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북을 쭉 읽어본 결과, 익숙해지면 되게 간단한 룰이겠구나 하고 느꼈다.


시스템이 심플함. 10면체 두 개를 사용해서, 백분율로 성공률을 구하면서 두 주사위의 합을 바로 달성도로 삼는 듀얼 롤 다이스라는 걸 쓰는데

덕분에 굳이 주사위를 두 번 굴릴 필요도 없고, 동시에 실력이 좋은 PC나 유리한 상황에서의 판정이 달성도에서 약간의 이득을 보게 되어 있어.


전투에서도 방어 행동이라고 할 만한 것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그냥 몇 발 어디다 쏠지 정하고 수정치 더해서 탕탕탕.

그러면서도 단발/점사/연사의 차별성, 거리에 따른 수정치 차이, 제압 사격에 의한 이동 통제 등등의 필수요소는 다 들어가 있어서

플레이에 익숙해진 사람들끼리 하면 전술적으로 싸우는 느낌이 되게 잘 살 거 같음.


다만, 아무래도 밀리터리 TRPG니까 D&D와는 달리 시작하면서부터 할 게 많다는 건 나 같은 초보자에게는 어려운 점.

레벨이 올라가면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나는 판타지와는 달리, 이건 첫 총성이 울리는 순간부터

현재 광량/상대가 뛰고 있는지 서 있는지/사격 타입/거리에 따른 수정/엄폐 상태/사격 집중 여부/사용하고 있는 팔/컨디션

이걸 전부 따져가면서 사격을 하고, 유불리를 가늠해야 하는 거니까.


익숙한 사람에게야 복잡한 총격전 상황을 단순하게 잘 정리한 거지, RPG 초보나 밀리터리물 초보에게는 약간 부담될 수도 있겠다 싶다.

조금만 플레이해 보면 적응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문제는 건독 플레이가 흔히 돌아가냐는 거지.

숫자에 판정표도 무진장 많고...



그리고 메인 클래스와 서브 클래스의 조합, 클래스 아츠와 경력의 선택으로 간단하게 시트를 조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거 같음.

빌덕질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단점이 아니냐 하겠지만, 이런 걸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총을 빌딩하는 걸로 만족할 수 있다고 봄.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이 룰의 가장 큰 특징인 타깃 레인지 시스템(이하 TR로 서술). 응용할 여지가 많은 거 같다.

쉽게 말하면, 어떤 중요한 행동(폭탄 해체 등)이 진행되어 가는 걸 말판을 이동해 가면서 얼만큼 해결에 가까워졌는지 표기하는 시스템.


일단 책에서도 서술한 것처럼, 저격전이나 폭탄 해체 같은 극적 상황을 주사위 굴림 한 번으로 퉁치지 않고 한 장의 핵심으로 쓸 수 있다거나

카 체이스 양상을 전략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부터가 이런 매체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어필하는 점이다.


그리고 잘 사용하면 온갖 이상한 것도 가능함.

내가 건독 리바이스드로 메기솔 같은 거 가능하냐고 여기서 물은 적 있는데... 이걸 쓰면 꽤 그럴싸하게 구현 가능하거든.


메기솔 3의 샤고호드 보스전을 예시로 들면



Range -5        사용 스킬:<조종>            오토바이를 타고 기지를 탈출한다

Range -4        사용 스킬:<조종>            추격하는 병사들과 오셀롯을 뿌리치고 다리를 먼저 넘어야 한다

Range -3        사용 스킬:<폭발물><저격>    EVA가 준비해 놓은 폭탄으로 철교를 폭파하여 샤고호드를 저지한다

Range -2        사용 스킬:<중화기>           RPG-7을 사용하여 샤고호드를 격파해라

 ※EVA는 <조종>을 사용하여 [원호] 가능

Range -3        사용 스킬:<사격계>           샤고호드를 되살린 볼긴을 쓰러트려라

 ※EVA는 <조종>을 사용하여 [원호] 가능



라고 하는 것으로, 꽤 그럴싸하게 구현이 된다.
이게 밀리터리 TRPG에서 다룰 만한 상황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긴 하지만...
알보병만 있는 시가지로 진입한 초중전차를 격파하는 시나리오 같은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소리.

이 점은 진짜로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사소하게 의문이 드는 점



1. 내가 대충 읽어서인지 모르겠지만, 장탄수의 B(기관총용), R(리볼버용), T(관형탄창용)는 어떻게 처리하라는 건지 못 찾겠다...

상식적으로 장전 시에 다른 효과가 있다는 묘사인 거 같긴 한데, 이게 달려 있는 총에서 어떤 것만 재장전에 2라운드 든다고 서술해 놔서 말이지.


알고 있는 사람은 설명 좀.



2. 의외로 클로즈드 볼트 총기에서 약실에 한 발을 넣어둘 수 있다던가, 기타 밀덕스러운 집착 요소는 별로 없었다.

뭐 +1발의 문제의 경우, 이 게임 시스템 상 별 의미가 없긴 하다. 30발이건 31발이건 3점사 10번이라는 점에서 똑같으므로...



3. 사실 맵 있는 룰을 볼 때마다 대체 맵을 어떻게 그려야 하나 하는 답답함만 든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점은, 장거리(이 게임에서는 초장거리지만) 사격전(200m 이상)은 실상 맵 없이 하는 거나 다름없다는 점.

하지만 아무리 봐도 초장거리 사격전은 주사위나 내내 굴리는 노잼 상황이니 가급적 피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강하다.


아프가니스탄처럼 싸우고 싶거들랑 그냥 제너럴 맵으로 대충 처리하다가 CAS 하는 TR로 때우라는 게 아닐까 싶음



4. 대체 왜 여가 행동으로 데이트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 중 <손감각> +10%가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