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접실의 가죽 소파에 어정쩡한 자세로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며 기다리기도 벌써 삼십분 째건만, 나의 담당자는 오지 않고 있다. 한 갑을 모두 태우고 난 후에야 들어올 작정인걸까. 아니면 급한 일이라도 생긴걸까. 여러 가능성 낮은 가설들이 머리 속에서 구름처럼 뭉쳤다가 흩어진다.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고, 불편하다.



육체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은 아니다. 소파는 편안하고, 냉방이 잘 되어 있어 시원하다. 이 장소가 담당자의 응접실만 아니었다면 몇 시간, 아니 몇일이고 이 곳에 박혀서 나오지 않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하기 힘든 사람을 상대해야만 하는 자리가 대거 그렇듯이, 응접실은 곧 들어와서 나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담당자의 존재 만으로도 불안을 내포하는 자리다.


ㅡ 끼익.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재떨이에 푸욱 눌러 끄고, 미리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던 천원짜리 플라스틱 라이터로 돗대에 불을 집히려던 순간, 응접실 문 특유의 기분 나쁜 쇳소리가 들리며 열린 문을 통해 중절모를 눌러 쓴 장신의 사내가 들어왔다. 회색 양복에 검은색 넥타이. 깔끔한 옷차림에 비해 이질적으로 안 어울리는 느낌을 주는, 몇일은 면도를 하지 않은 것 같이 수북하고 더러운 수염. 담당자였다.


" 최 요원. 오랜만이군. "


담당자는 들어오자 마자 내 손에서 돗대를 빼앗아 자신의 입에 물고 불도 붙이지 않은 채로 질겅질겅 씹어대며 나의 맞은 편에 앉았다. 중절모에 의해 반 쯤 가려진 눈에서 안광이 번뜩였다.


" 겨우 일주일입니다. "


그의 날카로운 눈빛을 피해 눈을 돌리지 않으려 노력하며 대답한다. 담당자는 내가 눈을 피할 때 마다 상당히 불쾌해 했기때문이다.


" 그 정도면 우리에게는 긴 시간이지. 일주일은 저속한 마법사Vulgar Mage들이 우리의 패러다임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야. 천박한 초자연체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과시하거나, 계몽되지 못한 수면자들이 우둔한 짓을 하기에도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다, 이 말씀이야. "


담당자는 내 말에 트집을 잡아 내서는 일장 설교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치솟는 짜증을 완곡하게 표현하기 위해 인상을 조금 찌푸리고는 선글라스를 고쳐 쓴다.


" 그래서, 휴가 중에 갑자기 호출하신 이유가.... "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담당자는 말을 끊고 들어온다.


" 최근에 노량진 쪽에서 신흥 종교가 성행하고 있더군. "


" 신흥 종교 말씀이십니까? "


" 그래. 신흥 종교. 획성교라나, 뭐라나. "


신흥 종교라. 이 나라에서는 새로운 종교, 또는 기존 종교의 이단적 분파가 가끔씩 나타났다가 사라지거나, 아니면 종교계의 주류로 흡수되고는 하는 일이 결코 드물지 않았다. 물론 종교 단체란 대부분 초자연적 현상을 긍정하고 이성의 한계를 규정하는 등 신시대의 패러다임에 반하는 저열한 족속이었지만, 테크노크라시의 남한 지역 통제권에 있어서 결코 위협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그런데 담당자는 왜 그까짓 신흥 종교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고, 휴가 중이던 나까지 호출해서는 바쁜 시간을 쪼개 독대한 것일까. 머리 속에서 의문이 몰아친다. 생각이 복잡해질 때마다 입술을 깨무는 습관이 은연 중에 발현되어 앞니로 메마른 입술을 세게 깨문다. 아프다.


" 그런건 저희 소관이 아니지 않습니까? 살인, 감금, 공갈 같은 소소한 범죄를 조금 저지르는 놈들이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알아서 처분할 것 아닙니까. 혹시 배후에 트레디션이라도 있는 집단인겁니까? "


" 아니. 그런 것 없네. 가끔씩 모여서 회합이나 가지는 친구들이고, 살인이나 감금은 커녕 성희롱도 안 하는 쪼다들이야. 문제는, 그 집단의 교주와 간부 몇몇이 헷지 메이지Hedge Mage라는 점일세. "


" 여간 신앙심이 깊었던 모양이군요. 아마 광신도들처럼 주구장창 기도만 해대다가, 무의식적으로 눈을 떴겠죠. "


헷지 메이지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라. 헷지 메이지의 자연 발생은 광신적인 종교 집단에서도 가끔 발생하는 일이었지만, 여러 명의 헷지 메이지가 하나의 집단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탄생하는 일은 드물었다. 아니, 드문 정도를 넘어서 들어본 적이 없었다.


" 하여튼. 자네가 획성교를 조금 감시를 해줬으면 좋겠어. 막 힘을 얻은 헷지 메이지라면, 게다가 광신도이기까지 하다면, 온갖 저속한 현실 교란을 하고 다닐 것 아닌가. 적당히 지켜보다가, 과하다 싶으면 제지하라고. 왠만하면 죽이지는 마. 헷지 메이지Hedge Mage는 가능한 한 전향 시켜서 테크노크라시를 위해 일하게 하는게 상부 방침이니까. "


담당자가 자신이 할 말은 다 끝났음을 알리기 위해 손가락을 탁, 하고 튕기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담당자가 테이블에 올려놓은 임무 수행비가 담긴 봉투를 집어 안주머니에 넣는다. 광신도 집단에 헷지 메이지라니.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