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링크



하은과 웨더스 소령 쪽도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탕!”


이제 하은이 들고다니는 권총은 거의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넣고 등에 메고 있었던 대구경 샷건을 꺼내든다. 퉁,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를 향해 나이프를 내려찍던 거대한 남성 -그의 몸에는 이미 총구멍이 여러 개 나있었다-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간다. 그것과 동시에 천장에서 새까만 형상이 그들을 덮친다.


“크아악!”


웨더스가 그 형상의 목 -아니면 목이어야 하는 부분- 을 잡아 바닥에 그대로 내려꽂는다. 바닥이 박살난다.


“흐압!”


그가 호쾌한 소리를 지른다. 그와 함께 그 형상의 턱이 머리에서부터 찢겨나가며 바닥에 널부러진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천장에서 그런 형상이 몇 개는 더 달려들어온다. 웨더스가 손 위의 기관포로 두 놈을 공중에서 떨어트린다. 한 놈을 공중에서 잡아 벽에 처박는다. 하은을 향해 달려드는 놈의 머리를 정확하게 맞춰서 박살낸다.


여기서부터는 들여보내주지 않겠다, 라는 거다.


“여기서부턴 혼자 갈 수 있겠지?”


그가 플라즈마 화염을 쏘아낸다. 빛을 두려워하는 듯 검은 형상들이 비명지르며 그림자가 되어 벽 속에 스며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복도 저편에서 더욱 거대한 몸집을 가진 괴수가 등장한다. 한때 인간이었던 것이 분명한 그것Fomori은 네개의 다리를 구르며 두 사람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소령님?”


“아마 이 앞쪽부터는 내 하드수트로는 걸리적거려서 못갈거다.”


“하지만-”


동시에 그 괴물이 돌진해온다. 웨더스가 하은과 그 괴물 사이로 뛰어든다.



쉬익-



증기가 새는 소리와 함께 하드수트의 발에서 래치가 튀어나와 바닥에 수트를 단단히 고정한다. 하드수트의 관절이 프라이멀 에너지의 푸른 빛으로 빛난다.


“그어어!”


그 괴물이 하드수트에게 정면으로 부딪힌다. 괴물의 양 팔을 수트의 팔로 막아낸다. 괴물이 수트를 발로 차지만 흔들릴 뿐 넘어지지는 않는다. 빈틈을 노려 어깨에 장착된 플라즈마 캐논을 목에 한 발 먹인다. 귀를 찢는 비명이 복도를 울린다.


“뭘 하고 있나! 어서 가!”


하은이 주저하지 않고 뒤돌아서서 뛰어간다. 시선이 분산된 웨더스의 빈틈을 노리고 괴물이 플라즈마 캐논을 뜯어내 버린다. 그녀 뒤로 거대한 괴물과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린다. 그 소리가 사라질 때쯤, 그리고 통로의 조명이 하나씩 없어질 때 쯤 검은 형상들이 다시 하은을 습격한다.


“펑!”


샷건으로 한놈의 머리를 날려버린다. 다른 쪽에서 덮쳐오는 형상은 몸을 급격하게 틀어 흘려보낸다. 프리미움 나이프를 옆구리에 꽂고 놈의 등을 타고 오른다.


“큭-”


형상 하나가 하은을 덮친다.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하은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동시에 하은의 양쪽 팔을 형상 들이 하나씩 잡아 바닥에 단단히 내리누른다. 그녀의 위에 마운팅 자세로 올라타는 검은 형상. 그것이 검은 혀를 낼름거리는 것 같다. 차갑기 그지없는 검은 액체가 하은의 목덜미에 떨어진다.


이대로는 당한다, 는 생각과 함께 하은의 시선이 복도를 훝는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이 상황에서 탈출할 길Magick이 그려진다. 아까의 모습을 떠올린다.



빛. 사라지는 형상들.



형상이 그녀의 심장을 향해 찌르려는 듯 손을 들어올리는 것과 동시에 그녀가 양쪽 다리를 뻗어 놈의 목을 잡는다.


