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데다 썼던 글인데, 탈갤 반응도 함 들어보고싶어져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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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주인공의 맞수이자 상대역으로서 극을 이끌어가는 캐릭터.
빌런의 역할은 다른 창작물에서도 중요하지만 RPG에서는 특히 더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일반적인 창작물과 달리 RPG에서는 창작자(=마스터) 가 주인공을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을 능동적으로 조종할 수 없는 만큼 주변 세계 및 제반환경을 통해 PC들의 행동을 유도함으로써 극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이때 가장 핵심적이고 강력한 도구가 빌런입니다. 까놓고 말해서 매력적인 빌런만 있으면 캠페인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도 될 정도로 과언이 아닐 정도로요.
하지만 매력적인 빌런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RPG는 기본적으로 공동창작적인 성향을 띄고 있어, 평소 소설 쓰듯이 캐릭터를 굴렸다간 자캐딸 소리를 들으며 욕을 잔뜩 처먹기 십상이죠. 그렇기 때문에 빌런의 디자인 및 인게임에서의 운용은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시나리오를 짤 때 가장 많이 생각하고 준비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는 좋은 빌런을 짜기 위해 꼭 체크해야봐야 할 요소들을 다룹니다.
1. 강하게 만들어라.
어쩌면 굳이 말로 적을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소리입니다. 빌런은 강해야 합니다. 강해야 일행에게 위협이 되고, 위협이 되어야 플레이에 긴장감이 생기니까요. 설마 시나리오를 이끌어나갈 빌런을 툭 치면 억 하고 죽는 ㅄ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저 "강함"의 정의입니다. 강하다는 건 뭘까요? 아무런 어려움 없이 PC들을 전부 쓸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 물론 그것도 강함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죠. [시빌 워] 의 제모 남작처럼, 특별히 강한 초능력이나 물리력 없이도 좋은 빌런으로 탄생한 경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빌런에게 있어 강함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PC들이 총력을 다해도 무력화시키기 어려운, PC들을 위협하는 해당 빌런만의 강점 을 강함으로 정의하고 싶습니다. 일반적인 RPG의 경우 이 강함은 7할 물리적인 강함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꼭 무력일 필요는 없습니다. 두뇌싸움을 주 무기로 하는 빌런이라면 악마의 지략이 무기가 될 것이고, 언변과 지위를 바탕으로 PC들을 휘두르는 캐릭터라면 그 신분이 그의 강함이 되겠지요. 어찌됐던 빌런에게 어떤 특출난 요소가 있고, 그것이 PC들에게 유의미한 위협이 된다면 그 요소야말로 해당 빌런의 강함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꼭 힘이 강해야만 좋은 빌런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다못해 애니판 [포켓몬스터] 의 로켓단만 해도 거의 허구헌 날 지우를 비롯한 주인공 일당에게 두들겨맞고 살지만, 그럼에도 좋은 악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경우 그들의 강함은 (비록 개그적 요소가 있긴 하나) 어떤 험한 꼴을 당하든 살아남는 불굴의 생존력과 피카츄 포획을 절대 단념하지 않는 그 끈덕진 의지에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외에도 직접 전투력이 낮아도 좋은 빌런으로 평가받는 케이스는 많으니 한번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2. 이론이나 동기를 만들고, 그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라.
경험이 많지 않은 창작자가 빌런을 디자인할 때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좋은 빌런이라면 악행을 해야만 하는 / 악인으로 타락하게 된 뒷사정이 있어야 한다" 라고 믿어버리는 겁니다. 혹은 그렇게 했다가 좀 데여본(...) 창작자는 오히려 반대로 흑화해서 "좋은 빌런은 이것저것 핑계대지 말고 철저하게 악을 관철해야 한다" 라고 가기도 하지요. 실제로 빌런론이 화제로 등판했을 때 가장 많이 싸움붙는 게 이 두 파벌의 입장차이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둘 중 어느 쪽이 정답일까요?
정답은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니다" 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두 영역 - 뒷사정이 있는 파 / 구구절절 핑계대지 않는 파 - 모두에 좋은 빌런의 예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슈퍼히어로물로 예시를 들면 전자의 대표격으로는 제모나 타노스, 후자의 대표격으로는 조커 (ver. 다크 나이트 트릴로지)를 들 수 있겠네요. 둘 다 벡터는 다르지만 어디 내놓아도 내로랄 데 없는 훌륭한 악역의 표본입니다. 감히 우열을 정하기도 힘들뿐더러, 억지로 정해봤자 싸움만 날 테지요. 하지만 그렇다면 좋은 빌런을 이루는 조건은 대체 무엇일까요?
