늒네챠도 뻘글을 써 보기로 했는 데스. 아무튼 뻘글임. 뻘글이라서 그림같은 멋진 거도 없고 그러니까 이해해주기 바람.
분기의 조건
분기를 만드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귀찮으니까 크게 두 가지에만 초점을 맞추겠음. 어느 쪽을 택하든 뭔가 반전이랍시고 시궁창에 넣어버리고 거기서 새 출발을 시키는 게 아닐 거면 뜬금없이 뭔가가 일어나게 하기보다는 처음부터, 최소한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플레이어들이 왜 이것을 해야 하며 하지 않거나 실패했을 경우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이나 암시가 있어야 함. 물론 대놓고 시궁창에 넣을 경우, 대놓고 그러는 장르가 아니라면 "이걸로 끝이에요 ^^"가 아니라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이 모두에게 좋음. 너의 인간 관계와 기타 등등을 포함해서 말이야.
플레이어들의 선택
플레이 도중 플레이어들이 뭘 선택하게 해서 분기로 이어지는 거임. 선택은 당연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며, 이 선택을 한 이후 돌이킬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음. 그게 아니면 분기인지 아닌지 모르고 넘어가니까 뭐 히든 엔딩을 숨기고 그런 이상한 짓을 할 게 아니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예의다.
<간단한 예시>
탐사자들은 빡빡이 흐긴 아저씨가 주는 두 알약 중에서 빨간 알약을 먹을지, 파란 알약을 먹을 지 결정해야 함. 빨간 알약은 이상한 세계를 보여줄 거고, 파란 알약은 오늘 있던 일을 잊고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게 해 준다고 함.
(이하 생략)
행동의 결과
플레이어들이 뭘 하려고 했으면 결과가 나오겠지? 그 결과에 따라 이어지는 줄거리도 달라져야 하는 게 당연함. 그리고 이것은 결과를 달성하냐 아니냐, 즉 플레이어들의 책임이 되니까 미리 목적 의식과 동기를 부여해야 돌아감.
<간단한 예시>
모험가들은 요새 자기 집에 누군가 숨어드는 것 같다며 집을 조사해 달라는 정치인 제이스의 의뢰를 받음. 이 집에는 사실 제이스 때문에 실직한 이후에 밀수꾼들의 비행선에 치여서 사망한 전직 영사 도빈의 원혼이 깃들어 있고, 제이스는 조만간 길드팩트... 그러니까 대충 대통령 자리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 정치인임. 도빈은 제이스가 길드팩트 자리에 오르기 전에 죽이려 하고, 제이스가 살해되면 정계에는 큰 혼란이 일어날 거임. 물론 모험가들은 도빈의 원혼과 대면하기 전에 어찌어찌 해서 이 사실들을 다 알게 되어야 함.
전개 A: 모험가들이 저택 안에 숨어 있는 도빈의 원혼을 물리치지 못할 경우 제이스는 도빈의 원혼에게 살해되고, 아조리우스 길드는 모험가들을 감옥에 넣을 거임. 모험가들은 더 깊은 어둠을 파헤치기 위해서 이들이 필요하다고 느낀 디뭐시기 일당에 의해 감옥에서 몰래 빠져나오게 됨.
전개 B: 모험가들이 도빈의 원혼을 찾아 물리칠 경우 제이스는 모험가들에게 보상을 주면서 도빈의 뒤에 숨어있던 진짜 흑막, 마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마로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를 의뢰함.
가스라이팅....인가?
