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 기준, 되도록 룰적 근거를 제시해봤지만 대체로 개인적인 경험과 요령에 기반한 것이고, 반드시 이렇게 하라고 단정짓는 건 아니므로, 참고하덩가 말덩가





함정이 노잼인 이유


1. 함정은 예고없이/뜬금없이/개연성 없이 등장해서

2. 즉사하기 쉬운 높은 피해를 가하고

3. 단발성이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공격 후 사라지기 때문에 PC가 대응이 불가능

4. 그 결과 한 번이라도 함정이 등장하면 플레이어들은 함정 노이로제에 걸려서 5피트마다 함정 판정을 하기 시작한다

5. 함정을 조우해도 아무런 소득이 없고, 위험부담만 느낀다



이때문에 게임이 지루해지고 노잼이 되는 원인이 된다


함정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러한 각 원인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해법



A. 함정에 무조건 XP를 줘라.


사실 함정에 대해 XP를 주는 것은 D&D 극초창기부터 있던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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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리 가이각스도 시프가 함정 판정하는 것에 경험치를 줬다


3.x 기준, 함정도 CR이 있는 인카운터이며, 고로 함정을 물리치거나 극복하면 경험치를 받는다


4판에서는 아예 몬스터처럼 스탯블럭을 주어서 경험치를 준다


5판은 자나사 가이드에 복잡한 함정에 XP 주는 룰이 나와 있고, 5판의 각종 어드벤처에서도 함정 XP를 언급하고 있다


XP를 주는 것은 함정의 문제 절반 정도는 해결해준다. 함정이 빈번하면 그만큼 많이 XP를 받아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므로, DM도 함정 인카운터를 내보내는 당위성을 주장할 수 있고, 플레이어도 함정에 기피 의식을 덜 가지며, 전투 이외의 다른 분야 캐릭터의 비중을 배치하기 좋다. 함정도 인카운터지만 보물을 받지 못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고로 되도록 경험치는 확실하게 챙겨줘라


아울러 함정에 맞아서 피해를 입더라도 XP를 무조건 줘라. 경험치는 몬스터를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조우를 극복하는 것에 대해 주는 것이듯. 함정 또한 발견/해제/회피/생존이 함정을 극복하는 것이므로 XP를 받아야 한다

함정이 XP를 준다는 것을 플레이어에게도 사전 고지해두는 것이 좋다. 경험치라는 걸 알 때와 모를 때의 플레이어의 적극성은 다르다



B. 함정의 개연성을 줘라


함정이 등장해야 하는 장소에만 함정을 깔 것. 등장해야 하는 장소를 한정짓고 패턴화 할 것


예를 들어서, 던전 입구에는 대미지 함정이 아닌, 알람 함정을 깔아라. 던전 거주자들이 많이 다닐 주 통로에는 함정을 깔지 마라. (혹은 깔 경우 바보같이 함정에 걸려 있는 시체를 보여줘서 함정이 있음을 알려라.) 함정을 등장할 때는 묘사를 다르게 해서 함정이 있음을 내비쳐라. 값진 보물을 담은 보물상자에는 주인이 보물을 지키기 위해 자물쇠에 독바늘 함정을 붙였다 같은 식으로 설정을 주고, 되도록 하이리스크에 걸맞는 하이리턴을 보장해라


3.5 던전스케이프를 보면 함정의 용도를 침입자 살해, 침입자 약화, 전투 중 이득을 얻기 위해, 추격을 막기 위해, 침입자를 시험하기 위해, 침입자를 쫓아내기 위해 로 용도를 구분하고 있다


5판 자나사 가이드에서도 함정의 목적을 경고용, 지체용, 저지용, 살해용으로 구분해두고 있다


그런 용도를 맞춰 쓰면 함정이 있어야 할 곳에 있으므로 유의미해지고, 함정이 등장할 위치를 플레이어도 대체로 예측할 수 있다. 일종의 플레이 문법이다.



C. 함정이 있으면 묘사를 달리 할 것


이것도 플레이 문법이다. 던전에 들어가면 우선 DM이 던전 룸의 묘사를 하지? 이때 반드시, 던전이나 기습 인카운터가 있으면 그것의 존재를 추측할 수 있는 묘사를 반드시 넣어라


함정의 묘사를 해서 예고하는 것은 올드 스쿨 RPG 시절부터 던전 어드벤처의 기본적인 문법이었다. 5판에서도 기본적으로 함정 묘사를 할 때 플레이어의 행동이 함정을 발동시킬지 구분할 수 있도록 뚜렷하게 묘사하라고 하고 있으며, 어느 캐릭터든 지혜(퍼셉션) 판정으로 찾아보면 보인다


호러영화에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엑스트라들이 깔깔 웃으면서 숲속으로 들어갈 때라도, 배경 음악은 음산하게 바뀌고 카메라워크도 불길하게 흔들리는 식으로 시청자는 눈치챌 수 있는 무드를 깔아놓는다.


