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결론부터 말하자면 플은 터졌다



던월 룰을 읽고 감명받아서 절대 레일로드 식으로는 안하겠다고 마음먹고 플 시작


실제로 각 판정이 끝날 때마다 즉석에서 순발력 있게 다음으로 이어질 만한 내용을 주는데는 성공했다


근데 검은 슬라임이 나오고 거의 모든 판정이 실패하면서 문제가 시작됬다.....




지금은 슬라임이라고 하지만 플 중에서는 그냥 검은 형체 였음. 작은 무언가가 모여 생긴 검은 형체. 여기에 전사가 검을 휘둘렀고, 대성공이 나왔다. 여기서 슬라임을 그냥 죽였어야 했는데, 작은 형체가 모였으니 참격은 안통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슬라임 참격무효화 휙득.

이어지는 사제의 망치공격. 대실패. 슬라임이 사제의 손채로 망치를 삼키면서 타격무효화 휙득. 합쳐서 물리공격 무효화.

도적의 지식더듬기. 대실패. 마법이 통하지만 여기 마법사가 없는 절망적인 정보를 얻고 이시점에서 슬라임이 미친듯이 강한 존재가 됨.


내빼는 캐릭터들.... 다시 민첩굴림 실패. 앞에 해골이 등장.


마스터의 창의력이 떨어져가기 때문에 해골을 npc로 만들어주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한 후 쉬는 시간.


쉬는 시간동안 열심히 대가리를 굴린 결과 해골들은 수백년동안 여신의 눈물이라는 아이템을 건드려 검은 슬라임에 의해 갇혀있고, 전사도 같은 신세라는 결론이 나옴.

전사가 설정상 기억을 잃은 채 였는데,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 이유가 여신의 눈물 때문이라고 했음.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함. 슬라임이 맨처음 선빵을 친게 도적인데, 이 설정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거야.


전사랑 같이 있어서 동료 취급 당했고 니들도 슬라임이 막아설꺼임. 이라는 설정 추가.


이게 진짜 대실패였는데, 이 것때문에 PC들이 갇혀버림.


나는 사제가 갑자기 신의 이름으로 슬라임에게 '죽어'라고 명령한다 라고 하면

슬라임은 사실 언데드의 기운으로 가득차있어서 신의 기운에 약하다! 라고 말해주고 죽일 생각만만이었음

그게 아니더라도 도적이 슬라임에 독을 섞는다거나, 횃불로 불태운다던가 뭐든지 말만 하면 통과시켜줄 생각이었는데


해골들 수십 명이 슬라임 때문에 갇혀있다는 말 때문에 슬라임 전투력이 우주를 돌파해버리고 '절대로 이길수 없는 존재'로 PL들 머리속에 각인이 된거야.


그 와중에 돈이나 좀 벌려고 들어왔던 도적 캐릭터 멘붕.

명령을 수행하는 사제랑 기억을 되찾으려는 전사랑 다르게 위기도가 우주돌파하면 내뺄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음


재빨리 해골 입으로 도망치려고하면 어렵지만 도망칠 수 있다! 라고 해보지만 다른 두명이 눈물 쪽으로 가야하니까 도적은 자포자기하며 따라가기.


겁을 먹은 채라서 액션 선언도 소극적이 됨. 플레이어가 아니라 pc가. 안타까워서 탈출 씬에서 활약시켜줘야지라고 마음먹고 있었음.


하지만 저 뱅뱅 꼬여가는 설정, 던전월드의 '여백을 남겨둬라'를 너무 충실히 지킨 나머지 구체성이 떨어지는 요소들(여신의 눈물이 보석이냐고 묻고 나서야 푸르게 빛나는 보석이라는 설정이 생김. 그전까지는 그냥 기억을 잃게하고 사람들을 영혼 채로 가둬버리는 무언가 였음)


이 모든게 조합되면서 사제가 이야기를 놓치기 시작. 선언 사라짐.


급기야 전사가 마스터에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질문함. 마스터는 플의 위기인걸 눈치 못채고 '그건 신이 알고 있다.' 은유해대며 사제의 액션 유도.

