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글을 몇 번이나 읽으면서 떡밥이 식질 않길래... 방금 막 올라온 글을 좀 분석해봤음.
일단 글 작성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요약한 부분임
1) 컴퓨터 게임의 시나리오 차트 마냥 특정 조건에 의해 전개가 바뀌는 시나리오 방식을 사용하면 플레이어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국 마스터가 원하는 이야기(원 글에서는 진엔딩 루트라고 표현한 그거)로 끌려가기 쉬움
2)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주 쓰이는 방법이 우회 루트를 활용하는 것. 그걸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마스터가 고수 대우 받음
3) 내 취향은 아니지만 그것도 rpg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임, ㅇㅈ
4) 저런 분기식 시나리오를 극단적으로 써 먹는 빌런 마스터 까기
일단 요컨데 여기서 플레이어의 의도라는 것에 대해서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음.
일단 글쓴이는 덧글들이 자신의 글을 오독했다고 하는데 그냥 오독의 여지가 아니라 글 자체가 이해가 안될 수 밖에 없게 써놨음.
위의 문단 중 예시나 덧글에 대한 추가 표현은 그렇다 치고 뒤에 글쓴이의 생각을 풀어놓은 부분을 좀 분석해보자.
좀 더 내 생각을 풀어놓자면... 내가 분기식 시나리오 안 좋아하는 건, 그게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주는 것만 받아먹게 되고 스스로 이야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기회를 차단한다고 보기 때문임. 어디까지나 내가 안 좋아할 뿐이고, 그거 자체가 잘못된 방식이라고는 생각 안 해. 그런 방식이 실제로 자주 쓰이기도 하고, 그런 방식도 재미있을 때도 있긴 하거든. 마스터가 썰을 존나 재밌게 잘 풀거나, 애초에 플레이하는 룰 자체가 비교적 단순한 데이터 싸움 위주 게임이면 그것도 나름 즐길 만은 하니까.
여기서 사람을 의아하게 만드는 길게 푼 문장을 해체해서 요약하면
'분기식 시나리오는 플레이어들로 하여금 주는 것만 받아먹게 되고 스스로 이야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기회를 차단한다.'
이거지? 그렇지? 그리고 그 사례로
하지만 내가 진짜로 “제가 마스터로서 정답을 가르쳐 줄 수는 없잖아요, 그럼 플레이어들의 자유의지를 침해하게 됨” “지금 상황이 빡세긴 한데 플레이어 분들이 그 때 그렇게 선택한 결과 이렇게 된 거잖아요” 운운하는 놈을 만나 봤거든!ㅠㅠㅠㅠ 샹 나도 다른 플레이어들도 ‘정답’을 요구한 적 없었거든! ‘선택에 따른 결과의 변화를 사전에 PL이 미리 알 수 있다’는 전제조건만 집어넣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런 빌런은 그걸 안 알려주니까 내가 이렇게 죽어라 까는 거고.
라는 예시를 글쓴이가 들고 있다.
근데 말야... 이 모든 부분에서 한 가지 유추하게 되는 건 그것에 대해서 플레이 도중에 필자가 질문이나 제안을 했는지 궁금함. 너가 마스터가 제시하는 선택지 의외의 선택지를 마스터에게 제안했었는지 혹은 팀 단위로 방향성을 제시했었는지에 따라 너의 주장이 얼마나 힘을 얻는지가 달라진단다.
당장 로그를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너가 말하는 사례들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분기 시나리오를 돌리는 마스터'에게 글쓴이 본인이 제안이나 즉각적 피드백을 했는가가 포인트인 것 같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글쓴이의 글은 그냥 팀 내의 투덜거림으로 그치게 됨.
어떤 시나리오를 했는지 몰라도 어떤 장르에서도 이야기에서는 등장인물이 '선택'을 하게 됨. 그 선택이 즉각적으로 변화를 알려주는 것도 있지만, 순차적으로 겹쳐 들어오는 것도 있음. 그것을 플레이어들이 유추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거지. 쉽게 말해 소위 개뜬금만 아니면 됨.
그렇기 때문에 너가 쓴 예시인 “지금 상황이 빡세긴 한데 플레이어 분들이 그 때 그렇게 선택한 결과 이렇게 된 거잖아요” 도 팀 내의 플레이어들이 선택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따라서 잘못 플레이한 사람이 나눠지는거임. 결국 대화문제잖아.
말이 좀 두서없어졌는데 난 애초에 그놈의 '분기식 시나리오'라는 명칭이 마음에 안듬. 분기는 모든 이야기에 있음. 웬디가 피터팬을 따라 네버랜드로 가지 않았다면? 백설공주가 독사과를 먹지 않았다면? 셜록 홈즈가 왓슨과 만나지 않았다면? 이 모든게 분기임.
글쓴이는 자신이 '플레이어들의 크고 작은 선택은 의미가 없고 마스터가 제시해주는 몇 가지의 1차원적인 선택만이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시나리오'를 쓰는 걸 다루는 걸 싫다고 말하려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레일로드식 마스터링'이라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 전달에 용의함.