TRPG의 묘사 역시 마찬가지다. 묘사는 플레이어가 현 상황을 인식하는 최소한의 단위다. 그 묘사를 안 해주니까 플레이어가 뜬금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몬스터가 숨어서 기습을 준비하고 있으면 숨어 있는 장소(덤불 따위)의 묘사를 해 줘야 하듯, 함정을 숨겨놨더라도 무조건 함정이 숨겨져 있는 곳의 묘사는 해 줘야 한다.

바닥 타일을 밟는 함정이면 바닥이 관리되지 않은 듯 불규칙하다거나. 화살이 날아오는 함정이면 벽면에 입을 벌리고 있는 매의 조각(입이 화살 구멍) 묘사를 해 줘라


묘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함정이 있음을 숨기는 묘사도, 함정이 있음을 암시하는 묘사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암시하는 묘사를 해도 못 주워먹는 눈새 플레이어 많으니까, 해라.

함정을 눈치채면 좋은 거고. 플레이어가 눈치가 없어서 못 주워먹더라도, 묘사의 원칙을 세우고 원칙을 지켜나가면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묘사의 문법에 익숙해지게 된다


함정을 알리는 묘사를 하는 것은, 로그 혼자 함정 찾고 해제하는 동안 뒤에서 다들 손빨고 있는 플레이의 파편화를 막는 요령이기도 하다. 섀도런에서 해킹 하는 동안 뒤에서 손빠는 거랑 비슷하다. 아래 연계성 함정 인카운터 얘기와도 섞어서, 함정의 구조 묘사를 세밀하게 하는 것으로 함정 인카운터에서 다른 직종의 참여 여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D. 즉사성 함정은 피해라


함정의 목적을 즉사시키거나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닌, PC들의 힐링 자원(총 hp + 주문, 포션, 완드)을 소모시켜서 보스전 전에 PC들을 약화하는 것이라고 결론지어라

그리고 대미지 함정보다는 알람 함정, 발 묶는 함정 같은 특수 효과 함정을 개연성 있게 애용해라


즉사 함정, 고대미지 함정 존나 많이 굴려봐서 아는데, 함정에 걸려서 죽으면 분위기 싸하다. 아무리 함정이 있다고 암시를 줘도 막상 함정에 걸려 사망하면 뒷맛이 나쁘다

니가 작정하고 툼 오브 호러 같은 걸 하고 있는 중인게 아닌 이상, 즉사 함정은 절대, 절대 넣지 마라. 즉사 함정은 플레이어들이 메테오(Rocks Fall, Everyone Die) 비슷하게 받아들이기 쉽다. 주사위를 속여서라도, 함정의 대미지를 조절해라. 함정 대미지는 아무리 높여도, 마법사나 로그 같은 후방 캐릭터가 한 방에 즉사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해라. 특히 함정 탐지하는 로그가 함정에 즉사해서는 얘기가 안 된다. 5판은 아예 함정 대미지를, 티어 별로 지연용과 살상용 급을 구분해서 제시하고 있다. 함정 걸린 놈 hp 수준 따라 대미지를 눈치껏 바꿔라



E. 단발성 함정보다 연계성 함정을 선호해라


함정 하나로 끝내지 말고, 함정에 연계를 깔아서 함정 인카운터를 흥미롭게 만들어라


예제: 발목을 콱 무는 곰덪 함정을 밟았다 -> 죽을 피해는 아니지만, 잡혀있는 동안 이동 불가. 풀려나려면 풀라운드 행동으로 2라운드 연속 힘 판정 함정 해제가 필요. 그리고 함정을 해제하기 전에, 옆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스켈레톤들이 난입, 힘 판정을 방해하면서 전투


연계 함정은 3.5 던전스케이프에서도 인카운터형 함정, 5판 자나사 가이드에서도 단발성 단순 함정에 대비되는 복합 함정(Complex Trap)이란 개념으로 소개하고 있다. 고전 던전물 모듈에서도 연속적인 함정의 묘사는 이미 마르고 닳도록 써먹은 것이다


단발 함정은 발동 즉시 끝나기 때문에 사전에 발견하거나, 대미지 입거나 내성 굴리는 거 외에는 대응법이 없다. 하지만 복합 함정은 발동 후에도 그것을 해결하기까지 여러 단계/라운드를 거쳐야 하고, 함정 전문 캐릭터가 아니라도 파티가 힘을 합쳐서 뚫어야 하니 참여 여지가 생기며, 인디아나 존스 같은 함정 대응 플레이의 재미가 생긴다


당연히, 연계 함정을 짤 때는 함정 전문 캐릭터가 아니라도 참여하는 부분을 짜넣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함정 전문 캐릭터가 아니라도 함정을 해결하는 방법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잠긴 문을 여는 방법이 해정술로 자물쇠를 따는 것 외에도, 언락 마법으로 열거나, 힘으로 문을 때려부수거나, 눈썰미와 위트로 열쇠를 카페트 밑에 숨겨놓은 것을 발견해내거나, 말빨로 경비원을 속여서 마스터키를 빌려주게 하거나 다양한 방법이 있듯이

연계 함정 역시, 마법으로 해결하든, 몸빵으로 버티든, 능력치 체크 빨로 어거지로 넘기든 간에 함정 인카운터를 함정 전문 캐릭터 없이도 어떻게든 뚫을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연계 함정의 본질은 인카운터이므로, 인카운터를 해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허용하라