사제 눈치 못챔.


전사가 알아듣고 사제의 탄원을 요청. 사제가 액션 선언에 겁을 먹고 탄원 액션이 안통할 거라고 생각함. 전사의 설득끝에 탄원 발동. '보석을 부수면 길이 열릴것이다. 하지만 전사가 죽을 것이다'라고 전함. 전사를 죽이지 않으려면 어떻게해야하냐는 질문에 영혼을 되찾아야한다라고 대답해줌.


마스터는 와! 어떻게 영혼을 되찾지! 두근두근하고 있었다. 사제는 보석을 부수자고 대답. 정보공유가 안된 상태라 전사는 이걸 부수면 자기가 죽는지도 모르고 부수려는 순간.


이건 불공평하다고 느끼고 전사에게 직감으로 왠지 부수면 안될 것 같다고 해줌. 여기서 또 소통에러. 내가 하려던 말은 '영혼을 되찾고 나서 부숴라, 그전까지 부수지마라'인데 그냥 '부수지마'가 됨.


부수는거 일시정지하고 전사가 보석에 손을 댐. 보석에 손을 대며 파란 구체가 전사에게 빨려들어가고 기억을 되찾는 전사. 그리고 기억을 잃은 설정을 술술 푸는데, 전사는 알고 봤더니 이 보석이랑 전혀 상관없이 어떤 사람이 건 망각술 때문에 기억을 잃은거였음.


설정오류가 폭발하려하고, 또 대가리를 열심히 굴려서 짜낸 내용이 저 망각술도 이 푸른 보석의 파편으로 한거고, 그 파편이 기억을 빼내는 거, 여기 있는 보석은 기억의 저장고라는 설정. 갇혀있는 해골들은 저장고에 손을 대서 그대로 기억을 쭉빨리는 거고, 전사의 기억은 정식 입구로 들어왔으니 저장고에 손을 댄 순간 아무 문제없이 기억을 되찾았다고 정함. 이거 짜내는데 3초 걸림. 솔직히 좀 잘했다고 생각함.


그리고 해골 중에 한명을 등장시켜서 전사가 기억을 잃지 않았다고 열심히 어필함. 의미는 통했으나 그래서 뭐 어쩌라고 상태. 해골이 탈출의 힌트라고 어림짐작한 도적이 칼날 들이밀고 협박하지만 마스터는 이해못하고 똑같은 말 반복.


이시점에서 마스터의 의도: 전사는 기억을 되찾았으니 영혼을 되찾은거다. 보석을 부숴라!

플레이어 시점: 보석은 부수면 안되고, 이 놈은 왜들어온거지? 정보가 없어!


혼란이 가속되면서 사제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정리해달라고 요청.

위 내용을 대충 설명하던 중 사제 잠수. 플 터짐.


원래 보석을 부수고 나면 언데드들이 폭주하면서 사제가 그걸 다 때려잡고 사제 목적해결, 전사는 기억을 되찾았으니 이미 목적해결, 도적이 나가면서 레어템 하나 줍고 해피엔드로 끝낼 예정이었으나 퍼벙....


그리고 피드백을 해봤더니 내가 레일로드 식으로 했다고 느껴졌다는거야. 준비를 조금도 안해간 채로 즉석에서 짜내고 있었는데 어이가 없었지. 근데 내가 어떤 마인드로 있던 간에, 플레이어들한테 정보를 얻을 껀덕지가 없었던 건 사실이니까. 내가 만든 해법은 아무리 생각해도 방법이 안보일 때 쓰라고 준비해둔 생각이었는데 애초에 해법이 하나 있으니까 다 그쪽으로 어떻게 가지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음.


암튼 어렵다 어려워.....


플레이어가 정보가 없으면 정보를 떠다 먹여줘야함. 그 것도 한가지 방법이 아니라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여기서 여백을 만드는게 제대로 안 지켜졌고, 그게 플이 망가진 가장큰 원인인 것 같다.

소통 안된건 덤. 이건 다음에 할때는 꼭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또박또박 적어줄거임.


좋은 경험했다.