진실을 말하자면, 사정이 있고 없고는 애초에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입니다. 하나도 안 중요해요.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뒷사정이든 아니든 간에 해당 빌런이 악행을 저지르는 그 빌런만의 이론/동기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는 것과, 그 스스로가 짜낸 동기에 대한 부술 수 없는 확신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빌런이 지닌 이론이나 동기는 꼭 이해나 동정을 구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어도 됩니다. 조커처럼 "배트맨을 무너뜨리고 싶다" 라는 순수한 욕망이어도 상관없고, 더 아래로 내려가면 단순한 이기심이나 탐욕이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원피스] 알라바스타편의 크로커다일이 뭐 거창한 대의가 있어서 크간지로 평가받던가요? [자이언트]의 조필연은? [드래곤볼]의 프리더는? 그들 전부 순수한 권력욕과 이기심에 의거해 악행을 저지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은 그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어째서?
물론 첫 번째 이유는 그들이 강해서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두 번째 이유가 있으니, 바로 자기 자신의 사악성을 결코 의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좋은 빌런이라면 자기 자신의 사상, 이론, 욕망을 100% 긍정해야 하고, 자신이 나아가는 길에 망설임이 없어야 합니다. 강한 확신은 그만큼 거침없고 강력한 행보로 이어지며, 빌런에게 확실한 생동감과 카리스마를 부여합니다. 특히 이 확신이 광기에 가까운 수준일수록 좋은 빌런이 될 확률이 높은데, 그런 유형의 캐릭터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위해 자기파괴적인 도박수마저 아무런 거리낌없이 행하기 때문입니다. 예시를 들자면 위에서 열거한 조커를 포함해 [메다카 박스]의 쿠마가와, [단간론파 2]의 코마에다 등이 바로 이 "확신이 광기에 이른 타입" 의 빌런이라 할 수 있겠네요. 모두 해당 창작물을 접한 독자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끄는 캐릭터들이죠.
그리고 바로 이런 관점에서, 아까 말한 "빌런에겐 뒷사정이 있어야 한다" 가 어째서 정답이 아닌지도 알 수 있습니다. 뒷사정이 있어서 뭐가 어쨌단 거죠? 그 사정이 빌런에게 확신을 주는 용도가 아닌, 그저 독자들에게 "얘가 이렇게 불쌍해요~" 라면서 빌런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용도로만 쓰인다면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워낙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는 창작자들이 많아서인지 아예 나무위키에 별도 항목으로 박제되어 있을 정도로 유명한 클리셰이기도 하죠 (자세한 것은 "이 녀석도 사실은 불쌍한 녀석이었어" 항목 참조). 저게 왜 나쁜지는 저 항목에 잘 설명되어있으니까 나머지는 그쪽을 참조하세요.
3. 이론/사상을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라
2에 의해 빌런에게 확고한 동기를 부여했다면, 이제 그걸 전달할 방법을 생각해야 합니다. 당연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설정이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지요. 보통 크게 세 가지 방법 중 하나를 택하는데, 각각 효과적인 정도에 따라 상책/중책/하책으로 나누어보겠습니다.
하책은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직접 설명하게 하는 겁니다. 자기가 어떤 생각을 가졌고,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옳고 등등을 주저리주저리. 문제는 이렇게 하면 높은 확률로 그저 서로 자기 입장만을 주장하는 지리멸렬한 말싸움이 되기 십상이므로 이런 방법은 가능하면 안 취하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주인공이나 빌런이나 하찮은 입씨름 따위로 자기 입장을 고치거나 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다만 빌런이 솔플/암약형일 경우 이렇게밖에 전달할 수 없는 경우가 분명 있기에 너무 배척하지는 말고, 시나리오 구조상 다른 두 방식을 쓰기 힘들 때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중책은 해당 캐릭터가 아닌 다른 캐릭터의 입을 빌려 설명하는 겁니다. 그 캐릭터는 아마 이러이러한 동기에서 일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어쩌구저쩌구. 하책에 비해서 나은 점은 남의 입을 빌려 말하기 때문에 훨씬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그로 인해 소모적인 입씨름이 아닌 무언가 생산적인 결론 (하다못해 각오를 확실하게 다지는 것이라도) 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보다 쉽게 말하면, 전자는 늘어지면 짜증날 확률이 있지만 후자는 그럴 일이 없습니다. 