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초의 D&D 캠페인은 무엇인가?
2. 최악의 D&D 어드벤쳐 모듈은 무엇인가?
둘 다 여러가지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인데. 특히 첫번째 문제는 엄밀하게는 블랙무어라고 볼 수도 있고
최악의 D&D 모듈도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지.
툼 오브 호러처럼 살인 모듈을 꼽는 사람도 있고
드래곤랜스 일부 모듈이나 아바타 트릴로지 대응 아바타 시리즈 모듈처럼 존나게 레일로드라서 PC가 무슨 짓을 해도 간섭할 수 없다고 공식적으로 땅땅 박아넣은 좆같은 모듈도 있고
댄디인데 전투를 선택하면 패배가 되는 어이없는 모듈이나. 시놉 자체가 좀 허접하고 노잼인 것도 있고.
하여튼 최악 꼽으라면 후보는 많다
하지만 두가지 다에 들어갈 수 있는 답을 고르라면, 그레이호크가 될 것이다
그렇다. 나는 최악의 D&D 어드벤쳐로, WG7: 캐슬 그레이호크를 꼽는다
(툼 오브 호러 같은 건 고약하긴 하지만 댄디의 한 정형을 형성한 겜이니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찢어도 상관 없는 레디메이드 캐릭터 만들어서 한 번은 클리어해봐라. 난이도 개높은 로그라이크 한다고 생각하고, 모듈에 나와 있는 그대로, DM 하나도 안 봐주고 경험해봐라. 나름 재밌는 경험이고 얻는 게 있을 거다)
그레이호크야말로 댄저씨가 사랑해마지않는 원조 댄디 세계관이다. 던전으로 시작해서 세계관으로 점점 살을 붙여가면서 확장해나가는, 정말로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순정, " 진정한™ " 댄디의 캠페인 세팅은 그레이호크라고 할 수 있다
포렐은 머랄까 넘나 상업적 마케팅적으로 크게 만들어서 밀어주는 감이 있고. 다른 세팅들은 특정 테마나 무드, 세팅을 특화시킨 거라서 표준적인 느낌이 좀 없고. 살 붙여가면서 키워나간 세계관으로 그레이호크에 비견할만한 거는 미스타라 정도일까
그런데 왜 캐슬 그레이호크를 싫어하는가?
그레이호크는 TRPG와 D&D라는 물건이 최초로 윤곽을 잡혔을때, 개리 가이각스가 1972년 그의 집에서 친구와 가족들과 돌렸던 모험들에서 시작한다
오어스라는 행성의 오어릭이라는 대륙의 플라네스 지방의 그레이호크 라는 옛 성채와 그 던전, 그 던전에서 얻은 보물을 팔기 위한 도시로 근처에 있다고 설정을 그레이호크 시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사실 맨 처음에는 그냥 가이각스가 만든 던전의 설정만 있었음. 대륙과 행성 설정은 나중에 확장시키면서 살을 붙인 거고, 처음엔 정말 단순한 13층짜리 던전 크롤링 물이었다
던전 하부층에는 발록을 부하로 부리는 마법사, 드래곤, 야외 환경으로 보내버리는 회피 불가 덫(거기서 아웃도어 어드벤처 룰 사용해서 돌아와야 함), 그런 거를 통과해서 최하층에 도달하면 이 던전을 만든 미친 건축가 재긱을 만난다
재긱(Zagyg)은 가이각스(Gygax) 이름을 뒤집어서 만든 이름이고, DM으로서 가이각스 본인이 이 던전을 창조했다는 암시이기도 하지
가이각스의 집에서 열었던 캠페인에서 재긱을 만난 것은 로빌라 경을 플레이한 롭 쿤츠, 텐서를 플레이한 가이각스의 아들 어니, 테릭을 플레이한 롭의 형제인 테리 세 사람 뿐이래
이 당시에 가이각스의 집에서 이 그레이호크 캠페인(?)에 참가한 사람이 20명이 넘었고. 거의 매일 밤마다 플레이가 진행됐음
너무 바빠서, 가이각스는 가장 숙련된 플레이어인 롭 쿤츠를 보조 마스터로 삼아서 그가 DM으로 그레이호크 플레이를 진행하게 했고, 그 덕분에 여유를 얻어서 D&D 관련 집필을 하고 세팅을 확장시킬 수 있었지
던전을 만들어서 굴리고, 던전에서 얻은 보물을 팔기 위해 던전 주변에 도시(그레이호크 시티)를 만들고 하는 식으로 던전과 세션에서 시작해서 세계관을 확장시켜나가는, TRPG 캠페인 세팅 제작의 왕도지
한편 롭 쿤츠를 DM으로 가이각스 본인도 플레이어로 참가했는데. 이때 만든 캐릭터 중 하나가 마법사 모덴카이넨이다.
