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뻘글은 통수의 대명사가 되었다가 어찌어찌 오명을 씻은 D&D의 캐릭터 둘을 소개하는 이야기가 되겠다.


배신자 래리(Rary the Traitor)

래리는 원래 브라이언 블럼이라는 사람이 대충 만든 저렙 벗바였다. 꺼라위키에서는 그냥 플레이어라고만 써 있지만, 사실 이 양반은 TSR의 공동 소유주 중 하나였었음. 다만 브라이언 블럼은 래리를 그냥 3렙까지 키우고 개인 목표를 달성했다는 이유로 은퇴시켰고....(당시에는 흔한 일이었다는 듯) 개리 가이객스는 래리의 이름을 붙인 주문 몇 개를 만들어 주고 치움. 원래는 이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TSR에서의 다툼으로 브라이엄 블럼과 개리 가이객스 둘 다 TSR를 떠난 뒤, TSR에서는 그레이호크 세계관에 대한 권리 자체는 자기들이 갖고 있으니 플레이어 핸드북 주문 목록을 보고 자기 이름이 붙은 주문이 있던 애들을 당시 그레이호크의 킹왕짱 벗바 집단인 8인회(Circle of Eight)에 넣어주고 그랬음. 그러면서 래리도 3렙에 은퇴한 벗바가 아니라 킹왕짱 벗바로 재구성되었다. 여기까진 좋았다.


근데 TSR이 그레이호크 세계관을 이상하게 마개조하려 들자 문제가 생김. 이놈들은 래리를 빌런으로 만들면서 당시까지 모덴카이넨과 사이가 좋았던 킹왕짱 파이터인 로빌라 경(Sir Roblira)과 함께 8인회를 통수치게 했음. 다만 래리는 중립 악이었고, 8인회 모두가 죽기살기로 싸우면 저 세계관의 씹빌런 이우즈를 조질 수 있었을 텐데 냅둔 덕분에 그레이호크 전쟁이 터지고 그랬다는 기타 등등의 이유로 통수를 쳤다는 나름 말 되는 이유가 나중에 붙었음. 문제는 이놈과 같이 8인회의 통수를 친 로빌라 경이었는데... 이 캐릭터도 나름 사정이 있는 캐릭터였다.


로빌라 경과 빌라로

원래 이 로빌라 경이란 캐릭터는 개리 가이객스하고 TSR을 같이 세웠던 절친이었던 롭 쿤츠(Rob Kuntz)가 만든 캐릭터였었고, 롭 쿤츠는 "아니 X발 걔는 모덴카이넨을 통수치진 않는다고"라고 노발대발하다가 "그 놈은 사실은 로빌라 경 본인이 아니고 사악한 쌍둥이(Evil Twin)이라든가 평행세계의 존재라든가 뭐 그런 거일 거야"라는 미국 아침 드라마에 나올 드립을 치기도 하고 그랬다고 함. 이런 반응을 할만 했던 게 웬만하면 다들 알겠지만 모덴카이넨은 개리 가이객스가 하던 캐릭터가 기원이 됐음. 롭 쿤츠는 개리 가이객스가 플레이하면 마스터 해주던 사람 중 하나였다고 하고.


그러니까 자신들의 우정의 상징 중 하나인 캐릭터 관계가 깨지는 게 좀 불편했었다는 그런 거겠지. 여담으로 롭 쿤츠도 나름대로 D&D의 초기 설정을 구상하는 데 참여를 한 사람이라... 타리즈던 같은 게 이 사람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나오고 그랬었음. 거기다가 로빌라 경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권리가 원래 TSR에 없었단 이야기도 있고 그런데 그것까진 내가 확인을 한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음.


어쨌든 십수 년 뒤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가 되었다. 3.5판 시절에 진짜로 웬 아티팩트를 통해서 이 세계에 나타난 빌라로(Bilarro)라는 사악한 자신의 복제본에게 잡혀 감금당해 있던 로빌라 경을 구출할 수 있는 어드벤처가 등장했거든. 당연히 위의 통수건도 빌라로의 짓이 되었다. 설정상 모덴카이넨은 "래리는 원래부터 통수칠 새끼긴 했다만 로빌라 경은 왜 통수를 쳤는가"를 고민하다가 이걸 알아냈지만 빌라로를 이 세계로 오게 한 아티팩트와 로빌라 경이 있는 장소는 하필 모덴카이넨이 전에 "ㅇㅇ 내가 여기 들어가면 장을 지짐"이라고 맹세를 한 곳이라서 직접 못 가니까 자기를 대신해 모험가들을 보낸다는 설정이다. 이우즈도 나오고 이우즈 엄마 짝퉁도 나오고 뭐 그런 어드벤처라고 하지만 알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