꽤나 확실한 메리트죠.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상책은, 말로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 깨닫게 하는 겁니다. 빌런이 어떤 행동을 했고, 그 영향으로 발생한 결과를 통해 주인공이 빌런의 의도를 추측하게 하는 것. 이 부분이 위에서 말한 "광기어린 확신" 부분과 결합하면 엄청나게 강렬하고 임팩트 넘치는 씬을 찍을 수 있으며, 그것만으로 캐릭터의 인기를 수직상승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언제나 쓸 수는 없는데다 "빌런의 임팩트 넘치는 행보 = 예고 없이 주인공 측에 강력한 마이너스 폭탄을 던지는 것" 과 일맥상통하기도 해서 주의해서 써야 하긴 합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경우 단순히 동기가 아닌 "얘네들도 사실 사정이 있었다" 를 세련되게 전달하기 위해선 거의 반 필수적으로 취해야 하는 방법입니다. 왜냐면 이게... 사정 떠벌이는 자기가 하든 남이 하든 말로만 들으면 아무 감흥이 없습니다. 거의 열에 아홉은 "그래서 뭐?" 라는 반응이 돌아오거든요. 그러니 그러지 말고, 예컨대 본격적인 악행 전에 좋은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든가 아예 주인공에게 선뜻 힘을 빌려준다든가 하는 식으로 인간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어필을 슬쩍 해주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악행을 접했을 때 "그때 그 사람이 그런 일을? 왜?" 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넘어가 PC들을 궁금하게 만들 수 있거든요. 사소하지만 유용한 테크닉이니 별표 다섯개 치고 기억해두세요.
4. 대칭되는 상징성을 부여한다.
진짜, 진짜진짜진짜 존나 중요합니다. 어느 정도냐면 단순히 '괜찮은 빌런' 과 '좋은/굉장한 빌런' 을 나누는 기준이 이 상징성의 유무일 정도로 중요해요. 이 글에서 다른 거 다 버려도 이 4번만 얻어가셔도 큰 수확입니다.
모든 주인공에게는 그 캐릭터가 상징하는 바가 있습니다. 슈퍼맨은 완벽한 힘과 정신을 지닌 결코 굴하지 않는 인류의 희망. 배트맨은 때로는 거친 방법도 불사하되, 결코 상대를 죽이지는 않는 불살신념. 아이언맨은 군수산업의 수괴와 인류의 영웅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아이덴티티가 공존하는 모순된 히어로. 제대로 된 "서사"를 갖춘 이야기라면 주인공에게 반드시 핵심이 되는 특성을 부여하기 마련이며, 이 특성이 해당 캐릭터가 지닌 매력의 근원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빌런, 특히 스토리를 대표하고 이끌어나갈 핵심 빌런들은 반드시 이와 대칭되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위에 언급한 슈퍼맨/배트맨인데, DC 독자들이 평가하는 이 둘의 아치 에너미는 렉스 루터와 조커지만 사실 세계관적으로 보면 빌런이면서 이 둘보다 강한 놈들은 엄청 많습니다. 당장 슈퍼맨만 봐도 다크사이드까지 갈 것도 없이 둠스데이 선에서 루터 따위는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고, 배트맨의 조커도 육체적으로는 그리 특출날 것이 없는 편이죠. 그러나 이 둘이 슈퍼맨/배트맨의 숙적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이 두 캐릭터가 각 히어로가 지닌 근본적인 모순점 ("한 사람의 전능자에게 인류의 미래를 의탁해서야 되겠나?" / "교정할 수 없는 악의와 마주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를 꿰뚫고 있고, 그에 따라 결코 무력으로는 꺾을 수 없는 고유한 상징성을 보유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런 타입의 빌런을 물리치기 위해선 단순히 두들겨패는 힘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대한 심도깊은 고찰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바로 이 과정에서 서사가 탄생하며 이야기에 깊이가 더해집니다.
예를 들어, 명작 영화인 놀란의 [다크 나이트] 를 한번 생각해봅시다. 이 영화에서 조커가 배트맨에게 패배한 순간은 사실 중간에 붙잡혀서 두들겨맞을 때가 아닙니다. 외려 흠씬 두드려맞는 순간에서도 조커는 시종일관 여유로운 태도를 잃지 않고, 오히려 배트맨 쪽이 정신적으로 몰린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그 유명한 "두 개의 배" 씬이 있은 후 조커는 비로소 정색하게 되고, 자기 쪽에서 폭탄을 점화시켜 억지로 사상을 주입시키려 하나 바로 죽빵을 맞고 제압됩니다. 그리고 이때야말로 비로소 배트맨이 조커에게 진정으로 "승리" 한 순간인 겁니다. 주인공에게 승리를 가져다준 것이 주인공의 힘이 아닌 외부 평범한 민간인들의 행동이라는 점. 그러나 그 행동이야말로 주인공의 신념 - 사람에 대한 희망 - 을 긍정하는 부분이라는 점이 [다크 나이트] 가 명작으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빌런에게 확고한 대립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너무나도 멋진 방법으로 꺾었기 때문에.