덧붙여 가이각스가 DM을 볼 때 플레이어들은 던전 크롤링에 주로 매진했는데. 가이각스 본인이 플레이어로 참가할 때는 세계관이나 사회관, 정치 쪽 스토리를 즐겼다고 함
가이각스 본인부터가 군사사 역사광이다보니, 이민족의 이주로 바뀌어가는 문명의 흐름이라는 테마로 그레이호크 세계관 설정을 민족 교체 사건을 중심으로 짜넣었지
그레이호크의 여러 주요 캐릭터가 가이각스/쿤츠가 마스터링하던 이 시기의 PC나 NPC에서 비롯했다
로빌라 경: 로버트 쿤츠(롭 쿤츠)의 전사 캐릭터. 아마 두번째 세션부터인가 참가한 올드비 중의 올드비. 캠페인에서 계속 생존하고 가이각스하고 1대1 솔로 세션도 진행한 덕분에 전사 캐릭터로는 최강자 반열에 들어감
극초창기 그레이호크 13층을 클리어한 3인 중 하나, 그리고 가이각스의 템플 오브 엘리멘탈 이블에 최초로 들어간 캐릭터이기도. 캠페인 오래 진행하면서 재산도 많이 모아서 그레이호크 시티의 그린 드래곤 여관 소유주도 됨. 나중에 래리하고 편먹고 8인회를 배반했다는 설정이 붙는데 이건 이따 얘기함.
3.5 피트인 로빌라의 갬빗도 이 로빌라 경의 기술이었다는 설정
멀린드: 가이각스의 친구인 도널드 케이(돈 케이)가 사용한 캐릭터. 돈 케이가 서부극 팬이라서 서부시대에서 흘러든 듯한 설정을 짜왔는데, 가이각스가 그레이호크에서 화약을 허용하지 않고 대신에 폭음을 내면서 6발 쏘는 마법 완드를 쥐어줬음
돈 케이는 가이각스랑 같이 TSR도 세우고 지원을 많이 해줬는데, 75년에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요절함. 가이각스는 오마주로 멀린드 관련 설정을 종종 등장시키고, 나중에는 멀린드가 히로너스의 팔라딘이라는 설정이 붙고 영웅신급으로 신이 되기도 한다. 마법 과학기술의 신임 ㅎ 댄디 그레이호크에서 총이나 화약 비슷한 걸 등장시키고 싶으면 멀린드 추종자라고 설정 붙이면 됨 ㅎㅎㅎ
모덴카이넨: 가이각스의 여러 캐릭터 중 가장 유명한 캐릭터. 73년 초에 만들었고, 한 20몇레벨 정도까지 올랐다고. 너무 강해져서 사실상 캠페인 얼굴마담 캐릭터화
이라그(Yrag): 롭 쿤츠가 DM 볼 때 가이각스가 사용한 파이터 캐릭터. 이름은 gary를 거꾸로 했을 뿐
빅비: 역시 롭 쿤츠가 DM 볼때 등장했던 악당 NPC 마법사인데, 모덴카이넨이 굴복시킨 후에 부하로 부리다가 개심했다. 이후 모덴카이넨에 버금가는 주요 마법사 캐릭터 중 하나가 됨
