어. 이 건 플레이어와 GM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점이야. 정체를 모르는 특정인을 추적할 때는 희미해진 마력의 흔적을 찾는 것보다는 교통 카메라 해킹 쪽이 더 빠르고, 호텔에 투숙한 목표를 찾을 때는 유체 이탈로 일일이 찾는 것보다는 호텔의 호스트를 해킹해서 투숙객 리스트를 검색하는 게 더 빠르고, 물리적으로 침투하기 어려운 시설도 감시 체계를 마비시켜서 비교적 쉽게 침투하는 식이지. 일반인 캐릭터는 전자 자물쇠(매그락)를 따려면 온갖 고생을 다 해야 하지만, 데커는 외장을 하드웨어 스킬로 따고 회로에 플러그를 꽂아서 손쉽게 열어버릴 수 있어. 데커가 없는 팀의 런을 청취해보면 "데커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하소연을 자주 들을 수 있고, 반대로 데커가 잘 한다 싶은 런에서는 데커를 믿고 더 과감한 작전을 더욱 빨리 실행할 수 있게 되는 거야.
데커가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약한 건 맞아. 하지만 대다수 서버 인구의 50% 가량이 사무라이고 나머지 40%가 메이지/어뎁트인 상황이라면 데커가 사무라이와 맞먹는 전투력을 보유할 필요는 없지. 데커는 이미 비전투 상황에서 자신의 스폿라이트를 전부 받았으니까 전투에서는 지원 역할만 해줘도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해. 킬 코드에서 상대방이 전자기기를 쓰지 않더라도 데커가 할 수 있는 버프/디버프 행동이 추가되기도 했고.
항상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섀도우런은 개추지ㅇㅇ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센세~
오 진짜 좋은 글이다 알기 쉬워서 좋아
그런데 섀도런 데커는 왜 현장에 직접 가야 하는 거임? 그냥 데커는 집에서 일하면서 다른 팀원이 주머니에 중계기 들고 다니면 안 되는 건가? 아니면 미리 해킹 다 해놓고 타이머로 와장창 한다던가
내가 얼마전에 리플레이 본 데커가 집에서만 활동하는 방구석 폐인 데커였음
가장 중요한 이유는 GM이 싫어하기 때문이야. 다른 팀원은 현장에서 목숨을 거는 동안 방구석 데커는 아무 리스크 없이 플레이할 수 있거든. 불공평하단 거지.
룰적으로는 일행과 동행했을 때 이점이 많기 때문이야. 가장 중요한 이점은 데커에게 가장 어려운 호스트(서버) 해킹이 훨씬 쉬워진다는 거야. 호스트를 그냥 해킹하는 건 호스트의 방화벽 때문에 상당히 힘들지만, 호스트에 연결된 디바이스에 플러그를 직접 꽂으면 방화벽을 주시할 수 있거든.(CRB p.232-233)
이 때의 다이스 풀 차이가 엄청나게 커. 예를 들어서 흔한 레이팅 5 호스트는 해킹 시도에 최소 12 다이스로 방어하지만, 디바이스는 자체 방화벽이 약해서 4-6 다이스 수준으로 방어력이 떨어지는 거지. 이렇게 연결된 디바이스가 해킹당하면 호스트도 같이 해킹당하는 것으로 간주돼. 일행과 동행함으로써 무려 8다이스 가량의 이득을 보는 거야.
5판에서 데커 규칙은 현장형 데커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니까, 주로 현장형 데커를 기준으로 규칙을 설명할 거야.
이런거 하나도 참고 안하고 쉐도우런 팬픽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