그게 아니라 플레이어들이 선택하거나 건드리기 전까지 세상의 모든 것들은 멈춰있고, 악역들은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세계를 원하는 거라면 그건 마스터의 잘못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문제임. 모든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생각이 있고, 플레이어 pc가 건드리든 건드리지 않든 이야기 내에서 자신의 일을 해내려고 움직임. 백설공주의 왕비는 독사과를 만들고, 후크 선장은 피터팬을 해치우려고 한단다.
요컨데 이 분기라는 소재가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내 생각에는 작성자가 '분기'라는 포괄적 단어를 썼는데, 정작 말하고자하는 것은 분기랑 별 연관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음
+가장 최악의 경우는 글쓴이가 분기식 시나리오라는 핑계로 자신이 능동적인 플레이를 안한 것을 자기변호하려는 거겠지. 설마 그런건 아니길 바람.
원글을 잘 못쓴 건 맞는데... "분기" 자체가 있냐 없냐가 문제가 아니라, 엔딩이 크게 달라지는 "분기"를 만들어놓고 정작 그걸 선택할 때 필요한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안 줬다는 게 문제인 듯. 1)~4)의 문제는 마스터가 가진 분기에 대한 정보가 플레이어한테 얼마나 주어지느냐의 문제라... 마스터 입장에선 분기가 딱딱 갈리지만, 그걸 유추할 정보가 없으면 1) 정보 통제에 의해 마스터가 의도한 루트로 가기 쉬움 -> 4) 분기식 시나리오라고 하지만 사실은 플레이어가 유추하기 힘든 빌런 마스터 로 간다고 이해했음.
나는 "분기" 자체야 어느 시나리오든 있기 마련인데, 그런 분기 중에서 정답과 오답이 있도록 만드는게 옳은가? 에 일단 의문이고... 정답과 오답이 있다면 그걸 제대로 파악해서 고를 수 있을 정보가 주어졌는가? 가 그 다음 문제라고 봄. 저게 성립하지 않으면 마스터 입장에선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분기가 갈라지는 시나리오지만, 사실상 십중팔구 의도된 배드엔딩으로 가기 쉽다고 보거든. (나도 다른 플레이에서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어서 덧붙여 봄)
그러니까 그 표현을 하려면 레일로드 식 마스터링이라고 표현하라고 한 거시다. ㅎㅎ
오늘은 좀 바빠서 갤질하기 어려울 듯. 그건 좀 양해바라고... 파란 글씨로 내 내 생각을 풀어놓은 부분을 분석했다고 하는 문단(좀 더 내 생각을~ ~즐길 만은 하니까)부터 '~라는 예시를 글쓴이가 들고 있다.'라고 니가 써 놓은 부분 말인데, 나야 말로 이해가 안 가는 게... 그건 어디까지나 분기식 마스터링(이후로는 니 말마따나 레일로드식 마스터링이라고 해두자, 개념 불일치 때문에 공연히 장작이 되는 거 같으니)의 극단적인 경우로서 빌런화되는 케이스라고 두번째 글에서 분명히 써놨거든? '4)의 예시를, 1)의 실례라고 파악하고 있음.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나는 분기식 시나리오 쓰는 마스터가 전부 저런 빌런이라고는 생각 안 함. 4)는 어디까지나 그게 극단화된 빌런의 사례인 거고'라고.
ㅇㅇ 내가 말하는 것도 그거임, '분기식' 마스터링이라는 창작 단어가 오히려 이해에 장애를 주고 있다는 말임
내가 '좀 더 내 생각을~ ~즐길 만은 하니까'라고 정리해 둔 부분은 내가 분... ..아니 레일로드식 마스터링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별로 안 좋아하는 이유에 해당되는 거고. 4)는 그에 대한 사례가 아님. 그런데 너는 그게 그에 대한 사례라고 주장하고 있잖아. 쓰다 보니까 나도 '시발 내가 그렇게 글을 병신 같이 쓰나' 싶어서 고민되기 시작했다...
조금 읽어보고 이해했는데.. 그러면 두 이슈는 따로 분리해서 글을 써보는 건 어떨까! ㅋㅋㅋㅋ
그리고 내 트라우마의 근원에 대해서는 이 글 참고.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48991
구쨍 워울프 플레이였다. 몇 번 갤에 푼 적 있어서 이미 본 갤럼들도 많을 거임.
ㅇㅇ 그래 너무 슬픈 플레이구나.. 말하고 싶은 바를 알았음. 너가 비겁한 친구가 아니라 레일로드식 플레이를 싫어한다라고 말하고 싶었단 걸 말이지. 근데 트라우마 스위치때문인지 다른 유형의 소재가 미묘하게 단어와 함께 섞여있어서 읽는 사람으로 혼란해진거라고 최종 판단됨. 좀 긴글쓸때는 목차를 나눠서 말하면 편하단다!
소제목 짱짱맨
그 일 이후로 10년이 더 지났는데 난 아직도 피안나 호미드 아룬은 다시는 못하겠다 옘병....
ㅋㅋㅋㅋㅋ 힘내렴 세상에 빌런들은 많으니 강해지려무나
그 즈음 세션에서 '합의에 의한 플레이' 담론이 한참이었는데, 본격적으로 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이기도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