멜프: 가이각스의 아들 루시온 폴 가이각스(루크 가이각스)가 만든 캐릭터. 남자(M) 엘프(elf) 라서 멜프(Melf) 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ㅎ
오토: NPC 악당 마법사로 등장시켰다가 텐서, 로빌라, 테릭한테 패배당하고 살려주는 대신에 한 명을 섬기기로 했는데, 여기서 로빌라를 선택함. 이후 롭 쿤츠가 굴리면서 로빌라의 부하 캐릭터가 됨
래리: 가이각스랑 TSR 창설 멤버인 브라이언 블룸이 사용한 캐릭터. 사실 딱 3레벨까지만 굴린 저레벨 마법사 테스트용 캐릭터였음. 그래서 3레벨에서 은퇴시켰고, 가이각스가 굴리던 그레이호크에서는 주요 멤버도 아니었고. 초창기 8인회 구성원도 아니었다. 대마법사로 묘사되고 배신자 래리가 되는 것도 나중 얘기
8인회. 8인회는 원래 모덴카이넨이 너무 고렙이 돼서 PC로 굴리기에는 마땅치 않게 되고, 재산도 너무 많아지자, 가이각스가 그 재산을 써서 없애려고 설정을 짜면서 고안해낸 것임
가이각스는 자신이 만들었던 캐릭터 8명 (위저드 모덴카이넨, 파이터 이라그, 위저드 빅비, 클레릭 릭비, 드워프 직비, 파이터 펠노리스, 엘프 브람, 엘프 빈)을 모아서 8인회라고 칭하고, 그들의 재산을 모아서 위험지대 내부에 옵시디안 시타델이라는 요새를 세우고, 모험 거점으로 사용한다는 설정이었음
처음에는 시타델 오브 에이트였는데, 나중에 써클 오브 에이트로 명칭이 바뀌었지
그러다가 가이각스가 1985년 TSR을 나가고 나서, TSR에서는 이 8인회 멤버를 마법사로 갈아치우고 그레이호크의 주요 대마법사들의 모임으로 만들어서 플롯 디바이스화 하게 됨
롭 쿤츠가 DM을 볼 때로 돌아가자. 롭 쿤츠는 DM을 보면서 72~3년 동안 자기 나름대로 던전을 만들어서 굴렸는데, 74년 가이각스는 롭 쿤츠가 만든 던전을 그레이호크 던전에 통합시켜서 확장하기로 함. 85년에 가이각스의 집에서 하던 그레이호크 캠페인을 종료할 시점에, 50층 넘게 만들었다더라
D&D의 시작점인 동시에, D&D를 상징하는 던전이고, 또한 극초창기의 메가던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최초의 메가던전인지는 좀 애매한데. TSR 외의 회사가 먼저 메가 던전을 내놨거든
D&D 초창기, 많은 D&D 팬들은 진짜 최초의 시작점인 그레이호크 성채와 폐허와 그 던전에 대해 궁금해했지. 당연한 얘기다. 댄디빠들에게는 거의 신화적인 던전 아니겠오?