“끄어-”


온 힘을 다해 놈의 상체를 젖힌다. 그녀의 양팔을 잡고 있던 놈들의 시선이 쏠린 순간 그녀가 양쪽 손을 꽉 쥔다. 팔목 보호대에 내장되어있던 프리미움 칼날이 튀어나와 놈들의 손을 썰어버린다. 고통과 분노에 찬 비명이 끝나기도전에 그녀가 간신히 자유롭게된 한쪽 손으로 권총을 꺼내든다. 놈들을 쏘는 대신 천장을 향해, 어둠속의 한 점으로 총탄을 쏘아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총탄에 맞은 전구가 터진다. 일순간 복도를 휩쓰는 밝은 빛. 형상들이 비명지르며 그 실체를 잃은 듯 반투명해진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하은이 프리미움 나이프로 형상들의 목을 깔끔한 궤적으로 베어버린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형상들이 사라진다.


“...”


하은이 일어선다. 팔목 보호대의 칼날이 다시 수납된다. 그녀가 통로를 다시 뛰어가기 시작한다. 코너. 다시 한번 코너. 돌아서는-


“!”


누군가 있다. 그녀의 권총이 반사적으로 상대방을 향한다. 그러나 하은의 총구가 그의 이마에 닿기전에 그가 먼저 권총을 쳐낸다. 자신보다 빠르고, 노련하고, 강하다. 노려지는건 그녀였다. 어두운 조명이 두 사람의 얼굴을 스쳐지나간다.


“...”


총소리 대신, 탄식에 가까운 신음이 들려온다.


“하. 또 너냐.”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그녀를 사냥했던 신디케이트의 요원, 정우재다.


“아까는 늑대인간에, 이제는 너군. 살아있었나보지?”


하은의 이마에 차가운 금속이 닿는다. 쳐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현실 그 자체를 비트는 수밖에 없-


“찰칵.”


정우재 감독관이 권총을 거둔다.


“뭐 하는거지?”


하은의 물음에 정우재가 고개를 까딱이며 대답한다.


“복수는 했으니까. 네가 살아있다면 그 거머리가 불타 죽었다는 이야기겠지. 서로 죽일 이유가 있나?”


지극히 신디케이트스러운 답을 내놓으며 그가 묻는다.


“그래서, 넌 여기 왜-”



“안녕, 도로시.”



어두운 통로 안을 싸늘한 목소리가 훝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그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한다. 인형 같은 움직임의 여자.


“네 가명인가?”


원한을 품은 여자의 살기가 온몸을 압박해 오는 것을 느끼며 정우재가 하은에게 묻는다. 그녀가 끄덕인다. 두 사람의 총구가 서향을 향한다.


“더욱 서로 죽일 이유는 없는 것 같군.”


적의 적은 순식간에 아군이 된다. 서향이 그들을 향해 다가오며 손을 뻗는다.


-콰직.


그들 밑의 바닥이 순식간에 내려앉는다. 두 사람이 휘청거린다. 하은이 서향을 향해 돌아서서는 총탄을 내쏜다. 그러나 총탄은 그녀 주위에서 말 그대로 녹아버린다. 공중에서 금속이 액화되며 불꽃이 번쩍인다. 패러독스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쐐액-



정우재가 권총을 하나 더 뽑아 쏜다. 세팅에 따라 탄종이 달라지는 미래적인 병기 몰니르 MK7 나노팩 피스톨이다. 탄창의 나노팩토리가 만들어낸 작은 수십개의 탄이 마치 산탄처럼 공기를 가르며 흩뿌려진다. 그러나 서향이 두르고 있는 현실교란적인 막에 의해 전부 막힌다. 서향이 손을 내려친다. 엄청난 중압이 그들이 서있는 곳을 내려찍지만, 그 전에 두 사람이 튀어나간다. 하은이 품에서 투척용의 프리미움 나이프를 던진다. 서향이 손을 들어 그것을 막으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빨리 정우재의 나노 피스톨이 산탄을 토해낸다. 반사적으로 그 탄을 공간을 뒤틀어 막아낸다. 산탄들이 궤적을 바꾸어 마치 폭풍에 밀려나는 나뭇잎처럼 더욱 넓게 퍼져 서향을 빗겨 간다.


그 사이로, 하은이 던진 또 하나의 프리미움 나이프가 공간을 가른다.


