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룰 던월 대신 뭐하냐는 대답에 나오는 선택지는(정발 여부 불문 실제로) D20밖에 없다시피한데, 조금이라도 해봤으면 알겠지만 인카운터라는 게 놓으라는 대로 몬스터 놓고 다가 아니다. 특히 1레벨로 시작시키는 살떨리는 인카운터 CR을 뭘로 채우느냐에 따라 플레이어들의 전멸 확률은 하늘과 땅을 오간다. 몬스터 데이터와 PC 데이터를 플레이 경험없이 한눈에 보자마자 계산해서 배치하는 게, 과연 마스터 액션으로 피해 이외의 무언가를 선언해서 죽음만은 면하게 해주는 것보다 쉬운 일일까?


특히 마스터로 입문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실친들과 플레이를 하거나, 그게 아니라도 같은 초보들을 모아서 첫 팀을 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 커진다. 다른 룰에 좀 익숙하다는 사람도 D20 처음 잡으면 뭐부터 할지 눈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아무 도움 없이 효율적으로 시트를 짜는 건 더더욱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되면 플레이 중간에 생길 변수는 더 늘어나고, 위와 같이 \'데이터상\' 피할 수 없는 상황도 더욱 잦을 수밖에 없다. GM이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골든 룰로 플레이어들이 흥미를 잃지 않게 해주는 것인데, 이 지경까지 오면 미리 준비된 데이터의 우월함은 가치가 떨어지고, 비싼 룰북과 빼곡하고 가독성 거지같은 텍스트의 문제는 더더욱 부각된다.

물론 이 문제에는 사실 골든 정답이 이미 있다. 무슨 룰이 맞느냐는 사람마다 다 다르고, 뭘로 입문하는 게 좋을지도 그에 따라 다 다르다는 점이다. 근데 중요한 건 던전월드는 번역되어있고, 룰이 무료로 공개되어있고, 반드시 숙지해야 할 메커닉의 양이 적다는 점이다. 던전월드가 정말 안 맞아서 결국 13시대 룰북 찾아서 사다 읽어야 할수도 있다. 근데 그게 꼭 던전월드 한국어 공개판 훑어보기 전일 필요는 없다. 한번 보고 이건 어렵겠다 싶으면 딴거 사도 된다. 너희에겐 익숙한 길이고 돈이 아갑지 않겠지만 입문자, 그것도 마스터는 신중하다. 도합 15만원에 영어인 던전 앤 드래곤은 커녕, 4만원짜리 13시대 룰북이 돈값을 할지 확신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선택의 기회를 합리적으로 가지게 해줘라. 니 싫은 룰이라고 대듬 똥이니까 보지도 말라는 심술맞은 소리하지 말고. 그럴거면 니가 그 좋다는 룰로 플 한번 열어서 맥여주던가.

PS. 이미 뭔가 사버린 늅 DM을 위한 노하우 하나 알려주자면, 1레벨에 없어보이는 약한 몬스터로 인카운터 채우는 걸 주저하지 마라. 그리고 저레벨은 룰보고 빡빡하게 경험치나 점진 계산하지 말고 빨리빨리 올려줘라. 모험가가 좀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13시대 댄디 불문 3레벨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