그리고 가이각스도 그레이호크 던전을 제대로 책으로 만들어서 발매할 생각이 있는 듯한 얘기를 잡지 등지에서 흘렸는데
그러나 그레이호크 던전은 제대로 발매되질 못했다. 왜그런가 하면 개리 가이각스가 TSR에서 축출됐기 때문이다
개리 가이각스와 함께 돈을 보태서 TSR을 세운 지분 소유자인 돈 케이가, 75년 심장마비로 안타깝게 요절한다. 그리고 76년 돈 케이의 미망인이 TSR의 지분을 팔려고 했거든. 최대 주주이던 가이각스는 돈이 없어서 TSR 지분을 브라이언 블룸과 그의 형제인 케빈 블룸에게 판다. 여기서 가이각스는 지분 30%짜리 소주주가 됨
81년 쯤에 브라이언 블룸은 TSR의 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CEO이던 가이각스가 회사를 되게 보수적으로 굴리고 있어서 좀 불만이 많았던 듯. 그래서 가이각스를 CEO에서 강판시키고 케빈 블룸을 CEO로 올리고, 가이각스를 TV화 영화화 사업을 하라고 외부로 돌려버림
그리고 자기한테 주주회의 표결에서 자기한테 표를 던져줄 3명의 사외이사를 들이고, 보드게임, 워게임, 미니어쳐, 장난감 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빚 내서 사업확장을 했는지 엄청나게 회사 빚이 부풀어오른다. 84년 가이각스가 돌아왔을때 150만 달러에 달했다고
그동안 가이각스는 할리우드에서 D&D 애니메이티드 같은 TV화랑 영화 쪽 사업에 매진하고 있어서 회사 운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는데. 블룸이 회사를 사 줄 사람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서 돌아와보니 빚잔치해야 할 판. 당시의 TSR이 TRPG 업계의 주도 기업으로서 매출이 2천 9백만 달러라고 얘기가 됐는데, 실상은 빚만 150만 달러 남았더란 얘기지
가이각스는 할리우드에서 애니화와 영화화 관련해서 만난 사이인 영화 작가 플린트 딜을 통해서, 그의 누이인 사업가 로레인 윌리엄스를 소개받는다. 로레인 윌리엄스에게 TSR에 투자하라는 권유를 하는 동시에, TSR에서 경영자로 고용해서 경영을 정상화하기로 함
로레인 윌리엄스는 브라이언 블룸의 거수기인 사외 이사들을 해고하고 사업 정리를 시작함. 그리고 가이각스는 나머지 주주를 구슬려서 케빈을 CEO에서 강판하도록 주주회의 표결을 붙여서 끌어내리는데
그에 대한 보복으로, 블룸 형제는 가이각스에게 자기네 지분을 사라고 권고한 다음에 (이때 가이각스는 돈이 없어서/요구 비용을 못 맞춰줘서 못 삼) 자기 지분을 로레인 윌리엄스한테 팔아버리고 회사를 떠남. 그러면 로레인 윌리엄스가 TSR 최대주주가 되지
가이각스는 이걸 막으려고 로레인 윌리엄스를 해고하려 하려다가 포기하고, 블룸 형제가 자신한테 지분을 팔기로 언약했으니 로레인 윌리엄스에게 넘기는 건 위반이라고 트집을 잡아 재판까지 걸었지만, 패배함
어쩔 수 없이 TSR은 로레인 윌리엄스의 손에 들어갈 판이 되고, 가이각스는 어쨌든 회사를 잃게 됐으니 자기 지분도 로레인 윌리엄스에게 마저 팔고 TSR에서 떠남. 이것이 1985년