그리고 여기서 마스터가 '평화롭고 덜 귀찮은' 마스터링을 하고 싶으면 대개 저 조건들에 어느 정도 "제약"을 걸어서 실제 선택지는 몇 개 안 되게 보여 줌. 그러면 맞춰가기가 쉽거든. 예를 들어서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탐사자들의 고용주라면 집을 불태우거나 파괴하지 말라는 제약을 미리 걸어놓고 그것을 어기지 않는 선에서 선택을 하게 유도할 수 있겠지?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을 통제하는 것이 '평화롭고 덜 귀찮은' 마스터링에 적절하긴 한데, 이거를 눈치채고, 혹은 신경쓰지 않고 '비뚤어지는' PC들은 귀찮다. 이럴 경우 대개 비상식적인 선언을 해서 분기를 꼬려고 들거거든... 그럴 때는 일단 비위를 맞춰주며 진행을 하다가 / 혹은 그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플레이어들의 편을 들어서 서서히 어느 정도 네 상식의 범위 내로 이야기의 흐름을 되돌리자.
중요한 건 '네가 정한 대로'가 아니라 '네 상식의 범위 내로' 돌린다는 거임. 네가 정했던 것과 달라졌어도 현재 플레이 내의 상황이 너나 플레이어들의 기준에서 모두 납득을 한다면 그걸로 밀고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거든. 그리고 그게 모두가 행복하지 않더라도 납득한다면 괜찮아. 요코오 타로가 자기 기준의 해피엔딩은 그런 거라고 말했던 거 같으니 아마 괜찮을 거야. 응, 아마도 말이지.
반전 다루기
반전을 넣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세이브 로드 그런 거 없는 현실의 TRPG에서는 작중의 반전이 그게 터지는 즉시 PC들이 손을 쓸 수 없도록 만드는 것보다는 그 직전까지만 몰고 가는 것이 좋음. 예를 들어 조력자인 NPC가 배신을 때리고 PC들을 죽기 직전의 상황에 몰아넣고 떠나면, 사실 거기에는 그렇게 어렵지 않게 탈출할 수단이 있는 그런 거지. 빠져나오면 이제 PC들을 배신한 놈을 쫓아가서 뚝배기를 깨면 되겠지? 짝짝짝.
눈높이 교육
그리고 또한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유도해 갈 때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들 눈높이에 맞춰줘야 한다는 것이다. 네가 10여년 이상 TRPG를 해먹었던 고인물이고 뭐고 그런 건 걔들에게 중요하지 않아. 예를 들어 던전 벽의 거대한 얼굴의 어두컴컴한 입 안에 불을 비춰서 들여다보고는 이상하게 밝아지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을 확인하거나 혹은 장대를 넣었다 빼가면서 안전을 확인하고 서서히 전진하려는 것은 나나 너 같이 고인 새끼들이나 생각할 만한 일이거든?
그러니까 플레이어들에게 맞춰줘야 한다. "상상력이 부족했군요" 라든가 "거기서는 그러면 안 됐어요 ㅎㅎ" 나중에 처참해진 결과를 보며 이따위 말이나 할 생각을 하지 말고. 물론 그런 장르라는 것을 너도 나도 다 알고 준비를 해 온 상태라면 눈높이의 기준점이 달라지니 그에 맞춰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저런, 찰스가 죽었군요. 철수 씨는 전에 작성한 시트 2호를 꺼내 주세요. 얘는 이름이 슈뢰딩거였던가요?"
뭐 이렇게 말이지.
3줄 요약
TRPG 내의 분기는 선택이나 행동의 결과를 통해서 제시될 수 있다.
분기를 제시하기 전에는 충분한 정보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그런 걸 하기 전에 / 한 후에도 플레이어들에 대해 잘 생각해 주자.
P.S : 이 글은 정치인이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TCG나 안드로이드가 나오는 니어 무슨 게임이나 툼 오브 호러 등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
늒네챠...어디간데스웅...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저번주에 마음이 뉴비면 언제까지나 뉴비(자칭)라고 들은 데스웅....
글은 언제나 참 좋은데 제목 때문에 나중에 찾아보려 해도 찾지를 못하겠어...
제목부터 뻘글인 글이 여기 몇이나 된다고... 이제는 좀 많나?
예시가 매딱이네 ㅋㅋ - dc App
뻘글추
뻘글추.
뻘글도 추천하는 턀갤의 정.... 감동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