빌런이 지닌 상징성은 주인공과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단순한 힘싸움 구도에서 벗어나 이 싸움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를 고찰하게 만드는 동기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사상을 관철시켜야 할 이유를 찾게 만드는 힘입니다. 빌런에게 확실한 상징성이 있다는 것만으로, 그리고 그것을 주인공이 납득할 만한 방식으로 꺾는다는 것만으로 이야기의 품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대폭 상승합니다. 좋은 빌런을 만들고 싶다면 이 점을 꼭, 꼭 기억하시길 바래요.
5. 걸맞는 결말을 부여한다.
빌런을 등장시키는 것은 쉽습니다.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로 멋지고 임팩트 있는 연출과 함께 내보내면 되니까요. 하지만 빌런을 퇴장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빌런은 기본적으로 주인공에게 패배하게 되어있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패배를 아무리 공들여 연출한들 결국 패배인데, 어떻게 멋질 수가 있겠습니까? 어불성설이죠.
그렇기 때문에 빌런은 그 행보만큼이나 결말에 대해 심사숙고하여 생각해야 합니다. 특히 캠페인의 대미를 장식할 최종보스라면 반드시 그에 걸맞는 엔딩을 내주어야 하죠. 우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징성을 지닌 빌런이라면 반드시 그 상징성을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꺾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는 것. 상대가 희생에 의한 진보를 긍정하는 빌런이라면 희생 없이도 세계가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고, 이상론적인 해법을 부정하는 빌런이라면 이상이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세상을 좋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 "보여준다" 는 단순히 주인공의 몇 마디 말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그때까지 주인공의 행보 & 그로 인해 발생한 영향을 통해 뒷받침해줘야 하지요. 이 부분이 잘되면 정말 감동적인 엔딩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유념해야 할 것은, 절대 마스터의 입장에서 빌런을 동정하지 말라는 겁니다. 인간적인 사정을 주는 것 자체는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정을 PL이나 PC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요해선 안 됩니다. 캐릭터가 팔라딘이 아닌 이상 "빌런을 이렇게 처우해야 한다" 에 정답은 없으며, 반드시 살려줘야 한다는 법 또한 없습니다. 만약 빌런이 살아서 PC들에게 생포당했다면, 그냥 그들이 알아서 처우하게 냅두세요. 지금까지 제대로 이야기에 따라와준 플레이어라면 반드시 엔딩 장면에서도 납득할만한 선택을 보여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은근히 간과하기 쉬운 사항입니다만, 빌런의 운명은 PC들 본인이 스스로 결정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뭐 강연의 엔비처럼 붙잡히고 자살 이정도까지는 괜찮지만 아예 PC들 손으로 붙잡지도 못하고 끝나는 건 별로입니다. 이 부분은 알게 모르게 최종만족감에 정말 큰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기 때문에 전개를 좀 수정해서라도 꼭꼭 넣어주는게 좋아요.
이상 제 짧은 경험에서 뽑아내 정리한 "좋은 빌런 만들기" 강의였습니다. 이 철학이 꼭 모든 상황에 100% 들어맞는다고 보긴 어려우나 (ex) 빌런이 자신의 행동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지만, "고뇌하는 빌런" 또한 좋은 빌런이 될 수 있음), 이 사항들을 충실히 지키면 한 90% 정도는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빌런이 실패하지 않으면 이야기 또한 좀처럼 실패하기 어려운 법이죠. 그러니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한번 자기가 짠 빌런이 이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는지를 한번쯤은 체크해 보도록 합시다.
렉스 루터는 이제 별로 악역 같지가 않아서...좋은 빌런 만들기 글은 참 좋아용 고맙습니답
다 좋은데 2번은 어느쪽도 정답이 아니라해놓고 너무 후자를 편들어준듯? - dc App
그런가 ㅋㅋ 나 개인은 오히려 사정있는쪽을 선호하고 많이내는데 ㅋㅋ 역으로 의식해버렸납네
쓉덕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비유가 많긴 한데 좋은글이라 추천
오히려 4번이 적절한 조언인지 좀 의문임. Trpg는 주인공이 여러명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테마와 대칭되는 악당을 뽑아내기 더 힘듦. 힘든걸 떠나서도 trpg보다 영화 만화등의 기존 매체에 더 적합한 느낌의 조언임.