로레인 윌리엄스는 나름 사업은 잘 했지만, 사실 TRPG 게임과 게이머층 자체를 멸시했다는 루머도 있는데, 이건 뭐 믿거나 말거나 알아서 판단할 루머이고
그녀가 운영하던 TSR도 사업 확장하다가 WotC의 매직 더 게더링 같은 콜렉터블 카드 게임이 엄청나게 인기를 끄니까 그거 따라하겠다고 호작질하다가 말아먹고 간판 내리고, 댄디는 WotC의 손에 넘어가지
하여튼, 1985년 이렇게 TSR을 떠나면서 가이각스는 그레이호크에 대한 권리 대부분을 잃지. 가이각스가 그레이호크 관련해서 유지한 몇가지 권리는, 직접 쓴 그레이호크 세계관의 소설과 캐릭인 Gord the Rogue 하고, 가이각스 본인의 이름을 파자해서 만든 캐릭터(Yrag와 Zagyg 같은) 뿐
고드 더 로그는 권리를 끝까지 챙긴 이유가, 그가 TSR을 떠나기 전에 TSR에서는 드래곤랜스 소설과 연동하는 어드벤처 모듈 시리즈, 드래곤랜스 캠페인 세팅이 대히트를 쳤다보니, 가이각스 본인도 그레이호크 소설화에 좀 꿈을 갖고 있었던듯 함. 그리고 플라네스를 벗어나서 더 넓은 오어스 세계관 설정을 확장해나갈 생각이었던 듯
하지만 그가 떠난 TSR에서는 가이각스 의향과는 다르게 그레이호크 설정을 플라네스 지방으로 제한하고, 세계관 확장을 중지함. 소설이나 세계관 세팅도 자기들 의향대로 진행하지. 또한 D&D가 밀어주는 핵심 세계관을 그레이호크에서 손 떼고, 세 캠페인인 포가튼 렐름을 도입함
그것도 모잘라서 댄디 컨텐츠에서 가이각스의 텍스트를 최대한 없애고 로열티를 줄이기 위해서, AD&D 1st에서 2nd로 판갈이도 해버림
이때문에 가이각스는 자신의 오리지널 그레이호크와 TSR의 그레이호크가 완전히 갈라섰다고 생각한 모양이더라. 듣기로는, 고드 더 로그 소설에서 나중에 세계멸망 엔딩을 내버리고 거의 손을 뗀 듯 하다고
85년 가이각스가 떠나기 전까지, 그레이호크 던전 관련한 모듈이 몇 개 발매되긴 했어. 그레이호크 던전 내에서 마법적으로 연결된 포탈을 통해서 가는 곳들을 독립 모듈로 만들었던 것
하지만 본판인 그레이호크 던전에 대한 정보는 전부 가이각스의 머릿속에 들어 있고, 공개가 안 됐거든. TSR 잔류파가 그레이호크 던전의 상세를 알 리가 없지
1988년인가 89년인가, TSR은 WG7: 캐슬 그레이호크 라는 모듈을 발매한다. 전설적인 그레이호크 던전에 대해 제대로 다루는 최초의 모듈 같았지. 댄디와 함께 자랐던 당시의 꿈나무들(현재의 댄저씨, 댄틀딱들)이 도키도키했을 거야
그 그레이호크 성채? 어맛 이건 질러야 해!
하지만 이걸 산 모든 이들에게, 엄청나게 악평을 샀다. WG7 모듈은 사실... 여러분이 기대하던 진짜 그레이호크 던전이 아니라. 여러 작가가 각각 한 층씩 모아서 쓴, 일종의 코메디/패러디 개그 던전물이었거덩
전체 플롯과 던전 구조, 던전 관련된 모든 것이 가이각스의 그 오리지널 그레이호크 성채하고는 완전히 달라. 그냥 당시 서브컬쳐 패러디를 마구 뭉쳐넣은, 좀 어이없기까지 한 개그물일 뿐이야
얼마나 어이없냐면, 플롯이나 등장 캐릭터나 사건이 일부러 좆같게 만들어놨어
WG7 그레이호크 성채는 자칭 공작 뭐뭐가 다스리는 성채인데. VIP 모시고 불꽃놀이 쑈 한다고 파이어볼 축포를 쏴대다가 숲에 불을 지르는 바람에 근방 드루이드가 존니 뿔이 나서 웨더 컨트롤로 악천후를 만들고 맹수를 보내고 농사 방해한다?
