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명의 모험가들이 있었어. 궁수와 야만전사, 마술사, 성직자, 그리고 격투가였지. 온갖 장소에서 모인 그들은 금붙이와 마법 물품을 갈퀴로 긁어모으기 위한 모험을 하고 있었어.

어느날, 그들은 북방의 한 엘프 마을에 도착하게 돼. 주변에 사나운 오크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엘프들은 일종의 카타콤을 짓고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며 살고 있었지.

공교롭게도 모험가들이 도착한 시기는 오크들과의 갈등이 극심하던 시기였지. 코렐론 라레시안을 섬기는 그들과 그룸쉬를 섬기던 오크들은 종교적인 분쟁 상태에 놓여있었어. 때문에 마을의 장로는 모험가들에게 마을에 머물며 오크들로부터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했어.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밤. 아니나다를까 오크 무리가 침공해왔어. 미리 대비를 한 탓에 일방적으로 밀리는 일은 없었지만, 오크들 중 여럿이 카타콤 안으로 진입하고 말았어. 필시 신성모독적인 일이 발생할게 분명했지.

장로는 모험가들에게 부탁했어. 부디 자신들이 모시는 신이 모욕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또, 감히 자신들의 신전에 침입한 놈들의 목을 쳐서 위엄을 지키게 해달라고 말야.



<대충 상상한 엘프 카타콤. 다크비전이 없는 똥닌겐들이 고생할 줄 알았건만...>


지하에 형성된 엘프들의 신전은 빛 한점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어. 그러나 이계의 신, 야훼를 믿는 사제가 빛이 있으라 외치자, 모험가들의 무기에 빛이 깃들었지. 칼 끝에, 쇠뇌 끝에 어린 빛을 등불삼아 그들은 나아가기 시작했어.

마침내 오크들의 기척을 발견한 그들은 대열을 갖추어 한 방안에 진입했어. 희미하게 빛나는 엘프 신의 성상이 기괴한 검은 기류에 삼켜지고 있는 중이었지. 마침내 목표를 찾았다 싶어 나아간 순간, 숨어있던 오크들이 쇠뇌를 쏘아대기 시작했지.

용의 피가 흐르는 야만전사는 포효하며 달려들었어. 야성의 본능으로 오크들의 기습을 간파한 그는 재빠르게
오크들 틈으로 파고 들었지. 허공을 나는 쇠붙이가 몸을 파고드는 것도 무시한 채 달음박질한 그는, 계단을 나는 듯 도약해 오크들 한가운데 섰어.



<Dragon Fear feat는 개인적으로 신의 한수가 아니었나 싶다.>


야만전사의 입에서 끔찍한 포효가 흘러나왔어. 진정한 용과도 같은 그 괴성에 오크들은 피가 식는 듯한 공포에 떨어야 했지. 네 오크들 중 셋은 신앙심을 무기삼아 버텨냈지만, 나머지 하나는 두려움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어.

뭐, 한 명은 전력 외 판정을 받게 되었지만, 남은 세 오크는 분노의 칼날을 마음껏 휘둘렀어. 변변찮은 방어구 없이 뛰어든 야만전사는 신나게 두들겨맞았지. 비늘이 깨어지고 사방으로 피가 튀었지.

그때, 야만전사의 동료들이 제단 앞으로 도착했어.




<"이 캐릭터 이름은 뭔가요?" "천마대제요." "네???">


먼저, 놀라운 무공으로 하늘을 날던(실제로는 wing boots 를 끼고 있었음) 엘프 격투가가 야만전사의 곁에 섰어. 그리고는 단전에서 끌어올린 기운을 주먹에 실어 휘두르기 시작했지. 공격당한 오크 수장은 진기의 흐름이 막혀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Indomitable) 버텨내곤 반격을 이어갔어.

그러나 동료는 그 뿐만이 아니었지. 도착한 사제는 오크 수장의 몸을 신성한 힘으로 옭아매버렸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 그의 몸 위로 무수한 공격이 치명적으로 쏟아져내렸지. 그마저도 떨쳐낸 오크 수장을 향해 궁수의 비전 화살이 박히자, 일시적으로 그의 몸은 다른 세상으로 추방되고 말았지.


<고크와 모크를 받드는 미친 옼스 소서러. 그룸쉬 맙소사...>


화룡점정으로 오크 마술사의 마법이 야만전사와 격투가를 휘감았어. 그들은 시간의 흐름을 보다 빨리 타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지.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두 전사 앞에서 오크들은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말았어.

다른 세상에서 해방되어 돌아온 오크의 수장은 죽음을 직감하면서도 용맹하게 싸웠지. 한 놈이라도 저승으로 끌고가려고 말야. 그 시도는 거의 성공할 뻔 해서, 궁수의 속사를 모조리 피한 뒤 뻗은 칼날로 야만전사의 목줄기를 베어버리고 말았지.

그때, 야훼의 사제가 나섰어. 눈부신 빛이 어둠을 사르며 그와 야만전사의 몸을 휘감았지. 성광이 잦아들자, 오크 수장은 마치 싸움이 일어나기 전처럼 멀쩡한 야만전사의 모습을 보게 되었어.

그것에 절망하기도 전에 뒤에서 날아온 주먹이 그를 두들겼지. 격투가의 주먹에 실린 힘에 오크 수장은 온 몸에서 피를 쏟으며 허물어지고 말았어.

마지막 오크 생존자는 혼비백산한 채 카타콤 밖으로 도망치려 했어. 복잡한 구조로 짜인 통로로 도망친다면, 그룸쉬가 보살핀다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야.

그러나 그룸쉬도 겁쟁이의 생환을 기꺼워하지 않았나 봐. 오크 졸개가 방의 입구로 달아나기 전, 야만전사가 먼저 자리를 잡았어. 공포스러운 그 현신에 질려 채 뛰어보지도 못한 채, 신전을 습격한 마지막 오크는 똥오줌을 지리며 죽어버리고 말았지.


<설계 잘못해서 한참 어렵게 짠 인카운터가 지나치게 쉬웠던 건에 대하여>


생각보다 너무 좆밥처럼 잡혀서 당황했었음. 서프라이즈 라운드까지 잡으면서도 브루트 계열 몬스터라 그런지 한 대 쥐어박는 것밖에 못하더라. 파티의 메즈기에 속수무책으로 걸리고 각개격파당하는 모습에 그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큰 결심을 했다. 이제 다시는 브루트 계열 몬스터만 내지 않겠다고. 또, 만만해 보인다고 마셜 두드리지 말고 스펠캐스터부터 찢어버려야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