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분기글 읽다가 생각난 건데, 나는 조금 다른 의미로 GM이 분기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걸 조금 비관적으로 봄.
컴퓨터 게임은 그 방면의 프로들 여러명이 모여서 몇달 몇년에 걸쳐서 만든 물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분기나 트리거가 게임 내에 숨겨져 있다고 해도 그럭저럭 납득이 되지.
또한 프로들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납득이 안 되기도 한다.
다수의 프로들이 몇달동안 만든 물건도 저런데 하물며 아마추어가 혼자서 밥먹다 말고 짠 스토리는 오죽할까.
턀갤에서도 가끔 언급되는 빌런 타입이 "너희가 그때 그 떡밥을 못보고 넘어가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라고 우겨대는 GM인데, 과연 그 GM이 "정말 완벽한 서술과 묘사, 완벽한 떡밥 제공"을 했을 가능성은 얼마나 있을까. 과연 그 GM의 분기 트리거는 정말 완벽했을까.
저런 식으로 해명하는 GM의 말을 듣고 "아 과연...! 그때 그게 그거였나...!! 크윽, 내 생각이 너무 짧았다...!!" 라고 탄복하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게 뭔 개소리야. 고작 그딴걸로 그걸 어떻게 알아"인 경우가 대부분임.
실제 현실의 물건과 사람을 직접 봐도 정확한 판단을 할 수가 없는 것이 삶인데 하물며 일개 아마추어가 연기하는 NPC, 일개 아마추어가 숨겨놓은 복선이 과연 반론의 여지 없이 명확한 판단 기준이 되어줄까? 절대 무리다.
나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비슷하게 분기라는 개념 자체는 필요하다고 생각함.
하지만 그걸 무슨 컴퓨터 게임마냥 매우 정교한 기계적 장치로서 적용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고 본다. 그게 "정교한" 장치라고 생각하는 건 십중팔구 그 GM 혼자뿐일 것이기 때문에.
어차피 게임이니까 패시브 체크에 뭐 수상한게 걸렸다고 우기고 굴려보라고 해주는게 차라리 낫지. 소설도 아니고 몇번씩 읽어보는게 아니잖아.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TRPG라면 기계적 분기는 필요없다고 봄. 차라리 1단계 힌트, 2단계 힌트, 3단계 힌트 식으로 단계적으로 힌트를 풀면서 어떻게든 진상에 도달하는 쪽이 좋고. 플레이어의 능력은 얼마나 이른 단계의 힌트로 해결했느냐로 평가해도 충분함. (굳이 평가를 해야 하냐도 의문이다만) - dc App
자유로운 플레이라면 애초에 어디로 전개가 튈지 모르는 것인데, '분기'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시나리오가 레일로드임을 전제한 거라고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