영주의 딸은 PC에게 조사를 부탁하는데에 쓰라고 만들어놓은, 전형적인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골빈 미녀 공주님 캐릭터이고
마을 거주민들도 전부 좆같음. 상품 가격은 룰북 가격의 4~10배쯤으로 후려치고. 훈련 담당자나 마탑 마법사나 경비나 수문장 같은 주요 관련 캐릭터는 노골적으로 뇌물을 요구하고
특히 수문장 이새끼는 요구하는 통행요금이, PC 중 여캐의 카리스마 스탯에 따라 달라짐 ㅎㅎㅎㅎ 진짜로 모듈에 NPC가 예쁜 여자 PC한테 껄떡거리라고 적혀 있다
술집 주인은 지능이 있는 골렘인데, 과묵하고 얘기 잘 들어주는 정상적인 캐릭터 같아보이지만 돈을 찔러주면 원하는 캐릭터의 음료수에 수면제를 타 줌 ㅎㅎㅎ 수면강간하라고?
성채의 성직자는 2개 집단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데, 태도를 용팔이같은 (원문에서는 중고 자동차 판매원처럼) 태도로 굴라고 적어놓고
성의 마탑은 출입권(마법템)을 강매하거나. 근데 비싼 돈 주고 산 출입권은 나중에 이벤트 일으켜서 쓸모 없게 만든다 ㅋㅋㅋ
좀 말이 통하고 상식적인 것 같은 캐릭터는, 사실은 드루이드가 들여보내놓은 간첩이라서 저렴한 서비스를 대가로 PC들을 자기 스파이로 만들거나 마을에 적대 행위를 하게 사보타주를 요구하거나
지하 던전으로 들어가는 시놉도 종니 얼척없는게. NPC 꼬맹이가 아버지를 구해달라고 우는 연기를 하면서 PC들을 던전 입구로 안내하려 하거든. 근데 이 꼬맹이는 사실 이 더러운 마을 NPC놈들조차 학을 뗄 정도로 좀도둑놈에 굉장한 악동으로 소문나 있어. 일부러 불신할만한 RP를 하라고 모듈에서 설명을 함. 간단한 조사만 해 봐도 이 꼬맹이가 뭔가 수작부린다는 걸 알 수 있게 RP와 정보를 던져줌
그럼 당연히 플레이어들이 얘 따라가도 되나 하고 의심하겠지? PC들이 안 따라가려 한다? 그러면 "정말 안 따라가요? 오케" DM은 룰북 덮고, 마스터 스크린 접고,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플레이는 여기까지입니다." 하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플레이어들이 눈치까고 억지춘향으로 꼬마를 따라가겠다고 말을 하게 만들라고 모듈에서 가르침
느그 모듈 참 좋은거 가르친다잉
성채 지하의 던전들은, 각 층마다 서로 다른 작가들이 쓴 던전인데. 등장하는 전부가 뭔가의 패러디라서. 만우절 패러디 같은 웃기다면 웃기는 그런 건데
예를 들어 등장하는 몬스터 중에 어메이징 드라이더맨, 인에디블 벌크, 버그베어 버니 같은 만화 캐릭터 패러디한 뭔가가 등장하고
샌드페이퍼 대령과 킹 버거 간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층도 있고
그라즈트와 이그윌브, 쥐블렉스가 튀어나오는 층도 있고
작가(author)라는 캐릭터를 만날 수도 있다? 공회 무한대 대미지 무한대 특수능력으로 현실개변 능력을 가진 캐릭터. 만나면 마감에 쫓기는 대사를 하고 방에서 쫓겨남 ㅎ
던전에 등장하는 랜덤 몬스터는, 랜덤 몬스터 제너레이터라는 아티팩트가 창조해서 텔레포트로 이동시키는 것이 진짜 설정
그래, 여기까진 웃을 수 있어. 웃길라고 애쓴 거니까
하지만 사람을 제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모덴카이넨이 나오는 11층인데.