다만 즉사성, 고대미지 함정을 연계성으로 깔면 재미는 커녕 마스터놈이 날잡았구나 그런 반응만 얻는다. 앞서서 지연용 저대미지 함정을 이용하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낮은 대미지로, 대미지 외의 특수 효과를 많이 사용하고, 다채롭게, 여러 캐릭터의 활약으로 해결하는 형태로 연계 함정을 짜라



F. 자동 함정 체크를 하는 것으로 간주해라


플레이어가 코너를 돌 때마다 "함정 체크해요" 선언을 하도록 강요하고, 선언 안 하면 옳다구나 함정을 발동시키는 살인 마스터도 있지만, 노이로제 걸린 플레이어가 끝없이 "함정 체크해요" "함정 체크해요" "함정 체크해요" 를 반복하는 걸 듣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아다다 기준 하나의 방을 검사하는 데에 1d10라운드 걸린다. 쩜오 기준 5피트 x 5피트 한 칸을 수색하는 데에 1 풀라운드가 걸린다. 평상시 던전 내 이동은 이 속도로 항상 함정 수색을 하면서 느긋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자동으로 함정 체크를 해서 발견할 확률이 있다고 논리를 보강해라


5판은 아예 함정 전문 캐릭터가 없이(로그가 유리하긴 함), 모든 캐릭터가 지혜 (퍼셉션) 판정으로 함정을 찾을 수 있으며, 함정에 접근하면 패시브 지혜 (퍼셉션) 판정으로 함정을 찾을 확률을 기본으로 준다. 자동 함정 체크도 룰적 근거가 있다



G. 함정은 속도 조절용


한 번이라도 함정이 등장하면, 플레이어들이 노이로제에 걸려서 5피트마다 함정 체크를 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다. 고로 함정의 본질은, PC들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임을 자각해라. 함정의 빈도를 이용해서 플레이어들의 진행 속도를 조절한다고 생각해라


파티가 너무 겁없이 들이대고 진행이 빠르다면 함정 하나 넣어서 발을 묶고. 파티가 너무 느리면 무의미한 함정을 빼고. 나중에 재등장시킬 예정이라 죽이면 곤란한 NPC 마법사 바글을 도망가게 하고 싶다면, 도주로에 함정을 작동시키고 빠져나가는 식으로, 함정을 속도 조절용으로 사용함이 좋다.


반대로 PC들은 함정의 위험부담을 각오한 채로 급박한 추격을 한다는 식의 장면 연출과 선택을 강요할 수도 있다



H. 함정에 딜레이를 줘라


함정이 뜬금없는 것은 밟자마자 대미지를 입기 때문이다


함정이 나오는 컴퓨터/콘솔 액션 게임에서는 함정을 밟으면 딸깍 하는 사운드가 나고 간발의 후에 함정이 발동하여, 반응이 빠른 사람은 그 간발의 차이 동안 회피를 넣어서 함정을 피할 수 있는 구조를 곧잘 채택한다. 실시간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인데, TRPG에서 이 구조를 베끼는 것은 턴제 구조상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비슷하게는 가능하다


함정도 우선권을 굴리게 해 봐라. 함정의 발동을 기습 공격처럼 취급해서, PC가 우선권 판정을 이기면 함정 발동 전에 기습 라운드를 하나 받아서 회피 또는 대응 선언을 할 수 있게 하라. 앞서 C에서 강조했듯 함정의 구조 묘사를 잘 했다면, PC도 디테일한 회피 묘사를 선언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권에 이긴 PC가 충분히 함정을 회피할 수 있는 올바른 선언을 할 경우, 내성이나 AC 판정 같은 것 생략하고 함정 회피를 허용해라


근본 없는 규칙은 아니다. 4판에는 함정의 발동이 즉각 행동 or 기회 행동이거나, 혹은 우선권이 있는 정규 행동처럼 발동하는 종류가 있었다. 우선권 있는 종류의 함정에는 우선권 이기면 한 턴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함정에 이렇게 발동 딜레이를 주면, 함정에 전혀 대응 못 하고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플레이어의 억하심정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인디아나 존스 같은 함정 액션물을 연출하기도 좋다. 다만 파티 전원의 판정이 하나 늘어나는 만큼 플레이 진행 속도가 느려진다


심지어 턴 단위의 딜레이를 준다고 해도 급박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타임리미트를 주어서 긴장감을 높이는 연출도 가능하다.

예제: 밀실로 변한 방에 천장의 구멍에서 물이 콰아아 쏟아져서 차오르기 시작, 출구는 복잡한 기계 자물쇠로 잠겼고, 완전히 익사할 때까지 3라운드

예제2: 대적 불가 수준의 괴수로부터 도주중, 제일 앞장선 도적이 바닥 함정을 밟자 통로 저 앞쪽에 철창살이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 도적과 전사는 빠져나올 수 있으나 뒤의 발이 느린 마법사와 드워프는 제 타이밍에 못 나온다. 전사가 철창살이 내려오지 못하게 받치고 힘 판정에 성공한다면 한 라운드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