서향이 왜곡한 공간. 산탄으로 조각 난 공간 왜곡. 보이지 않지만, 산탄이 빗겨나가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하은의 머릿속에서 왜곡장은 자물쇠로 형상화Magick된다. 마치 열쇠가 자물쇠에 꽂히듯, 나이프가 공간 사이의 희미한 틈을 파고든다.



푹.



서향의 어깨에 칼날이 꽂힌다. 그녀가 나이프를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짓는다. 예전에는 남아 있던 통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한쪽 팔을 들어올린다.


“합!”


그녀가 무언가 하기도 전에 정우재의 킥이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한다. 흔들리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그녀의 몸. 그러나 처음부터 현실교란적인 능력으로 움직이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균형을 잡는다. 마치 실이 달린 인형이 강제로 일으켜지듯 그녀의 몸이 휘청거리며 똑바로 선다. 그녀가 한쪽 팔을 휘두르자 진동이 그녀 앞의 공간을 뒤흔든다. 위기를 감지한 정우재가 재빨리 피스톨에서 견제용 산탄을 쏘며 뒤로 몸을 뺀다.



그러고보니, 이상하다.



한쪽 팔만 휘두르는 그녀. 하은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다. 데미안의 예언 속에서, 그리고 하은이 구출한 늑대인간인 이세연이 그려준 그림에서 보았던 여자. 동양계에, 한쪽 어깨 위에 악마가 앉아 있는-


“VP!”


그녀의 생각을 흐트러트리듯 서향을 호위하려 달려온 경비부대가 그들에게 총을 쏜다. 하은이 엄폐물에 숨는다. 정우재도 엄폐물에 숨어서, 상체만 내놓고 견제사격을 가한다. 얼굴은 소매로 가린채다. 그 방탄 성능을 자랑하듯, 권총탄 하나가 소매에 튕겨나간다.


“VP, 저희가 호위하겠습니다!”


브린슨이 엄폐물에 사격하며 서향 앞에 붙는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임무에 충실하다. 정확히는 월급에, 더 정확히는 가족에게 충실한거지만.


“저 여자 죽여.”


서향이 거칠게 말한다.


“VP?”


“저 여자, 죽이라고!”


그녀가 증오를 담아 명령한다. 브린슨이 어쩔 수 없이 부하들에게 지시한다.


“엄호 사격!”


엄청난 총탄이 쏘아진다. 방탄장비를 갖추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총 사격이 이렇게 쏟아져서야 몸을 내밀수조차 없다. 하은이 숨어 있는 엄폐물이 총탄으로 인해 박살난 지경이 된다. 그녀가 엄폐물에서 탈출하려는 순간.


“위다.”


주위가 조용해지는 기분. 어느새 그녀의 옆에 교관The Man이 서있었다. 그의 시선이 위를 향한다. 하은의 시선이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수없이 쏟아지는 총탄 가운데 무언가가 있다. 하은이 엄폐물 뒤에서 공중을 나는 수류탄을 눈으로 추적한다. 그녀가 권총을 공중에 겨눈다. 그녀의 손을 교관The Man이 인도한다.



콰앙-



하은이 쏘아낸 총탄이 공중에서 수류탄을 저격한다. 파편이 브린슨의 부대를 덮치고, 폭압이 통로를 뒤흔든다. 일시적으로 사격이 중단된다.


“제기랄, 뭐하나! 더 쏘란 말야! 안 보여도 일단 쏴!”


브린슨이 기침하며 명령한다. 그러나 그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방금까지만 해도 그가 호위하고 있던 서향이 없다.


“VP? 어디계십니까!”


그가 뒤를 돌아본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녀가 눈을 감은채 손을 뻗고 있었다. 브린슨을 오한이 습격한다. 구체적인 모습은 다를지언정 이런 상황에 몇번이나 휘말려들어왔다. 그가 외친다.


“다들 물러나라! 물러-”


그의 말이 무색하게도 서향이 마치 찍어누르듯, 뻗은 팔을 허공에 내려친다. 동시에 통로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부하들의 비명과 함께 콘크리트, 철근, 수없이 뿌려진 탄피와 부서진 탄자가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떨어져내린다. 하은과 정우재도 마찬가지다. 파편과 어둠이 그들을 덮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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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정도 남은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