모덴카이넨은 차원 여행을 하다가 20세기 지구와 닮은 차원에서, 구릿빛 바바리안과 헐벗은 모델 그리고 고무로 만든 조잡한 몬스터 분장이 나오는 "소드 앤 소서리" 영화를 만드는 가난한 영화제작자를 만났고
그들에게 저렴하게 실제 야만인, 드래곤, 몬스터와 마법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어줄테니 영화 지분 35%를 요구하지
그러나 어려운 협상 끝에 모덴카이넨의 지분은 30% 그리고 그레이호크의 모든 저작권으로 결정된다
그레이호크 던전 11 층은, 모덴카이넨이 4년 전에 영화 스튜디오로 개조한 층이라는 설정. 영화 촬영장이나 영화 상영실 같은 테마로 던전을 만들어놨다. 여기 몬스터는 배우이거나 촬영 관계자이거나 등등
자, 짚어보자. 모덴카이넨은 가이각스 본인의 PC이고, 가이각스 자신과 그레이호크를 대변하는 얼굴마담 캐릭터지
지분 30%은, 가이각스 본인의 TSR 지분이 떠오르는 숫자지?
4년 전? WG7은 88~89년쯤에 출간되었는데, 4년 전 가이각스는 TSR에서 축출당했지? 그레이호크의 저작권 전부 잃은 채로?
그리고 모덴카이넨이 영화 스튜디오를 차리고 엉뚱한 짓을 하고 있다? 가이각스도 댄디 영화화 논의하느라 TSR에 신경을 못 썼지?
이야 인성질 봐라... 이건 가이각스가 댄디 영화화에 빠져서 헛짓거리 하고 있었다고 노골적으로 돌려까는거 아니냐?
이정도면 패러디가 아니라, 출간물을 통해서 욕하는 거나 다름 없어
이건 가이각스의 그레이호크 성채가 아니야. 아니어야 하고
하지만 당시는 지금처럼 사전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시기가 아니다보니, 암것도 모르는 꼬꼬마들은 일단 캐슬 그레이호크란 단어를 보고 냅다 질렀을 거고. 믿음은 그대로 배신당했지
배신감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지금까지도 캐슬 그레이호크라면 이를 가는 틀딱들이 수두룩하다
게다가 사실 원래 이건 발매될 책도 아니었어
WG 라인 모듈은 그레이호크 계열 어드벤쳐 모듈이고, 원래의 WG7 모듈은 섀도우로드? 섀도우랜드? 뭐 그런 이름의, 가이각스랑 스킵 윌리엄스가 같이 쓴 모듈이 들어갈 예정이었는데. 가이각스가 TSR에서 나가면서 캔슬돼서 나중에 이런 요상한 걸로 땜빵하게 됐다더라
또. 댄디 팬덤 사이에서도 가이각스를 욕먹이는 루머는 꽤 많은데
예를 들어 래리. 8인회의 한 명이며, 8인회를 망가트린 변절자 래리
세간에는, 가이각스가 래리의 플레이어하고 사이가 틀어지자 가이각스가 래리를 배신자로 만들어버렸다, 뭐 그런 얘기가 있는데. 나중에 래리의 플레이어가 노발대발했지만 이미 출간물에서 그렇게 다뤄버렸으니 어쩔 수 없었다, 라고 꺼라위키에도 그렇게 서술돼 있더라고?
