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유일하게 경험이나 해본 게 DnD 5판이고, 이것도 4레벨 찍고 팀이 터져서 제대로 못 해 봤지만...
대충 룰북만 읽어본 입장에서 소감을 말해보면
애초에 레인저는 성능이 문제가 아니고 컨셉부터가 이해 못 하겠다는 느낌이다.
이름은 레인저인데 정보 수집도 물자 확보도 못 하는 거 같음.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판타지 매체에서 본) 레인저는 이런 느낌이다.
말도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돌연 나타나서는
"이 약초를 상처에 덮어. 통증을 줄여주고 붓기를 가라앉혀 줄거야. 그리고 물고기를 몇 마리 잡아왔는데...
불을 피울 수 있는 형편이 아니군. 어쩔 수 없지, 돌아가면 신전 들려서 구충 포션부터 받아 마셔.(우적우적)"
라고 한다던가, 정찰을 갔다 와서는
"쳇, 하필 이 시기에 벨로시랩터라니... 발정기 기간이라서 상대하기 좀 까다로워. 조심히 지나가는 수밖에.
연기 냄새를 싫어하니까 숯을 좀 준비해서 풀을 위에 덮자. 그리고 혹시 싸울 일이 생긴다면, 콧잔등을 우선적으로 노려."
라고 말해주는 느낌.
근데 내가 한 플레이에서는 지하 카타콤과 건물 침투만 있었지 개활지에서 숨어 다닌 적이 일절 없었거든.
그러니까 척후도 도주도 뭣도 없었는데... 그래, 이건 마스터가 레인저 있으면 신경써 줘야 하는 부분이라는 걸로 넘어가자.
근데 정보 수집에서 이점을 얻는 건 실상 favored enemy에 한정되는 데다가, 이점이고 나발이고 실패하면 땡.
평생을 곰 사냥하는 데 바쳤다는 놈이 '야 근데 곰은 몇 월쯤 섹스해???' 라고 물어보면, '어... 몰라?'라고 대답하는
나무위키보다도 얄팍한 지식을 가진 치명적인 사냥꾼(쑻)이 나오는데다가
설사 저 언데드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뭐 약점을 노린다던지,
피해 갈 방법을 찾는다던지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어떤 지침도 없고, 그냥 마스터 재량으로 처리하라는 거 같은데.
마스터가 레인저를 노골적으로 배려해주려고 들지 않는 한에야,
'레인저씨가 열심히 설명충 짓을 했지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없었습니다' 식으로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잖아.
정작 파이터의 배틀 마스터에 보면, Know your enemy라고, 적을 1분 동안 관찰해서 구체적인 정보
(나보다 힘이 센지, 민첩한지, 더 딴딴한지 등등)을 알아볼 수 있는 기술이 있네.
...이런 걸 레인저한테 주면 안 됐던 거야???
지가 평생 동안 언데드 대갈통을 후두려까는 데 바쳤으면, 대충 아 이놈들 몸빵은 이 정도야 하고 아는 게 정상 아님???
그리고 척후 활동을 하느라고 앞으로 나서는 건, 단독행동을 할 때 익숙한 지형에서 스텔스 받으니까 그걸로 살리라는 거 같은데,
팀이 쪼개지는 문제는 둘째치고, 솔직히 게임에서 '아무튼 다다가서 관찰만 하고 옴' 식으로 이야기가 돌아갈 리가 없잖아.
마스터도 어쩔 수 없이 전방에 함정이 있던지, 적 경비가 눈치챌 만한 위기를 만들어 주던지 뭔 방해요소를 넣어야만 할 텐데
만에 하나 함정이 작동되거나 들키게 되면, 레인저가 내성굴림이나 빤스런하는 데 이점이 될 만한 능력이 거의 없음.
험지를 이용해서 요리조리 돌파하는 건 말로는 그럴싸하지, 마스터가 맵을 예쁘게 잘 만들어주지 않는 한 힘든 일이고,
클리셰인 '전력질주 하다가 어딘가에 숨어서 위기 회피'를 하려면, 14레벨이 되어서 Vanish를 익혀야 한다.
한편, 로그는 2레벨부터 그게 가능하다.
여보세요.
위장을 하려면, 10레벨을 찍은 다음 1분의 시간을 들여서 +10을 받을 수 있지만
이 상태에서 고작 포복전진이라도 하면 바로 위장 효과를 잃는다.
...? 이건 위장이 아니라 비트를 파는 기술이었던 건가?????
100m를 몇 시간에 걸쳐 이동해서 저격 포인트 잡고 하는 건 판타지였던 거임?????
결국, 야생에서 정보 수집을 하려고 해도 로그보다 레인저가 그닥 나을 것도 없다는 소리가 된다.
그리고 물자의 확보에 대해서라면...
익숙한 지형에서 식량을 두 배로 확보할 수 있다.
그게 전부다.
현지에서 약초를 채취해서 응급처치를 한다는, 반지의 제왕에서부터 나왔던 유구있는 클리셰는 물론,
안락한 캠프를 만들어서 휴식의 효율을 늘린다던가,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로 장비를 임시 수리하고 덫을 놓는다던가 하는 건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뭐야 이게...
그리고 솔직히 밥 굶는 룰 하드하게 써먹는 플레이 해 본 사람 여기 있어?
그니까, 레인저는 컨셉부터가 뭔가 심각하게 나사가 빠졌다는 생각밖에 안 듬.
야생에 대해 박식하다는 컨셉이라도 제대로 잡혀 있으면, 컨셉종자들이 파티의 베테랑(설명충 컨셉)이니
동물행동학 전문가(신비한 동물사전의 뉴트 스캐맨더 컨셉으로, 모든 몬스터의 구애의 춤에 박식하여 위자드/레인저 멀티클래스 빌드로
모든 생명체와 텍섹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 비스트 마스터니 하는 식으로 쓸 건덕지라도 있겠는데
이건 뭐 화력을 올려놔 봤자 그냥 '잘 걷는 파이터' 정도밖에 안 되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독립적인 클래스가 아니라, '유격전에 능한 파이터'나 '산적으로 활동하는 로그' 정도의 하위 아키타입 정도밖에 안 됨.
모든 생명체와 텍섹하려면 드루이드로 그 생명체로 변신하는게 쉽지 않나? 적어도 정상적인 동물은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D&D 기준으로는 그럴지도 모르겠는데, 내 기준 '모든 생명체'라면 대장균이 되어 다른 개체와 플라스미드를 교환하거나, 행성 규모 지성체와 협력해 다른 행성에 의식을 주입하거나, 공각기동대 인형사처럼 정신적으로 융합/자기복제를 하는 것 포함이야!
아니 그건 위저드가 아니라 위저드 할아버지를 불러야;;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레인저가 활약하는 부분은 스킵하는 게 진행상 편하긴 하지
놀랍게도 전부 맞말임
ㅇㅈ하는바임니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