글쎄 그 "가치관이 다른 여럿" 이 한데 뭉쳐 행동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통의 목적이나 테마가 필요하긴 하니까. 여러번 마스터링 해본 경험상으로는 결국 뭐가 나오긴 나오더라고. 그게 아닌 경우는 진짜 올드스쿨 던전까기식 진행일텐데 그쪽은 어차피 이야기가 중요한게 아니니 이런 글이 필요가 없고 ㅋ
글고 사실 공통의 테마가 아니라 한명만의 테마라도 그 영역이 충분히 포괄적이면 공통의 문제가 되더라. 예컨대 팔라딘 PC가 정플에 있으면 질서랑 선이 충돌하는 딜레마적 구도를 한번쯤 내곤 하잖아? 그런 느낌
딴데다 쓴 걸 가져온 거 치고는 괜찮은듯 - dc App
대칭성이란게 pc공통의 이상과 상반되는 이미지로 만들란건가?
그것도 있고, 개인사에서 나온 빌런이면 그 개인적인 테마에만 상반되어도 되고.
개인사에 나온 빌런에 지나치게 비중을 둬버리면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한명한테 쏠리지 않을까 싶은데, 이 경우에도 빌런을 임팩트있게 구현함?
꽤 고민했던 문제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 캐릭터들끼리 친하고 2. 스폿을 확실히 순서대로 돌려서 줄수있다면 별 문제 음슴. 파티간에 친밀도가 높으면 남의 문제도 보통 자기 문제로 여기게 되는데다, 다음 차례에는 나라는 확신이 있으면 오히려 기대감이 드높아지므로
어렵고망...
대칭성이나 테마같은 용어를 쓰니까 어려운거지 특정 멤버를 저격하는 악당을 내놓는다는 느낌으로 내면 쉬울 듯.
글고 사실 실제 마스터링 할때 개인적인 빌런이 진짜 "개인적" 인 수준에서 끝나는경우는 그닥 없어. 왜냐면 애초에 시트메이킹 단계에서 개인사를 전체 이야기랑 조율하기 힘들거같으면 퇴짜를 주면되니까. 예를들어 반지의제왕의 아라고른 배경스토리는 사실 반지파괴 자체랑은 아무 상관없지만 "사우론을 타도하는 전쟁" 이라는 테마랑 합치되니까 받아들여지잖음? 그런느낌
혹은 좀 더 밀착적인 예시를 들자면 호빗의 그 오크대장도 따지고보면 소린 개인의 아치에너미인 셈이지만 파티 전체 내지는 이야기와 떼놓을수없는 운명이자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크대장 영화에서 존나잘뽑혔더라... pc 하나의 개인적인 적이 시나리오 전체에 어떻게 녹아날수있는지 좋은예시인듯
헙 난 빌런이었던 거시다. -봄베이는 맛난 술이라니까
그냥 일반적인 작법론이고 딱히 trpg 팁 같지 않음
들켰누ㅋ
광룡
근데 TRPG에서도 GM 입장에서 빌런을 잘 만들어야 하는 건 사실임 선악 대립 구도에서는 악당이 항상 주도적으로 사건을 만들고, 영웅은 그거에 반응하는 것이 기본 구도라 캠페인 얼굴마담 BBEG 하나만 잘 만들어도 캠페인은 괜춘하게 굴러가는 편이지.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해
데스윙만 있어도 확팩하나는 굴러가
trpg에 적용되기 힘들겠다 싶긴하지만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야된다면 참고가 될만한 글임
다만 다크나이트 조커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광기어린 모습을 보여준다뿐이지 완전히 이유없이 행동하는 빌런은 아님 다크나이트에서 보여줬던 모습들은 배트맨을 무너뜨리고 싶다가 맞긴하지만 조커는 배트맨을 무너뜨려야하는 이유가 확실히 있었음 그래서 그렇게 단순하게 막가파 빌런에 예시로 들어줄 만한 빌런은 아니라고 생각함
나도 TRPG에는 안 어울린다고 봄. 특히 강하게 만들라는 구절은 잘못 이해하면 일반적으로 "져줘야"하는 마스터링에서 이기려는 짓이 될 수 있는거고 플레이어 하이라이트도 빼앗기 쉽상임. 어차피 인카운터는 PC들 수준에 맞춰서 내게 되어있는거고. 그런 것보단 "귀찮게" 만드는 게 낫지.
RPG를 하자는 거임 소설을 쓰자는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