아니야. 정 반대야
앞서 말했듯 래리는 원래 브라이언 블룸이 테스트용으로 잠깐 굴렸던 저렙 마법사이고. 원래 8인회 구성원도 아니다
하지만 가이각스를 축출하고, TSR 잔류파들이 그레이호크 설정을 자기네 취향으로 써내면서, 8인회를 대마법사들의 모임으로 만들고, 거기에 래리를 대마법사로 만들어서 참가시켰지
그리고 이벤트 넣고 이야기 비튼다고 래리가 8인회를 배신한 것도, 가이각스가 축출된 이후에 TSR이 스스로 전개한 이야기다. 래리의 배반과 그 배후에 관한 상세 소스북인 Rary the Traitor는 가이각스 퇴출된지 한참 후인 92년에 출간된 책이야
저 배반 스토리 상에서 로빌라 경이 래리와 편먹고 8인회 마법사들의 클론까지 다 찾아내서 제거한 걸로 돼 있는데
사실 로빌라 경의 플레이어인 롭 쿤츠는 TSR이 이렇게 전개시킨 걸 보고 불쾌해했어. 로빌라 경이 질서 악 성향이긴 하지만, 오랜 모험 동료 모덴카이넨을 배반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거든
롭 쿤츠는 "저건 로빌라 경이 아니다, 로빌라 경의 사악한 반전 같은 거야" 라고 우겼고, 2007년에 WotC에서 이 설정을 받아들여서, 래리와 편먹었던 건 사실 다른 차원에서 온 로빌라 경의 반전인 빌라로(Bilarro)였다고 설정을 바꿈
가이각스와 TSR에 얽힌 루머는 꽤 뿌리가 깊어서, 가이각스가 나쁜 놈이라고만 사람들이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해외에서도 그런 헛소문은 많았거든. 난 가이각스가 마약 중독자라는 소문도 들어봤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아 시발 캐슬 그레이호크 이건 좀 아니다
정말 좆같다는 건 명백하니깐, 나중에 TSR과 WotC에서 그레이호크 루인, 익스페디션 투 루인 오브 그레이호크 등의 그레이호크 던전 관련 모듈을 내면서 그레이호크 던전 설정을 레트콘해서, WG7 캐슬 그레이호크는 결국 무시하게 돼 버렸지
하지만 TSR과 WotC가 내놓은 그레이호크 던전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이각스의 진퉁 그레이호크 던전은 아니야...
2003년에 가이각스는 롭 쿤츠와 다시 협력해서 진짜 그레이호크 던전을 제대로 책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6부작이고, 룰은 D&D가 아니라 Castles & Crusades 라는 d20/OSR 계열을 사용하고.
하지만 30년 전 캠페인을, 매 플레이마다 거의 즉흥적으로 만들어나갔던 그걸, 50층 넘고 수천개의 방과 함정들을 전부 재현하는 건 지난한 작업이었지. 그리고 가이각스 본인도 뇌졸중으로 작업이 늦었고
결국 가이각스는 2005년 1권째인 Castle Zagyg Part I: Yggsburgh 하고 2008년작 Castle Zagyg: The Upper Works 를 내고 사망함. 롭 쿤츠는 자기 버전의 던전 일부인 Castle Zagyg: Dark Chateau 를 2005년 냈고
어퍼 웍스는 캐슬 재긱(그레이호크)의 지면 상층의 성채 자체까지만 묘사해서, 지하의 던전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다
가이각스의 미망인이 새 회사 세우고 캐슬 재긱 권리를 챙겼다는데, 사실 더 나올 가망은 없다고 생각해. 이제 나와봤자 가이각스 본인이 쓴 것도 아니라서 진짜 그레이호크 던전이라고 인정하기는 미묘하고
이렇게 그레이호크 던전은, 가장 유명하지만 영원히 밝혀지지 않은 환상의 던전이 되었다
그리고 WG7 캐슬 그레이호크는, 영원히 저주받을 오물로 기억될 것이고
내가 첨에 가이각스의 축출 관련 비화를 모르고 WG7을 읽었을때는, 그냥 뭐가 왜 이리 가볍지? 모덴카이넨을 왜 이딴 캐릭터로 묘사하지? 모덴카이넨이 존나 꼬이고 오만하고 제멋대로인 인간이긴 하지만, 그래도 격이란게 있는데... 싶은 정도였는데.
TSR에서 나간 사건을 알게 되면서, 알면 알수록 이 모듈이 싫어지더라. 좀 과민반응일 수는 있지만, 댄저씨들 상당수가 나랑 같은 감정을 공유할 것
TPPG는 태초부터 찌질했구나
어메이징....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3줄 요약까진 아니어도 너무 길다. 요는 어드벤처 모듈로 뻘짓거리랑 찌질이짓 했단거네
그레이호크 틀딱들 너무 틀니딱딱대며 부심부리고 배타적이라 동정도 안감.
TSR 진짜 병신쉨들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